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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샤'돌풍 '지속된다 vs 거품이다'
초저가 화장품 ‘미샤’로 돌풍을 일으킨 에이블씨앤씨가 드디어 주식시장에 데뷔했다. 에이블씨앤씨는 공모가(2만원)보다 100%가까이 오른 50,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회사의 공모주 청약에 무려 각각 1조3051억원이 몰려 722.7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화제를 불러 일으킨 바 있다.
미샤 화장품 한 개의 가격은 고작 3천300원에서 9천800원 사이로 만원을 넘기지 않는다. 화장품 하나에 수 십만원을 호가하는 제품도 거부감이 없을 정도로,‘비싼 화장품’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에게 미샤의 등장은 충격 그 자체였다. 미샤를 만드는 서영필 에이블씨엔씨 사장은 오히려 과거 화장품 가격이 거품 덩어리였다고 일갈한다. 그는 내용물보다 제조원가가 비싼 병 등 부재료 값과 복잡한 유통구조에서 오는 과다한 유통마진, 마케팅비가 거품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에이블씨엔씨의 돌풍이 일시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싸다’는 것이 경쟁력인 회사치고 오랫동안 살아남는 회사를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가격 외에 특별한 경쟁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경쟁자들이 계속해서 들어오면 에이블씨엔씨의 매출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수익성 또한 악화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늘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에이블씨엔씨의 성장세가 계속될 것인지, 과연 주식으로서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인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토론 속으로 들어가보자.
▷ 지킬 : 요즘, 코스닥 시장에서는 에이블씨엔씨가 단연 화제라네. 이 회사의 공모주 청약에만 1조 3천억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네. 공모가가 2만원 수준으로 싸게 책정된 측면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초저가 화장품 미샤가 몰고온 혁명적인 변화가 소비자이자 투자자인 아줌마들에게 어필한 게 아닌가 싶네. 피터 린치는 생활속에서 발견하는 투자가 수익률이 높다고 이야기 하지 않았나. 난 에이블씨엔씨에 거는 기대가 크네.
▶ 하이드 : 과연 그럴까? 난 에이블씨엔씨가 과대평가됐다고 생각하네. 과연 초저가 화장품을 표방한 에이블씨엔씨가 얼마나 오랜 기간동안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네. 물론 미샤가 초저가 시장을 개척하고, 시장을 선점했다는 것은 나도 인정하네. 하지만 미샤가 갖고 있는 진입장벽이 얼마나 단단하단 말인가?
벌써 더페이스샵을 비롯한 비슷한 컨셉의 화장품들이 속속 초저가 화장품 시장에 들어오고 있지 않나. 더페이스샵의 경우 2003년 12월에 처음으로 오프라인 점포를 만들었네. 온라인 판매로 시작했던 미샤는 2002년 3월에 이화여대 앞에 처음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냈네. 더페이스샵의 출발이 1년 이상 늦었지만 2005년 1월 현재 미샤와 더페이스샵의 국내 점포 수는 각각 250개, 230개로 그리 큰 차이가 없다네. 2004년 기준으로 더페이스샵의 매출 또한 900억원으로 11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미샤를 턱 밑까지 쫓아왔네.
이것 뿐인 줄 아나. 미샤나 더페이스샵의 등장에 당황하고 있는 태평양이나 LG생활건강, 소망화장품 등 기존 화장품 회사들 또한 비슷한 컨셉의 유통망에 진출하거나 가격대를 낮춘 제품들을 속속들이 출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네. 난 미샤의 돌풍은 정말 일시적이라고 보네.
▷ 지킬 : 자네는 미샤의 경쟁력이 가격뿐이라고 생각하는군. 그리고 경쟁자들이 등장하는 것을 안 좋은 쪽으로만 보는군. 나는 자네 생각이 지나치게 단편적이라고 보네. 자네가 이야기한 더페이스샵이 들어와서 미샤의 매출이 줄어들었나? 미샤의 2004년 매출은 2003년도에 비해 무려 10배 가까이 늘어났네. 자네 말대로 경쟁자들이 늘어나서 시장 파이를 뺐긴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미샤 매출이 그렇게 늘어날 수 있겠나? 경쟁자들의 시장 합류는 오히려 초저가 화장품 시장 규모를 늘리고, 소비자들로 하여금 초저가 화장품에 대한 오해를 버리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보네.
그리고 미샤는 초저가 화장품 중 가장 먼저 공모를 통해 164억원에 달하는 외부자금 조달에 성공했네. 그 이전에도 AIG 등 유수의 투자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한바 있네. 최소한 실탄 확보 측면에서는 이 시장에 진출하려는 새로운 경쟁자들보다는 훨씬 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셈이지.
