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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삼성투신 이해균 주식운용 본부장
대학경제신문 창간특집 인터뷰 - 삼성투신 이해균 주식운용 본부장
"좋은 기업을 좋은 가격에 사는 것이 가치투자" - 가치주를 굴뚝주로 한정짓는 것은 편견
한국의 펀드매니저 중 가치투자자로서 가장 잘 알려진 펀드매니저를 꼽으라면 삼성투신의 이해균 주식운용 본부장과 동원투신의 이채원 투자자문 본부장을 함께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두 펀드매니저 모두 가치투자의 신봉자이지만 둘의 투자스타일은 상당히 판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채원 펀드매니저가 현재의 자산과 수익을 기준으로 '안전마진'을 중시하는 벤자민 그레이엄 방식의 가치투자에 가깝다면, 이해균 펀드매니저는 독점력과 미래의 성장가능성에 더 무게를 싣는 워렌 버펫 방식의 가치투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일반 투자자들은 가치투자자의 투자스타일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가치투자는 실제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기업을 매수하여 시장에서 제 평가를 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투자이다. 하지만 투자자마다 '가치'를 보는 눈이 다르기에 구체적인 투자스타일은 다르게 나타난다. '젊은 생각, 건강한 경제'를 지향하는 대학경제신문은 창간(제호변경)특집으로 이해균 삼성투신 주식운용본부장의 가치투자론에 대해 들어보기로 했다.
이본부장은 가치투자를 '좋은 기업을 좋은 가격에 사는 것'으로 정의했다. 좋은 기업을 좋은 가격에 사서 장기간 보유한다면 좋은 수익률을 낼 수가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는 기업의 가치가 결국 주가에 반영된다는 전제가 깔린 것이다.
또 기존에 가치주를 굳이 굴뚝주에 한정하는 것은 편견이라고 주장했다. 가치주는 산업내에서 적절하게 진입장벽을 갖추고, 독점력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기업이며 굴뚝주들도 포함될 수는 있겠지만, 굳이 그 범위를 한정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이와함께 일부 가치주의 사업을 재정의했다. 롯데칠성의 경우 전국 구석구석까지 뻗어있는 강력한 유통망에 주목, 음료회사에 유통회사를 더한 개념으로 받아들였다.
가치투자를 위해서는 먼저 좋은 기업을 발굴해야 한다. 이 본부장은 탁월한 브랜드를 갖고 있어서 소비자에 대해 충분한 가격결정력을 행사할 수 있는 회사를 꼽았다. 이런 기업들은 장기간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큰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IMF이후 한국 기업들이 적극적인 IR이나 고배당정책, 자사주매입 등을 통해 주주가치를 증진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이런 변화가 주식시장에도 반영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시장이 저평가 돼 거래되고 있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아직 남아있기는 하지만, IMF이후 상당히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탁월한 브랜드로 가격결정력 행사하는 기업이 좋은 기업
대학경제신문(이하 대경): 이해균 본부장은 가치투자의 신봉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치투자를 한 문장으로 정의해주신다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이해균 : 가치투자는 '좋은 기업을 좋은 가격에 사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좋은 기업을 좋은 가격에 사서 장기간 보유한다면 좋은 수익률을 낼 수가 있지요. 물론 여기에는 기업의 가치가 결국 주가에 반영된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대경 : 본부장님은 성장주 중심의 가치투자를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치투자와 성장주 투자는 얼핏 보면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본부장님의 가치투자 스타일을 설명해 주십시요.
이해균 : 가치주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주식이 소위 '굴뚝주'라고 불리우는 주식들입니다. 하지만 저는 가치주를 굳이 굴뚝주에 한정하는 것은 편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치주는 산업내에서 적절하게 진입장벽을 갖추고, 독점력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기업들입니다. 물론 굴뚝주들도 이 범위에 포함될 수는 있겠지만, 굳이 그 범위를 한정할 필요는 없지요. 제 투자스타일을 설명하기 위해 버펫과 템플턴을 비교해보겠습니다. 제가 예전에 있던 템플턴 투신운용에서 나오게 된 계기 중 하나는 운용사의 운용원칙에도 있습니다. 템플턴은 주식을 사는 가격과 파는 가격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아까도 말했던 바와 마찬가지로 가치투자에서 주식을 고르는 기준은 '좋은 주식과 좋은 가격'입니다. 템플턴의 투자원칙에 따르면 주식이 아무리 좋더라도 가격이 매력적이지 않으면 주식을 편입할 수 없고, 성장이 계속된다는 확신이 있더라도 일정 가격을 넘어서면 팔아야 합니다.
