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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철의 투자단상] 지킬박사와 투자자

지킬박사와 투자자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에 등장하는 지킬 박사는 오랜 연구 끝에 선과 악을 구분하는 약을 개발해 낸다. 그는 이 약을 다른 사람에게 먹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 그 약을 먹는 첫 인물이 되었다. 스스로를 실험 대상으로 사용한 것이다. 가장 좋은 실험 대상은 그 자신이라고 생각했었던 모양이다.


가치투자자는 가끔 지킬박사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자기 주변을 둘러싼 모든 제품과 기업활동에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에 스스로 실험 대상이 되는 데 주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를 예로 들어 보자. 빙그레에서 새로운 아이스크림이 나왔다고 해서 추운 겨울날이었지만 주저 없이 사 먹어봤다. 이니시스에서 새로운 온라인 경매 사이트를 오픈 했다고 해서 대상에서 나온 건강보조식품인 클로렐라를 주문해봤다. 한 번에 두 가지를 다 이용했으니 일석이조였다. 단 걸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동서식품에서 핫초코가 나왔다고 해서 뜨거운 물에 타서 마셔봤다. SK텔레콤에서 JUNE 서비스가 나왔다고 해서 바로 핸드폰을 바꿨다. 초창기라서 가격도 꽤 세게 주고 산 걸로 기억한다. 이건 스스로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행위로서의 소비가 아니다. 스스로의 만족도를 체크해 투자 판단에 반영하기 위한 실험적 행동일 뿐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 갑자기 쇼핑이 즐거워지거나 연이어지는 TV광고가 짜증이 나지 않게 되면 가치투자자가 된 것이 아닌가 의심해봐야 한다. 여자 속옷 매장에서 아무 부끄러움 없이 브래지어를 꺼내서 가격표를 살펴보면 아주 증상이 심한 것으로 간주해도 좋다. 필자가 지금의 아내와 연애를 할 당시 남자치고는 쇼핑하는 걸 좋아해서 아주 편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온갖 매장에 서슴없이 들어가서는 어느 회사에서 만들었는지를 보거나 가격표만 확인하고는 정작 물품을 하나도 사지 않아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직업적인 행동이었음을 깨닫고 평소 가졌던 의문점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한다. 싱가포르로 신혼여행을 가서 태양이 내리 쬐는 해변보다 매점에 진열된 농심 라면과 새우깡을 보고 즐거워하는 필자를 보고 무덤덤해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이제 나한테 많이 적응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기업을 연구하는 가치투자자에게 제품 경험은 매우 소중한 자료가 된다. 재무 수치를 들여다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객관적인 분석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영역을 경험이 커버해주는 것이다. 지킬박사도 결국 죽음으로 마감하긴 했지만 스스로 약을 먹어보지 않았다면 이중인격에 대해서 심오한 이해를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필자도 ‘2% 부족할 때’를 마셔보지 않았다면 롯데칠성을 발굴할 수 없었을 것이고, ‘백세주’를 마셔보지 않았다면 국순당을 살 수 없었을 것이다.


항상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자. 기업은 우리 사회와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다. 시장에서 제품이 팔리지 않으면 이익잉여금도 없다. 투자자는 곧 소비자요, 소비자는 곧 투자자다. 당신이 평범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사람이라면 당신의 몸이 나타내는 욕구와 만족도는 훌륭한 투자판단의 바로미터 역할을 할 수 있다. 상식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가치투자자로서의 당신의 열정과 습관은 반드시 큰 투자수익으로 보상을 받을 것이라 믿는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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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 hoonies
    그런 의미에서 가치투자자는 결혼을 빨리 해야 한다? 경험을 공유할 수 있으니까? 맞나요? 좋겠네요? simon :)
    2004.02/11 02:09 답글쓰기
  • hoonies
    2004.02/11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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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명
    그렇습니다. 우리가 사는 곳, 주변을 늘 의식하고 경험해 보고 느끼고 나서, 다시 검증해 보아야 합니다. 무관심과 무감각은 수도하는 승려나 수사들도 경계하고 있습니다.
    Early adaptor보다는 조금 늦게 체험해 본다면 비용면에서는 득이겠지요? 재미는 없지만...
    2004.02/12 08:57 답글쓰기
  • 도명
    2004.02/1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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