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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에 생긴 빨리 파는 버릇

지금도 그리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2005년이면 벌써 주식 투자 경력 10년차로 접어 듭니다. 초보 투자자, 학생 투자자를 거쳐 현재는 아예 투자를 직업으로 삼고 있게 되었는데 예전과 지금의 차이랄까요...이런 걸 얘기하고 싶어져서 이 코너에 글쓰기 버튼을 눌렀습니다.

스스로 생각해보면 2000~2001년이 전성기였던 것 같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IT버블이 끝나고 장이 내리 꽂을 때였습니다. 바텀업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신나는 시기였죠. 그냥 좋은 주식들이 싼 값에 널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아이디어도 무지 많이 떠올랐습니다. 주위에 널린 아이디어들이 모두 투자로 이어졌을 정도였습니다.

2% 부족할 때가 팔리는 걸 보고 발견했던 롯데칠성, 현대그룹 왕자의 난으로 억울하게 주가가 액면가 근처였던 현대백화점, 전통주 우려로 주가가 지지부진하던 국순당, 회사가 바뀌고 있는데 불과 주가가 18000원의 고배당주 성격이 매우 강했던 태평양, 여성복의 강자였지만 투자자들이 뭐 하는 회사인줄도 잘 몰랐던 한섬, 분기 실적 한번 잘못 나왔다고 공모 후에 주가가 박살나던 유일전자, 말도 안 되는 가격에 거래되던 동서, 온미디어가 자회사로 있는지도 사람들이 몰랐던 오리온(당시 동양제과) 등 주옥 같은 종목들이 정말 말도 안되던 가격에 있었고 사거나 레포트를 내기만 하면 주가도 오해가 금방 풀려 가치가 빨리 반영되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이때 아주 안 좋은 버릇이 생겼습니다. 바로 빨리 파는 버릇입니다. 롯데칠성은 8만원에 사서 18만원에, 현대백화점은 6000원에 사서 13000원에, 국순당은 16000원에 사서 23000원에, 태평양은 18000원에 사서 30000원에, 한섬은 2700원에 사서 8000원에, 유일전자는 6000원에 사서 13000원에 팔았습니다. 이중 동서와 오리온은 예외적으로 상당히 오래 가지고 있었고 모두 4배 정도 올라 수익률도 컸습니다만, 다른 종목들은 지금 현재가격을 생각하면 매수 가격도 터무니 없지만 매도 가격 또한 터무니 없습니다. 한 마디로 지나치게 빨리 판 겁니다. 99년 IT주가 날아갈 때도 신세계 붙잡고 1년 동안 3배의 수익을 거두는 뚝심이 있었는데 오히려 머리가 핑핑 돌아가는 전성기 때 안 좋은 버릇과 다소의 자만심이 생긴 겁니다.