하지만 가치투자의 또다른 거성인 버펫이 코카콜라를 매입했던 주가는 수십배의 PER가 적용되던 수준이었습니다. 전통적인 가치투자자의 기준에 비하면 주가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펫이 코카콜라를 매수했던 이유는 코카콜라가 갖고 있던 독점력과 세계시장으로의 진출가능성이었습니다. 버펫은 코카콜라에 장기투자함으로써 높은 수익률을 올렸지요. 만약 버펫이 코카콜라의 PER가 높아서 투자를 하지 않았다면 그런 수익률은 올릴 수 없었을 것입니다. 또한 버펫이 코카콜라 매수이후에도 가격에만 초점을 맞추어서 매수와 매도를 반복했다면 그다지 높은 수익을 올리지 못했을 것입니다.
결국 템플턴이 '좋은 가격'에 초점을 맞췄다면, 버펫은 '좋은 기업'에 초점을 맞춘 셈이지요. 물론 좋은 가격과 좋은 기업 두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투자처가 있다면 정말 금상첨화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저는 좋은 기업에 좀 더 가중치를 두는 편입니다.
대경 : 본부장이 말씀하셨던 투자스타일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인터넷주에 대한 투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상반기 펀드평가에서 삼성투신의 펀드들이 수위권을 휩쓴 이유 중 하나가 인터넷 관련 주식을 펀드에 편입했기 때문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터넷주는 PER나 PBR을 중시하는 가치투자자들이라면 손을 대기 힘든 주식일 것 같은데, 인터넷 관련주식에 투자하게 된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해균 : 제가 펀드운용을 시작했던 99년도에도 인터넷주식들은 시장에서 엄청난 각광을 받았었지요. 인터넷을 하겠다는 기업은 수도 없이 많았고, 그 사업모델도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독점력을 논할 수 있는 회사들이 거의 없었지요. 그래서 그 당시에는 인터넷주를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작년과 올해 인터넷 기업들의 위치는 그 당시와 완전히 달라진 상태입니다. 지금 인터넷 기업들은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기업들입니다. 인터넷 기업들은 각 분야에서 이제 한두개씩밖에 남지 않았고, 이 기업들은 높은 영업이익률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익의 성장속도도 매우 빠르구요. 인터넷 기업 또한 가격에만 초점을 맞추었다면 투자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인터넷 기업은 사업의 독점력과 성장성이 검증된 '좋은 기업'이라고 판단해서 편입을 했습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겠지만 99년에 인터넷주를 편입하지 않았던 것이 행운이었다면 2003년에는 인터넷주에 매수했던 것이 행운이었지요.
PER, PBR에는 큰 관심 갖지 않아
대경 : 본부장님은 굴뚝주와 신경제 주식을 가리지 않고 좋은 기업을 발굴해내시는데요, 본부장님만의 기업발굴 비결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해균 : 저는 우선 좋은 기업을 찾는데 초점을 맞춥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기업은 우선 탁월한 브랜드를 갖고 있어서 소비자에 대해 충분히 가격결정력을 행사할 수 있는 회사들입니다. 이런 기업들은 장기간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큰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업을 재정의하곤 합니다. 99년에 사들였던 롯데칠성의 경우 사실 물에다 과즙과 설탕을 조금 섞고 병에 넣어서 파는 단순한 사업모델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만 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업모델이고 그리 매력적인 투자처로 볼 수 없겠지요. 하지만 저는 전국 구석구석까지 뻗어있는 롯데칠성의 강력한 유통망에 주목했습니다. 롯데칠성이 다른 음료회사와 차별화되고 높은 가격을 매긴 음료수를 잘 팔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유통망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롯데칠성을 단순한 음료회사가 아니라 강력한 판매망을 보유한 유통회사로 재정의를 했던 셈이지요.
