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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성과 자신감의 조화 - 한섬 정재봉 사장 인터뷰

보수성과 자신감의 조화 - 한섬 정재봉 사장 인터뷰



대학투자저널은 11월 15일 타임 주주총회가 끝난 뒤 한섬의 정재봉 사장과 인터뷰를 했다. 정사장은 타임의 지분을 27.63% 보유하고 있고,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포함할 경우 지분율이 74.39%에 달하는 실질적인 대주주이다. 정사장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기존의 패션업계의 영업전략을 거부하고, 소수의 패션리더를 상대로 한 차별화된 영업전략을 펴나갔다. 그 결과 한섬은 10여년만에 국내 최고의 패션 업체로 자리잡게 되었다. 대학투자자널은 11월호에 실었던 ‘기업에게 보내는 주주의 제언’ 기사에서 제기했던 이슈를 중심으로 경영철학과 주주정책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1. 유보이익의 투자 관련



Q: 현재 타임의 유보이익의 상당부분은 부동산과 주식에 재투자되고 있습니다. 핵심역량이 아닌 쪽으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데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KT건은 패션업종과 전혀 상관없는 통신회사에 대한 투자이면서 회사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큰 금액이 아닌가 싶습니다. 현재 타임의 유보이익의 활용 현황과 향후 운용계획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A: KT 공모주에 청약했던 것은 회사의 현금을 적절하게 활용하기 위해서였습니다. KT 전환사채의 경우 최소 4.4% 정도의 확정 금리가 나오고, 주가가 오를 경우 전환을 통해 차익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KT 전환사채는 계속 보유할 예정입니다. 시장에서 패션회사가 주식을 사는데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KT 주식은 주가가 어느 정도 오르면 시장에서 처분할 계획입니다. 앞으로는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가능한 자제할 생각입니다.



2. 배당 정책 및 자사주 관련



Q: 타임의 이번 결산 배당금은 200원입니다. 배당성향은 1.69%, 배당기산일인 8월말을 기준으로 한 시가배당률은 1.41%입니다. 주식을 팔지 않고 장기간 보유하는 주주라면 회사의 수익을 공유할 수 있는 길은 배당밖에 없습니다. 현재 정기예금 금리가 5%대인데, 배당성향을 30%정도만 유지하더라도 금리 이상의 배당이 가능합니다. 장기적인 우호주주를 육성한다는 측면에서 향후 배당정책을 수정하실 용의는 없으신지요.


A) 우리나라에서 주식투자 하시는 분들은 배당보다는 주가상승에 따른 차익실현을 더 선호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배당금을 늘리기보다는 주가를 부양하는데 더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그 방법으로 자사주 매입, 소각 정책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환경이 바뀌고 배당을 선호하는 주주들이 더 많아질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배당정책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도 가능합니다.



3. 한섬과의 합병 관련



Q: 한섬과 타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두 회사의 합병여부와 시기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경영자로서 합병으로 인한 장단점에 대해 평가를 해주십시오.


A: 두 회사가 합병을 하면 두 군데 법인에서 하는 일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장부 작성뿐만 아니라 한곳에서 다양한 경영지원 업무를 총괄하는 셈이기 때문에 각종 관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두 회사는 같은 업종을 영위하는 회사라서 솔직히 합병을 한다고 해서 영업상 큰 시너지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합병을 할 경우 시가총액이 커지고 거래량도 늘어나기 때문에 기관투자가들이 투자하기에는 훨씬 더 유리해집니다. 시장에서 한섬과 타임의 합병을 요구하는 것도 이런 측면이 크다고 봅니다. 또한 외견상 내부거래 부분도 없어지기 때문에 기업의 투명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4. 복지기금 증여



Q: 한섬의 복지기금 증여는 종업원들의 복지를 생각한다면 긍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반면에 주주들은 당기순이익이 감소하여 결국 주주들에게 돌아올 몫이 줄어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입니다. 복지기금에 대한 사장님의 생각은 어떤 것입니까?


