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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국의 투자단상] SK 왕국, 공화국으로?
SK 왕국, 공화국으로 환골탈태할 것인가?
지난 1월 29일 SK(주)의 2대주주인 소버린자산운용이 정기주주총회에서 추천할 이사명단을 공개했다.
소버린은 29일 SK(주) 이사 후보로 5명의 사회명망가와 석유산업전문가를 추천했다. 소버린의 이같은 행보는 소액주주 운동가나 소버린의 이해관계자를 이사 후보로 내세울 것이라던 세간의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소버린이 추천한 이사 후보 면면은 화려하다. 한승수 전 유엔총회 의장, 김진만 한빛은행 초대 은행장, 조동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남대우 전 한국가스공사 사외이사, 김준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겸 힐스 기업지배구조 연구센터소장 등이 그들이다. 각각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있고, 관련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망가로 자타가 공인하는 인물들이다. 게다가 소버린은 각 후보들에게 이사로 선임되더라도 각자 독자적인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조건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소버린의 의도는 완전한 경영권 확보가 아니라 국내소액주주들과 외국인 주주들의 ‘민심’을 확보하여 기존 SK 경영진이 독주를 막겠다는 것이다.
소버린측의 절묘한 제안에 SK는 당황하고 있다. 소버린의 주식매집과 주총참가의사를 외국인 투자자의 적대적 M&A로 규정해서 민족감정에 호소하려던 당초에 계획이 어긋나버렸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소버린측이 추천한 인사들이 이사진에 포함되면 SK(주) 회사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누구라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각종 비리의혹으로 망신창이가 되어버린 기존 SK경영진이 이보다 더 나은 인사를 단기간에 찾아낼 가능성은 별로 없는 형편이다.
주식회사제도는 자본주의에 근거한 제도이다. 자본주의는 돈에 대한 사유재산권을 인정하고, 자유경쟁체제를 보장함으로써 최대의 효과를 내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의 도입은 정치적 시민혁명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시민혁명을 끌어낸 주체가 자본주의의 핵심인 시민계급이었기 때문이다.
시민혁명으로 인해 정치 이념에는 ‘코페르니쿠스적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났다. 그 이전에는 ‘왕권신수설’이 지배적이었다. 왕권신수설은 왕권이 신으로부터 주어진 것으로, 사람들은 저항권 없이 왕에게 절대 복종하여야 한다는 정치 이론이다. 하지만 시민혁명 이후 왕권신수설은 그 힘을 잃고, 국민이 주인이고 지도자는 단지 그 권리를 위임받은 것일 뿐이라는 ‘민주주의 이론’이 대세를 장악했다.
사실 주식회사제도 또한 이 같은 ‘민주주의’ 이론이 바탕이 된 제도이다. 1주당 1표를 행사할 수 있고, 다수의 주주가 지지하는 사람이 경영자가 되어 회사를 이끌어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임기가 끝나서 다수 주주로부터 재신임을 받으면 임기가 연장되고, 재신임을 받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이런 ‘주주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이 희박한 게 사실이었다. 기업의 창업자 겸 대주주는 말그대로 ‘왕’이었다. 회사직원들은 주주의 눈치가 아닌 ‘왕’의 눈치를 봐왔고, 회사의 모든 정책이 대주주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쪽으로만 진행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대부분의 1세대 경영자들이 물러나고, 외국인 주주들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혁명의 조짐’이 보이게 된 것이다.
경영실패와 대주주의 도덕성 해이로 인해 주가가 폭락한 틈을 타서 소버린은 SK(주)의 주식을 대거 사들였고, 이제 주주총회를 통해 표대결을 하게 됐다. SK의 기존 대주주는 정통성을 내세우면서 경영권 방어를 시도해보지만, 그 동안 해왔던 일들이 주주중시경영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의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계 펀드가 경영권을 장악하면 단기차익에만 신경쓸 것이고, 국부가 유출된다는 ‘자본국수주의’의 여론도 있다. 그러나 SK의 많은 소액주주들이 지배구조개선을 통해 대주주를 위한 경영이 아닌 모든 주주를 위한 경영을 하겠다는 소버린 측의 주장도 공감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공화국이 왕국과 다른 점은 ‘다수의 지지를 얻어 지도자가 되고, 재신임을 받지 못하면 지도자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SK사태로 인해 한자리수의 지분율로 경영권을 행사하고, 회사의 부를 갖은 방법을 동원해 개인에게 이전시켰던 기업오너들이 긴장하고 있다. ‘경영자가 주주의 선택에 의해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 자체가 혁명적이지만 그들에게는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시민혁명이 민주주의를 정착하게 했던 것처럼, 이번 SK사태는 한국 자본시장에 ‘주주민주주의 혁명’을 가져올 수도 있다. 문제는 소버린이 이기느냐, 기존 SK 경영진이 승리하느냐가 아니다. 소액주주들은 더 나은 비전과 경영능력을 보여주는 쪽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그리고 그 경영성과에 따라 신임 경영진은 재신임을 받을 수도 있고, 다시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물러줄 수도 있다.
그동안 한국에서 주식회사는 오너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왕국으로 여겨져 왔다. SK사태는‘주식회사는 주주들이 각자 돈을 내서 만들고, 출자한 돈만큼 권한과 책임을 갖는 공화국이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깨닫게 해주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따라서 왕국이 아닌 공화국 SK에서 최태원 회장이 SK의 CEO로 남을 수 있느냐 여부는 ‘그가 고 최종현 회장의 아들인가가 아니라, 그가 SK를 이끌어갈만한 자질이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김민국 / VIP투자자문 대표
kim@viptooza.com
지난 1월 29일 SK(주)의 2대주주인 소버린자산운용이 정기주주총회에서 추천할 이사명단을 공개했다.
