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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지를 만들어 드립니다

군대를 가기 전까지만 해도 봉지는 단지 식품을 싸는 용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뽀글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봉지면의 매력에 빠진 후부터 봉지가 용기로서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개념이 추가되었다. 질기고 튼튼해서 물을 부어도 새지 않는 봉지, 이것이 이상적인 봉지의 모습이다.

봉지 하면 웬지 영세한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했던가. 봉지도 큰 매출처를 꽉 잡고 많이 만들면 큰 돈이 된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대표적인 봉지 제조업체의 시가총액이 각각 2300억원, 3500억원일 정도다. 바로 농심과 동서식품에 각기 봉지를 납품하는 율촌화학과 동서다.

이 두 회사는 직접적인 경쟁 관계는 없다. 하지만 국내에서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관계 회사에 안정적으로 납품을 하는 포장재 업체라는 점에서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다. 분야는 다르지만 봉지에 투자하려는 투자자에게는 심리적 경쟁 관계에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제 더비매치를 통해 율촌화학과 동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짚어보고 각각의 경쟁력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자.


◇ 율촌화학, 라면은 내가 지킨다

율촌화학21,300원, 0원, 0%의 사업 부문은 크게 연포장, 필름, 골판지의 세 부문으로 이뤄져 있다. 필름이 연포장의 재료라는 점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봉지 매출 비율이 78%에 이른다. 박스로 사용되는 골판지까지 더하면 순수 포장재 회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율촌화학의 포장재 및 필름>


농심 관련 매출은 60% 수준이다. 즉 우리가 신라면이나 새우깡을 시장에서 접할 때 보는 박스와 봉지는 모두 율촌화학에서 납품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관계사인 농심 매출이 크다는 것은 양날의 칼이다. 국내 라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든든한 매출처를 확보하고 있어 매년 250~3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지만 반대로 매출처 다변화를 통한 성장 여력이 적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율촌화학의 매출액은 1920억, 1951억, 2012억, 2157억원으로 농심의 판매 수량 증가분 만큼밖에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다행인 점은 농심의 국내 지배력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미국 등 해외 현지 법인을 통해 물량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최근의 유가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을 농심이 매입 가격 인상을 통해 적극적으로 반영해주고 있다. 매입 가격이 인상되어 판매가가 오르더라도 농심이 워낙 탄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수요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 점도 특징이다. 이에 따라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영업이익률도 10% 수준에서 멈추거나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 동서, 커피는 나에게 맡겨라

동서18,560원, ▲30원, 0.16%의 사업부문은 크게 포장재, 수입유통, 수출대행의 세 부문으로 이뤄져 있다. 포장재의 매출 비중은 30%로 율촌화학 보다 낮으나 이는 수입유통 부문의 상품매출이 크기 때문으로 이익기여도로 따지면 포장재 부문의 비중이 45% 수준이다.

포장재는 분말용, 커피크리머용 등 소위 비닐 소재와 시리얼용 등 종이 소재로 나뉜다. 대부분은 자회사인 동서식품에 납품된다. 동서식품 또한 농심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인스턴트 커피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동서도 매우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율촌화학과의 차이점은 역시 수입유통 사업 부문이다. 필라델피아 크림 치즈, 오레오, A1 스테이크 소스, 립튼 아이스티 등이 주요 아이템인데 해외에서 유명한 브랜드를 들여와 틈새 시장을 노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 수입유통 사업이 매출을 크게 늘리는 효과는 있지만 동서의 영업이익률을 10% 선에서 머무르게 하는 원인이 된다.

<동서의 포장재 및 수입 유통 제품>



◇ 다른 길을 가는 지배구조

원래 율촌화학과 동서는 대표적인 부자아들형 기업이었다. 그러나 농심 그룹이 농심홀딩스를 중심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가면서 둘은 다른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즉 율촌화학은 농심 지분을 18.2% 가지고 있는 사실상의 지주회사 개념이었으나 이를 매각하면서 농심홀딩스의 자회사가 되어 농심과 수평적 관계가 되었다. 반면 동서는 여전히 동서식품의 지분을 42.39% 가지고 있는 모회사다.

이는 두 가지 차이점이 있음을 의미한다.

첫 번째는 자산의 형태다.

두 기업 모두 자회사 지분 가치가 높은 대표적인 자산주였으나 동서는 그 성격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반면 율촌화학은 농심을 팔면서 생긴 760억원의 특별이익을 차입금 상환 및 자사주 소각에 사용해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그러나 아직도 율촌화학에는 태경농산과 농심엔지니어링에 대한 대규모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농심도 1.5% 지분이 남아 있어 여전히 자회사 지분 가치는 인정된다.

두 번째는 기업가치의 초점이다.

과거에도 율촌화학의 농심 지분은 20%가 넘지 않아 지분법을 잡지 않았지만 율촌화학을 주시하던 가치투자자들은 농심의 증가하는 가치를 율촌화학의 이익에 반영하고 있었고 잠재적인 자산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자체적인 사업을 통한 영업이익 그리고 자회사로서의 배당 증가 기대가 주가를 결정하는 요소로 바뀌었다.

반면 동서는 여전히 동서식품에서 비롯되는 지분법평가이익이 기업가치의 중심에 서있다. 또한 동서식품의 배당성향이 높아 지분법평가이익의 대부분이 직접 현금유입분이라 동서는 결국 동서식품을 간접적으로 소유하는 개념이 여전히 유효하다.


◇ 포장재가 성장이 가능할까?

두 봉지 회사를 보다 보면 결국엔 농심과 동서식품이라는 매출처의 상황에 따라 성장이 좌우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흔히 하는 말로 봉지 회사들도 놀고 있는 건 아니다. 나름대로 포장재에서도 유망 분야를 찾아 성장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율촌화학의 성장 동력 아이템은 전분발포용기다. 지금까지 컵라면 용기는 PSP로 만들어졌는데 환경 문제가 계속 제기되면서 문제의 소지가 없는 용기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고 그 중심에 환경친화 제품인 전분발포용기가 있다. 아직 매출은 미미하나 농심에서 본격적으로 교체를 단행하면 400억 수준의 추가 매출이 발생할 수 있다.

동서의 성장 동력 아이템은 티백 포장이다. 현미 녹차 등 티백 형태의 제품이 편의성으로 인해 소비자의 높은 호응을 얻으면서 티백 또한 수요가 늘고 있는데 동서가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작년 10월까지 티백 포장 라인에 100억원을 투자했다. 동서식품이 태평양과 함께 다류 시장을 과점하고 있고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라 일회용 반복 소비 성격이 강한 티백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화려하진 않지만 내실 있는 기업이 바로 율촌화학과 동서다. 두 회사는 이제 부자아들형 기업이라는 공통점보다는 지배구조, 영업상의 차이점이 더 많아지면서 투자자의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어찌 보면 라면이냐 커피냐를 가지고 저울질 했던 많은 투자자들에게는 다양한 관점에서 선택의 폭이 다양해졌다는 점에서 행복한 일인지도 모른다. 라면 봉지나 커피믹스 봉지를 뜯으면서 한번쯤 두 회사를 마음 속으로 비교해보는 기회를 가져보시길.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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