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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옷을 입고 나타난 워렌 버핏
새 옷을 입고 나타난 워렌 버핏
워렌 버핏의 실전 주식투자
메리 버핏 외 저 / 최준철 옮김
이콘 / 344페이지
누구나 학창 시절에 답안지를 보고 시험을 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학교 다닐 때는 이런 행운이 한번도 없더니 주식투자를 하고 나서는 답안지를 훔쳐볼 기회가 간간이 찾아왔다. 워렌 버핏, 피터 린치, 빌 루앤, 래리 티쉬 같은 대가들의 투자 히스토리가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친절한 분석과 설명까지 곁들여지면 꼭 투자 대가가 아니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해설서로 탈바꿈한다. 이런 행운을 책 몇 권으로 잡을 수 있다는 건 분명 굉장한 일이다.
이런 해설서를 국내에 출간되지 않은 원서 형태로 보물 다루듯이 여러 권 소장하고 있는데 그 중 New Buffettology는 주식투자 입문자들에게 딱 맞아 언젠가 꼭 국내 가치투자자들에게 소개하리라 마음 먹었던 책 중 하나다. 특히 기존 투자 관련 서적들의 번역에 아쉬움이 많았던 터라 투자자 입장에서 정확한 의미 전달을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이런 배경에서 근무 외 시간을 이용해 직접 번역을 진행했고 다행히 자본주의자들의 우드스탁이라 불리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총 일자에 맞춰 ‘워렌 버핏의 실전 주식투자’를 국내 독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제목에 ‘실전’이란 말을 넣은 데에는 이 책이 마치 할머니가 음식물을 꼭꼭 씹어 손자에게 넣어주시듯이 버핏의 투자 방법을 친절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어 국내 투자자들도 바로 실전 적용이 가능하다는 뜻을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책들을 통해 버핏이 대단하다는 건 알겠는데 나의 투자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 지에 대해 목마름을 느끼던 투자자들에게 좋은 나침반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역자 개인의 소망이 담겨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버핏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원서 제목에서도 이미 눈치 챘겠지만 ‘워렌 버핏의 실전 주식투자’는 이미 ‘주식투자 이렇게 하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된 바 있는 Buffettology의 후속작이다.(버핏의 며느리가 쓴 책으로 유명했다) 영화 스피드2, 터미네이터3를 보고 분개해 본 사람이라면 역시 ‘전편만한 속편없다’는 속설을 떠올릴테지만 이 책에 대해서만큼은 거꾸로의 논지가 적용되어야 타당할 듯 하다. 영화는 재미 추구지만 책은 지식 추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지 모른다.
지금껏 가치투자자의 책꽂이에 ‘주식투자 이렇게 하라’를 소개하지 않았던 이유는 사업 전망에 근거한 투자, 유보수익과 ROE, 차익거래 등 좋은 관점을 제시한 책임에는 틀림없으나 버핏의 투자 방법을 너무 단순하게 재단하는 바람에 자칫하면 독자들이 버핏에 대해 한쪽으로 치우친 이해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라리 자료를 토대로 버핏과 그의 투자 방법에 대해 객관적으로 묘사한 책들 위주로 소개를 해왔다. 또한 제시된 기업 분류 기준이 단순해 버핏의 투자 대상을 정확히 분류하지 못하는 맹점이 존재해 아쉬움을 남겼던 게 사실이다.
버핏 며느리도 이런 전편의 약점들을 알았는지 속편에서는 이전 내용을 포괄하면서도 빠뜨린 내용들을 최대한 보완해 깔끔한 새 옷을 입혀 놓는 원숙미를 발휘했다. 마진이 높은 기업과 함께 재고회전율이 높은 기업을 추가적으로 제시해 금융업과 유통업에서 좋은 기업을 고를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한 것이 단적인 예다.
