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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추천할거면 벤츠를?

최고의 영화배우로 떠오른 설경구가 비가 오는 날은 좋아하지만 빗길 운전은 꺼리는 문소리에게 SM5를 추천한다는 모 자동차 회사 광고가 화제다. 심지어 새로 개봉하는 영화의 광고가 이 광고의 패러디였을 정도다. 광고 물량 공세도 공세지만 기존의 틀을 깬 광고 기법이 신선하게 다가왔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 광고를 냉소적으로 보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다. “이왕 추천할거면 벤츠를 추천하지 웬 SM5냐. 벤츠는 빗길에도 안전하고 잔고장도 안 날 뿐더러 차도 잘 나가는데 말이야.”

눈치 챘겠지만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은 결정적인 변수를 빠뜨렸다. 바로 가격이다. 벤츠가 좋은 건 세상 사람들이 다 알지만 정작 사지 못하는 이유는 비싸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자동차 광고에 등장하는 설경구도 이렇게 말을 바꿔야 한다. “비 오는 날은 좋아하지만 빗길 운전은 꺼리는 문소리에게 차 가격에 비해 안전한 SM5를 추천합니다”라고 말이다.

나는 투자자문사의 대표로서 자동차업계로 따지면 고객들에게 여러 차종을 열심히 비교 분석 해서 좋은 차를 추천하고 직접 사주기도 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가끔 고객들 혹은 지인들로부터 왜 벤츠를 사주지 않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여기서 말하는 벤츠란 삼성전자, 국민은행, 현대차 등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초우량 기업을 의미한다. 이유는 단 한 가지다. 가격 때문이다. 초우량 기업을 싫어하는 게 아니다. 단지 내가 생각하는 가격보다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탓에 사지 않는 것이다.

대신 가격에 비해 매우 싸게 거래되는 기업을 우선적으로 매입한 후 비이성적인 가격 매김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린다. 주식은 자동차처럼 이용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트럭이나 포크레인 같은 주식을 살 때도 있을 정도로 매입 대상은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가끔 벤츠가 매입 대상으로 고려되는 경우가 있다. 급매물로 나올 때다. 벤츠의 가격이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너도 나도 먼저 팔려고 나서게 되면 생각지도 못 했던 이와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 이런 때는 트럭이나 포크레인을 제 값에 팔고 벤츠를 사들인다. 그때의 만족감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벤츠의 본래 가치는 거의 변함이 없는데 비이성적인 가격에 사들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참 좋은 기업들이 많다. 정치와 사회의 수준을 얘기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래도 가장 앞선 곳은 역시 기업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투자자는 냉철해야 한다. 단지 좋다는 이유만으로 주식을 사게 되었다가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기업이 정말 미워지고 결국 제 값도 못 받고 팔게 된다. 자동차를 고를 때처럼 싸게 사고 오래 탄다는 생각을 한다면 보유한 주식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울 뿐 아니라 큰 이익으로 투자자를 부자로 만들어 줄 것이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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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개

  • greatpumpkin
    최준철 대표님은 적절한 비유를 곁들이며 글을 참 맛깔스럽게 쓰시는 것 같습니다.
    정말 내용이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군요.^^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2004.06/30 09:31 답글쓰기
  • greatpumpkin
    2004.06/3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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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ser
    벤츠 잔고장 잘난다고 그러든데..잔고장 안나는건 역시 일제차.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2004.07/01 14:41 답글쓰기
  • reser
    2004.07/0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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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지
    대단해요.
    잘 읽었습니다.
    실버시대가 확대되고 사람들은 은행예금을 닮은 주식을 선호하게 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2004.07/03 13:40 답글쓰기
  • 유지
    2004.07/0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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