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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에세이 - 아비트라지가 뭐길래

나의 부모님은 잠실에 살고 계신다. 반면 나는 일에 치이다 보니 낙성대에 있는 사무실에서 숙식을 대부분 해결한다. 같은 서울 하늘에서 살면서도 생이별을 하고 사는 셈이다. 가끔 그런 것이 미안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몇일 전 어렵게 시간을 내어 부모님을 뵙고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3개월만에 이루어지는 부모, 자식간의 상봉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눌 이야기도 많았고, 내가 요즘 어떤 일을 하는지 쭉 설명해드리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갑자기 식사 도중 ‘아비트라지’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동아일보에 나온 아비트라지 관련 기사에 대해 조언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얘기를 하다가 금융 전문용어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부모님이 그게 도대체 뭐냐고 물어보신 것이다.

그래서 일단 아비트라지는 ‘무위험 차익거래’라는 설명을 드리고 쉽게 이해시켜드리기 위해서 아비트라지 방법 중 하나의 예시를 테이블 위에 있는 물건들을 가지고 들어보였다. 그 예시는 다음과 같았다.

“이 간장종지가 1년 후면 이 컵으로 바뀝니다. 그 사실을 알고 제가 아버지한테 컵으로 다시 갚기로 하고 컵을 빌려와서 이걸 팔아버립니다. 그러면 매각대금이 생기죠. 그 돈으로 이 간장종지를 삽니다. 그리고나서 이 간장종지가 1년 후 컵으로 바뀌게 되면 요걸 아버지한테 컵으로 다시 갚아주는 겁니다. 이게 아비트라지입니다. 간장종지가 컵보다 싸기만 하다면 그 이후 컵과 간장종지의 가격변화에 상관없이 그 차액만큼의 고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것이죠”

이렇게 나름대로 쉽게 열심히 설명했는데, 아버지가 전혀 의외의 말씀을 던지셨다.

“이해가 간다. 엄마가 한 게 딱 아비트라지네. 엄마가 아비트라지의 귀재잖아”

아니 이게 무슨 얘기인가 싶어 어머니가 무슨 아비트라지를 하셨는지 아버지께 여쭤보았다. 그랬더니 아버지께서 찬찬히 어머니가 구사한 아비트라지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셨다.

얘기인즉슨, 어머니가 삼성플라자에서 코트를 하나 사셨는데, 그 가격이 50만원이었단다. 그런데 롯데백화점에 가니 가격은 오히려 싼 45만원인데 대신 상품권 10만원짜리를 주는 행사를 하더란다. 그래서 롯데백화점에서 똑 같은 코트를 사시고 상품권을 받은 다음에 그걸 가지고 삼성플라자에 가서 환불을 받아서 50만원을 받으셨다는 것이었다. 결국 5만원을 남기고 상품권 10만원짜리를 확보하시고 코트를 하나 가지신 셈이다.

엄밀히 말하면 아비트라지라고 볼 수는 없다. 어차피 애당초 코트를 싸게 파는 롯데백화점에서 구입을 하셨을 때의 효과란 똑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머니가 코트를 100벌을 롯데백화점에서 사신 후 삼성플라자에서 반품을 시키셨다면 얘기는 전혀 달라진다. 그건 정말 아비트라지인 것이다. 물론 어머니 같은 사람이 많아진다면 두 코트의 가격괴리는 매우 좁혀질 것이다.

이 얘기를 듣고 금융 좀 안다고 잘난 척 했던 내가 머쓱해졌다. 아비트라지라는 것이 사실 용어가 어렵고 전문적인 것일 뿐 원리를 파고들면 근본적으로 똑 같은 물건에 대해 비이성적으로 다른 가격이 매겨져 있는 것을 이용해 차익을 얻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그것을 어머니는 두 백화점에서 일물일가가 깨져있는 것을 발견하고 몸소 행동으로 실천하신 것이다. 아비트라지가 무엇인지도 모르시는데 말이다.

고 정주영, 이병철 회장이 경영학을 열심히 공부하고 사업을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냥 사업을 하면서 몸소 체득한대로 지혜를 발휘했을테고 궁극적으로 모든 사업은 사람 사는 세상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 추측해본다. 금융도 마찬가지이다. 결국에는 우리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논리들을 ‘돈’이라는 것과 연계한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싶다. 금융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다고 자책하지 말고, 반대로 조금 안다고 잘난척하지 말자. 내가 오랜만에 뵌 부모님에게서 얻은 교훈은 바로 그것이다.

최준철 wallstreet@i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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