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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발행은 이제 고비용 자금조달'

예전에 기업인을 만나 "왜 상장을 하느냐?" 혹은 "왜 상장을 했느냐?"고 물으면 "공모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에 똑 같은 질문을 던지면 벤처 기업은 "직원들에게 나눠준 주식의 보상 차원에서", 수출 기업은 "대외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 등 답변이 제각각이다. 다양한 욕구가 존재해 상장의 이유에 대한 공통점을 딱 한 가지라고 묶을 수는 없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상장의 기준이 엄격해지고 기업 내부의 유보금이 많아지다 보니 예전보다 상장을 통한 자금 마련의 목적은 줄었다는 부분이다.

주식시장과 기업 간의 관계가 바뀌고 있다. 과거 주식시장은 기업에게 주요한 자금 공급원이었다. 지분율이 낮아져도 경영권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면 주가가 조금만 올라도 유상증자를 밥 먹듯이 했고 경영권이 좀 신경 쓰인다고 생각하면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를 마구잡이로 발행했다.

물론 주식시장의 중요한 역할이 기업의 자금 공급이라고는 하지만 주주에게 돌려주기보다는 손을 내미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균형이 맞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자금 확보 정책의 기저에는 주식 발행은 저비용이라는 기업의 생각이 짙게 깔려 있었다.

하지만 주변 환경도 바뀌었고 이에 따라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이제 고금리 상황이 아니다. 회사채 발행이 더 이상 고비용의 자금 확보 방법이 아니라는 얘기인데 이마저도 발행할 필요가 현저히 떨어졌다. 현재의 금리를 가지고도 적절하게 투자할 곳을 찾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투자할 곳이 없고 유보자금은 쌓이니 주주들이 가만히 두고 볼 리가 만무하다. 많은 배당을 요구하다 보니 시가배당율이 금리를 넘어가는 종목들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주를 예로 들어보자.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어서 기업들이 선호하던 자금 확보 방법이었다. 하지만 액면가 대비 배당을 1% 더 줘야 하는 등 부대 조항이 걸려 있다. 의결권이 없다 보니 보통주보다 싸게 거래되는데 이러다 보니 시가배당율이 높아 고배당 투자 펀드의 주 타겟이 되고 있다. 배당 압력이 높아 보통주의 배당을 높이다 보니 우선주의 시가배당율은 더 빠른 속도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기업의 보통주가 10000원, 우선주가 5000원인데 주당 배당금이 500원(우선주는 550원)이라 가정하면 보통주의 시가배당율은 5%지만 우선주의 시가배당율은 11%가 된다. 즉 비용이 적게 든다고 생각하고 발행한 우선주가 되려 5~6%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보다 더 많은 자본 비용이 지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기업이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한다면 부채를 끌어서라도 우선주를 소각하는 것이 맞다. 실제로 SK는 장기적으로 우선주를 소각하겠다고 했는데 현재로서는 합리적인 결정이지만 과거에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던 일이다.

M&A 관점에서도 주식은 많은 비용을 초래한다. 과거 대주주 지분율이 몇 % 되지 않더라도 지배구조를 잘 엮어 놓기만 하면 경영권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이러다 보니 지분율이 하락하더라도 가급적 기업 내에서 통제할 수 있는 자금이 많은 것을 선호해 유상증자가 줄을 이었다.

하지만 이제 상장한 기업이라면 누구도 M&A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M&A를 목적으로 한 PEF의 등장 같은 제도적 변화는 둘째 치고서라도 이미 SK 같은 그룹도 경영권이 위험할 수 있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났다.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평상 시에는 주주들을 관리하고, M&A 경쟁이 붙으면 방어를 위해 자금을 쏟아 부어야 하는 상황에서 주식은 더 이상 저비용 자금 조달 수단이 아니다. 최근 삼성SDI가 시장의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삼성물산의 지분을 늘린 일은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되었다.

이에 대한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금리가 높으면 채권을 갚는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하는 것처럼 주식도 비용이 높아졌다고 판단되면 사서 없애버려야 한다. 즉 자본 비용을 다른 자금 확보 수단과 면밀히 따져 우선주를 소각하던지 자사주 매입 소각을 하던지 하는 조치를 과감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자사의 주식이 심각하게 저평가라고 판단되면 망설일 까닭이 없다.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과거 무분별하게 발행했던 주식이 고비용의 부메랑이 되어 회사로 날아들지도 모른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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