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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

이번 여름에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를 꼽으라면 단연 '마이너리티 리포트' 일 것입니다. 스필버그와 톰크루즈가 손을 잡고 만들었다는 것만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였고, 역시 독특한 설정과 박진감 넘치는 진행으로 스필버그는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물론 기대에 못 미쳤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SF영화를 볼 때 다른 영화와 차별화된 재미는 역시 '우리가 살 미래의 모습'을 스크린을 통해 본다는 것입니다. 특히 검증된 풍부한 상상력을 가진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영화라면 그 재미는 배가됩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핵심은 미래를 예측하여 범죄를 미리 예방하는 시스템의 존재이고, 이를 통해 생각해볼만한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시선을 좀 돌려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물건들이 어떤 형태로 되어 있나를 살피면 자동차, 모니터, 컴퓨터, 의료기기 등에서도 재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먼저 자동차를 볼까요? 이 영화에는 렉서스 브랜드를 단 자동차가 나옵니다. 하지만 그 모양과 운전방식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날렵하고 요즘 컨셉트카에서 볼 법한 디자인을 갖추고 있고, 지금의 차와 결정적인 차이로는 운전자가 없이도 자동항법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또한 차가 도로로만 달리는 것이 아니라 빌딩의 한쪽면으로도 달릴 수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영화에서 자주 사용되는 소품은 모니터(디스플레이)입니다. 영화를 보신 분은 톰크루즈가 몇가지 단서를 가지고 범행장소를 찾기 위해 장갑을 끼고 홀로그램같은 모니터를 터치스크린식으로 보는 장면을 떠올리실 겁니다. 또한 모니터의 두께가 얇고 투명할 뿐 아니라 입체적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입력장치 또한 CD가 아닌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어 겉으로 영상을 어느 정도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영화 속 장치들을 보면 그 상상력이 놀랍기만 하고, 그것을 영상으로 구현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감탄하게 됩니다. 그러나 투자자 시각에서 이 영화를 뒤집어 볼까요?

이 영화를 자세히 살펴보면 스필버그조차도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예를들면 가구, 집, 음식 등이 그것입니다. 제 아무리 첨단 모니터와 컴퓨터라 하더라도 그것은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가구의 모습과 똑같은 것 위에 놓여 있습니다. 처음 범행장소로 나오는 집의 모습도 현재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현관이 있고 방이 있고 침실이 있고 말 그대로 집의 모습입니다. 음식은 어떨까요? 톰크루즈가 눈수술을 한 후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건 그냥 샌드위치일 뿐입니다.

수천년간 내려오면서 만들어진 물건들은 다 인간을 위한 것입니다. 즉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의 모습, 특히 먹고 마시면서 입으면서 생명을 유지해나가는 방식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구, 집, 음식, 옷은 지금이나 몇백년 후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생각보다 인간은 기술보다 앞서 나갈만한 적응력이 없습니다. 입체 디스플레이가 나온다면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번거롭게 배워서 써먹어야 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데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게 됩니다. 그 개발을 하는 주체가 기업이라고 보면 기업은 주주의 돈을 가지고 기술개발을 하는 셈입니다. 기술개발이 인류의 발전에는 도움을 줄지 몰라도 기업에게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일은 기업에게 시지푸스의 돌과 같은 재앙입니다.

이 사실은 투자자에게 하나의 메세지를 전달해줍니다. 시간이 한참 지나도 존재할 기업에 투자를 하고자 한다면 기술개발과 무관한 업종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렉서스가 자동항법 장치를 장착한 차량을 개발하고자 한다면 얼마만큼의 기술개발을 해야 할까요? 설사 개발을 했다고해도 사람들이 잘 받아들일지 혹은 다른 회사에서 그 비지니스를 하지 않을지는 의문입니다.

반면 가구를 만드는 업체라면 기술개발할 돈을 그 미래에까지 꾸준히 쌓아둘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인간이 변하지 않는 이상 특별한 가구가 나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결국 지금 경쟁력이 있는 가구기업이 그 때에도 여전히 강한 경쟁력을 가지고 장사를 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음식, 옷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배경이 된 시대에도 여전히 돈을 잘 벌고 있을 기업에 투자하는 꿈을 꾸어봅니다. 결국 투자의 성공은 막연한 꿈을 꾸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좋은 글 작성에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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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 반박귀진
    잘기억은 안나는데 예전에 한cf에서
    벨이 전화기를 발명해서 협상을 하러다니다가 첫번째에 퇴짜맞고 두번째에 성공하면서 두번째 투자자를 멋있는사람처럼해서 나왔던걸루기억하는데 그럼 r&d를 싫어하는 첫번째
    사람이 더현명했던건가보네요...
    2003.05/04 03:54 답글쓰기
  • 반박귀진
    2003.05/04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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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로몬쵸이스
    영화를 보면서도 위 글과 같이 투자자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그 자체가 충격입니다.
    저도 열심히 공부해야 겠습니다. http://
    2007.05/11 16:10 답글쓰기
  • 솔로몬쵸이스
    2007.05/1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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