▶ 하이드 : 지킬, 자네는 에이블씨엔씨의 현재 주가가 충분한 안전마진이 있다고 생각하나 보지. 난 절대로 그렇게 보지 않네. 2004년 3분기까지, 에이블씨엔씨의 재무제표를 살펴보세나. 에이블씨엔씨의 순자산은 167억원밖에 되지 않네. 여기에 공모자금이 합쳐지고, 4분기 이익이 합쳐지더라도 현재 순자산은 400억을 넘지 않네. 그런데 현재 시가총액은 1500억 정도야. 더구나 순자산 400억 중 순수하게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은 200억도 채 되지 않네.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시장에 있고, 창립한지 몇 년 되지도 않은 신생 기업을 순자산의 4배 가까이 되는 돈을 주고 사는 걸 날 이해할 수가 없네.
▷ 지킬 : 자네는 미샤의 잠재력을 간과하고 있네. 물론 자네 말대로 자산가치 측면에서는 현재 주가가 약간 비싸보이는 것도 사실이네. 하지만 현재까지의 미샤의 성장세와 앞으로의 가능성을 감안한다면 지금의 주가는 결코 비싸지 않다고 생각하네. 에이블씨엔씨에서는 새로운 한방 화장품 미사(美思)를 내놓았고, 웰빙 컨셉을 강조한 코스메틱넷이라는 브랜드를 출범시키는 등 추가적인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춰가고 있네.
또한 에이블씨엔씨는 해외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인 편이네. 2004년 8월, 미국에 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9월에 시드니 매장, 10월에 싱가폴 매장, 12월에 홍콩, 몽골매장을 오픈했네. 화장품 시장에 거품이 있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실이 아니라네. 그래서 국내 초저가 화장품 시장을 선점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난 이 전략이 옳다고 생각하고, 큰 기대를 걸고 있네.
▶ 하이드 : 내 생각은 그렇지 않네. 자네가 이야기한 새로운 제품 출시와 해외시장 진출은 모두 다른 화장품 회사가 이미 시도를 했거나 현재도 시도하고 있는 성장 전략이라네.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다는 이야기지. 기본적으로 한방 화장품과 웰빙 컨셉 제품의 경우 초저가 화장품 시장과는 그 수요층이 완전히 다르다고 보네. 한방 화장품과 웰빙 컨셉 제품은 소비자들의 인식속에서 고가의 고급 제품군으로 인식되어 있네. 그만큼 제품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지.
과연 에이블씨엔씨가 현재의 연구 인력으로 그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에이블씨엔씨의현재 연구 인력은 7명밖에 되지 않네. 이에 비해 태평양의 연구 인력의 숫자는 265명이네. 물론 그 연구 인력들이 일당백의 능력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비정상적인 기대라고 생각하네. 연구에 있어서는 기존에 갖고 있는 노하우와 인프라, 개발비 등이 중요한 요인인데 객관적인 전력측면에서 똑같이 경쟁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네. 현재 미샤가 위치하고 있는 초저가 시장은 기획력과 마케팅으로도 승부할 수 있었지만, 새롭게 진출하려는 시장은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네.
▷ 지킬 : 난 에이블씨엔씨가 그동안 너무나 당연시 되어왔던 화장품의 가격 거품을 제거하고 소비자의 값싸고 질좋은 상품을 구매할 권리를 찾아줬다는 것만 해도 사회적으로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네. 앞으로 다소 치열한 경쟁에 노출될 수도 있겠지만, 시장을 선점하고 있고, 여전히 고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보네. 결국 사업은 사람이 하는 것인데, 현재까지 에이블씨엔씨와 서영필 사장이 걸어온 선구자적인 안목에 과감히 베팅하고 싶네.
▶ 하이드 :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고 할지라도 가격이 맞지 않으면 투자할만한 매력이 없다네. 난 에이블씨엔씨의 현재 가격에는 미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하네. 시장은 계속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판촉비와 광고비는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네. 이미 더페이스샵은 권상우를 내세웠고, 미샤는 원빈을 내세우는 등 초저가 화장품에 어울리지 않는 빅모델 전쟁이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새로운 경쟁자들과의 전쟁은 마케팅비 증가로 이어져서 중간 유통과 마진과 광고비 거품을 빼서 그 혜택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겠다는 에이블씨엔씨의 초심마저 흔들어버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네. 나는 에이블씨엔씨가 완전히 성장궤도에 오르는 것이 증명되고, 가격도 충분히 안전마진을 고려할 수 있을 정도로 빠졌을 때만 투자를 고려할 수 있네.
김민국 / kim@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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