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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미원 신화를 다시 한번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이 생전에 자신의 사업에 대해 이렇게 회고한 적이 있다. “내 생전 사업적으로 못내 아쉬운 것이 두 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미풍이 미원을 이기지 못한 것이고, 또 하나는 가전에서 금성(지금의 LG전자)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라고.

이병철 회장은 어떤 분야에서건 일등이 되어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었고, 실제 대부분의 사업에서 일등을 차지한 바 있다. 그래서 제일제당, 제일모직처럼 그룹의 근간이 되는 회사들의 이름에 '제일'이라는 말을 넣고자 했다. 시장 선도자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고 있었던 탁월한 경영철학이었던 셈이다.

당시 제일제당에서는 '미풍' 브랜드를 밀면서 막강한 자금력과 조직력을 기반으로 갖춘 삼성그룹의 지원을 받아 엄청난 광고와 사은품을 뿌리면서 판촉전을 벌였다. 하지만 감칠맛을 내는 조미료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미원의 시장점유율은 끄덕없었다. 심지어 삼성그룹의 한 임원조차 야근하다 끓인 라면에 넣어 먹기 위해 아랫사람에게 미원을 가져오라고 큰소리로 외쳤다가 크게 곤혹을 치렀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그만큼 조미료하면 미원으로 소비자들은 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삼성의 거센 공격을 뿌리친 미원은 조미료 시장을 바탕으로 식품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지금은 ‘대상’으로 이름을 바꾼 상태이다.

유명한 펀드매니저인 피터 린치는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의 핵심 역량을 회복한 턴어라운드 기업들을 선호했다. 왜냐하면 이러한 기업들은 불필요한 사업부문에서 철수해 주력 사업에 집중함으로써 실적개선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대상20,550원, 0원, 0% 역시 국내의 대표적인 턴어라운드 종목 중 하나다. 대상은 현재 전분당과 조미료 및 장류사업부문, 그리고 건설사업부문을 영위하고 있지만 그 이전에는 무분별하게 사업다각화한 전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1998년부터 시작된 6년 동안의 대상의 구조조정 노력은 대상이 식품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역량과 여건을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됐다. 대상의 구조조정 역사를 보면 다음과 같다.


2003년 6월30일: 대상유통㈜의 지분 일본 미니스톱에 매각
2003년 4월30일: 아스파탐 사업부문 NutraSweet Company에 양도
2003년 3월31일: 일본 시세이도와 에센디 화장품㈜ 지분양도 계약 체결
1999년 3월31일: 경주사료공장을 ㈜서울사료에 59억 원에 양도
1998년 12월29일: 유화사업부를 CVK와 CNC New Co.에 820만 달러에 양도
1998년 5월15일: 라이신 사업부문의 자산 및 인원 영업권 등을 BASF Korea Ltd.에 5.88억 달러에 양도



지속적인 비주력 사업부문의 매각으로 대상은 주식시장에서 대표적인 턴어라운드 종목으로 부각돼 지난 2003년 3월 1,700원 수준의 주가가 9월에는 4,500원까지 상승해 6개월 만에 150% 이상 상승하기도 했다. 대상은 전분당 사업, 발효사업, 종합식품사업 등 주력사업에 대한 핵심역량 강화를 통해 세계 제일의 발효전문기업이 되고자 하는 포부를 밝혔다. 이러한 대상의 향후 성장 로드맵에 대해서 주식시장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이후 대상의 주가는 2,200원까지 오히려 하락하게 된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상의 성장방향은 긍정적이었지만 2003년 하반기부터 촉발된 원자재 가격급등이 단기적으로 대상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자료: 한국수입업협회)

