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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부르고 싶을 땐 나를 찾으세요

벤저민 프랭클린은 사람이 억제하기 어려운 순서는 술과 여자와 노래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노래는 국적을 막론하고 인간이 보편적으로 즐기는 것 중 하나다. 그런데 한국 사람의 노래 사랑은 좀 각별하다. 중국 역사서인 삼국지 위지 동이전을 보면 우리를 일컬어 가무음곡을 즐기는 민족이라 칭하고 있을 정도다. 술만 마셨다 하면 젓가락으로 식탁 두들기며 반주를 넣고 숟가락을 마이크 삼아 노래하는 민족은 전세계를 통틀어 우리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수요가 있는 곳에는 항상 공급이 따르는 법이다. 우리 민족의 노래 사랑을 등에 업은 노래방은 그 수가 전국적으로 3만개가 넘는다. 이를 바탕으로 반주기 제작업체 등이 생겨났고 그 노하우를 바탕으로 우리의 놀이 문화를 미국, 필리핀 등으로 수출까지 하고 있다.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 된 노래방 시장에서 반주기를 공급하며 금영과 함께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TJ미디어(구 태진미디어)와 마이크형 휴대용 반주기로 세계 시장으로 뻗어가고 있는 엔터기술을 비교 분석해보며 가무음곡에 능한 우리 민족의 장점을 유감없이 살리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 알아보자.


국내 시장의 과점적 지위자

자동차용 음향 기기 및 가정용 노래 반주기를 만들던 TJ미디어가 본격적인 성장을 맞은 것은 노래방 열풍과 함께 업소용 노래 반주기 수요가 폭발하던 1993년이었다. 그러나 돈이 된다는 소문이 나면서 반주기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경쟁 또한 격심했다. 현재 국내 업소용 반주기 시장은 저성장 국면이자 TJ미디어와 금영이 43%씩 나눠 가지고 있는 사실상 과점 상태로 돌입했다.


93년만 해도 반주기 시장의 절대 강자는 아싸였다. 그런데 후발 주자였던 TJ미디어가 살아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째, TJ미디어는 반주기라는 한 우물만 팠다. 그 결과 DDR 반주기 시장이 열렸을 때 준비해뒀던 와우 씨리즈를 출시해 새로운 성장을 구가할 기회를 잡았다. 반면 아싸는 다른 사업에 눈을 돌렸다가 현재는 시장에서 사라진 상태다. 둘째, 유흥업소 대상이라는 특성상 반주기 시장은 탈세와 무자료 거래의 온상이었다. 그러나 TJ미디어는 세무조사에서도 한 건의 문제가 없었을 정도로 업계의 관례를 따르지 않았고 그 결과 반주기 업체 최초로 코스닥 등록까지 할 수 있었다. 셋째, 현금 거래를 고수했다. 현금을 주지 않으면 물건을 공급하지 않는 TJ미디어의 정책은 초기에 대리점의 심한 반발을 샀지만 IMF가 터지면서 그 진가가 발휘되었다. 현금 거래를 하다 보니 대리점들도 거래하는 업소와 현금 거래를 정착시켜 어음으로 인한 부도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는 2003년부터 2005년 1분기까지 TJ미디어의 대차대조표 중 당좌자산 부분이다. 이를 보면 위에서 열거한 내용들이 함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매출액이 연간 400억원을 넘는데 반해 매출채권은 6~17억원에 불과하다. 여전히 대리점과 현금 거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운전자금 부담이 적고 현금성자산이 많은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익잉여금과 현금성자산이 거의 동일한 수준인 것을 미루어 부정적 이미지의 산업에 속해 있지만 코스닥 등록기업에 걸 맞는 회계와 세금 계산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다만 최근 관련 사업들에 투자하느라 현금성자산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점은 주식시장에서 현금부자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TJ미디어 고유의 특징과 색깔을 잃게 만드는 요인으로 판단된다.


휴대용 반주기를 세계로

TJ미디어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시장에서 남들보다 더 잘함으로써 현재의 지위를 획득했다면 엔터기술은 시장을 새로 만들어서 남들보다 더 빠르게 움직임으로써 휴대용 반주기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원래 반주기 하면 반주기, 앰프, 스피커, 모니터로 구성된 소형 냉장고 크기의 업소용 세트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엔터기술은 이 모든 것을 마이크 하나에 내장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마이크형 가라오케라는 기가 막힌 제품을 만들어냈다.



시장개척 제품은 개발 기간도 길지만 소비자들이 받아들여줄 때까지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엔터기술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1994년에 건음이란 이름으로 설립되었지만 제품이 나온 건 그로부터도 4년 뒤인 1998년의 일이다. IMF라는 당시 상황도 있었고 처음부터 국내에서는 시장 진입이 쉽지 않다고 판단해 외국으로 눈을 돌려 일본, 필리핀, 미국 시장 등을 차례로 개척해 오늘날 세계 시장점유율 1위의 휴대용 반주기 회사가 되었다. 국내는 업소용이 주류를 이루고 가정용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아 여전히 내수 비중은 미미하다.

휴대용 반주기는 개인 당 하나씩 구매가 가능하므로 업소용에 비해 시장이 크고 부피가 작아 해외 수출도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최고의 장점은 질레트 면도기나 닌텐도 패미콤처럼 하드웨어인 반주기 외에도 노래가 수록되어 있는 소프트웨어인 송칩(Songchip)으로 지속적인 추가 매출을 일으킬 수 있다는 데 있다. 끊임없이 신곡이 나올 뿐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는 따로 있기 때문에 일단 엔터기술의 휴대용 반주기를 사고 나면 송칩을 계속 살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송칩은 원가에 비해서 판매가가 높은 편이다. 아래 V차트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엔터기술의 매출, 이익 성장률이 높게 나타나는데 이익률 또한 20% 이상에서 유지되는 이유는 휴대용 반주기가 팔리면 팔릴수록 더 많이 팔리는 송칩의 높은 이익률에서 기인한다.