대경 : 투자를 결정짓는 숫자적인 요소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장부상 자산가치보다 얼마나 저평가되었나하는 PBR과 현재 내고 있는 이익수준에 비해 얼마나 주가가 저평가되었나하는 PER이 있고, 기업의 수익성을 따지는 ROE, 이 외에도 PSR, EV/EBITDA 등의 지표가 있습니다. 전통적인 가치투자들의 경우 PBR과 PER를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두 가지 지표에 대해 크게 의미를 부여하시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해균 : 저는 사실 절대적인 PBR이나 PER수준에는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특히 저 PBR기업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 편입니다. 저PBR기업은 그 기업이 장부상 자산가치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주가가 시장에서 장부가치에도 훨씬 못미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면 그 기업은 그 나름대로 저평가될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ROE가 낮다던지, 매출이나 이익의 성장속도가 그리 높지 않다던지 하는 것들입니다. 저는 이익을 내지 못하는 자산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주지 않습니다. 기업이 현금이나 땅의 형태로 많은 자산을 갖고 있지만, 그것을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한다면 그 기업을 좋은 기업이라고 볼 수 없겠지요.
같은 맥락에서 인터넷 기업이 한창 유행일 때 나왔던 PSR같은 지표도 저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지표입니다. PSR은 기업의 매출액에 비해 주가가 얼마나 낮은 수준에 거래되는가하는 지표인데, 아무리 매출액이 많더라도 적자를 내는 기업이라면 투자할만한 가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경 : 배당에 대해서는 어떤 시각을 갖고 계십니까?
이해균 : 배당에 대해서도 저는 큰 비중을 두지 않습니다. 배당은 시장에 일종의 신호효과가 있습니다. 배당을 많이 한다면 기업들이 우리는 주주를 중시한다라는 이야기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더 이상 재투자를 통한 성장의 여력이 없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배당을 많이 하는 회사보다는 유보나 재투자를 통해 성장을 이어나갈 수 있는 기업을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IMF이후 국내 기업의 주주중시 돋보여
대경 : 본부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시장이 효율적으로 움직인다는 시각을 갖고 계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국시장이 저평가되어 거래되고 있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이론은 그리 공감이 가지 않는 주장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해균 :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설명하기에 앞서 한국의 주식시장을 IMF이전과 이후로 나눠서 살펴보겠습니다. IMF이전에는 상장기업들이 주가만 올라가면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하지도 않고, 대규모 유상증자와 계열사 지원을 밥먹듯이 해댔습니다. 그리고 수익성을 생각하기 보다는 차입을 통해 계열사를 확장하고 매출을 늘이는데만 신경을 썼습니다. 주주입장에서만 보면 자신이 투자한 돈이 어디로 새나갈 지 종잡을 수가 없는 셈이지요. 이런 기업들의 주가가 높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일 것입니다. 나름대로 시장이 효율적으로 움직였던 것이지요.
하지만 IMF이후 우리 기업들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기업들을 접촉해보면 예전처럼 주주나 수익성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경우는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적극적인 IR이나 고배당, 자사주 매입등을 통해 주주가치를 증진시키려는 노력도 많이 늘었구요. 여기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입김이 세지고, IMF이후 구조조정 노력으로 기업의 재무구조나 투명성이 상당히 개선된 측면이 큽니다.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 아직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IMF이전보다는 훨씬 줄어든 것이 사실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이런 변화가 주식시장에도 반영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경 : 많은 대형투자기관들이 주식의 유동성을 투자결정에 있어 큰 요소로 꼽습니다. 그 이유를 들어보면 팔 때가 걱정되서라고 합니다. 하지만 파는 것이 걱정되서 좋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좋은 기업을 살 수 없다면 그 또한 문제가 아닐까요? 거래량이 작지만 좋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해균 : 물론 저도 기업이 좋고 성장성이나 독점력이 보장된다면 거래량이 적더라도 그 주식을 사서 장기간 보유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펀드를 운영하다 보면 자기가 원하지 않은 때에 주식을 팔아야할 때가 옵니다. 고객들이 갑작스럽게 환매를 요청할 때도 있고, 처음 투자할 때 예상치 않았던 악재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급하게 주식을 팔아야하는데 시장에서 잘 거래가 되지 않는 주식이라면 낭패를 볼 수가 있겠지요. 그래서 삼성투신운용내에서도 시가총액이나 거래량과 관련된 내부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는 어느 정도 괴리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대경 : 가치투자가 일반인들이 따라하기는 어려운 투자방식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 본부장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일반인들이 만약 가치투자를 하고 싶다면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이해균 : 가치투자를 일반인들이 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예측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기업이나 산업의 향후 실적을 예측하거나 그 변화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데이터와 시간이 소요되고 여기에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갑니다. 따라서 개인이 이런 예측을 하는데는 한계가 있겠지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자신의 투자스타일을 정하고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펀드와 같은 간접상품을 사는 것이 장기적인 대안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투신운용사에 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드리는 것으로 오해는 마십시요.(웃음)
만약 가치투자를 직접 하고자 하는 투자자가 있다면 업종을 선도하는 대표종목에 투자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각 업종의 대표종목은 이미 시장에서 검증을 받았고, 업계를 선도해나가는 나름대로의 뚜렷한 이유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 자체로 안전한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템플턴의 가치투자철학 흔들리지 않아
대경 : 본부장님의 경력을 보면 국내 투자기관과 외국계 투자기관에 두루 거치셨습니다. 외국계 기관과 국내 기관을 비교한다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이해균 : 음… 제가 템플턴에 있었을 때의 경험을 이야기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사실 템플턴으로 옮기기 전에 많은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템플턴에 가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자기관인 만큼 템플턴만의 특별한 마술상자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펀드매니저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템플턴은 저에게 더할 나위없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템플턴으로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제가 생각을 잘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템플턴만의 특별한 투자 비법이나 마술상자는 없었습니다.
