투자 읽을거리

아이투자 전체 News 글입니다.

날아오를 준비된 증권업계의 신구 대결

주식시장이 또 다시 지수 1000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는 차분한 분위기다. 아마도 지난 번과는 달리 경기가 정점이 아닌 상태에서 맞이한 1000이라 생활경제와 자본시장과의 괴리에서 오는 분위기의 차이가 아닌가 한다.

그런데 개인 투자자들의 분위기는 그렇다 치고 증시 활성화의 실질적인 수혜를 입는 주인공 마저 무대에서 사라져 버렸다. 자본시장의 첨병이라 불리우는 증권사가 그들이다. 과거 같으면 기분이 들떠 흥청거려도 모자랄 판인데 증권업 위기론이 신문을 장식하고 증권사들이 정부에 계속 대책을 요구하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증권업은 원래 괜찮은 비즈니스다. 라이센스가 있어야 하므로 시장 진입이 쉽지 않고 거래 금액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사업이다.(증권업 종사자들에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다) 본업에 충실했던 신영증권, 유화증권 등이 증권업 하나로 얼마만큼의 돈을 얼마나 긴 기간 동안에 벌었는지를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그러나 증권업이 고유의 장점을 유지하기에는 주변 환경이 너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1999년까지만 해도 어떤 증권사를 가던지 매매수수료 0.5%를 내야 했다. 무차별 상품이었으되 수익성을 충분하게 유지하는 일종의 담합된 가격이었다. 그런데 세종증권 등 후발주자와 이트레이드 등 온라인증권사가 불문율을 깨고 가격을 낮추며 시장에 혼란을 몰고 왔다.

터줏대감들은 시장을 지키기 위해 시장이 정리되면 다시 올릴 수 있을 것이란 희망사항을 가지고 울며 겨자먹기로 수수료를 낮췄다. 이렇게 5년간의 이전투구가 진행되고 나자 행복해진 건 투자자들이요, 불행해진 건 모든 증권사들이었다. 매매수수료가 5분의 1, 많게는 20분의 1로 줄어들었으니 예전만큼의 거래량이 나와도 떨어지는 몫이 적어진 건 당연한 일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 정책이 은행에 유리하게 돌아갔고 소비자의 기호까지 바뀌었다. 금융상품 판매, 계좌 개설 등 증권사 고유 영역이 상당 부분 은행에게 침범 당한 상태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직접 투자 비중이 줄어들고 간접 투자가 늘어나자 증권사의 파이는 크게 줄어 들었다. 모두 먹고 살기에 충분했던 비옥한 땅에서 40여개 증권사가 과다 공급이 되는 척박한 땅으로 바뀌다 보니 대형화 내지 특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선택의 순간이 왔다.

예를 들어 동원증권은 한투 합병으로 대형화에 성공했으며 동양종금증권은 소액채권이라는 특수 영역을 개척했다. 이제 더비매치를 통해 증권업 내에서 각자의 길을 가고 있는 전통의 강호 삼성증권과 신흥 강호 키움닷컴을 비교해보며 향후 증권업계의 판도를 예상해보자.


점잖게 가도 충분하다

2001년 6월 당시 황영기 삼성증권 사장은 약정 경쟁을 전면 중단하고 고객 자산 관리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IMF 이후 차지한 1위를 고수하던 삼성증권 입장에서는 시장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내린 결정이었지만 사실상 기존 증권업에서 탈피하겠다는 폭탄 선언이나 다를 바 없었다. 체질과 비즈니스 모델을 바꾼다는 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수탁수수료는 급전직하했고 심지어 약정 기준으로 1위 자리를 내주는 자존심 훼손을 경험하기도 했다.

<삼성증권 수수료 추이>




삼성증권은 2000년 처음 삼성FN아너스클럽이라는 이름으로 PB영업을 시작했다. 사회 각 명사들이 나오는 연속 광고로 브랜드를 높이긴 했지만 워낙 생소한 개념이다 보니 수익으로 연결되는 데는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 위의 그래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책과 시장의 변화로 2000년부터 수탁수수료는 하향 곡선을 그렸지만 기타수수료 수익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한 건 2004년부터였음을 알 수 있다.