다만 성장이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고 월마트, 써킷씨티 등 미국의 대형 유통회사들과 거래를 하는 관계로 매출채권이 현금흐름화 되는 기간 차이가 발생해 운전자금(working capital)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1분기 중에 유상증자를 단행,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바 있다.


성장 방향 다르고 시장도 다르지만

TJ미디어와 엔터기술은 노래라는 소프트웨어에 하드웨어를 결합한 제품을 만드는 까닭에 시장 진입이 쉽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드웨어 제조도 기술력을 요하긴 하지만 지금까지 나와 있는 방대한 노래들을 모두 반주가 가능한 미디 파일로 만들어야 하는데 엄청난 시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요즘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저작권 문제까지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TJ미디어가 국내 시장에서 과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고 엔터기술이 세계 시장에서 반독점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두 회사의 경쟁력도 경쟁력이지만 생각만큼 신규 기업의 진입이 쉽지 않은 시장 특성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아래의 비교 표처럼 TJ미디어와 엔터기술은 더비매치로 묶기도 애매할 정도로 전혀 다른 시장에 있을 뿐 아니라 고유한 경쟁력과 앞으로의 방향도 전혀 다른 게 사실이다. 한때 TJ미디어가 휴대용 반주기 개발 의사를 밝혔으나 연기되는 바람에 그나마도 경쟁 관계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사실상 비상장기업인 금영과 고리텍이 각각 TJ미디어와 엔터기술의 직접적 경쟁자다. 특히 두 기업의 성장 방향과 방법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TJ미디어
엔터기술
제품
업소용 반주기
휴대용 / 가정용 반주기
대상 시장
국내 + 일본
해외(일본, 필리핀, 미국, 중국)
기술력
5.1채널 원음 반주
반도체집적기술(ASIC)
해외 공략
ODM 하드웨어 수출
자체 브랜드 / 직접 유통
성장 방향
관련 사업 내 다각화
시장 다변화
목표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
문화 컨텐츠 전문 기업

앞서도 언급했듯이 TJ미디어기존 업소용 반주기 시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현금성자산을 관련 사업 내 사업 다각화에 사용하고 있다. 인터넷 음악 유통 사이트를 운영하는 TJ커뮤니케이션, OST를 주로 제작하는 노랑잠수함, 질러존이라는 노래방 프랜차이즈 TJ스페이스 등이 그 결과물에 해당하는 자회사들이다. 기본적으로 음악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업소용 반주기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 또한 반주기는 반주기대로 혁신을 꾀하고 있다. 반주기에 인터넷을 연결해 최신곡을 자동 다운로드 할 수 있게끔 하고 실시간 전국 집계를 하는 질러넷이 대표적이며 여기서 더 나아가 5.1채널 원음 반주가 가능한 질러넷 MR도 TJ미디어의 야심작이다. 작년에는 브랜드 제고를 위해 서민정을 내세워 마케팅을 집행한 바 있다.

반면 엔터기술휴대용 반주기에 집중하면서 시장을 다변화하는 성장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가라오케의 본류인 일본을 공략하고 이어 노래가 생활의 일부인 사람들이 사는 필리핀, 그리고 최대 시장인 미국에 진출해 성공을 거뒀다. 다음 공략 대상은 떠오르는 시장이지만 과거 한 번의 실패 경험을 가지고 있는 중국이다. 이렇게 시장 확대에 힘을 쓰는 이유는 하드웨어를 남보다 먼저 깔아야 진입장벽을 만들어 마진이 높은 소프트웨어 매출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ASIC 개발 등을 통해 하드웨어 제품 원가를 낮추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엔터기술도 문화 컨텐츠 전문 기업을 표방하지만 당분간은 휴대용 반주기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차이로 인해 기업가치 포인트가 달라 투자자의 성격에 따라 선호도도 달라진다. 자산가치의 안전마진을 중요시 여기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ODM에 따른 전자인덱스기, 반주기 등의 수출로 인한 성장에 주안점을 둔다면 TJ미디어가 어울린다. 얼마나 빨리 궤도에 오를지는 모르겠지만 엔터테인먼트 자회사들은 덤이다. 반면 자산가치보다는 운전자금 부담이 좀 있더라도 폭발적 성장의 지속 여부와 좋은 사업 모델에 주안점을 둔다면 엔터기술이 어울린다. 방향은 다르지만 노래 하나에 목숨 건 두 기업의 행보가 성공을 거둬 노래를 사랑하는 민족의 자존심을 만방에 드높여 주길 바란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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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 벤허랑
    소니가 컨텐츠기업임을 선언하고 sk텔레콤이 음원주를 계속 사들이는 시점에 아주 좋은 정보입니다. 브라보~
    2005.06/14 00:29 답글쓰기
  • 벤허랑
    2005.06/14 00:29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와이즈맨
    소니가 컨텐츠기업을 선언한 것과 skt가 음원주를 계속 사들이는 시점인 것이
    위 두 종목과 무슨 연관이 있죠?
    2005.06/15 19:32 답글쓰기
  • 와이즈맨
    2005.06/15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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