템플턴이 우수했던 이유는 흔들리지 않는 투자철학이었습니다. 98, 99년 기술주 거품이 극에 달해 있을 때도 템플턴은 원래 가치투자철학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수익률이 나지 않아도 투자철학과 운용방침대로 펀드를 운용하면 매니저에게 아무런 불이익이 가지 않습니다. 이것은 수십년을 쌓아온 기업문화의 영향이 큽니다. 실제로 기술주 거품이 끝나고 나서 템플턴의 가치투자 펀드들은 매우 높은 수익률을 올렸지 않습니까? 투자기관만의 뚜렷한 운용철학이 있고 단기적인 시장의 움직임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외국계 기관, 특히 제가 몸담았던 템플턴의 장점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국내 기관은 매일매일 공표되는 수익률 속에서 단기적인 수익률에 대한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닙니다. 3개월이나 6개월만 실적이 좋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압력이 들어오고, 펀드매니저가 교체되는 일도 허다합니다. 투자자들 또한 펀드에 투자하면서 'NO RISK, HIGH RETURN'을 바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실은 없으면서도 높은 수익률을 바라는 것인데 실제 이런 투자를 하기는 쉽지 않지요. 상대적인 수익률이 떨어지면 여기저기서 전화가 오구요.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투자철학 유지와 운용환경 개선은 외국계로부터 배울 점 많다고 생각합니다.
대경 : 마지막으로 펀드매니저가 되고 싶어하는 대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이해균 : 펀드매니저는 외부에서 봤을 때 멋있고, 폼나는 직업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겉에서 보는 것과 달리 실적에 따라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오랫동안 살아남는 사람도 드문 편입니다. 그래서 이 일을 하고 싶으면 기업을 분석하고 투자를 하는 그 자체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대경 : 바쁘신데 귀한 시간 내주시고, 대학생과 투자자들에게 유익한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삼성투신운용 이해균 주식운용 본부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업의 가치를 보는 시각에도 다양한 관점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느꼈다. 가치투자자로 세계에서 제일 유명인사인 워렌 버펫의 경우 그 스승이었던 벤자민 그레이험의 가격에 초점을 맞춘 계량적인 가치투자와 필립 피셔의 성장주 장기투자 방식을 적절하게 조합하여 놀라운 투자성과를 일구어냈다. 투자의 선구자들로부터 교훈을 얻고, 그것을 자신의 투자에 성공적으로 접목하여 자신만의 투자스타일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김민국 / kim@viptooza.com
이해균본부장 약력
LG경제연구소 (93.3∼95.1)
Berkshire Capital Partners (95.2∼96.7) - 포트폴리오 매니저
HSBC (서울, 97.4∼98.6) - 주식 애널리스트
Salomon Smith Barney (서울, 98.7∼99.9) - 주식 애널리스트
Templeton (서울, 99.10∼2002.5月) - 주식운용 팀장
한일투신 (2002.6 ∼ 2003.1) - 주식 2팀장
삼성투신 (2003.2 ~ ) - 주식운용 본부장
2001年에는 '올해 최고의 주식펀드매니저賞'을 수상했으며, 본인이 직접 운용한 'Templeton 성장형 주식 1호'가 2001년 올해 최고의 주식형 펀드로 선정됨
"좋은 기업을 좋은 가격에 사는 것이 가치투자" - 가치주를 굴뚝주로 한정짓는 것은 편견
한국의 펀드매니저 중 가치투자자로서 가장 잘 알려진 펀드매니저를 꼽으라면 삼성투신의 이해균 주식운용 본부장과 동원투신의 이채원 투자자문 본부장을 함께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두 펀드매니저 모두 가치투자의 신봉자이지만 둘의 투자스타일은 상당히 판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채원 펀드매니저가 현재의 자산과 수익을 기준으로 '안전마진'을 중시하는 벤자민 그레이엄 방식의 가치투자에 가깝다면, 이해균 펀드매니저는 독점력과 미래의 성장가능성에 더 무게를 싣는 워렌 버펫 방식의 가치투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일반 투자자들은 가치투자자의 투자스타일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가치투자는 실제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기업을 매수하여 시장에서 제 평가를 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투자이다. 하지만 투자자마다 '가치'를 보는 눈이 다르기에 구체적인 투자스타일은 다르게 나타난다. '젊은 생각, 건강한 경제'를 지향하는 대학경제신문은 창간(제호변경)특집으로 이해균 삼성투신 주식운용본부장의 가치투자론에 대해 들어보기로 했다.