인내한 보람이 있었는지 이제 수탁수수료 비중이 50% 이하로 떨어졌고 대신 그 빈 자리를 자산관리 관련 수익이 채워가고 있다. 위탁 기준으로는 시장점유율이 8%에 불과하지만 고객 자산을 기준으로 하면 20%로 훌쩍 올라간다. 그만큼 자산 관리로의 선회가 열매를 맺고 있다는 신호다. 투자은행 업무에서도 한미은행 공개매수, 휠라 MBO, 크라운제과의 해태제과 LBO 등의 굵직한 성과를 거뒀다.

미래를 위해 현재의 캐쉬카우를 버릴 수 있느냐는 경영자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소위 든든한 빽도 필요하다. 다들 방향에는 공감했지만 삼성증권처럼 할 수 없었던 것은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투신 등과 같이 기본적 영업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지원군이 없었기 때문이다. 종합하면 든든한 금융 계열사, 삼성이라는 신뢰의 브랜드, 1위 프리미엄 등이 삼성증권이 좀 점잖게 가더라도 충분한 배경을 제공했으며 그 결과 새로운 출발선에 설 수 있게 된 것이다.


후발주자는 튀어야 산다

삼성증권의 광고 모델은 차인태, 금난새, 김지미, 선동렬 씨 등 성공과 안정을 상징하는 인물들이었다. 반면 키움닷컴은 주식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트로트 가수 이박사를 모델로 내세웠다. 트로트 선율에 맞춰 키움을 외치던 광고 덕분에 키움닷컴은 조기 시장 안착에 성공했지만 당시로서는 큰 모험이었다.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키움닷컴이 후발주자였을 뿐 아니라 문을 연 2000년에 이미 업계가 포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벤처기업인 다우기술이 대주주인 키움닷컴은 이처럼 삼성증권과는 출발선도 달랐고 그래서 전략도 전혀 달랐다.


키움닷컴은 점잔을 빼지 않는다. 남들처럼 자산 관리를 해주겠다는 얘기도 하지 않고 인테리어가 화려한 지점을 차리지도 않으며 대단한 리서치 자료를 제공하지도 않는다. 대신 매매수수료를 싸게 해주고 시스템을 잘 갖춰줄 테니 매매를 많이 할 사람은 여기로 오라고 외친다. 그 결과 키움닷컴은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증권업 본래의 모습에 가장 가까운 모습을 지니고 있다. 2004년 결산 기준으로 487억원의 수수료 수입 중 수탁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95%에 이른다.


시장점유율이 꾸준히 상승해 7% 수준까지 올라왔는데 다른 증권사들이 어정쩡하게 자산 관리 쪽을 기웃거릴 때 국내에서 가장 수수료가 싼 온라인 증권사라는 일관된 아이덴티티를 유지해온 결과로 해석된다. 가장 눈에 띄는 수치는 ROE다. 창업 이후 흑자 전환하는데 불과 2년 밖에 걸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2002년부터 계속 10%가 넘는 ROE를 유지하고 있다. 안정적이지만 ROE가 낮은 중소형 증권사들과 장 상황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가는 대형사들과는 다르게 사업 포트폴리오가 단순하지만 이익이 꾸준히 유지되는 특징을 보인다.

<키움닷컴 ROE 추이>


그 이유는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첫 번째는 지점이 없는 100% 온라인 증권사이기 때문에 고정 비용이 낮다는 점이다. 키움닷컴의 임직원 수는 230명 정도로 삼성증권의 10분의 1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 규모는 3.5배 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상품매매 및 투자자산이 거의 없어 위험 자산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키움닷컴이 규모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영업가치에 대한 프리미엄을 받고 있는 데는 이 같은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방향이 다르니 포인트도 달라

개인 자산 관리 서비스는 모든 금융기관 특히 거대한 존재가 되어 버린 은행들에게도 당면한 과제다. 따라서 삼성증권은 키움닷컴 같은 증권사들이 아니라 은행들과의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 어차피 고객들은 자신의 욕구만 만족시킬 수 있다면 증권사건 은행이건 중요치 않다. 62조의 총자산은 증권업계에서는 큰 규모지만 은행들에게는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점 수도 턱없이 모자란다. 따라서 구조조정을 통해 점포 당 효율을 증가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키움닷컴은 어차피 위탁매매로 승부를 봐야 하므로 증권업계 안에서 싸워야 한다. 하지만 적은 동업종의 증권회사들이 아니다. 더 큰 적은 직접투자 인구의 감소에 따른 시장 축소다. 따라서 축소되는 시장 안에서 신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즉 고객당 매출을 올려야 한다.

