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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장일수록 핵심으로 돌아가자
상승장일수록 핵심으로 돌아가자
불과 몇 개월 만에 참 많이 바뀌었다. 부동산이 아니라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고 얘기하면 오히려 부동산 불패를 얘기하며 나를 설득하려던 사람들이 주식과 적립식 펀드에 대해서 물어온다. 지독한 내수 침체로 주가지수 700선이 무너질 거라던 사람들이 난데없이 1000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배당 투자가 가치투자가 맞느냐고 따지던 사람들이 몇몇 성과가 좋은 고배당 펀드에 가입하고 있다. 신랑 후보감에서 저 아래 위치를 차지하던 펀드매니저 등 증권업 종사자들의 순위가 슬그머니 올라고 있다. 최근 여성 아나운서들이 연달아 증권업 종사자들과 웨딩 마치를 올렸다. 부동산 중심이었던 이야기의 화제가 주식으로 조금씩 돌아가고 있다. 이번 설과 작년 설에 주식 얘기의 비중을 비교해보면 차이가 많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10년 동안 이런 현상들을 주기적으로 경험하다 보니 데자뷰가 연출되면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경계 경보기가 작동하곤 한다. “사람들이 주식에 지나치게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도 모르게 가치평가에 관대해 지는 것은 아닌가?”, “펀더멘틀보다 유동성에 기대고 있지는 않은가?”하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아이투자를 보면 가치투자자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즉 주변 현상을 목격하고 과거 경험에 비추어 경계를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판단하고자 하는 것이다.
위험과 수익 사이에서 끊임없이 번민해야 하는 투자자에게 경계는 아무리 해도 지나침이 없다. 특히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찾아오는 불안감은 절대 경계해야 한다. 주식이 없는 건 위험이 아니라 단지 현금 유출을 수반하지 않는 기회비용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 현상을 보고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경계를 하는 행동은 두 가지 면에서 조심해야 한다.
첫 번째는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는 전제하에 행하는 장세 예측이라는 점이다. 차트가 되었건 주변 환경이 되었건 초점이 기업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가치투자와는 거리가 생긴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피터 린치는 파티장에서 주식 얘기가 많아지면 팔아야 할 때라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그가 파티장에 간 횟수보다 기업탐방을 간 횟수가 더 많았던 사람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같은 현상을 목격했다고 주식을 다 파는 건 피터 린치를 어설프게 흉내 내는 것에 불과하다. 투자에 대한 농담과 투자를 위한 근거는 분명 구별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주가지수는 1000 완전 정복에 성공해본 적이 없다. 항상 고비를 못 넘기고 주저 앉았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속된 말로 그때그때 달랐다. 1994년의 1000과 1999년의 1000일 때를 보면 종합주가지수를 차지하는 종목들의 규모나 비중도 달랐고 환율, 금리를 비롯한 외부 환경들도 달랐다. 1000이라는 수치를 잣대로 자꾸 들이대니까 비슷해 보일 뿐이다. 반대로 ‘This time is different’란 네 단어를 자꾸 들먹이는 것도 옳지 않다. 이 역시 과거와의 연계성을 완전히 끊지 못한 데서 오는 성급한 결론일 수 있다. 즉 정면을 보지 않고 백미러를 자꾸 보면 사고 날 확률이 높아진다.
결국 상승장에서 나타나는 장세 예측에 대한 욕망과 막연한 기대감 내지 막연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핵심에 더 집중하는 것만이 유일한 답이다. 어지럽고 혼란스러울수록 핵심에 집중하면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명확히 보인다.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 모르면 시장이라는 거대한 바다에 휩쓸려 들어가고 만다.
현재 가지고 있는 종목이라면 여전히 저평가 상태인지, 내가 현금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 종목을 새로 살 용의가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지 질문을 던져보자. 종목 보유에 ‘가치가 가격에 비해 싸다’는 관점이 아니라 ‘주가가 오를 것 같아서’란 이유가 묻어 있다면 과감히 정리하자. 그 기대감이 맞을 수도 있겠지만 결정적 순간에, 특히 상승장에서 당신을 삼키는 괴물로 둔갑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기대감을 극복하는데 ‘주식이 아니라 기업을 통째로 산다는 생각으로 투자하라’는 버핏의 방법이 유용하게 쓰인다. 시가총액 1000억짜리 회사가 있다면 나에게 1000억을 현금으로 주더라도 저 회사를 정말 사고 싶은지 자문해 보는 식이다.
여기에 더해 새로운 종목을 끊임없이 찾아보자. 냇가에서 가재를 잡기 위해서는 돌을 계속 들추어봐야 한다. 나 잡아 먹어봐라 하면서 떼로 모여 있는 가재는 없다. 고 정주영 회장이 직원들에게 곧잘 쏘아 부쳤던 얘기가 “해보기나 했어?”라는 말이었다고 한다. 가치투자자도 “이제 더 이상 살 종목이 없어”라는 말을 할 정도가 되려면 돌 1000개 정도는 들춰봐야 부끄러움이 없을 것이다.