‘워렌 버핏의 실전 주식투자’를 관통하는 두 가지 키워드는 지속적 경쟁우위(durable competitive advantage)와 선택적 역발상 투자(selective contrarian investment strategy)다. 두 개념은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종목 선택과 타이밍 선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게끔 해준다. 즉 지속적 경쟁우위를 가진 기업은 경쟁자와 소비자에 대해 주도권을 가져가는 독점력을 행사하며 가격을 마음대로 결정하게 되는데 그 숫자는 매우 한정적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폭락이나 해당 기업의 악재가 단기화 된 주식시장과 만나면 이런 환상적인 기업조차도 주가가 망가지게 되는데 이때 투자를 단행하는 것이 바로 선택적 역발상 투자다. ‘선택적’이라는 말은 단지 주가가 빠져서 산다는 단순 역발상 투자과 달리 지속적 경쟁우위를 가진 기업에 대상을 한정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물론 책에서 더 자세한 서술이 되어 있지만 이 개념만 정리해도 버핏이 지금껏 해왔던 웬만한 투자 건들은 대부분 다 해석이 가능해진다.
새로운 개념 제시 뿐 아니라 투자자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부분도 버핏 앞에서 여지없이 파괴되고 만다. 대표적인 것이 부채비율의 무의미함이다. 저자는 부채비율은 자산과 부채를 비율로 단순 비교해 재무건전성을 따지는 것이라 지불능력을 나타내지 못한다고 말한다. 집 팔아 대출금 갚는 개인 없듯이 기업도 자산을 팔아 부채를 갚지는 않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의 수익력과 부채를 비교해 상환 기간을 계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정말로 부채를 수익력만으로 갚을 수 있는 환상적인 사업 유형까지 제시한다. 40억불의 장기 부채를 안고 분사했지만 3년 만에 20억불의 부채를 상환해버린 염브랜즈가 그 예다.
이 책의 매력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기술주 버블이 가라앉은 2002년에 출간된 만큼 버핏의 최신 투자 사례가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버핏 하면 대부분 코카콜라를 떠올리는데 이것은 규모가 큰데다 그의 투자 스타일을 대표하는 것이긴 하지만 버핏이 가졌던 수백 건의 투자 아이디어 중 하나일 뿐이다. H&R블록, 염브랜즈, 레이지보이, 퍼스트데이터, 캠벨수프, 안호이저부쉬, 웰스파고, 허쉬 등 최신 투자 사례들은 하나하나 투자 아이디어가 살아있어 재미가 있을 뿐 아니라, 투자에 있어 필요한 덕목이지만 코카콜라로 인해 얽어 매져 있었던 버핏 매니아들의 유연성을 되살려 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버핏이 직접 저술한 책이 아니기에 속편에서 최대한 보완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옥에 티가 눈에 띈다. 우선 PER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PER은 회계상의 순이익을 기초로 해 실제 현금흐름과 괴리가 있을 뿐 아니라 자산가치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저자인 메리 버핏이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현금성 자산이 100억일 때와 1000억일 때라도 순이익만 같으면 똑 같은 밸류에이션이 나온다. 벤저민 그레이엄이 보면 얼굴을 찡그릴 일이다. 또한 예상 주가를 정확히 제시해 독자 입장에서 시원시원해 보일지 모르지만 과거의 PER 밴드를 단순 적용해 구한 결과치란 지적을 피해갈 수는 없다.
만약 ‘워렌 버핏의 실전 주식투자’가 가치투자자들에게 답안지이자 해설서로서의 의미를 갖게 된다면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숫자 결과치 보다는 수치를 도출해 가는 과정에서 그 기업의 여러 부분을 탐색해 보는 작업 자체에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작업이 책에 제시된 사례뿐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에 적용되어야 실전 주식투자라는 이름에 걸 맞는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
혹자는 이런 질문을 할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이 답안지라고 생각하면 혼자 볼 것이지 번역까지 해가며 내용을 널리 알리려고 하는가”하고 말이다. 여기에 대해 가치투자를 우리나라에 꼭 정착시키고 싶은 개인적 욕심을 부인하지는 않겠다. 그렇다고 해서 가치투자를 통해 모두가 만점을 받게 되어 투자할 대상이 없어지리라고는 생각치 않는다. 답안지를 보는 건 쉬울지 모르지만 정작 답안지를 옮겨 적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메리 버핏도 지적했지만 월가의 전문가들 조차도 당장 오를 주식을 찾느라 좋은 기업을 외면하곤 한다. 그만큼 가치투자는 인간의 본성을 거슬러야 가능한 투자 방법이다. 다만 몇 사람이라도 이 책을 통해 가치투자를 익혀 정직한 부자가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수고를 들여 이 책을 번역한 의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정말 답안지 역할을 할 것이냐의 문제는 결국 각자의 선택과 실천에 달려 있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워렌 버핏의 실전 주식투자
메리 버핏 외 저 / 최준철 옮김
이콘 / 344페이지
누구나 학창 시절에 답안지를 보고 시험을 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학교 다닐 때는 이런 행운이 한번도 없더니 주식투자를 하고 나서는 답안지를 훔쳐볼 기회가 간간이 찾아왔다. 워렌 버핏, 피터 린치, 빌 루앤, 래리 티쉬 같은 대가들의 투자 히스토리가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친절한 분석과 설명까지 곁들여지면 꼭 투자 대가가 아니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해설서로 탈바꿈한다. 이런 행운을 책 몇 권으로 잡을 수 있다는 건 분명 굉장한 일이다.