당시에는 이런 생각이 있었습니다. 저평가 된 종목은 많고, 아이디어는 넘치니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이 정도 수익률이면 만족해야지..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수익률을 떠나서 실수 내지 오판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아이디어가 넘치는 게 아니라 당시가 가치투자자들에게 호기회라고 할 정도로 싸고 좋은 주식이 넘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이런 종목이 있기 때문에 투자를 계속 하는 것이지만 당시에 비하면 새발에 피입니다. 시간이 지나고보니 버핏이 얘기한대로 환상적인 투자 아이디어는 매년 그리 많이 나오지 않더군요. 오히려 자산운용을 업으로 하게 된 지금.....단 하나의 환상적인 아이디어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릅니다. 그만큼 희소하다는 것이겠죠. 이게 예전이랑 지금이랑 달라진 점입니다. 그리고 그 차이를 이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이때 생긴 빨리 파는 버릇은 아직도 가끔 실수를 만듭니다. 내가 나무를 일찍 심었다는 이유로 열매를 한번만 거둬도 다음 열매를 맺기 보단 다른 나무를 심어보고 싶은 욕심이 드는 것과 같습니다. 사실은 그런 좋은 나무가 많지 않은데도 말이죠. 보유가 새로운 매수보다 좋을 때도 있다는 점이 젊은 혈기에 좀 가려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존 네프의 책을 읽어보니 위안은 되더군요. 이 양반은 목표가에 도달해 60~70% 수익만 나도 금방 팔아버리고 다른 종목을 찾아나섭니다. 이렇게 장기간에 걸쳐 놀라운 수익을 만들어 냈습니다. 버핏 책을 보면 항상 느끼는 압박감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진 느낌입니다. 버핏은 알면 알수록 참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초보 투자자 때는 버핏이 그렇게 친밀할 수 없었으나 지금은 오히려 버핏에게 약간의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물론 장기투자 자체가 교조적이 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단지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그 당시의 기업 가치를 다시 체크해보지 않는 것은 게으름이고, 수익을 확정하기 위해 혹은 다른 투자 아이디어에 도전해보기 위해 기업 가치 증가분과 상관없이 파는 일은 나쁜 버릇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투자 경력 10년차 그리고 남의 돈을 맡아 운용하는 자산운용자로서 좀더 성숙한 그리고 좀더 유연성 있는 투자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04년의 끝에서 반성과 함께 새로운 다짐을 해봅니다.

더 좋은 글 작성에 큰 힘이 됩니다.

  • 예측투자 - 부크온

댓글 7개

  • 이방인
    준철님 잘 계신가요..
    제가 생각하기엔 아직 전성기를 거치지 않은듯 싶은데..
    앞으로 전성기가 오리라 믿습니다..

    저도 워렌 버펫을 도무지 알수가 없더군요.. 요즘들어 더더욱
    2년동안 한자리 수익률을 기록하고 나니 자신감도 없어지고...

    워렌 버펫이 기술적분석을 하지 않을까 쓸데없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그런데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니 워렌 버펫의 최고수익률은 매수단가에 답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10000원에 사는 것과 5000원에 사는것이 큰 차이가 있지 않은것 같지만
    20000원에 판다면
    10000원에 매수한 것은 100%수익이지만
    5000원에 매수한 것은 300%수익이더군요.
    제 아무리 워렌 버펫이라도 오르는 시점을 알 수는 없을듯 싶은데...

    그래도 워렌 버펫의 가장 핵심은 초과이익이 장기간 지속된느 기업을 솎아내는 실력인데..
    BCG의 연구에 의하면 (책을 회사에 놓고 와서 정확한 수치는 기억나지 않지만..)
    5년동안 초과이익을 내는 기업은 전체기업의 10%도 안된다고 하는군요.
    그렇다면 10년동안 초과이익을 내는 기업은 전체기업의 1%내외란 이야긴데..
    (실제로 90년초부터 5년이상 초과이익을 낸 기업이 500개 상장사중 20개 내외라고 하더군요..
    위에 언급된 회사들과 삼성전자등등
    지금 상장된 1500개기업중 10년동안 지속적으로 초과이익을 늘려갈 기업은
    30개-50개 내외가 아닐듯 싶기도 합니다.. 그런 기업을 찾는 안목을 요구하는 거겠죠..)

    결국 그런 기업을 솎아내는 것이 워렌 버펫의 투자의 정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10년간 초과이익을 지속할 기업은 실제로 독점적 구조가 없으면 힘들죠..
    그래서 KT&G나 강원랜드가 좋은 기업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적절한 매수단가가 제시되지 않으면 큰 수익은 힘들죠..]

    저가의 매수가격과 장기간이익을 지속하는 기업....

    하면할수록 어려운게 투자인거 같습니다.

    또 최고의 시절이 오겠죠.. 투자란게 포커나 고스톱 같아서 한자리에서 계속 따지는 않더군요..
    시계방향이든 반대방향이든 대세를 따라서 따는 사람들이 자리를 따라 이동하더군요..
    다른사람이 대세일때 조금 잃고 자기자리에 대세가 왔을때 크게 버는 사람이 그날의 지존이죠..