소버린은 29일 SK(주) 이사 후보로 5명의 사회명망가와 석유산업전문가를 추천했다. 소버린의 이같은 행보는 소액주주 운동가나 소버린의 이해관계자를 이사 후보로 내세울 것이라던 세간의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소버린이 추천한 이사 후보 면면은 화려하다. 한승수 전 유엔총회 의장, 김진만 한빛은행 초대 은행장, 조동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남대우 전 한국가스공사 사외이사, 김준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겸 힐스 기업지배구조 연구센터소장 등이 그들이다. 각각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있고, 관련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망가로 자타가 공인하는 인물들이다. 게다가 소버린은 각 후보들에게 이사로 선임되더라도 각자 독자적인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조건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소버린의 의도는 완전한 경영권 확보가 아니라 국내소액주주들과 외국인 주주들의 ‘민심’을 확보하여 기존 SK 경영진이 독주를 막겠다는 것이다.
소버린측의 절묘한 제안에 SK는 당황하고 있다. 소버린의 주식매집과 주총참가의사를 외국인 투자자의 적대적 M&A로 규정해서 민족감정에 호소하려던 당초에 계획이 어긋나버렸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소버린측이 추천한 인사들이 이사진에 포함되면 SK(주) 회사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누구라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각종 비리의혹으로 망신창이가 되어버린 기존 SK경영진이 이보다 더 나은 인사를 단기간에 찾아낼 가능성은 별로 없는 형편이다.
주식회사제도는 자본주의에 근거한 제도이다. 자본주의는 돈에 대한 사유재산권을 인정하고, 자유경쟁체제를 보장함으로써 최대의 효과를 내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의 도입은 정치적 시민혁명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시민혁명을 끌어낸 주체가 자본주의의 핵심인 시민계급이었기 때문이다.
시민혁명으로 인해 정치 이념에는 ‘코페르니쿠스적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났다. 그 이전에는 ‘왕권신수설’이 지배적이었다. 왕권신수설은 왕권이 신으로부터 주어진 것으로, 사람들은 저항권 없이 왕에게 절대 복종하여야 한다는 정치 이론이다. 하지만 시민혁명 이후 왕권신수설은 그 힘을 잃고, 국민이 주인이고 지도자는 단지 그 권리를 위임받은 것일 뿐이라는 ‘민주주의 이론’이 대세를 장악했다.
사실 주식회사제도 또한 이 같은 ‘민주주의’ 이론이 바탕이 된 제도이다. 1주당 1표를 행사할 수 있고, 다수의 주주가 지지하는 사람이 경영자가 되어 회사를 이끌어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임기가 끝나서 다수 주주로부터 재신임을 받으면 임기가 연장되고, 재신임을 받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이런 ‘주주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이 희박한 게 사실이었다. 기업의 창업자 겸 대주주는 말그대로 ‘왕’이었다. 회사직원들은 주주의 눈치가 아닌 ‘왕’의 눈치를 봐왔고, 회사의 모든 정책이 대주주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쪽으로만 진행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대부분의 1세대 경영자들이 물러나고, 외국인 주주들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혁명의 조짐’이 보이게 된 것이다.
경영실패와 대주주의 도덕성 해이로 인해 주가가 폭락한 틈을 타서 소버린은 SK(주)의 주식을 대거 사들였고, 이제 주주총회를 통해 표대결을 하게 됐다. SK의 기존 대주주는 정통성을 내세우면서 경영권 방어를 시도해보지만, 그 동안 해왔던 일들이 주주중시경영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의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계 펀드가 경영권을 장악하면 단기차익에만 신경쓸 것이고, 국부가 유출된다는 ‘자본국수주의’의 여론도 있다. 그러나 SK의 많은 소액주주들이 지배구조개선을 통해 대주주를 위한 경영이 아닌 모든 주주를 위한 경영을 하겠다는 소버린 측의 주장도 공감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공화국이 왕국과 다른 점은 ‘다수의 지지를 얻어 지도자가 되고, 재신임을 받지 못하면 지도자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SK사태로 인해 한자리수의 지분율로 경영권을 행사하고, 회사의 부를 갖은 방법을 동원해 개인에게 이전시켰던 기업오너들이 긴장하고 있다. ‘경영자가 주주의 선택에 의해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 자체가 혁명적이지만 그들에게는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시민혁명이 민주주의를 정착하게 했던 것처럼, 이번 SK사태는 한국 자본시장에 ‘주주민주주의 혁명’을 가져올 수도 있다. 문제는 소버린이 이기느냐, 기존 SK 경영진이 승리하느냐가 아니다. 소액주주들은 더 나은 비전과 경영능력을 보여주는 쪽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그리고 그 경영성과에 따라 신임 경영진은 재신임을 받을 수도 있고, 다시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물러줄 수도 있다.
그동안 한국에서 주식회사는 오너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왕국으로 여겨져 왔다. SK사태는‘주식회사는 주주들이 각자 돈을 내서 만들고, 출자한 돈만큼 권한과 책임을 갖는 공화국이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깨닫게 해주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따라서 왕국이 아닌 공화국 SK에서 최태원 회장이 SK의 CEO로 남을 수 있느냐 여부는 ‘그가 고 최종현 회장의 아들인가가 아니라, 그가 SK를 이끌어갈만한 자질이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김민국 / VIP투자자문 대표
kim@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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