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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소리없이' 대한민국을 움직인다

'Good to Great'코너는 주식의 매수, 매도 추천을 위한 코너가 아닙니다. 이 코너는 한국의 좋은 기업이 세계적으로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습니다. VIP투자자문은 기업의 장기전략, 재무, 주주정책에 대한 컨설팅을 통해 한국에서 '위대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인다.’ 이것은 철강기업 포스코의 광고 카피다. 특히 2000년도부터 방송되었던 포스코의‘철이 없다면?’시리즈는 철이 없는 상황을 가정해 봄으로써 역설적으로 우리 삶에서 철이 필수불가결한 존재임을 일깨워주는 내용으로 방송되었다. 광고는 바퀴살이 없는 자전거를 타는 할아버지와 손자, 차체 없는 자동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 등 정겨운 일상생활이 장면들도 철이 있음으로 해서 가능하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쇳물이 뚝뚝 떨어지는 용광로에서 일하는 산업역군을 보여주는 틀에 박힌 제철소 이미지 광고에 달리 사회 기반에 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해서 고객과 인류사회에 공헌한다는 포스코의 기업 이미지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포스코는 철을 만드는 것이 국가에 큰 힘이 된다는 '제철보국(製鐵報國)'의 기치 아래 1968년 설립되어 국가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해왔다. 특히 포스코는 산업화의 쌀이라고 할 수 있는 철을 국내에서 자급하게 함으로써 자동차, 조선, 건설 등 국가 기간 산업의 안정적인 성장에도 가장 큰 기여를 해왔다. 철강 생산 규모 또한 1970년대 초반 100만t 규모에서 2003년에는 2900만t까지 늘어나면서 세계 5위권의 대형 조강 업체로 성장해왔다.

외부 환경이 포스코에 항상 유리해던 것만은 아니었다. 사실 철강산업은 공급 능력이 생산량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았던 그리 쉽지 않은 사업 중 하나였다. 실제로 지난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계속되어온 철강산업의 만성적인 공급과잉으로 인해, 유럽과 일본, 미국의 많은 철강회사들이 도산하거나 인수 합병되는 등의 고초를 겪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아특수강, 한보철강, 창원특수강등이 쓰러졌고, 동국제강, 현대강관, 인천제철 등이 자금난에 시달려야 했다.

그 와중에서도 포스코는 연 1조원 가량의 이익을 내면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다. 포스코가 본격적으로 매출과 순이익을 늘리기 시작한 것은 2002년 말부터였다. 신규 철강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경기가 과열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시기였다. 계속되는 공급과잉 상황으로 인해 대규모 시설투자에 미온적이었던 철강산업에 공급부족상태가 발생하여 철강가격이 1-2년째 급등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철강 시황의 호조로 포스코는 분기당 사상 최대 실적을 연이어 갱신하고 있다.

포스코의 폭발적인 성장세는 그동안 굴뚝산업, 저성장산업, 저부가가치 사업으로만 알려져왔던 철강산업에 대한 재평가를 가능케하고 있다. 특히 포스코는 25%에 달하는 제조업체, 그것도 범용 산업재를 만드는 회사로는 믿기 힘든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영업이익률은 세계 철강회사를 통틀어 최고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많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경탄을 자아내고 있다. 과연 현재의 포스코를 만들어 낸 원동력은 무엇일까?

첫번째는, 독점적인 내수시장 지배력이다. 2004년 3분기까지 포스코는 국내 총조강생산량 3510만톤 가운데 2240만톤을 생산함으로써 64%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수출, 수입 물량으로 인해 다소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철강관련제품의 2/3는 포스코에서 만들어낸 철이 쓰여진다는 이야기다.

한국시장이 전세계 철강 수요에서 5위권을 기록하고 있다고 볼 때, 내수시장에서의 독점적인 위치는 포스코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인 셈이다. 물류비나 원가 경쟁력, 품질 측면에서 외국 기업이 내수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앞으로도 내수시장의 높은 점유율은 포스코의 경쟁력을 유지시키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는 경영혁신을 통한 원가경쟁력이다. 2003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내수 경기침체와 원자재 가격상승은 철강업계를 긴장시킬만 했다. 하지만 포스코는 매우 좋은 실적을 달성하였다. 매출은 전년대비 22% 늘어난 14조3천억원, 영업이익은 67% 증가한 3조585억원, 순이익은 무려 80%나 늘어 1조9806억원을 기록했다. 그 비결은 6시그마로 대표되는 원가 경쟁력에 있었다.

포스코는 지난 2002년 5월부터 본격적인 6시그마 활동에 들어 갔다. 2003년 한 해 동안 6시그마 활동으로 총 2046억원의 원가절감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6시그마 활동을 통해 당초 목표했던 연간 737억원의 재무 성과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끊임없는 내부혁신을 통해 21.3%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2004년의 영업이익률은 24.2%로서 포스코보다 큰 생산 규모를 갖고 있는 포스코보다 큰 유럽 아르셀로나 일본 JFE, 신일본제철보다 훨씬 앞서있다. 규모의 경제가 생산성 측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제철사업에서 영업이익률을 비롯한 포스코의 경이적인 재무수치는 끊임없는 내부혁신과 기술개발이 뒷받침된 결과로밖에 볼 수 없다.

