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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청지기의 시대가 온다

청지기의 시대가 온다


신약성경을 보면 주인이 먼 길을 떠나면서 세명의 하인에게 각각 돈을 맡긴 이야기가 나온다. 주인은 세 하인에게 각각 5달란트와 2달란트, 1달란트씩을 나눠 맡긴다.


얼마 후 주인이 돌아와서 그 돈을 어떻게 운영했는지를 묻자 5달란트와 2달란트를 맡았던 하인은 각기 장사를 해서 원금을 두배로 늘렸다고 보고했다. 주인은 그들이 작은 일에 충실하고, 성실하게 돈을 벌었다고 칭찬하고 앞으로 더 큰 일을 맡기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1달란트를 받았던 하인은 주인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것을 옳지 않게 생각할 줄 알고 1달란트를 그냥 땅에 묻어 놨다면서 원금만을 돌려줬다. 그러자 주인은 그를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고 꾸짖으면서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을 생각마저 못했던 소심함과 무능함을 책망하면서 그를 내쫓았다.


성경에 나오는 청지기는 주인이 가장 신뢰하는 종이다. 그는 주인이 맡긴 재산을 전적으로 관리하는 집사의 역할을 수행한다. 5달란트와 2달란트를 받아서 주인이 없는 동안 잘 운영해서 돈을 벌었던 종은 청지기로서 자격이 있었지만, 1달란트를 받아 땅에 묻어놨던 종은 단지 무익한 종이었을 뿐이다.


청지기는 주인의 신임을 받는 동안 완전한 자기 책임 아래 집안 재산을 관리할 수 있다. 청지기의 미덕은 주인에 대한 충성심, 정직함, 그리고 주인의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청지기는 합법적으로 권력이나 재산을 위임받은 선량한 관리자를 통칭하는 말로 쓰인다. 마찬가지 의미에서 고객으로부터 자산운용을 위탁받은 펀드매니저 또한 청지기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주식시장에서 펀드매니저가 정직하고 용기있는 청지기가 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시장상황에 따라 불과 수개월만에 돈이 들락날락하는 단기적인 투자성향, 회사의 주주총회에서 배당이나 감사선임 건 등에 대해 반대표를 던질라치면 여기저기서 연줄을 타고 들어오는 압력과 로비, 그렇다고 해서 뭔가가 바뀔 것 같냐는 냉소적인 시선들을 모두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상당수 펀드매니저들은 보다 손쉬운 길을 택한다. 유동성이 좋아서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주식들을 선호하고, 조금이라도 악재가 나오면 주식 자체를 그냥 팔아버림으로써 악재를 없애버린다. 거래량이 적어 유동성이 안 좋더라도 기업가치가 좋으면 사서 장기간 보유하면서 회사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투자한 회사와 비전을 공유하는 형태의 펀드운용은 생각조차 하기 힘들다.


그러나 앞으로 몇 조 단위의 대규모 사모펀드가 도입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기금 투자가 활성화되면 현재까지 해왔던 트레이딩 위주의 펀드 운용 방식은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운용 규모가 커지면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주식을 손쉽게 사고 팔면서 수익을 내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펀드매니저들에게 꼭 필요한 자세가 청지기 정신이다. 펀드매니저가 청지기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자산이 투자된 기업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대주주가 개인의 이익을 위해 회사의 이익을 빼돌리지는 않는지, 분식회계를 하지는 않는지, 이익규모에 비해 적절한 수준의 배당을 하고 있는지, 유보이익을 적절한 곳에 투자하고 있는지 등과 같은 고객의 이익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영상의 판단을 면밀히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SK 사태가 터졌을 때 독자적으로 SK 경영진의 책임을 묻고 대안을 제시하는 국내 기관투자자는 없고, 소버린이라는 외국계 펀드만이 목소리를 높였다. 만약 고객의 자산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고,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국내 펀드나 기관투자자가 있었다면 SK사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지 않았을까? 나아가 그런 청지기가 있었다면 SK사태 자체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트레이더의 시대는 가고 청지기의 시대가 오고 있다. 이미 소버린처럼 기업 지배구조 개선능력을 가지고 있고, 고객의 이익을 충실히 대변하는 외국계 사모펀드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이들과 경쟁해서 이기려면 우리나라에도 청지기 정신으로 무장한 펀드매니저들이 운영하는 펀드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청지기 정신을 가진 펀드매니저의 존재는 기업을 투명하게 만들고, 경쟁력을 높임과 동시에 고객의 이익 또한 적극적으로 보호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갖는다.


김민국 kim@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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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측투자 - 부크온

댓글 2개

  • 톰크루즈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강추!!에 한표 던집니다.
    2004.06/03 13:50 답글쓰기
  • 톰크루즈
    2004.06/0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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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자맨
    미래 펀드매니저의 방향을 제시하는 멋진 글이군요...
    2004.06/04 00:12 답글쓰기
  • 투자맨
    2004.06/04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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