대상이 쓰는 주요 원재료는 옥수수와 원당이다. 옥수수는 전분당 사업의 주원료로 사용되고 원당은 핵산 및 조미료 사업의 주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원재료 매입비중은 옥수수가 90%, 원당이 10%를 차지해 옥수수 가격이 대상의 원가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옥수수는 과점구도로 형성된 국내 전분당 업체들이 구매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전분당 협회를 통해 일괄적으로 공동구매하고 있다. 이렇게 구매한 옥수수 원가가 실질적으로 회사 제조원가에 반영되는 시점은 구매한 지 3개월~6개월이 지난 후라고 한다. 따라서 2003년 하반기부터 급등하기 시작한 옥수수 수입가격으로 인한 2003년 4분기 대상의 실적악화는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당해 4분기 대상은 141억 상당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2004년 들어서 옥수수 수입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더욱이 3분기부터 환율이 급락하게 되자 예전에 부정적이었던 외부 변수들이 대상의 향후 실적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게 됐다. 이러한 이유로 대상은 주식시장에서 다시금 주목을 받게 됐다.

대상의 사업부문을 세분화 하면 크게 다섯 분야로 나뉠 수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종합식품사업이다. 종합식품회사로의 발전 목표는 대상만이 추구하는 목표가 아니다. 국내 대부분의 음식료업체들은 향후 성장을 위한 전략으로 종합식품회사라는 카드를 선택했다. 이러한 상황은 음식료업체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인한 치열한 시장경쟁이 불가피함을 의미하는데 대상은 우선 청정원이란 이름으로 브랜드를 통일시켜 회사 이미지를 단순화했다. 즉 5년 연속 소비자가 뽑은 최고 브랜드인 순창고추장 등 전통장류부터 천연지향의 고급조미료인 감치미, 맛나 등의 조미료류, 그 외 식초, 당면, 까나리액젓 등의 농수산식품 등을 청정원 브랜드로 통합하여 순수 자연의 이미지를 담은 회사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하지만 화학조미료인 미원은 현재 시장점유율 71%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보유하고 있지만 청정원 브랜드를 절대 사용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자연친화적인 이미지인 청정원이 화학조미료의 대명사인 미원과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즉 대상은 미원과 청정원 브랜드를 철저히 분리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몸에 좋은 청정 제품을 만드는 종합식품회사로의 이미지를 강력하게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전분당사업이다. 대상은 현재 31.8%의 시장점유율로 국내 최대 전분 및 전분당 생산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전분당은 주로 옥수수를 원료로 만들고 일반적으로 단맛을 내게 하는 물질로 보면 된다. 형태는 물엿이나, 고형 포도당, 분말 포도당, 가루엿 등으로 달짝지근한 맛을 내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전분당 사업은 일반적으로 15% 이상의 고영업이익률 사업부문이지만 2003년에는 내수침체의 영향과 전분당 서울공장의 군산공장으로의 단계별 이전에 따른 생산수율의 하락 등으로 영업이익률이 5.3%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대상은 옥수수 수입가격급등을 이유로 2004년 3월 중순에 품목별로 최고 18%까지 전분당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그런데 가격인상 이후부터 옥수수 수입가격이 하락추세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저가의 곡물원재료가 투입됐고 더욱이 3분기부터 발생한 환율하락의 영향으로 향후 영업이익률의 상승이 기대된다.

셋째, 발효사업이다. 지난 50년 동안 축적된 첨단 발효기술을 바탕으로 MSG, 핵산, L-글루타민 등을 생산하고 있다. MSG는 국내시장 석권은 물론 현재 전 세계 80여 개국에 MIWON 브랜드로 수출되고 있다. 연간 3만 톤 규모의 생산실적을 자랑하는 군산공장은 국내 발효산업의 메카로 불린다.

넷째, 건강사업이다. 대상은 Wellife 브랜드를 도입하여 건강식품을 중심으로 건강용품 및 건강관련 서비스 제공 등 미래의 고부가가치 사업인 종합건강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품목이 바로 클로렐라다. 클로렐라는 웰빙트렌드를 대표하는 식품으로 소비자들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는 품목이다. 현재 국내 60여 개 업체가 시장에 진출해 있지만 업계 1위가 바로 대상이다.

