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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대부 '장기 히트레이스'가 관건

요술 여의봉으로 아이들을 사로잡다

혹시 20년 전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던 끈끈이를 기억하는가? 각종 동물 모양으로 유리창에 던지면 끈기가 조금씩 떨어지면서 마치 움직이듯이 내려오는 제품이었다. 당시 저렴한 가격에 움직임이 워낙 신기해 초등학생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제품을 만들었던 사람이 바로 손오공의 최신규 사장(당시 서울화학 대표)이다. 끈끈이는 그의 첫 대박 작품이었다.

톰 행크스 주연의 이란 영화를 보면 졸타 기계를 통해 갑자기 어른이 된 주인공이 장난감 회사에 취직해 아이의 눈으로 제품을 만들어 연타석 홈런을 치는 내용이 나온다. 최신규 사장은 비록 어린 아이는 아니지만 눈높이를 낮추고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한 우물을 판 결과 연이은 히트작을 만들어 손오공이란 다소 장난스러운 이름의 장난감 회사를 코스닥 상장까지 시키기에 이르렀다.

장난감 회사 하면 영세한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컴퓨터 게임을 비롯해 워낙 아이들을 유혹하는 오락 거리가 많아 장난감의 인기가 우리 때만 한 거 같지도 않다. 하지만 손오공의 외형을 보면 누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지 업종에 대한 선입견은 중요치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히트상품에 좌우되는 완구업의 특성상 부침이 있긴 하지만 최근 3년간 손오공의 매출액은 580~610억원 사이를 오갔다. 대부분의 장난감 회사들이 매출액 200억원을 넘지 못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브랜드 뿐 아니라 외형도 압도적인 1등이라 할 수 있다.

영업이익률도 15~20% 정도로 단순 가공을 하는 장난감 회사와는 차별성을 보인다. 30년 이상 쌓아온 업력도 만만치 않다. 장난감은 단순해 보여도 고도의 금형과 플라스틱 사출 기술이 요구된다. 변신 로봇을 가지고 놀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불량이 있으면 아귀가 맞지 않아 만족도가 크게 떨어진다. 노하우 뿐 아니라 눈에 보이는 무형가치도 높다. 특허권, 의장권, 상표권 등 산업재산권만 373건 그리고 30편 이상의 애니메이션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할인점, 백화점 뿐 아니라 시골 문방구까지 구석구석 제품을 깔아놓을 수 있는 촘촘한 유통망도 강점이다.


◇ 전통 놀이를 부활시키다

보통 완구 업체들이 이미 나와 있는 애니메이션이 히트를 치면 라이센스를 받아 장난감을 만드는 데 반해 손오공은 아예 기획 단계부터 들어가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함께 캐릭터를 창조해내고 유행시킨 뒤 장난감 판매로 연결시키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제작 시 투자까지 집행해 판권과 라이센스까지 획득하므로 손오공의 핵심 전략은 하나의 컨텐츠를 여러 가지 매출로 연결시키는 원 소스 멀티 유스라 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일본 디라이츠, 일본 완구 업체인 다카라, SBS, 투니버스 등과 제휴 관계로 일을 진행하므로 위험이 분산된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손오공의 매출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여전히 완구, 그 중에서도 남자 어린이용 완구다. 2001년 전까지만 해도 대표적인 제품이 골드런, 다간 등 변신 로봇이었다. 로봇 완구는 매출에 한계가 있다. 애니메이션의 이미지를 따 오는 것이므로 제품 수명이 짧고 혼자 가지고 노는 특성 탓에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금방 싫증을 느끼게 된다. 경쟁 제품이 많은 것도 단점이다.

이런 한계를 넘어서 손오공의 매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 준 제품이 있었으니 바로 2001년에 출시된 탑블레이드다. 탑블레이드는 쉽게 얘기하면 로봇이 아니라 팽이다. 회초리 대신 줄을 잡아 당기면 돌아가고 칼날이 달려 있어 대전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기존 팽이와의 차이점일 뿐 원리는 같다. 전통 놀이인 팽이를 부활시켜 멋진 디자인과 애니메이션이라는 스토리를 덧씌우자 대박으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탑블레이드 누적 판매량은 1,500만대로 누적 매출만 700억원에 가깝다. 라이센스, 판권, 컴퓨터 게임 관련 매출까지 합치면 1,000억원에 육박한다.

<탑블레이드와 배틀비드맨>


탑블레이드가 로봇과 매출 면에서 확연히 차이가 나는 이유는 쉽게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그것도 서로 경쟁을 할 수 있는 재미를 부여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아이들 특유의 커뮤니티 효과라는 게 있어서 여러 명이 가지고 있으면 놀이에 참여하기 위해 탑블레이드를 구매해야 하므로 매출이 매출을 불러오는 선순환 구조가 발생한다. 다양한 제품을 출시해 선택의 폭을 넓힌 점도 주효했다.