가치(Value)의 속성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력하는 자에게만 그 모습을 드러내며 그것이 외부로 발현되는 데는 엄청난 인내를 요구한다. 만약 잘 보이지 않는데다가 본업이 투자가 아니라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된다면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서로 협력하자. 기업에 대한 연구를 같이 진행하고 의견을 교류한다면 혼자서 끙끙대는 것보다 더 눈을 틔워줄 것이다. 대신 의견 교환을 할 때 자신의 의견을 합리화 해주고 동조해 줄 사람을 찾으면 자신들의 의견에 취해 공멸할 수 있다. 내가 보지 못하는 부분, 특히 리스크 부분을 잘 찾아주는 파트너가 투자 성공 확률을 높인다.
상승장일수록, 주가가 오르는 종목이 많이 보일수록 장세를 예측하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거나 이를 바탕으로 투자하고픈 욕망은 끊임없이 당신을 유혹할 것이다. 이를 극복하고 핵심으로 돌아갈 교훈을 얻기 위해 타임머신을 타고 5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밀레니엄을 맞은 2000년 1월 4일, 종합주가지수가 1,059를 기록했다. 우리나라가 IMF 금융 위기를 맞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라 감격은 더했다. 주변 환경은 우호적이었다. IT에 대한 꿈은 아직 진행형이었고 금리는 낮아졌고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는 뮤추얼 펀드에 시중 자금이 계속 들어왔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고 알다시피 지수는 계속 하락세를 거듭했다.
하지만 여기서 아쉬움은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기록하지 못하고 주저 앉았다는 것이 아니라 지수가 1,000이었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낮은 가격에 거래되던 저평가주들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장세 예측에 기반해 투자한 사람 중 들어 맞았던 사람은 기존 종목을 좋은 값에 팔 수는 있었겠지만 저평가된 종목을 사들일 기회는 잡지 못했을 것이다. 핵심은 지수나 장세 예측이 아니라 종목이었단 얘기다. 2000년 1월 4일의 몇몇 종목의 주가를 보면서 현재에 또 다시 아쉬움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2000년 1월 4일의 개별 종목 주가
(단위 : 원)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불과 몇 개월 만에 참 많이 바뀌었다. 부동산이 아니라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고 얘기하면 오히려 부동산 불패를 얘기하며 나를 설득하려던 사람들이 주식과 적립식 펀드에 대해서 물어온다. 지독한 내수 침체로 주가지수 700선이 무너질 거라던 사람들이 난데없이 1000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배당 투자가 가치투자가 맞느냐고 따지던 사람들이 몇몇 성과가 좋은 고배당 펀드에 가입하고 있다. 신랑 후보감에서 저 아래 위치를 차지하던 펀드매니저 등 증권업 종사자들의 순위가 슬그머니 올라고 있다. 최근 여성 아나운서들이 연달아 증권업 종사자들과 웨딩 마치를 올렸다. 부동산 중심이었던 이야기의 화제가 주식으로 조금씩 돌아가고 있다. 이번 설과 작년 설에 주식 얘기의 비중을 비교해보면 차이가 많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10년 동안 이런 현상들을 주기적으로 경험하다 보니 데자뷰가 연출되면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경계 경보기가 작동하곤 한다. “사람들이 주식에 지나치게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도 모르게 가치평가에 관대해 지는 것은 아닌가?”, “펀더멘틀보다 유동성에 기대고 있지는 않은가?”하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아이투자를 보면 가치투자자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즉 주변 현상을 목격하고 과거 경험에 비추어 경계를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판단하고자 하는 것이다.
위험과 수익 사이에서 끊임없이 번민해야 하는 투자자에게 경계는 아무리 해도 지나침이 없다. 특히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찾아오는 불안감은 절대 경계해야 한다. 주식이 없는 건 위험이 아니라 단지 현금 유출을 수반하지 않는 기회비용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 현상을 보고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경계를 하는 행동은 두 가지 면에서 조심해야 한다.
첫 번째는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는 전제하에 행하는 장세 예측이라는 점이다. 차트가 되었건 주변 환경이 되었건 초점이 기업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가치투자와는 거리가 생긴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피터 린치는 파티장에서 주식 얘기가 많아지면 팔아야 할 때라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그가 파티장에 간 횟수보다 기업탐방을 간 횟수가 더 많았던 사람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같은 현상을 목격했다고 주식을 다 파는 건 피터 린치를 어설프게 흉내 내는 것에 불과하다. 투자에 대한 농담과 투자를 위한 근거는 분명 구별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주가지수는 1000 완전 정복에 성공해본 적이 없다. 항상 고비를 못 넘기고 주저 앉았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속된 말로 그때그때 달랐다. 1994년의 1000과 1999년의 1000일 때를 보면 종합주가지수를 차지하는 종목들의 규모나 비중도 달랐고 환율, 금리를 비롯한 외부 환경들도 달랐다. 1000이라는 수치를 잣대로 자꾸 들이대니까 비슷해 보일 뿐이다. 반대로 ‘This time is different’란 네 단어를 자꾸 들먹이는 것도 옳지 않다. 이 역시 과거와의 연계성을 완전히 끊지 못한 데서 오는 성급한 결론일 수 있다. 즉 정면을 보지 않고 백미러를 자꾸 보면 사고 날 확률이 높아진다.