두 회사 모두 각각의 방향에 따른 성장 엔진을 가지고 있다. 삼성증권의 성장 엔진은 퇴직연금 시장이다. 이번에 신탁업과 퇴직연금 업무를 사업목적에 추가했을 뿐 아니라 퇴직연금 파트를 조직해 2010년 120조원으로 예상되는 퇴직연금 시장을 공략할 준비를 하고 있다.

초기 시장 진입이 중요한 시장이라 삼성그룹의 든든한 배경이 있는 삼성증권이 다소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키움닷컴의 성장 엔진은 키움 멀티플이란 이름의 신용융자 서비스다. 한 마디로 키움닷컴에서 고객에게 돈을 빌려줘 신용거래를 계속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이자를 받는 비즈니스다. 일종의 대출 서비스다 보니 회사의 자산이 위험 자산화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이자 수입과 위탁매매료를 동시에 증가시켜 수익을 개선시킬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따라서 만약 위험이 좀 있더라도 당장의 성장과 성과를 원한다면 키움닷컴이, 장기적으로 큰 시장에서의 완만한 성장과 성과를 원한다면 삼성증권이 더 나은 투자 대상이 될 것이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더 좋은 글 작성에 큰 힘이 됩니다.

  • 투자의 전설 앤서니 볼턴 개정판 - 부크온
  • 예측투자 - 부크온

댓글 3개

  • mycavalry
    키움닷컴의 신용융자 서비스는 관리가 기준이 엄격한 편입니다. 신용융자 유지시킬 것인지 갚도록 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자체 기준을 가지고 있어 그 기준 이하로 내려올 경우 필요조치를 취하는 등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많이 위험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2005.06/30 21:59 답글쓰기
  • mycavalry
    2005.06/30 21:59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quadrupole
    신용융자는 위험자산이 아닙니다. 담보를 증권으로 잡고있으며 증권가치 하락시에는 당장 청산하거나 담보물을 늘리도록 하지요. 계속해서 이율을 올리고 있으며 아마 상당한 수익을 올릴겁니다.
    2005.06/30 23:04 답글쓰기
  • quadrupole
    2005.06/30 23:04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와타미
    주식담보물로 대출을 하는것이군요.. 상당한 플레이네요.. 금융업이란 진짜 묘한 맛이 있는것 같습니다.
    2005.07/15 21:32 답글쓰기
  • 와타미
    2005.07/15 21:32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스탁 투나잇
  • 투자의 전설 앤서니 볼턴 개정판 - 부크온
  • 예측투자 - 부크온

제휴 및 서비스 제공사

  • 키움증권
  • 한국투자증권
  • 유진투자증권
  • 하이투자증권
  • 교보증권
  • DB금융투자
  • 신한금융투자
  • 유안타증권
  • 이베스트증권
  • NH투자증권
  • 하나금융투자
  • VIP자산운용
  • 에프앤가이드
  • 헥토이노베이션
  • IRKUDOS
  • naver
  • LG유플러스
  • KT
  • SK증권
  • 이데일리
  • 줌
  • 키움증권
  • 한국투자증권
  • 유진투자증권
  • 하이투자증권
  • 교보증권
  • DB금융투자
  • 신한금융투자
  • 유안타증권
  • 이베스트증권
  • NH투자증권
  • 하나금융투자
  • VIP자산운용
  • 에프앤가이드
  • 헥토이노베이션
  • IRKUDOS
  • naver
  • LG유플러스
  • KT
  • SK증권
  • 이데일리
  • 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