    즐투
    2004.12/27 04:55 답글쓰기
  • 이방인
    2004.12/27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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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치있는삶
    좋은 종목을 고르는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타이밍을 잡는것은 더 중요한 듯 합니다.
    시장의 특별한 악재에 의해 무차별 동반 폭락할때가 좋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 인것 같습니다.

    저도 매수원칙은 나름대로 정하여 운영하고 있지만, 매도원칙은 정말 획일된 기준을 정한다는게 어려운것 같습니다.

    20/80 원칙 처럼 포토폴리오중에 20% 정도가 고수익을 올려서 전체 포토폴리오의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것은 맞는것 같습니다. 그런것을 보면 몇몇 종목이 고수익이 났을때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게 수익을 길게 가져가는 방법이 유용한것 같습니다.

    다만 역발상투자의 원칙이라는 책에 보면 50% 상승한 주식과 50% 하락한 주식의 향후 수익률이 50% 하락한 주식의 수익률이 더 높다고 나오더군요.

    이미 많이 오른 주식은 평균적으로 시장수익률을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더 오르는 주식도 있겠자만 오른만큼 급격히 제자리로 다시 폭락하는 주식이 있다보면 수익률이 반감 될 테니까요.

    저도 워런버핏 처럼 한주식을 수년간 장기 투자할 엄두는 나지 않습니다. 몇몇 종목은 그럴수 있겠지만요. 50~100% 정도의 수익이 나면 되도록 현금화하고 다시 저평가된 주식을 찾아 나서는 게 저의 스타일이라고 봐야 될 겁니다.

    수익의 극대화와 장기투자의 메리트를 좀 양보하더라도 회전율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해야겠죠.
    그렇다 하더라도 소외된 주식이 50% 정도의 수익률이 나올려면은 6개월에서 1년이상도 걸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 정도는 인내해야 겠죠.

    최근 고민의 한 예가 동양고속입니다. 12,000원 정도에 산 동양고속을 배당락 전일(현주가 18,500원)인 오늘 매도할 거냐 말거냐 입니다. 하나는 밸류에이션면에서 여전히 싸므로 계속 홀딩하자, 또 하나는 단기 고점인것 같고, 배당락 이후 주가가 약세를 보일 것 같거나, 크게 안 빠지더라도 당분간 지지부진 할거다. 그렇다면 다른 저평가된 주식을 사는것이 더 낫지 않게냐 하는 것이죠.

    결국 매도 했습니다만, 동양고속이 다시 크게 꾸준히 오른다면 추가로 못 잡고 멍하니 지켜보겠죠. 물론 현금화된 것으로 다른 저평가된 것을 사서 수익률을 높여 준다면 마찬가지 겠지만, 이런 고민은 투자를 하는 동안 늘 따라다닐 것 같습니다.
    2004.12/28 14:08 답글쓰기
  • 가치있는삶
    2004.12/28 14:08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박성규
    10년 만기 펀드는 한국 시장에서

    여전히 신선한 아이디어였습니다.

    건승하세요~
    2004.12/28 22:39 답글쓰기
  • 박성규
    2004.12/28 22:39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캬오
    준철님이 요즘 힘드신가요.. 그때가 전성기라는 말씀을 하시다니,
    요즘에 전 가치투자=장기투자 라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적당히 비중조절해가면서 주식수
    늘리면서 집중투자하는데 답이있다는 생각입니다.
    exc님의 투자방법이죠. 이익실현하고 저평가된 종목의 종목을 사들이는 방법 말입니다.
    워렌버펫이 왕도는 아닌것 같습니다. 워렌버펫식의 투자를 할 수 있는 기업은 정말 몇 안되는것 같습니다.
    2004.12/30 20:50 답글쓰기
  • 캬오
    2004.12/30 20:50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최준철
    전성기란 말에 약간의 오해가 있는 거 같네요 ^^ 그때가 실력이 최고조였다거나 지금이 힘들다는 얘기가 아니라 당시에는 워낙 탁월한 종목들이 낮은 가격에 거래가 되어서 아이디어 몇 개만으로도 굉장히 안전하면서 스스로가 뿌듯한 투자를 할 수 있었단 뜻입니다. 한국형 가치투자 전략에 소개된 케이스가 대부분 이때 발굴된 것이었는데 지금 다시 쓰라면 그 정도로 딱 케이스에 들어맞으면서도 가격이 매우 싼 종목을 찾기가 쉽지는 않겠죠.