이런 해설서를 국내에 출간되지 않은 원서 형태로 보물 다루듯이 여러 권 소장하고 있는데 그 중 New Buffettology는 주식투자 입문자들에게 딱 맞아 언젠가 꼭 국내 가치투자자들에게 소개하리라 마음 먹었던 책 중 하나다. 특히 기존 투자 관련 서적들의 번역에 아쉬움이 많았던 터라 투자자 입장에서 정확한 의미 전달을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이런 배경에서 근무 외 시간을 이용해 직접 번역을 진행했고 다행히 자본주의자들의 우드스탁이라 불리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총 일자에 맞춰 ‘워렌 버핏의 실전 주식투자’를 국내 독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제목에 ‘실전’이란 말을 넣은 데에는 이 책이 마치 할머니가 음식물을 꼭꼭 씹어 손자에게 넣어주시듯이 버핏의 투자 방법을 친절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어 국내 투자자들도 바로 실전 적용이 가능하다는 뜻을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책들을 통해 버핏이 대단하다는 건 알겠는데 나의 투자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 지에 대해 목마름을 느끼던 투자자들에게 좋은 나침반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역자 개인의 소망이 담겨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버핏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원서 제목에서도 이미 눈치 챘겠지만 ‘워렌 버핏의 실전 주식투자’는 이미 ‘주식투자 이렇게 하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된 바 있는 Buffettology의 후속작이다.(버핏의 며느리가 쓴 책으로 유명했다) 영화 스피드2, 터미네이터3를 보고 분개해 본 사람이라면 역시 ‘전편만한 속편없다’는 속설을 떠올릴테지만 이 책에 대해서만큼은 거꾸로의 논지가 적용되어야 타당할 듯 하다. 영화는 재미 추구지만 책은 지식 추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지 모른다.
지금껏 가치투자자의 책꽂이에 ‘주식투자 이렇게 하라’를 소개하지 않았던 이유는 사업 전망에 근거한 투자, 유보수익과 ROE, 차익거래 등 좋은 관점을 제시한 책임에는 틀림없으나 버핏의 투자 방법을 너무 단순하게 재단하는 바람에 자칫하면 독자들이 버핏에 대해 한쪽으로 치우친 이해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라리 자료를 토대로 버핏과 그의 투자 방법에 대해 객관적으로 묘사한 책들 위주로 소개를 해왔다. 또한 제시된 기업 분류 기준이 단순해 버핏의 투자 대상을 정확히 분류하지 못하는 맹점이 존재해 아쉬움을 남겼던 게 사실이다.
버핏 며느리도 이런 전편의 약점들을 알았는지 속편에서는 이전 내용을 포괄하면서도 빠뜨린 내용들을 최대한 보완해 깔끔한 새 옷을 입혀 놓는 원숙미를 발휘했다. 마진이 높은 기업과 함께 재고회전율이 높은 기업을 추가적으로 제시해 금융업과 유통업에서 좋은 기업을 고를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한 것이 단적인 예다.
‘워렌 버핏의 실전 주식투자’를 관통하는 두 가지 키워드는 지속적 경쟁우위(durable competitive advantage)와 선택적 역발상 투자(selective contrarian investment strategy)다. 두 개념은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종목 선택과 타이밍 선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게끔 해준다. 즉 지속적 경쟁우위를 가진 기업은 경쟁자와 소비자에 대해 주도권을 가져가는 독점력을 행사하며 가격을 마음대로 결정하게 되는데 그 숫자는 매우 한정적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폭락이나 해당 기업의 악재가 단기화 된 주식시장과 만나면 이런 환상적인 기업조차도 주가가 망가지게 되는데 이때 투자를 단행하는 것이 바로 선택적 역발상 투자다. ‘선택적’이라는 말은 단지 주가가 빠져서 산다는 단순 역발상 투자과 달리 지속적 경쟁우위를 가진 기업에 대상을 한정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물론 책에서 더 자세한 서술이 되어 있지만 이 개념만 정리해도 버핏이 지금껏 해왔던 웬만한 투자 건들은 대부분 다 해석이 가능해진다.