이본부장은 가치투자를 '좋은 기업을 좋은 가격에 사는 것'으로 정의했다. 좋은 기업을 좋은 가격에 사서 장기간 보유한다면 좋은 수익률을 낼 수가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는 기업의 가치가 결국 주가에 반영된다는 전제가 깔린 것이다.
또 기존에 가치주를 굳이 굴뚝주에 한정하는 것은 편견이라고 주장했다. 가치주는 산업내에서 적절하게 진입장벽을 갖추고, 독점력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기업이며 굴뚝주들도 포함될 수는 있겠지만, 굳이 그 범위를 한정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이와함께 일부 가치주의 사업을 재정의했다. 롯데칠성의 경우 전국 구석구석까지 뻗어있는 강력한 유통망에 주목, 음료회사에 유통회사를 더한 개념으로 받아들였다.
가치투자를 위해서는 먼저 좋은 기업을 발굴해야 한다. 이 본부장은 탁월한 브랜드를 갖고 있어서 소비자에 대해 충분한 가격결정력을 행사할 수 있는 회사를 꼽았다. 이런 기업들은 장기간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큰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IMF이후 한국 기업들이 적극적인 IR이나 고배당정책, 자사주매입 등을 통해 주주가치를 증진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이런 변화가 주식시장에도 반영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시장이 저평가 돼 거래되고 있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아직 남아있기는 하지만, IMF이후 상당히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탁월한 브랜드로 가격결정력 행사하는 기업이 좋은 기업
대학경제신문(이하 대경): 이해균 본부장은 가치투자의 신봉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치투자를 한 문장으로 정의해주신다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이해균 : 가치투자는 '좋은 기업을 좋은 가격에 사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좋은 기업을 좋은 가격에 사서 장기간 보유한다면 좋은 수익률을 낼 수가 있지요. 물론 여기에는 기업의 가치가 결국 주가에 반영된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대경 : 본부장님은 성장주 중심의 가치투자를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치투자와 성장주 투자는 얼핏 보면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본부장님의 가치투자 스타일을 설명해 주십시요.
이해균 : 가치주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주식이 소위 '굴뚝주'라고 불리우는 주식들입니다. 하지만 저는 가치주를 굳이 굴뚝주에 한정하는 것은 편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치주는 산업내에서 적절하게 진입장벽을 갖추고, 독점력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기업들입니다. 물론 굴뚝주들도 이 범위에 포함될 수는 있겠지만, 굳이 그 범위를 한정할 필요는 없지요. 제 투자스타일을 설명하기 위해 버펫과 템플턴을 비교해보겠습니다. 제가 예전에 있던 템플턴 투신운용에서 나오게 된 계기 중 하나는 운용사의 운용원칙에도 있습니다. 템플턴은 주식을 사는 가격과 파는 가격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아까도 말했던 바와 마찬가지로 가치투자에서 주식을 고르는 기준은 '좋은 주식과 좋은 가격'입니다. 템플턴의 투자원칙에 따르면 주식이 아무리 좋더라도 가격이 매력적이지 않으면 주식을 편입할 수 없고, 성장이 계속된다는 확신이 있더라도 일정 가격을 넘어서면 팔아야 합니다.