A: 한섬과 타임은 공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재산의 전부인 회사입니다. 한섬의 장기적인 발전은 좋은 인재를 많이 확보하고, 그 사람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회사에 남아있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복지기금은 회사입장에서는 법인세를 절감할 수 있고, 직원들에게 많은 복지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제도입니다.

시장에서 복지기금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저는 복지기금이 회사가 다른 형태로 쌓아둔 예금이라고 생각합니다. 복지기금이 많이 쌓여있으면 불황기에 회사가 어려울 때도 직원들에게 월급을 안정적으로 줄 수 있고, 평상시에는 경상비를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앞으로 복지기금의 증여는 여러분의 이야기를 참고하여 장기적인 회사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하겠습니다.



5. 성장 전략 관련



Q: 주 5일 근무제와 맞물려서 스포츠 룩을 비롯한 캐쥬얼 라인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반해 정장 쪽은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마인의 경우 02년 매출이 거의 정체된 상태입니다. 최근 타임의 주가가 정체된 것은 소비의 위측과 맞물려서 새로운 브랜드의 런칭이나 적극적인 해외 시장 진출과 같은 장기적인 성장전략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A: 사업을 오랫동안 하면서 느낀 점은 돈이 있을 때 펑펑 써버리는 것보다는 기회를 저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지금 한섬이나 타임의 보유 현금으로 보자면 어떤 사업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사업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기회가 있다고 해서 그 기회를 한꺼번에 써버리는 것은 위험합니다. 저희는 새로운 브랜드 런칭과 신규사업진출에 대해 내부적으로 심도 있는 검토를 하면서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유망한 분야에는 미리 상표를 등록시켜 놓기도 하고, 보다 자세히 시장조사를 해보기도 합니다.


87년 회사창립이래로 지금까지 한섬에서 런칭한 브랜드는 타임옴므를 비롯하여 5개에 불과합니다. 이 브랜드들은 모두 자기 분야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저에게 브랜드 하나하나는 자식과 같은 존재입니다. 그래서 브랜드를 무작정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한번 만든 브랜드를 잘 키워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지금 있는 브랜드의 자매 브랜드를 런칭한다던지, 패션 외에 다른 형태로 응용하여 추가적인 매출을 올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6. 인터뷰를 정리하며



한섬의 정재봉 사장에 대한 첫인상은 패션업체의 사장답게 매우 세련된 신사라는 느낌이었다. 정 사장은 인터뷰 내내 ‘기회의 저축’과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의 필요성’을 반복해서 강조하였다 ‘기회의 저축’은 회사의 보수성을 잘 드러내주는 말이고, ‘마케팅 전략의 차별화’는 기존의 틀을 거부하면서 업계를 리드해나가는 한섬의 자신감을 설명해 주는 말로 해석되었다. 보수성과 자신감의 조화가 多브랜드 전략과 무리한 사업 다각화로 IMF 당시 몰락의 길을 걸었던 다른 패션업체들과 달리 한섬이 패션업계의 선두주자로 설 수 있었던 이유를 잘 설명해 준다.


김민국 / neominde@i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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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 stylist
    감동적인 인터뷰군요.. 금년 주총은 너무 바빠서 못갔는데.ㅠㅠ 작년 주총때 정회장님 바로 뒤에서 주총을 경청햇는데.. 멋진 슈트에 세련된 멋쟁이 였던걸로 기억됩니다만 사고방식도 세련되신거 같군요.. 어떤 분야던 최고가 된다는건 이유가 있는거 같습니다. 낭중지추님 수고 많으셨네요.. 캄사
    2002.12/22 23:00 답글쓰기
  • stylist
    2002.12/2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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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ylist
    특히 기회의 저축이란 단어는 예술에 가깝네요.. 패션이 예술이라서 그런지.. 주식투자도 기회의 저축이죠. 돈이 잇다고 투자를 강행하는건 초보죠. 기회를 사는 것이 진정한 투자자란 생각이 듭니다. 기회의 저축이죠.
    사람이 재산이라든가. 유보는 미래를 위한 저축이라던가. 신규브랜드에 왜 신중한지를 잘 알게 되었습니다.
    2002.12/22 23:12 답글쓰기
  • stylist
    2002.12/22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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