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 장기투자가 최선의 투자 방법이다.

동원증권의 이채원 주식선물운용팀장(이하 이채원 팀장)은 가치투자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최고의 펀드매니저로 꼽힌다. 그는 지난해 700억여 원 규모의 회사 펀드를 운용해 550억여 원의 돈을 벌어들여, 78%의 수익률을 올렸다.

가치투자를 표방했던 펀드매니저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채원 팀장은 종합주가지수 1000선까지의 박스권 등락을 반복해온 한국의 주식시장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실제로 높은 수익을 내서 가치투자의 탁월함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최고의 이름에 걸맞게 항상 바쁜 이채원 팀장이 시간을 허락해주어 서울대투자연구회에서 여의도로 가 직접 인터뷰를 하고 돌아왔다.

기본적인 철학은 가치투자

“팀장님의 투자철학을 듣고 싶습니다.”

“기본적인 철학은 가치투자입니다. 가치투자는 기업의 가치에 비해 훨씬 싸게 거래되고 있는 주식에 투자해서 주가가 적정가치에 도달할 때까지 장기간 주식을 보유하는 투자방법입니다. 그리고 장세나 시황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개별기업의 가치변화에 초점을 맞춥니다. 시장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지만, 개별기업은 영업현황과 실적을 주의깊게 살펴보면 앞으로의 가치변화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특히 비중을 두고 보시는 부분이 있으시다면요?”

“또 투자기업을 고를 때는 질적인 부분을 중시하는 사람이 있고, 양적인 부분을 중시하는 사람이 있는데 저는 양적인 부분에 더 높은 비중을 두는 편입니다. 경영자의 자질과 같은 부분은 주관적인 편견이 많이 들어갈 수 있는 데 비해서 양적인 부분은 객관적인 비교와 판단이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팀장님에게 영향을 미친 투자자가 있나요?”

“현명한 투자자를 집필한 벤자민 그레이엄입니다”

“가치투자의 대가인 벤자민 그레이험과 자신을 비교한다면?”

“기업의 가치에 근거해서 투자판단을 한다는 측면에서 벤자민 그레이험과 생각이 기본적인 철학이 같겠지요. 하지만 구체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면 다른 점도 있습니다. 벤자민 그레이험이 자산가치를 중시한 데 비해서, 저는 수익가치를 더 중요시합니다. 수익가치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이고 쉬운 기준은 PER와 배당수익률입니다. 그리고 자산가치는 수익가치를 만족하는 기업을 만났을 때 투자판단을 하는 보조기준으로 사용합니다. 자산가치측정에는 유동자산에서 부채총액을 뺀 순유동자산을 주로 활용하는 편입니다.

가장 힘들었던 때는 활황장인 99년

“펀드매니저를 하면서 힘들었던 때는 언제입니까?”

“99년 말이 가장 힘들었지요. 그때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던 종목이 롯데칠성 등의 가치주였는데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주식은 새롬기술과 같은 기술주들이었습니다. 당시 투자하고 있던 기업의 실적은 계속 개선되고 있는데, 주가는 오히려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기업의 가치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올라가는 주식은 버블이라고 생각했지만, 투자자들은 당장 펀드수익률이 안 올라가는 것 때문에 항의를 하고, 심지어는 특정종목을 꼭 펀드에 편입하라고 하는 요구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스트레스를 받아서 몸도 많이 아팠었습니다.”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 코멘트를 해주신다면?”

“과거에 비해서는 장기투자에 적합한 환경이 만들어져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장기투자를 할 수 있기 위해서는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이 주주에게로 돌아간다는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기업들이 배당성향을 높이고 주주중심의 투명한 경영을 한다면 주주들에게 그런 확신을 심어줄 수 있겠지요.

   또한 주식투자의 형태가 다변화되어야 하고, 기관투자가들이 그런 기반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섹터펀드들을 비롯한 다양한 간접주식투자상품이 있어야 하고,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규모를 늘려가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투자저변이 확대되고 한국의 주식시장은 지금보다 훨씬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습니다.”

펀드매니저는 철학과 고집 있어야

“펀드매니저가 되고 싶은 학생들에게 한 말씀 해주십시요.”

“펀드매니저는 자신만의 철학에 대한 고집이 있어야 하고 냉정한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펀드매니저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만큼 화려한 직업이 아닙니다. 무대 전면에 나서기도 힘들 뿐더러 펀드매니저로 끝까지 생존하는 사람은 불과 몇 되지 않습니다. 검증이 되지 않은 사람에게 쉽게 돈을 맡기지 않을 뿐 아니라 일단 펀드매니저 생활을 하더라도 계속해서 좋은 성과를 보여주지 않으면 퇴출되기 쉽습니다. 펀드매니저가 되고 싶어하는 학생이 있다면 우선은 학교공부를 열심히 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펀드매니저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자산운용사나 증권사에 들어가야 하고, 거기서 인정을 받아야 기회 자체가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투자하기에 유망한 종목이 있다면 추천해주시죠.”

“LPG가스업계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LG가스와 건설경기 회복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조선내화가 유망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디지털 복합기와 레이저 프린터로 성장성을 재평가받고 있는 신도리코와 실적이 호전되고 있는 신영증권도 좋은 투자종목입니다.”

주식에 관해서 열정적으로 얘기하는 이채원 팀장을 보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였고 개인적으로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우리나라는 후진 증시라 가치투자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들을 하곤 한다. 하지만 이채원 팀장은 몸소 가치투자를 실현해보이고 그 결과를 모두에게 보여 주었다.

이채원 부장은 아직 젊다. 한국의 워렌 버펫, 피터 린치라는 명성에 걸맞게 앞으로도 그는 투자라는 세계에서 꿋꿋이 자신의 철학을 지키는 투자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터뷰 내내 자신있게 자신의 투자철학을 말하는 그에게서 우리나라에도 존경받는 주식투자자가 나올 것 같다는 믿음과 희망을 보았다.

이채원 팀장 약력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88년 동원증권 입사

       국제부 동경사무소, 역외펀드 운용

97년 신설투신 주식형펀드 수익률 2위 기록 (지수대비 +19.34%)

98년 안정형 주식형펀드 수익률 1위

99년 상반기 안정형 주식형펀드 수익률 1위

99년 한경비지니스.한국펀드평가 선정 베스트 펀드매니저

현재 동원증권 주식선물 운용팀장

박민우 / aminuz@orgi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