결국 상승장에서 나타나는 장세 예측에 대한 욕망과 막연한 기대감 내지 막연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핵심에 더 집중하는 것만이 유일한 답이다. 어지럽고 혼란스러울수록 핵심에 집중하면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명확히 보인다.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 모르면 시장이라는 거대한 바다에 휩쓸려 들어가고 만다.
현재 가지고 있는 종목이라면 여전히 저평가 상태인지, 내가 현금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 종목을 새로 살 용의가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지 질문을 던져보자. 종목 보유에 ‘가치가 가격에 비해 싸다’는 관점이 아니라 ‘주가가 오를 것 같아서’란 이유가 묻어 있다면 과감히 정리하자. 그 기대감이 맞을 수도 있겠지만 결정적 순간에, 특히 상승장에서 당신을 삼키는 괴물로 둔갑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기대감을 극복하는데 ‘주식이 아니라 기업을 통째로 산다는 생각으로 투자하라’는 버핏의 방법이 유용하게 쓰인다. 시가총액 1000억짜리 회사가 있다면 나에게 1000억을 현금으로 주더라도 저 회사를 정말 사고 싶은지 자문해 보는 식이다.
여기에 더해 새로운 종목을 끊임없이 찾아보자. 냇가에서 가재를 잡기 위해서는 돌을 계속 들추어봐야 한다. 나 잡아 먹어봐라 하면서 떼로 모여 있는 가재는 없다. 고 정주영 회장이 직원들에게 곧잘 쏘아 부쳤던 얘기가 “해보기나 했어?”라는 말이었다고 한다. 가치투자자도 “이제 더 이상 살 종목이 없어”라는 말을 할 정도가 되려면 돌 1000개 정도는 들춰봐야 부끄러움이 없을 것이다.
가치(Value)의 속성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력하는 자에게만 그 모습을 드러내며 그것이 외부로 발현되는 데는 엄청난 인내를 요구한다. 만약 잘 보이지 않는데다가 본업이 투자가 아니라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된다면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서로 협력하자. 기업에 대한 연구를 같이 진행하고 의견을 교류한다면 혼자서 끙끙대는 것보다 더 눈을 틔워줄 것이다. 대신 의견 교환을 할 때 자신의 의견을 합리화 해주고 동조해 줄 사람을 찾으면 자신들의 의견에 취해 공멸할 수 있다. 내가 보지 못하는 부분, 특히 리스크 부분을 잘 찾아주는 파트너가 투자 성공 확률을 높인다.
상승장일수록, 주가가 오르는 종목이 많이 보일수록 장세를 예측하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거나 이를 바탕으로 투자하고픈 욕망은 끊임없이 당신을 유혹할 것이다. 이를 극복하고 핵심으로 돌아갈 교훈을 얻기 위해 타임머신을 타고 5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밀레니엄을 맞은 2000년 1월 4일, 종합주가지수가 1,059를 기록했다. 우리나라가 IMF 금융 위기를 맞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라 감격은 더했다. 주변 환경은 우호적이었다. IT에 대한 꿈은 아직 진행형이었고 금리는 낮아졌고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는 뮤추얼 펀드에 시중 자금이 계속 들어왔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고 알다시피 지수는 계속 하락세를 거듭했다.
하지만 여기서 아쉬움은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기록하지 못하고 주저 앉았다는 것이 아니라 지수가 1,000이었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낮은 가격에 거래되던 저평가주들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장세 예측에 기반해 투자한 사람 중 들어 맞았던 사람은 기존 종목을 좋은 값에 팔 수는 있었겠지만 저평가된 종목을 사들일 기회는 잡지 못했을 것이다. 핵심은 지수나 장세 예측이 아니라 종목이었단 얘기다. 2000년 1월 4일의 몇몇 종목의 주가를 보면서 현재에 또 다시 아쉬움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2000년 1월 4일의 개별 종목 주가
종목명 |
당시 주가 |
종목명 |
당시 주가 |
롯데칠성 |
65,500 |
동서 |
1,980 |
태평양 |
19,650 |
오리온 |
35,200 |
현대모비스 |
6,610 |
농심 |
42,200 |
신세계 |
56,000 |
코리안리 |
1,445 |
유한양행 |
31,900 |
퍼시스 |
4,900 |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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