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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금융강국을 만드는 똑똑한 주주

금융강국을 만드는 똑똑한 주주


3월은 상장사 대부분이 주주총회를 여는 주총의 계절이다. 우리나라에서 주총은 결코 유쾌한 행사가 아니다. 삼성전자 주주총회를 비롯해서 벌써 올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주총의 광경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주주총회는 일년 중 유일하게 투자자가 회사의 공식적인 영업현황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자리이다.


주주총회를 다녀보면 늘상 목격하는 광경이 있다. 누군가가 주총 안건에 대해 '작년의 좋은 실적은 사장님 이하 임직원 일동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입니다. 따라서 이 안건을 박수로서 통과시킬 것을 제안합니다.' 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 여기저기서 '옳소'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의장은 일사천리로 안건을 통과시킨다. 그리고 회의는 계속된다. 아주 이따금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곧 묻혀버리거나, '의견을 반영하여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교과서 수준의 원론적인 답변으로 끝난다.


예전에 "주주총회에 오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그리고 그렇게 자신 있게 주총 안건을 처리하자고 유도하는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라는 질문을 어떤 기업 IR 담당 임원에게 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그 임원은 주총에 참석하는 사람들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줬다.


"주총에 참석하는 사람들 대부분 내부 직원들입니다. 내부직원들 대부분이 크건 작건 간에 조금씩 회사 주식을 갖고 있어서 회사차원에서 참석을 시킨 거지요. 회사 직원들은 크게 두 가지 역할을 합니다. 보통 대표이사가 주총에서 의장직을 맡는데 하나씩 안건을 상정시킵니다. 그럼 미리 의사진행 발언자로 지정돼 연습을 한 차장급이나 과장급 직원이 안건을 통과시키자는 제안을 합니다. 그럼 다른 직원들이 옳소라고 이야기를 해서 안건을 통과시키는 거지요. 최근 들어 일반 주주들도 한 두 마디씩 발언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회사 주주총회는 20분 안에 끝납니다."


"회사 주주총회에 오는 사람들은 내부 임직원을 빼면 크게 세 부류로 나뉩니다. 첫번째는 선물을 받으러 온 주주들입니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보통 아줌마가 많습니다. 이들은 선물만 받고 바로 집으로 갑니다. 두번째는 총회꾼들입니다. 총회꾼들은 연말에 주식을 조금씩 사 놓았다가 주총 시즌이 되면 가능한 모든 기업들을 미리 방문합니다. 그래서 회사의 약점을 주총 때 이야기하겠다고 협박을 하거나, 원활한 주총 진행을 도와주겠다고 말하면서 금품을 요구합니다. 세번째는 순수하게 주총에 참석하려고 온 주주들입니다. 웬만한 중소기업에서 주총에 순순한 의지로 참석한 일반주주는 열 명도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면서 그 임원은 '주주의 수준'에 대해 이야기를 쏟아냈다. "배당을 2, 3번 탄 적이 있다는 주주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뜨내기 주주들입니다. 회사에 걸려오는 전화들은 온통 주가에 대한 이야기뿐입니다. 주가가 올라갈 때는 회사에 전화가 한 통도 안 옵니다.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그 때서야 왜 주가가 떨어지느냐, 회사에서는 주가에 왜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느냐고 전화통에 불이 납니다. 심지어는 회사가 주가부양을 위해서 뭔가 뉴스를 만들어달라는 어처구니없는 제안을 하는 주주도 있습니다. 회사에 대해서는 도무지 관심도 없고 자나깨나 주가생각만 하는 사람들이 호통을 칠 때면 어이가 없을 때가 많습니다."


그 임원의 말이 어느 정도 은 일리가 있어 보였다. 주가에만 관심이 있지 실제 회사의 일에 애정을 갖고 있는 주주는 그리 흔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는 주주들의 활동 공간인 회사 웹사이트나 증권사이트들의 종목 게시판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끊임없는 루머, 욕설, 경영자에 대한 비방이 회사에 대한 격려와 실적분석 등 건전한 내용을 압도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투자자 가운데 회사의 장기적인 주인이 되고자 하는 목적으로 주식을 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주식투자를 도박이나 투기로 오해하고, 심지어 자신이 주식투자를 하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삼성전자나 포스코 같은 세계적인 기업을 갖게 된 것도, 우리가 쓰는 대부분의 의식주 관련 상품들도 모두 주식회사라는 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제도가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제도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자세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주주'라는 개념에 대해 몇 가지 오해를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오로지 회사의 단기적인 주가움직임과 주가를 둘러싼 세력, 수급 등의 문제에만 관심을 쏟고 그것이 주식투자의 본질인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주주는 자신이 투자하고 있는 주식회사의 주인이다. 자신이 투자하는 회사가 더 많은 이익을 내서 더 많은 배당을 줄수록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회사를 찾아 투자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 회사의 성장과 함께 자신의 부도 따라 올라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주인정신이다. 버핏이 스스로 경영하는 회사의 주주총회를 '주주들의 파티'로 규정하고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은 주주를 자신의 사업 파트너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투자한 기업들에도 주주들에게 똑같은 대우를 해 줄 것을 요구했다. 물론 초기에는 버핏의 이런 주장이 먹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수십년 동안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면서 지분을 늘려나가고 이사회에 직접 참여하면서 버핏의 영향력은 계속해서 커졌다. 그리고 그의 말은 회사를 바꾸는 힘이 됐고, 결국은 미국 기업 문화 전체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것이다. 주인정신을 가진 똑똑한 주주를 경영자이자 파트너로 둔 덕분에 벅셔 헤서웨이는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고 그 과실을 다른 주주들도 같이 누릴 수 있었다.


우리는 누군가가 개혁을 대신해주기만을 기다린다. 하지만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기업문화가 바뀌고 올바른 주주문화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주주들 하나하나가 변해야 한다. 주식을 복권이나 숨어서 해야 하는 투기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당당한 기업의 소유권으로 보는 시각이 늘어날 때, 그리고 회사의 주주총회에 자발적으로 참석하는 주주들이 늘어날 때 우리의 주주문화는 건강해질 것이다. 위대한 기업을 갖고 싶은가? 그렇다면 스스로가 '똑똑한 주주'가 되기 위해 노력하라. 우리 주식시장에서 '똑똑한 주주'들이 늘어나고 시나리오에 의거한 '20분 주총'이 사라질 때 비로서 금융강국 코리아는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김민국 kim@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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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측투자 - 부크온

댓글 1개

  • oren
    김대표님의 칼럼 글내용에 적극 동의합니다.
    저도 오늘 주주총회에 다녀왔습니다만,
    우리나라의 주주/이사회/최고경영자를 둘러싼 현실은 대한민국의 정치적 문제들을 극명하게
    드러낸 국민/국회/대통령을 둘러싼 현실 만큼이나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선거도 主權을 가진 국민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축제의 한마당이 될 수 있을 때 아름다울 수
    있듯이, 주총도 株券 혹은 株主權을 가진 주주들의 즐거운 파티가 될 수 있도록 김대표님의
    말씀대로 현명하고 똑똑한 주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2004.03/23 11:28 답글쓰기
  • oren
    2004.03/2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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