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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얼짱 주식 고르기

얼짱 주식 고르기


얼짱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단어였다. 원래 10대들이 인터넷상에서 주로 사용하던 말이 이제는 모든 매체에서 화두로 다뤄질 만큼 일상적인 용어가 됐다. 얼짱은 '얼굴이 짱'의 줄임말로, 네티즌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여고괴담3'에 출현했던 박한별을 '원조 얼짱'으로 꼽을 수 있다. 그녀는 사진으로 얼짱을 뽑는 사이트에서 얼짱으로 뽑히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영화에 캐스팅됐다.


그 뒤 수많은 분야에서 얼짱과 그 아류들이 출현했다. 영화배우이자 TV탤런트인 권상우는 젊은이들 사이에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몸짱'으로 인기를 모았다. 또한 몸짱 아줌마로 인기를 모았던 정다연씨는 CF출연과 공중파 방송출연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포털사이트를 포함한 각종 사이트에서 얼짱을 뽑는다는 공고가 하루가 멀다 하게 올라왔고, 얼짱은 일종의 신드롬으로 자리잡았다.


얼짱 신드롬은 과거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것을 문화소비자가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던 문화에서 네티즌들이 능동적으로 스타를 만들어낸 다는 점에서 한단계 높은 스타양성 시스템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을만 한다. 젊은이들은 자신과 익숙한 일반인들이 스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자기가 뽑은 사람들이 실제 연예인이 되어가는 것을 보면서 얼짱에 애착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얼짱 신드롬은 지나친 수준으로 확대되어 우려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이 얼짱의 개념을 확대하면서 스포츠스타, 정치인, 아나운서 중에도 얼짱이 탄생했다. 심지어는 최근에는 현상수배 전단 속 여성도 '강도 얼짱'이란 별명으로 인기를 얻고, 청문회 증인이 '증인 얼짱'으로 인기를 얻기에 이르렀다.

얼짱 신드롬과 유사한 현상이 주식시장에서도 존재한다. 미인주 찾기가 바로 그것이다. 경제학자인 케인즈는 주식시장을 '미인 뽑기'대회와 비교했다. 그는 성공한 투자자는 미인 대회 심사위원처럼 자신이 예쁘다고 생각한 주식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주식을 고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말로 성공하려면 다른 사람들도 자신처럼 타인들의 생각도 따져 볼 것이라는 것까지 감안하는 이중, 삼중의 고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케인즈가 말하는 미인 고르기는 요즘처럼 소수의 심사위원들이 당선자를 결정하는 방식의 일반적인 미인대회가 아니었다. 당시 영국 신문에서 유행하던 미인고르기 대회는 100명의 미인을 놓고 독자들로 하여금 선택하게 한 다음 가장 높은 득표를 한 6명의 미인을 맞추는 사람에게 상금을 주는 대회였다. 미인대회에서 최종 선발된 미인은 심사위원 전체의 평균적인 기호에 대체로 일치한다. 따라서 심사위원은 자신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얼굴이 아니라 다른 심사위원이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얼굴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려면 자기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후보를 골라서는 안되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미인이라고 여길 후보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 투자자들이 미인주 투자를 통해 성공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 이유로 세가지정도를 꼽을 수 있다. 첫번째는 미인주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케인즈의 말대로 미인주를 찾으려면 남들이 모두 좋아할만한 주식을 찾아야 하는데, 절대적인 미인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절대적으로 좋은 주식을 규정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미인주도 유행을 탄다는 것이다. 각종 테마를 타고 시장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미인주는 수시로 바뀐다. 올해만 하더라도 중국수혜주, 조류독감 수혜주, 황사수혜주 등 주식시장내에서 수많은 테마가 형성됐고, 그때마다 미인주는 바뀌어왔다. 뉴스를 보고 시장의 유행을 따라가면서 미인주에 관심을 갖다 보면 상투를 잡게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세번째는 미인주를 사기 위해서는 비싼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 장부가치의 두세 배는 기본이고, 심지어는 열 배가 넘는 돈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물론 장부가치의 다섯 배에 사더라도 열 배에 팔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어디 그것이 마음먹은 대로 될까. 실제로 1999년에서 2000년도 사이 고점에서 IT 미인주를 샀다가 팔지도 못하고 반 토막, 십 분의 일 토막이 된 사례들이 부지기수로 있다.


그럼 미인주를 찾지 말라는 것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그 단서를 가치투자자의 영웅이라 할 수 있는 워렌 버핏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버핏이 학교 다닐 때 좋아하던 여학생이 있었다. 여학생이 예쁘고 성격도 좋았지만 워낙 인기가 많은데다 이미 남자친구가 있었다. 그래서 오랜 기간 지켜보다가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외로워할 때 버핏이 접근해서 여자친구로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탁월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주식들을 일시적인 주가 폭락을 이용해서 사들였던 버핏의 재능이 그 때부터 빛을 발했다고도 볼 수 있다.


버핏에게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두 가지다. 미인주를 고를 때 탐색하고 검증하는 기간을 늘려라. 시장내에서 다른 매수 희망자와 경쟁하면서 비싼 값에 사지 말고 주가가 폭락해서 적절한 가격을 지불해도 살 수 있을 때 사라. 미인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미인과의 짝사랑에 빠져서 흥분한 상태로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지불한다면, 미인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졌을 때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김민국 / VIP투자자문 대표
kim@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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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개

  • 웅크린개구리
    하하하~ 맞습니다~ 정말 대단한 비유내요~^^

    몸소 체험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표현같네요~

    2004.02/28 09:28 답글쓰기
  • 웅크린개구리
    2004.02/2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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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챨리강
    미인 찾기에 게을러진 저자신을 추스려야 하겠네요...ㅎㅎㅎ
    2004.03/03 08:41 답글쓰기
  • 챨리강
    2004.03/03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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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ellon
    정말 대단한 진리입니다 실천만 할 수 있다면 투자의 달인이 될 것 같은데도 기다림을 오래
    가지지 못하는 나약한 인내심으로 주식시장에서 투기가 횡행하고 진정한 수익으로 연결 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2004.03/21 17:09 답글쓰기
  • mellon
    2004.03/2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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