같은 맥락에서 다음 손오공의 매출을 이끌고 갈 주자는 2년 여의 기획으로 탄생한 구슬대전 배틀비드맨이다. 탑블레이드가 팽이를 모델로 했다면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배틀비드맨 역시 전통 놀이인 구슬치기를 모델로 삼았다. 배틀비드맨은 KBS에서 2004년 8월부터 방영되기 시작했는데 아이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작년에 발생한 배틀비드맨 완구 매출만 150억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되며 올해 매출 상승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손오공에서 기대하는 금년 매출액은 200억 규모다. 탑블레이드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구슬치기 역시 친구들과 함께 하는 장난감이므로 기대치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 손오공은 제기차기를 모델로 차기작을 준비중이다.


◇ 종합 엔터테인먼트 노린다

아이들에게 많은 디지털 놀이거리가 생기면서 장난감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건 투자자만 아는 사실이 아니라 손오공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손오공은 완구를 넘어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간다는 비전을 세웠다. 그 첫 단추가 바로 기존 오프라인 유통망을 바탕으로 2001년부터 시작한 게임 유통 부문이다.

게임 유통 쪽에서 손오공이 두각을 나타냈던 사건이 스타크래프트 제작사로 잘 알려진 블리자드로부터 워크래프트3 국내 유통권을 따낸 것이다. 당시 워크래프트3는 대박 아이템으로 알려져 있어 모든 유통업체들이 군침을 흘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운으로 보였던 일이 결국 재앙이 되었다. 워크래프트3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손오공이 수입량의 40%를 재고로 떠안았다.

인생만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행운에서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졌던 일이 다시 행운이 되었다. 재고 분을 불법 유통 시키지 않았던 손오공의 행동에 신뢰를 갖게 된 블리자드가 자사 최초의 온라인 게임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의 국내 PC방 유통권을 손오공에게 안겨줬다. 손오공이 PC방 유통 경험이 전무했던 점을 생각하면 당시 이 사건은 업계에서 파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WOW는 약관과 가격 책정 문제로 유료화 과정에서 잠시 진통을 겪긴 했지만 워낙 게임의 질이 높아 다행히 온라인 게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손오공은 WOW를 통한 PC방 매출액의 25%를 수수료로 받는데 1월에만 24.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회사에서 제시한 예상치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WOW의 인기가 지속된다는 가정을 하고 온라인게임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PC방 보다는 개인계정의 비중이 커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약 200억원의 매출이 기대된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 지속성 갖추는 게 관건

손오공에 대해 시장의 의견이 엇갈리는 이유는 흥행 사업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즉 한 군데서 히트를 쳐주면 관련 사업이 다 흥하지만 반대로 망하면 실적이 다 꺾여버린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신해철이 주제가를 불러 유명해지기도 했던 영혼기병 라젠카가 쫄딱 망해 손오공은 5년간 160억원의 금전적 손실을 입었다.

제품의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다는 것도 손오공이 베스트스톡으로 가는 걸림돌이다. 초대형 히트작 탑블레이드도 2001년, 2002년에는 166억, 292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2003년부터 추세가 꺾이기 시작해 작년에는 84억 정도로 하락했다. 한때 손오공을 먹여 살렸던 변신 로봇 다간은 작년 매출액이 2억 수준에 불과하다. 요약하자면 히트작이 계속 나오지 않으면 전년도의 실적 정도를 만족시키는 것도 힘들어지는 사업 구조상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올해 WOW PC방 대행 매출과 배틀비드맨 매출이 추가되어 밸류에이션이 싸진다 하더라도 지속성이 있는 아이템들을 기본 바탕에 깔지 못한다면 그때 잠깐 좋은 주식이 될 뿐이다. 손오공이 밸류에이션을 높게 받는 베스트스톡으로 가기 위해서는 디즈니처럼 생명력이 긴 캐릭터를 보유해서 지속성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손오공이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줄여 한국의 디즈니가 되길 기대한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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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 지우개
    아 ...탑블레이드가 아직도 판매가 되는군요
    우리애들도 (현재 중1(남자) 초5(여자)) 아들이 한때 탑블레이드 유행이어서 몇개나 사준적이
    잇죠 근데 아직도 판매가 되는군요
    작년인가 제작년부터 탑블레이드 안하는거 같더군요 그냥 책상 서랍속에 뒹굴던데요
    아직도 판매가 유지되고잇다니 새삼스럽네요
    제가 알기론 애니메이션기획까지 같이 한걸로 아는데요 탑블레이드
    손오공 사장님은 인간시대인가 한번 나온거 같던데(기억이 정확하지 않음)
    회사이름도 그렇고 완구회사 이름으로는 제격이라 생각됩니다
    아 손오공이라는 회사가 코스닥에 등록이 되엇구나 정도로 생각햇는데
    관심을 가져 봐야 겟군요 그리고 끈끈이가 손오공의 최신규사장 작품이엇군요
    끈끈이도 한때를 풍미햇죠 신기하기도 햇고
    2005.03/12 00:09 답글쓰기
  • 지우개
    2005.03/12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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