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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치투자자의 미덕

가치투자자의 미덕



가치투자자에게 요즘만큼 힘든 때도 없지 않나 싶다. 지수가 700에서 800을 갈 때는 상대적 빈곤감이었다. 지수는 오르는데 중소형 가치주의 주가는 그대로 멈춰있었다. 설상가상으로 800을 넘어 갈 때는 아예 소외를 당했다. 실제 체감지수는 600에 불과하다.

누가 물어보면 ‘아직 가치주들이 시장에 널려 있다’고 할 정도로 저평가 되어 있는 종목이 많지만 언제 오를지는 알 수 없는 법이다. 그냥 그저 기다릴 뿐이다. 그래서 가치투자는 겸손함과 엉덩이로 한다고 하지 않는가?


펀드를 처음 출범시키고 처음으로 내 돈이 아닌 다른 사람의 돈을 맡아서 운용하는 기관투자가가 되었을 때 선배 펀드매니저들이 이런 조언을 해줬다.


“고객들이 화나서 전화를 할 때는 시장이 폭락할 때가 아니야. 내 것과 남의 것이 같이 떨어진 것으로 뭐라고 하진 않아. 펀드매니저도 돈 잃은 나만큼이나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다른 펀드 수익률이 100%인데 내가 가입한 펀드 수익률이 60%면 그때부터 전화가 오기 시작하지. 60%도 대단한 수치지만 상대적 빈곤감인거야. 오죽하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단 말이 있겠어. 이게 현실이야. 이런 점이 너희들을 힘들게 할거야. 언더퍼폼(underperform)으로 인한 결과는 펀드매니저의 숙명이지.”


주식시장이 과열되고 상투를 칠 때 개인투자자들이 꼭 그 시기에 시장에 참여하는 이유를 욕심에서 찾는 사람들이 있지만 필자는 그 이유를 상대적 빈곤감에서 찾는다. 굳이 시장이 올라갈 때 주식을 사지 않아도 사는 데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하지만 결국 상투에서 주식을 사게 만드는 요인은 ‘다들 주식으로 돈 버는데 나만 소외되는 억울함을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욕심과 질투, 갈망은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자극제의 역할을 할 수도 있겠지만 투자에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감정일 뿐이다. 투자에 가장 도움이 되는 미덕은 절대적 가치에 대한 믿음, 절대적 기준에 따른 욕심 통제다. 전자는 가격은 결국 가치를 반영한다는 가치투자에 대한 믿음이요, 후자는 남의 수익률, 시장 수익률 등 상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국채금리, 인플레이션율 등 주식투자자가 반드시 넘어서야만 하는 절대적인 기준에 따른 행동이다.


시세판을 보지 않는다고 해서 인내가 발휘되는 것은 아니다. 굳은 심지와 기준 없이 철학과 믿음을 지켜나가기에는 시장이 너무나 많은 유혹과 추파를 던진다. 외부로 돌렸던 눈을 내부로 돌리자. 절대적 가치와 기준을 다시 한번 돌아보자.

내가 지나치게 집착했던 상대적인 기준들의 무상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최준철 wallstreet@i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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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개

  • 아빠의청춘
    새 신랑 화이팅 힘내세요
    많은 가치투자가들이 처음에는 그랬으니까
    이 시련을 못이기면 투기자의 길로 들어서고 이기면 진정한 승리자가 되겠죠
    시련은 있으나 실패는 없지요
    세월이 지나면 지금이 그리워 지겠지요
    2004.01/16 13:34 답글쓰기
  • 아빠의청춘
    2004.01/16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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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니체
    믿음이 약하면 쉽게 버리게 되죠.
    2004.01/16 13:36 답글쓰기
  • 니체
    2004.01/16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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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니퍼
    조금 위안이 되는군요. 감사합니다. 그래도 주가차별화가 너무 심하단 생각이 듭니다.
    2004.01/16 14:24 답글쓰기
  • 주니퍼
    2004.01/1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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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를위해건배
    좋은 글 입니다. 시장은 반드시 기다림의 보상을 주리라 믿습니다....
    2004.01/16 19:22 답글쓰기
  • 너를위해건배
    2004.01/16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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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거스67
    미래는 아무도 알수 없지만...그런 믿음을 가지고 실천한다면 좋은 성과를 이룰수 있습니다 ^^
    2004.01/17 00:52 답글쓰기
  • 아거스67
    2004.01/17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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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습관
    "투자에 가장 도움이 되는 미덕은 절대적 가치에 대한 믿음, 절대적 기준에 따른 욕심 통제다." 지금의 주가차별화를 저가에 가치주를 계속 살수 있는 기회로 보고 인내해야겠습니다.
    2004.01/17 10:51 답글쓰기
  • 좋은습관
    2004.01/1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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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샴
    vip펀드와 삼성투신의 이해균씨가 하는 가치투자펀드, 템플턴의 그로스펀드 3개의 최근 수익률을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납니다. 언젠가 최준철씨를 만나니까 삼성전자가 100만원이 가더라도 소신을 가지고 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는데,,저는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제 기억에 이해균 펀드 TOP 5가 삼성전자, 엘지전자, nhn, 신세계, 농심으로 알고 있는데 그 투자 논리도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최준철씨가 힘들겠지만 기 죽을 거 없고, 굳굳하게 밀고 나가십시요...
    2004.01/17 11:23 답글쓰기
  • 그리샴
    2004.01/1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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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샴
    다른 펀드나 종합주가지수보다 연 15%에서 연 20%로 꾸준하게 장기적으로 이익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VIP 투자펀드의 투자 아이디어를 가만히 보면 다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펀드매니저가 겪는 고충은 월급근로자나 남의 돈 굴리는 사람이 모두 겪는 업보이고, 투자자들은 상대비교를 할 수 밖에 없으니 한 번씩 원성을 부려도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너무 도사같은 말씀인가요) 높은 산을 오를 땐 정상을 보고 지레 겁먹지 말고 한 발 한 발 발밑을 보고 올라가는게 제일이라고 하군요....그러다 보면 정상에 올라서고.... 꾸준하게 한 발 한 발 나가십시요..인내심과 시간의 힘을 믿고.....G0,,G0 화이팅....!!!
    2004.01/17 11:31 답글쓰기
  • 그리샴
    2004.01/1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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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fana
    VIP펀드와 이해균씨 펀드, 그로스3호 펀드의 수익률이 어떻게 다른가요?
    2004.01/18 21:41 답글쓰기
  • efana
    2004.01/18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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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악바리
    최준철 님의 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저또한 가치투자한다고 했지만 님의 글처럼 처음에는 상대적 빈곤에 무척이나 괴로워 했습니다.
    대형주가 오를때 제가 투자한 가치주는 오히려 마이너스였습니다. 그때 정말로 팔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지만 참고 또 참고 기다렸죠..오히려 회사에 전화해 혹 가치에 이상이 없나 체크했었죠..
    아무런 이상없다고 하여 오히려 회사일에 좀더 신경을 썼었죠..
    기회는 옵니다. 주어진 기회에 만전을 기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내재가치와 다르게, 우리는 전혀 모르는 사이 회사는 변하고 있습니다.
    회사경영이 악화될수도 있으니 반드시 체크하고 넘어가야 할 것입니다.
    2004.01/21 15:01 답글쓰기
  • 난악바리
    2004.01/2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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