세번째는 2000년 민영화 이후 지배구조의 뚜렷한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상부 전 회장 연임 논란으로 인해 과연 진정한 민영화가 이뤄졌는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민영화 뒤 70%에 육박하고 있는 외국인 지분율은 포스코의 주인이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 소각이나 3년 연속 25%대의 배당성향, 향후 분기배당제 실시가능성 등은 포스코가 공기업에서 일반 주주중심의 주식회사로 거듭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들이다.

민영화는 정부개입과 공공성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아도 됨으로써 비효율을 막고 투명한 경영을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투명한 경영은 회사가 다른 눈치를 보지 않고 오로지 회사의 경쟁력을 올릴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국가 기간 사업이라는 포스코의 특성상 정부 입김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포스코는 어느 정도 민영화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 성장세가 계속될 것인가?

포스코가 지금의 성장 추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 특히 중국에서의 성공이 담보되어야 한다. 중국시장은 시장 규모, 성장성, 인접도 등 모든 측면에서 포스코의 성장에 있어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현재까지는 포스코는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스코는 중급 이하 철강 제품에서는 가격과 품질 양쪽 측면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초기 성장국면에 있는 중국시장에는 가장 적합한 경쟁력이었다. 향후에도 도시화와 서부개발, 올림픽 등 각종 이벤트가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중국 철강 수요는 2010년 정도까지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중국 현지화에 성공해서 완전히 시장에 안착할 경우 세계적인 철강업체로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기술력에 관해선 미래 주요 경쟁상대가 될 중국 업체들과 비교해서 수 년 정도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철강 분야에서의 기술 격차는 품질의 차이뿐만 아니라 원가 경쟁력의 차이로도 직결되기 때문에 포스코는 중국시장에서 비교 우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술 격차는 중국, 인도 등 미래 시장 확보는 물론이고 현지화에도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포스코는 '파이넥스 공법'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상용화 단계에 들어선 파이넥스 공법 이란, 포스코 고유 기술로 기존 용광로에 비해 환경 친화적이고 쇳물 제조 원가가 낮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일반탄을 특별한 사전 가공 없이도 바로 사용할 수 있어 원가를 15% 정도 절감할 수 있는 선진 공법이다.

반면, 성장성에 있어 부정적 측면으로는 중국 시장에서의 공급과잉과 경쟁심화, 새로운 성장 동력 부재, 현지화 경험 미비 등이 꼽힌다. 2006년 정도면 중국 철강 시장 수급도 균형이 맞춰 지고, 시장 지배력 자체가 중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라는 의견이다. 또한, 세계적인 철강회사들은 글로벌화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포스코는 중국업체 추격을 따돌릴 뚜렷한 대응전략을 갖지 못한 것도 부정적 요인이다.

포스코가 위대한 회사로 거듭나려면..

첫째, 덩치를 키워야 한다. 세계 철강업계는 상위 5개 철강회사가 조강생산량 3000만톤 안팎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업체간 인수합병(M&A)으로 덩치키우기 움직임도 가속화 하는 추세다. 그러나 포스코는 활발하지 못한 M&A로 규모확대에 한계가 있다. 조강생산량 기준 세계순위에서 포스코는 90년 3위에서 지난해 5위로 밀려났다.

세계 1위 철강업체인 아르셀러는 2002년 프랑스 유지노, 룩셈부르크 아베드, 스페인 아세랄라아사와 합병을 통해 탄생 했다. 2001년 일본 최대 제철업체인 신일본제철과 스미토모금속공업이 포괄적 인 제휴를 선언했다. 미국에서도 US스틸을 중심으로 베들레헴과 LTV, 워스톤스 틸 등이 뭉쳤다. M&A에서 밀리면 가격주도권이 떨어지고, 통상, 설비감축 논의 등 현안에 대해 발언권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

둘째, 지나치게 보수적인 사업전략에서 탈피하여야 한다. 이구택 회장은 "3년 동안 뒤지고 다녀봤지만, 단 한 건도 신규투자를 할 수 없었노라"고 토로한 바 있다. 신중하다는 얘기를 들을 법도 하나 바꿔 생각하면 신사업 육성에 소홀하다는 뜻도 된다. 이는 주인 없는 회사의 단점이기도 하다.

셋째,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포스코의 인사 정책은 너무 경직되어 있다. 외부 전문가 영입에는 너무 소홀하다. 해외전문가를 포함해 외부영입 임원진은 전무한 실정이다. 자회사 사장들도 포스코 출신들이 들어앉았다. 포스코가 경영권을 행사하는 자회사 사장들 대부분이 포스코 출신이다. 민영화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인사구조는 여전히 공기업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소리 없이 대한민국 경제에 지대한 공헌을 해온 포스코. '산업화의 쌀'인 철을 만드는 포스코의 미래는 한국 기초산업의 미래라고도 할 수 있다. 포스코가 급변하는 세계 철강시장에서 절대 지존의 자리를 굳건히 하여 '제철보국'의 창업이념을 실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민국 kim@viptooza.com
김세훈 shkim@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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