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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유감

작년까지만 해도 신용카드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최고의 미래유망사업으로 각광 받았다. 대기업은 앞다투어 신용카드 사업에 진출하려고 했고 그 결과 롯데그룹과 현대차 그룹도 이 미래유망사업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작년 결산기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양 강이라 할 수 있는 삼성카드, LG카드는 각각 5536억, 3500억의 순이익을 냈다.

하지만 올해 들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신용카드는 재앙이라는 말과 동의어로 쓰일 만큼 주식시장과 국가경제를 압박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신용카드사가 발행한 카드채는 채권시장에서 정크본드로 전락했고 주식시장에서는 유상증자로 대규모 자금을 끌어가는 부실기업이 된 것이 현실이다.



이 결과는 신용카드사의 무분별한 카드발급 남발과 카드사용자들의 무절제한 사용이 만들어낸 앙상블이다. 카드사와 계약을 맺은 모집인들이 길거리에서 신용조회도 없이 사은품과 함께 카드를 마구 발급해주던 모습과 젊은이들로 북적거리던 백화점의 모습이 현재 카드사의 몰락과 오버랩된다.

그러나 이런 복잡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의 사용은 대세로 굳어버렸다. 순기능도 무시할 수 없다. 투명한 사용내역 공개를 통해 세수 증가에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편리한 결재수단이다. 이제 신용카드는 사람들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핸드폰과 함께 필수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너무 단순한 결론일지는 몰라도 문제는 신용카드를 무조건 나쁜 것으로 몰아가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올바른 사용을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신용카드사와 카드사용자 모두 미성숙 상태에서 오늘날의 결과를 맞았다면 이것을 교훈으로 삼고 성숙한 신용카드 문화를 정착시켜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IMF가 우리 기업들에게 좋은 자극이 되어 기업의 체력을 한 단계 높였다면 지금의 신용대란도 잘만 활용하면 분명 좋은 과정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신용카드 사용자가 신용카드를 쓰기 전에 가장 먼저 개념을 잡아야 할 것이 숫자상의 돈과 진짜 돈(현금)을 단 하나로 인식하는 것이다. 100만원을 현금으로 쌓으면 꽤나 두툼하다. 필자가 예전에 용산전자상가로 노트북을 사러 간 적이 있는데 300만원짜리 노트북을 현금으로 결재했다. 용산에서는 카드를 사용하면 수수료를 많이 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300만원을 현찰로 가방에 넣고 다니는데 불안하기 이를 데 없었다. 결재를 할 때 300만원의 현찰을 들이미는데 '내가 정말 비싼 물건을 사는구나. 잘 산 걸까?'하는 생각이 순간 머리를 스쳐갔다.

그러나 카드로 300만원을 결재했으면 어땠을까? 분명 아무 생각 없이 멋진 싸인 한번으로 노트북을 신나게 가져왔을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카드와 현찰 결재에서 이런 차이를 한번쯤은 느껴봤으리라 생각한다. 숫자상의 돈과 진짜 돈을 하나로 인식하지 못하면 정반대의 소비행태가 나타난다. 흔히 증권사나 은행에 다니는 사람들이 씀씀이가 헤프고 소위 손이 크다고들 하는데 그것도 같은 맥락이다. 직업적으로 돈을 만지다 보니 숫자상의 돈과 진짜 돈에 혼동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대학을 막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한 친구들의 얘기를 들으면 꼭 한번씩 나오는 것이 카드값 문제다. 심지어 25일에 월급이 들어오면 27일에 카드사에서 홀랑 가져간다는 얘기를 농담처럼 하는 것을 들은 적도 있다. 학생이라는 신분은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을 배우고 나면 2학년 과정을 배우는 것처럼 머리가 커나감에 따라 단계별로 학습하는데 익숙하다. 하지만 사회에 나가면 인생에서 처음으로 단계별 학습이라는 것이 깨어진다. 돈에 대해 익숙치 않은 상태에서 많은 돈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이 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신용카드는 양 날의 칼과 같다. 잘만 쓰면 약이지만 잘못 쓰면 치명적인 독약이 되고 만다. 부디 지금의 신용대란이 선진 신용사회로 나아가는 좋은 학습의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준철 / wallstreet@i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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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 와타미
    저는 신용카드의 대안으로,
    체크카드 (일종의 직불카드)를 권해드립니다.

    현재 LG카드에 한 종류가 있고,
    다른 카드사에도 한 종류씩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사용방법은 국내 모든 카드가맹점, 온라인 거래가 기존 신용카드와 사용방법이 100% 같으며, 신용카드 번호와 심지어 카드 모양까지 100% 같습니다.

    다만 결재가 후불이 아니라,
    100% 카드연결계좌의 잔고에서 결재즉시 처리 됩니다.
    따라서 잔고가 없으면 카드를 못쓰게 됩니다.

    저는 이것이 합당한 카드사용문화라 생각됩니다.
    잔고가 없이 카드를 쓰는 것은 물건을 외상으로 사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때 발생하는 주요한 점이 있는데,
    물건사는 시점과 결재시점에서 대략 1달정도 차이가 존재함으로써,
    자신의 현금흐름의 관리가 전혀(?) 안된다는 점입니다.
    즉 돈이 없어도 물건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현금통제가 안된다는 거지요.

    체크카드를 쓰면 이런 모든 불합리한 결재방식이 해소됨과 동시에 현금을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 온라인 거래의 불편이 다 해결이 됩니다.

    체크카드를 적극 권장하는 바입니다.
    2003.05/14 10:36 답글쓰기
  • 와타미
    2003.05/1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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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q
    좋은 내용의 글 잘 읽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삼성카드 후순위채에 대해 지금 생각중입니다. 저도 신용카드를 사용하는데 실제 소비가 쉽게 이루어 지는 단점이 있더군요. 정말 월급날 며칠뒤 신용카드 대금이 결제되면 잔고가 얼마없습니다. 그래서 가급적 현금으로 결제하려고 노력중입니다. 현금이 없으면 소비하지 않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참 결재는 결제로 바꾸어 써야되는데...
    즐거운 날 되시기 바랍니다.
    2003.06/17 19:47 답글쓰기
  • aq
    2003.06/17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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