하지만 가치투자의 또다른 거성인 버펫이 코카콜라를 매입했던 주가는 수십배의 PER가 적용되던 수준이었습니다. 전통적인 가치투자자의 기준에 비하면 주가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펫이 코카콜라를 매수했던 이유는 코카콜라가 갖고 있던 독점력과 세계시장으로의 진출가능성이었습니다. 버펫은 코카콜라에 장기투자함으로써 높은 수익률을 올렸지요. 만약 버펫이 코카콜라의 PER가 높아서 투자를 하지 않았다면 그런 수익률은 올릴 수 없었을 것입니다. 또한 버펫이 코카콜라 매수이후에도 가격에만 초점을 맞추어서 매수와 매도를 반복했다면 그다지 높은 수익을 올리지 못했을 것입니다.
결국 템플턴이 '좋은 가격'에 초점을 맞췄다면, 버펫은 '좋은 기업'에 초점을 맞춘 셈이지요. 물론 좋은 가격과 좋은 기업 두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투자처가 있다면 정말 금상첨화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저는 좋은 기업에 좀 더 가중치를 두는 편입니다.
대경 : 본부장이 말씀하셨던 투자스타일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인터넷주에 대한 투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상반기 펀드평가에서 삼성투신의 펀드들이 수위권을 휩쓴 이유 중 하나가 인터넷 관련 주식을 펀드에 편입했기 때문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터넷주는 PER나 PBR을 중시하는 가치투자자들이라면 손을 대기 힘든 주식일 것 같은데, 인터넷 관련주식에 투자하게 된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해균 : 제가 펀드운용을 시작했던 99년도에도 인터넷주식들은 시장에서 엄청난 각광을 받았었지요. 인터넷을 하겠다는 기업은 수도 없이 많았고, 그 사업모델도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독점력을 논할 수 있는 회사들이 거의 없었지요. 그래서 그 당시에는 인터넷주를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작년과 올해 인터넷 기업들의 위치는 그 당시와 완전히 달라진 상태입니다. 지금 인터넷 기업들은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기업들입니다. 인터넷 기업들은 각 분야에서 이제 한두개씩밖에 남지 않았고, 이 기업들은 높은 영업이익률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익의 성장속도도 매우 빠르구요. 인터넷 기업 또한 가격에만 초점을 맞추었다면 투자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인터넷 기업은 사업의 독점력과 성장성이 검증된 '좋은 기업'이라고 판단해서 편입을 했습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겠지만 99년에 인터넷주를 편입하지 않았던 것이 행운이었다면 2003년에는 인터넷주에 매수했던 것이 행운이었지요.
PER, PBR에는 큰 관심 갖지 않아
대경 : 본부장님은 굴뚝주와 신경제 주식을 가리지 않고 좋은 기업을 발굴해내시는데요, 본부장님만의 기업발굴 비결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해균 : 저는 우선 좋은 기업을 찾는데 초점을 맞춥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기업은 우선 탁월한 브랜드를 갖고 있어서 소비자에 대해 충분히 가격결정력을 행사할 수 있는 회사들입니다. 이런 기업들은 장기간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큰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업을 재정의하곤 합니다. 99년에 사들였던 롯데칠성의 경우 사실 물에다 과즙과 설탕을 조금 섞고 병에 넣어서 파는 단순한 사업모델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만 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업모델이고 그리 매력적인 투자처로 볼 수 없겠지요. 하지만 저는 전국 구석구석까지 뻗어있는 롯데칠성의 강력한 유통망에 주목했습니다. 롯데칠성이 다른 음료회사와 차별화되고 높은 가격을 매긴 음료수를 잘 팔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유통망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롯데칠성을 단순한 음료회사가 아니라 강력한 판매망을 보유한 유통회사로 재정의를 했던 셈이지요.
