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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의 DNA를 분석하라

모 방송사에 장사가 안 되는 식당을 대가가 비법을 전수해줘 대박집으로 바꿔주는 과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한번은 프로그램의 도움으로 쪽박집에서 대박집이 된 식당 주인이 나와 실력이 생각만큼 늘지 않아 실의에 빠진 다른 쪽박집 사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 여러 메뉴 중에서 갈비찜 전수 받게 된 거 진짜 복이야. 나중에 장사하다 보면 알게 될 거야. 힘내.

여기서 대박집 사장님이 하고 싶었던 얘기는 여러 메뉴 중에서도 특히 갈비찜이 더 많은 돈을 오랫동안 벌어줄 테니 힘들더라도 좀 참으라는 의미다. 만약 같은 내용을 가치투자자가 말했다면 어떤 말이 되었을까? 아마도 식당이라는 사업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만 특히 갈비찜이라는 당신 사업의 DNA는 매우 좋은 것이오. 그러니 잘되면 남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게 될 것이오. 정도가 될 것이다.

DNA는 어떤 사람의 정보를 포함하고 있어 성장을 하면서 그 사람의 독특한 특징을 만드는 유전자의 본체를 의미한다. 즉 다른 사람과 내가 다른 생김새를 갖는 것은 DNA의 상이성 때문이다. 그런데 DNA는 사람 뿐 아니라 사업(기업)에도 적용된다. 똑 같은 선상에서 출발 하더라도 어떤 사업은 더 많은 돈을 벌어내어 주주에게 큰 수익을 돌려주는데 반해 어떤 사업은 명맥 유지하기도 버겁다. 어떤 사업에게는 시간이 좋은 친구인데 어떤 사업에게는 시간이 독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는 경영진, 시장 크기 등 여러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지만 가장 큰 차이는 결국 사업의 DNA가 만들어낸다.

사업의 DNA는 제품성, 시장성, 비즈니스 모델 등을 담고 있는데 오로지 DNA를 분석하려는 사람에게만 의미를 가지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파악이 힘들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결과가 눈으로 보인다는 특징이 있다. 즉 사업의 DNA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실적으로 드러나 기업가치로 연결되고 결국에는 주가로 반영된다. 그래서 가치투자자는 사업의 DNA를 분석하는데 많은 시간과 심혈을 기울인다.

투자 세계에서 버핏이 주식투자만으로 거대한 부를 이룬 것은 우성 형질을 가진 사업의 DNA를 남보다 더 빨리 정확하게 간파해냈다는 데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투자한 종목들을 한번 보자. 코카콜라는 마진이 엄청난 물장사이며 질레트는 면도기를 한번 판 뒤에 마진이 높은 면도날을 계속 팔 수 있다. 웰스파고는 고객 한 명에게 여러 개의 금융상품을 판매하며 H&R블록은 매년 세금 정산을 대행해주고 돈을 받는 전형적인 지식 산업이다. 그야말로 우성 형질의 DNA가 아닌가! 버크셔 해서웨이의 핵심인 보험업도 버핏의 입장에서는 사업의 DNA가 뛰어나다. 미리 보험금을 받아서 이를 가지고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그의 몇 안 되는 실패 사례인 U.S 에어와 살로먼브라더스를 보자. 항공업은 사업의 DNA가 좋지 못한 대표적인 사업이다. 성수기 때는 좌석 수만큼 매출이 나고 비수기 때는 좌석이 비어도 비행기를 띄워야 한다.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비행기를 계속 바꿔야 하는데 가끔 사고가 나기도 한다. 투자은행은 사람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점이 열성 형질의 DNA로 지적된다. 버핏이 살로먼브라더스의 임시 회장 직을 맡으며 내부 핵심 인력들의 지나치게 높은 봉급 수준을 목격한 후 본인의 투자가 실수였음을 인정한 바 있다. 아무리 대가라도 사업의 DNA를 잘못 파악하면 실수가 나기 마련이다.