    그래서 당시에는 이런 아이디어가 계속 줄줄이 나온다고 생각했고 한 곳에서 빨리 자금을 회수해 다른 아이디어를 실험해보는 것에 대해 스스로 너무나 관대했다는 것을 반성하는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흔치 않은 아이디어와 기업이었는데도 말이죠. 지금도 이런 기업들이 있습니다. 물론 옛날보단 좀 숨어있는 편이라 유심히 잘 찾아봐야 합니다. 이런 기업들에 대해서 과거에 했던 실수를 다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쓴 글입니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를 들라면 그때는 제 돈을 가지고 투자를 했기 때문에 책임과 보상이 저에게만 국한되었지만 이제는 여러 투자자들의 소중한 돈을 대신 투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더욱 스스로를 더 엄격하게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2004.12/30 23:32 답글쓰기
  • 최준철
    2004.12/30 23:32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그리샴
    글에서 주목하는 부분이 “이제는 여러 투자자들의 소중한 돈을 대신 투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더욱 스스로를 더 엄격하게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입니다.

    제 생각에는 일을 하는 기준이 1)책임감, 2) 성실성, 3) 아이디어 인 것 같습니다.
    자기 돈에도 책임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자기 돈을 남들보다 덜 ‘고생’시키고 제대로 된 ‘대우’ 해주겠다는 책임감입니다.

    직장생활 하다 보면 책임감이 없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자기 계발도 하지 않고...언젠가는 채용시장이 정당하게 평가하리라 생각합니다만....

    최준철님이 남의 돈이라 더 책임감을 느끼고 엄격함을 유지한다면 더 결과가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그리고 이런 글의 “자기 성찰”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평가와 가치투자는 모든 영역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청년 실업이 심각합니다....그런데 지금 현대자동차등 기업은 터키어를 잘 하는 사람은 모두 채용한다고 합니다만..
    터키시장 큽니다...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에너지 자원 풍부한 나라의 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몇 년 전에 인도네시아어 통역을 잘못해 대통령 정상회담 통역이 중단되는 일이 있었습니다...인도네시아 인구가 엄청나지요...자원도 많고...

    그런데 공무원시험과 고시 80대 1, 100대 1입니다....영어, 중국어는 아주 몰립니다. 이미 배가 다 찬 것 같은데...제가 80년대 초 대학 다닐때 중국어과 1학년이 8명이었습니다. 그 친구들은 대학교수 쉽게 되었습니다.....지금 중국에는 한국 유학생이 넘쳐 납니다...

    이런 점 때문에 국회에서 2외국어 육성에 관한 법률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LG전자의 러시아 시장 개척이 그냥 이루어진 게 아닙니다. 그 나라 말과 문화, 관습에 정통해야 합니다...우리나라 중 글로벌화 하는 회사가 점점 많아지는데.....

    그냥 배낭여행가서 그 나라 말과 관습을 익히고 푹 눌러 앉아도 취직 전선에서 유리할 것 같습니다만......
    2004.12/31 20:04 답글쓰기
  • 그리샴
    2004.12/31 20:04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가치있는삶
    그리샴님이 참 좋은 말씀 하셨네요. 가치투자를 하면서 변화된게 더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현재의 인기있는 테마보다는 미래지향적이고 역발상적인 사고를 하게 된다는 거죠.
    부자들중 상당수가 매우 검소하고 합리적인 소비와 투자를 한다는게 다 그런 이유인것 같습니다.
    2005.01/02 11:10 답글쓰기
  • 가치있는삶
    2005.01/0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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