대경 : 투자를 결정짓는 숫자적인 요소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장부상 자산가치보다 얼마나 저평가되었나하는 PBR과 현재 내고 있는 이익수준에 비해 얼마나 주가가 저평가되었나하는 PER이 있고, 기업의 수익성을 따지는 ROE, 이 외에도 PSR, EV/EBITDA 등의 지표가 있습니다. 전통적인 가치투자들의 경우 PBR과 PER를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두 가지 지표에 대해 크게 의미를 부여하시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해균 : 저는 사실 절대적인 PBR이나 PER수준에는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특히 저 PBR기업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 편입니다. 저PBR기업은 그 기업이 장부상 자산가치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주가가 시장에서 장부가치에도 훨씬 못미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면 그 기업은 그 나름대로 저평가될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ROE가 낮다던지, 매출이나 이익의 성장속도가 그리 높지 않다던지 하는 것들입니다. 저는 이익을 내지 못하는 자산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주지 않습니다. 기업이 현금이나 땅의 형태로 많은 자산을 갖고 있지만, 그것을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한다면 그 기업을 좋은 기업이라고 볼 수 없겠지요.
같은 맥락에서 인터넷 기업이 한창 유행일 때 나왔던 PSR같은 지표도 저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지표입니다. PSR은 기업의 매출액에 비해 주가가 얼마나 낮은 수준에 거래되는가하는 지표인데, 아무리 매출액이 많더라도 적자를 내는 기업이라면 투자할만한 가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경 : 배당에 대해서는 어떤 시각을 갖고 계십니까?
이해균 : 배당에 대해서도 저는 큰 비중을 두지 않습니다. 배당은 시장에 일종의 신호효과가 있습니다. 배당을 많이 한다면 기업들이 우리는 주주를 중시한다라는 이야기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더 이상 재투자를 통한 성장의 여력이 없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배당을 많이 하는 회사보다는 유보나 재투자를 통해 성장을 이어나갈 수 있는 기업을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IMF이후 국내 기업의 주주중시 돋보여
대경 : 본부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시장이 효율적으로 움직인다는 시각을 갖고 계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국시장이 저평가되어 거래되고 있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이론은 그리 공감이 가지 않는 주장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해균 :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설명하기에 앞서 한국의 주식시장을 IMF이전과 이후로 나눠서 살펴보겠습니다. IMF이전에는 상장기업들이 주가만 올라가면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하지도 않고, 대규모 유상증자와 계열사 지원을 밥먹듯이 해댔습니다. 그리고 수익성을 생각하기 보다는 차입을 통해 계열사를 확장하고 매출을 늘이는데만 신경을 썼습니다. 주주입장에서만 보면 자신이 투자한 돈이 어디로 새나갈 지 종잡을 수가 없는 셈이지요. 이런 기업들의 주가가 높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일 것입니다. 나름대로 시장이 효율적으로 움직였던 것이지요.
하지만 IMF이후 우리 기업들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기업들을 접촉해보면 예전처럼 주주나 수익성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경우는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적극적인 IR이나 고배당, 자사주 매입등을 통해 주주가치를 증진시키려는 노력도 많이 늘었구요. 여기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입김이 세지고, IMF이후 구조조정 노력으로 기업의 재무구조나 투명성이 상당히 개선된 측면이 큽니다.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 아직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IMF이전보다는 훨씬 줄어든 것이 사실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이런 변화가 주식시장에도 반영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경 : 많은 대형투자기관들이 주식의 유동성을 투자결정에 있어 큰 요소로 꼽습니다. 그 이유를 들어보면 팔 때가 걱정되서라고 합니다. 하지만 파는 것이 걱정되서 좋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좋은 기업을 살 수 없다면 그 또한 문제가 아닐까요? 거래량이 작지만 좋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해균 : 물론 저도 기업이 좋고 성장성이나 독점력이 보장된다면 거래량이 적더라도 그 주식을 사서 장기간 보유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펀드를 운영하다 보면 자기가 원하지 않은 때에 주식을 팔아야할 때가 옵니다. 고객들이 갑작스럽게 환매를 요청할 때도 있고, 처음 투자할 때 예상치 않았던 악재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급하게 주식을 팔아야하는데 시장에서 잘 거래가 되지 않는 주식이라면 낭패를 볼 수가 있겠지요. 그래서 삼성투신운용내에서도 시가총액이나 거래량과 관련된 내부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는 어느 정도 괴리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대경 : 가치투자가 일반인들이 따라하기는 어려운 투자방식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 본부장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일반인들이 만약 가치투자를 하고 싶다면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이해균 : 가치투자를 일반인들이 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예측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기업이나 산업의 향후 실적을 예측하거나 그 변화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데이터와 시간이 소요되고 여기에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갑니다. 따라서 개인이 이런 예측을 하는데는 한계가 있겠지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자신의 투자스타일을 정하고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펀드와 같은 간접상품을 사는 것이 장기적인 대안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투신운용사에 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드리는 것으로 오해는 마십시요.(웃음)
만약 가치투자를 직접 하고자 하는 투자자가 있다면 업종을 선도하는 대표종목에 투자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각 업종의 대표종목은 이미 시장에서 검증을 받았고, 업계를 선도해나가는 나름대로의 뚜렷한 이유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 자체로 안전한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템플턴의 가치투자철학 흔들리지 않아
대경 : 본부장님의 경력을 보면 국내 투자기관과 외국계 투자기관에 두루 거치셨습니다. 외국계 기관과 국내 기관을 비교한다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이해균 : 음… 제가 템플턴에 있었을 때의 경험을 이야기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사실 템플턴으로 옮기기 전에 많은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템플턴에 가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자기관인 만큼 템플턴만의 특별한 마술상자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펀드매니저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템플턴은 저에게 더할 나위없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템플턴으로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제가 생각을 잘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템플턴만의 특별한 투자 비법이나 마술상자는 없었습니다.