대상은 지난 1993년에 국내 최초로 클로렐라 배양법을 개발, 일본시장 진출 후 1999년에는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뛰어들어 현재 70%에 달하는 독보적인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즉 대상이 클로렐라 시장을 개척하고 키워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9년만 해도 클로렐라 시장규모는 20억 원 정도에 불과했지만 2000년 70억, 2002년 240억, 2004년에는 1000억 원을 돌파할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해 왔다. 대상은 2004년에 67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2005년에는 800억 원이 목표라고 한다.

이렇게 대상이 클로렐라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게 된 이유는 국내 최초로 개발한 클로렐라 배양법 외에 원료에서부터 완제품까지 자체 생산체제를 갖춰 원가를 대폭 낮췄기 때문이다. 더욱이 연간 1,000톤 규모의 클로렐라 생산이 가능한 군산공장은 세계 최대의 생산능력을 자랑한다.

마지막으로 건설사업이다. 하지만 대상은 전체 매출액 중 30%를 차지하는 건설사업부문에서 철수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건설사업부문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아크로비스타 분양사업이 2004년 6월 완전히 종결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상은 2,900억 상당의 유입되는 분양잔금은 우선적으로 차입금 상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2004년 3분기 기준으로 대상의 차입금 수준은 5,780억 수준인데 이는 2003년의 6,580억 대비 약 800억 원이 감소한 수준이다. 하지만 분양잔금이 유입되면서 2004년 차입금은 4,500억으로 추가적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아크로비스타 분양으로 인해 많은 돈이 유입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아크로비스타는 숱한 우여곡절을 겪게 했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옛 삼풍터에 지어지는 아크로비스타는 처음 삼성중공업에서 대림산업으로 시공사가 변경되기도 하고 오랜 기간 무수익 자산으로 남아있으면서 대상이 유동성 위기 소문까지 돌게 만들 정도로 애물단지였다. 그래서 아크로비스타의 분양완료는 대상 구조조정의 화룡점정으로도 볼 수 있다.

건설사업부문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이제 발효식품사업, 전분당사업, 종합식품사업의 기존 주력사업군을 바탕으로 향후 성장동력원으로서 건강사업을 추가함에 따라 대상은 사실상 음식료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게 될 전망이다. 전체 매출액의 30%를 차지했던 건설사업부문이 빠짐에 따라 일시적인 매출액 감소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6년 동안의 기나긴 구조조정으로 체질을 가볍게 한 대상의 사업기반과 영업력을 고려해 볼 때 우려스러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폭발적인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클로렐라 시장을 선점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대상의 투자리스크는 이런 구조조정의 성과와 앞으로의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정도 주가에 반영되어 있다는 점이다. 최근 대상의 시가총액은 2300억원에 육박한다. 7개월만에 100%이상 주가가 급등한 것이다. 대상 주가 급등의 이면에는 원화 강세에 따른 비용절감효과 분양사업 완료로 인한 현금흐름 개선 효과 국제곡물가격 하락 등 다양한 우호적 요인들이 배경이 되었다. 자회사인 대상농장이 복제돼지 프로젝트에 어느 정도 관여된 것도 급등의 한 원인으로 보인다.

대상20,550원, 0원, 0%의 주당 배당금 100원은 현재 배당수익률 기준으로 2%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관계사인 UTC 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동서산업을 인수한 것도 사업 다각화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못버린 것이 아닌지에 대한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동서산업은 건설경기의 침체로 2004년 이익이 급감한바 있다. 더구나 최근 동서산업과 함께 진로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앞으로의 행보를 좀 더 눈여겨 필요를 느끼게 한다.

대상의 순자산은 5363억원으로 아직도 PBR기준에서 보면 0.5미만으로 싼 편이다. 대상이 구조조정 성공을 통해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종합식품회사로 거듭나게 된다면 ROE개선과 배당금 상승도 가능할 것이다. 앞으로 과연 대상이 턴어라운드에 최종적으로 성공할 것인지 지켜보자.

김민국 kim@viptooza.com
양동선 sebian523@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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