사업의 DNA는 어떤 기업이 일시적 위기에 봉착했을 때 분석의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일시적 위기로 재무제표가 망가지면 밸류에이션이 잘 안 나와 분석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이때 사업의 DNA를 읽으면 우수한 사업을 싸게 사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큰 키를 만드는 DNA를 가지고 있다 해도 어떤 해에는 1~2cm 밖에 크지 않을 수도 있는 법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그런 DNA를 가지고 있으면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는 키가 큰 성인이 된다는 믿음이다. 샐러드 오일 스캔들로 대차대조표가 망가진 아멕스가 여전히 수익성 좋은 여행자수표와 신용카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투자한 버핏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사업의 DNA 분석은 성장 여력이 큰 작은 기업을 분석할 때도 도움을 준다. 장동건은 현재 누가 봐도 잘 생긴 배우이지만 어린 시절에는 그를 언뜻 보고 어른이 되었을 때의 모습을 잘 알 수가 없다. 그러나 DNA를 분석해 미래의 모습을 읽은 뒤 장동건이 어렸을 때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었다면 큰 돈을 벌었을지 모른다. 마찬가지로 작은 기업이라 하더라도 제품 및 시장의 성장 가능성 그리고 이를 지속적인 수익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사업의 DNA 속에 가지고 있다면 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태평양, 농심, 에스원 등도 처음부터 지금 크기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규모가 크지 않을 때도 사업의 DNA를 파악할만한 많은 힌트들을 제공해준 것이 사실이다. 버핏이 업력이 길지 않은 넷 제트를 초창기에 사들일 수 있었던 것도 전용 제트기 임대업이란 사업의 DNA가 그를 유혹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시장이 예전보다 많이 똑똑해졌음을 느낀다. 우성 형질의 DNA를 가진 기업들은 그에 걸 맞는 대접을 융숭하게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이여, 기회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1600개 상장 기업들 속에 숨어 있는 많은 기업들이 아직도 나의 DNA를 봐주길 바라고 있고, 지금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는 기업들도 본인의 DNA를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눈 앞에서 발현되기 전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의 무관심 속에 저평가 상태에 놓여 있었다.

눈을 크게 뜨고 많은 기업들이 가진 사업의 DNA를 분석해보자. 필요한 것은 사업을 보는 눈과 피나는 노력이다. 황우석 박사는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하루에 100번씩, 50만번 이상 소 항문에 손을 넣어 봤다고 한다. 위대한 과학자 뿐 아니라 위대한 투자자도 피나는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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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개

  • mycavalry
    최준철님은 이슈가 되는 키워드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탁월하네요.

    2005.05/31 12:55 답글쓰기
  • mycavalry
    2005.05/31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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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quadrupole
    황우석박사 말씀 100% 믿지는 마세요....
    2005.05/31 15:27 답글쓰기
  • quadrupole
    2005.05/3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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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유짱
    몇년쯤 공부하면 준철님만큼 보는 눈을 키울수 있을까요..
    2005.06/01 17:50 답글쓰기
  • 승유짱
    2005.06/0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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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alg
    "미리 보험금을 받아서 이를 가지고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서...
    "보험금(benefit; 지급되는 돈)" 대신 "보험료(premium; 거둬들이는 돈)" 로 되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2005.06/01 21:43 답글쓰기
  • realg
    2005.06/01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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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먼곳으로..
    초창기에 사들일 수 있었던 것도 전용 제트기 임대업이란 사업의 DNA가 그를 유혹했기 때문일 것이다.
    2005.06/03 23:11 답글쓰기
  • 저먼곳으로..
    2005.06/03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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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루
    DNA 가 모든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시대가 바로 지금부터라고 봅니다.
    최준철사장님의 글솜씨와 투자솜씨도 바로 DNA 로 부터 유래하죠~

    어찌보면 참 우울할 수도..........
    2005.06/05 18:55 답글쓰기
  • 알루
    2005.06/0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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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르79
    글 잘 읽었습니다. DNA 평소에 알고만 있지 별 관심을 안두는 사항인데...이를 비교하여 글을 쓰셨군요..사업의 DNA를 분석하는 것이 참 쉬운 일은 아니라 개인적으로 생각은 드네요..^^
    2005.06/15 17:51 답글쓰기
  • 미르79
    2005.06/1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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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쿠가와
    항상 서두에서 비유나 예시를 들면서 가치투자와 연관시켜 가는 최준철님의 맛깔스런 이야기 솜씨가 솔직히 놀랍고 부럽군요.. 앞으로도 계속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2005.08/08 11:56 답글쓰기
  • 도쿠가와
    2005.08/0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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