새로운 개념 제시 뿐 아니라 투자자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부분도 버핏 앞에서 여지없이 파괴되고 만다. 대표적인 것이 부채비율의 무의미함이다. 저자는 부채비율은 자산과 부채를 비율로 단순 비교해 재무건전성을 따지는 것이라 지불능력을 나타내지 못한다고 말한다. 집 팔아 대출금 갚는 개인 없듯이 기업도 자산을 팔아 부채를 갚지는 않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의 수익력과 부채를 비교해 상환 기간을 계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정말로 부채를 수익력만으로 갚을 수 있는 환상적인 사업 유형까지 제시한다. 40억불의 장기 부채를 안고 분사했지만 3년 만에 20억불의 부채를 상환해버린 염브랜즈가 그 예다.
이 책의 매력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기술주 버블이 가라앉은 2002년에 출간된 만큼 버핏의 최신 투자 사례가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버핏 하면 대부분 코카콜라를 떠올리는데 이것은 규모가 큰데다 그의 투자 스타일을 대표하는 것이긴 하지만 버핏이 가졌던 수백 건의 투자 아이디어 중 하나일 뿐이다. H&R블록, 염브랜즈, 레이지보이, 퍼스트데이터, 캠벨수프, 안호이저부쉬, 웰스파고, 허쉬 등 최신 투자 사례들은 하나하나 투자 아이디어가 살아있어 재미가 있을 뿐 아니라, 투자에 있어 필요한 덕목이지만 코카콜라로 인해 얽어 매져 있었던 버핏 매니아들의 유연성을 되살려 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버핏이 직접 저술한 책이 아니기에 속편에서 최대한 보완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옥에 티가 눈에 띈다. 우선 PER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PER은 회계상의 순이익을 기초로 해 실제 현금흐름과 괴리가 있을 뿐 아니라 자산가치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저자인 메리 버핏이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현금성 자산이 100억일 때와 1000억일 때라도 순이익만 같으면 똑 같은 밸류에이션이 나온다. 벤저민 그레이엄이 보면 얼굴을 찡그릴 일이다. 또한 예상 주가를 정확히 제시해 독자 입장에서 시원시원해 보일지 모르지만 과거의 PER 밴드를 단순 적용해 구한 결과치란 지적을 피해갈 수는 없다.
만약 ‘워렌 버핏의 실전 주식투자’가 가치투자자들에게 답안지이자 해설서로서의 의미를 갖게 된다면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숫자 결과치 보다는 수치를 도출해 가는 과정에서 그 기업의 여러 부분을 탐색해 보는 작업 자체에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작업이 책에 제시된 사례뿐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에 적용되어야 실전 주식투자라는 이름에 걸 맞는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
혹자는 이런 질문을 할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이 답안지라고 생각하면 혼자 볼 것이지 번역까지 해가며 내용을 널리 알리려고 하는가”하고 말이다. 여기에 대해 가치투자를 우리나라에 꼭 정착시키고 싶은 개인적 욕심을 부인하지는 않겠다. 그렇다고 해서 가치투자를 통해 모두가 만점을 받게 되어 투자할 대상이 없어지리라고는 생각치 않는다. 답안지를 보는 건 쉬울지 모르지만 정작 답안지를 옮겨 적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메리 버핏도 지적했지만 월가의 전문가들 조차도 당장 오를 주식을 찾느라 좋은 기업을 외면하곤 한다. 그만큼 가치투자는 인간의 본성을 거슬러야 가능한 투자 방법이다. 다만 몇 사람이라도 이 책을 통해 가치투자를 익혀 정직한 부자가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수고를 들여 이 책을 번역한 의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정말 답안지 역할을 할 것이냐의 문제는 결국 각자의 선택과 실천에 달려 있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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