템플턴이 우수했던 이유는 흔들리지 않는 투자철학이었습니다. 98, 99년 기술주 거품이 극에 달해 있을 때도 템플턴은 원래 가치투자철학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수익률이 나지 않아도 투자철학과 운용방침대로 펀드를 운용하면 매니저에게 아무런 불이익이 가지 않습니다. 이것은 수십년을 쌓아온 기업문화의 영향이 큽니다. 실제로 기술주 거품이 끝나고 나서 템플턴의 가치투자 펀드들은 매우 높은 수익률을 올렸지 않습니까? 투자기관만의 뚜렷한 운용철학이 있고 단기적인 시장의 움직임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외국계 기관, 특히 제가 몸담았던 템플턴의 장점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국내 기관은 매일매일 공표되는 수익률 속에서 단기적인 수익률에 대한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닙니다. 3개월이나 6개월만 실적이 좋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압력이 들어오고, 펀드매니저가 교체되는 일도 허다합니다. 투자자들 또한 펀드에 투자하면서 'NO RISK, HIGH RETURN'을 바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실은 없으면서도 높은 수익률을 바라는 것인데 실제 이런 투자를 하기는 쉽지 않지요. 상대적인 수익률이 떨어지면 여기저기서 전화가 오구요.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투자철학 유지와 운용환경 개선은 외국계로부터 배울 점 많다고 생각합니다.
대경 : 마지막으로 펀드매니저가 되고 싶어하는 대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이해균 : 펀드매니저는 외부에서 봤을 때 멋있고, 폼나는 직업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겉에서 보는 것과 달리 실적에 따라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오랫동안 살아남는 사람도 드문 편입니다. 그래서 이 일을 하고 싶으면 기업을 분석하고 투자를 하는 그 자체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대경 : 바쁘신데 귀한 시간 내주시고, 대학생과 투자자들에게 유익한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삼성투신운용 이해균 주식운용 본부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업의 가치를 보는 시각에도 다양한 관점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느꼈다. 가치투자자로 세계에서 제일 유명인사인 워렌 버펫의 경우 그 스승이었던 벤자민 그레이험의 가격에 초점을 맞춘 계량적인 가치투자와 필립 피셔의 성장주 장기투자 방식을 적절하게 조합하여 놀라운 투자성과를 일구어냈다. 투자의 선구자들로부터 교훈을 얻고, 그것을 자신의 투자에 성공적으로 접목하여 자신만의 투자스타일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김민국 / kim@viptooza.com
이해균본부장 약력
LG경제연구소 (93.3∼95.1)
Berkshire Capital Partners (95.2∼96.7) - 포트폴리오 매니저
HSBC (서울, 97.4∼98.6) - 주식 애널리스트
Salomon Smith Barney (서울, 98.7∼99.9) - 주식 애널리스트
Templeton (서울, 99.10∼2002.5月) - 주식운용 팀장
한일투신 (2002.6 ∼ 2003.1) - 주식 2팀장
삼성투신 (2003.2 ~ ) - 주식운용 본부장
2001年에는 '올해 최고의 주식펀드매니저賞'을 수상했으며, 본인이 직접 운용한 'Templeton 성장형 주식 1호'가 2001년 올해 최고의 주식형 펀드로 선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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