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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 당구비가 아까우십니까?

서론 : 할아버지도 모르면 세 살 아이한테 배워야 한다.

대학생들에게 ‘뒤풀이로 어디를 가장 많이 갑니까?’ 라고 묻는다면 당구장, 게임방이 상위를 차지할 것이다. 이 중 당구장에서는 게임방과는 달리 게임결과를 통해 최대 몇 만원의 게임비를 지불하는 소위 ‘물리기 게임’을 즐긴다.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위한 투자자의 게임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규모 면에서는 주식시장이 수만 배에 달하지만, 여기서 필자는 당구게임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을 통해 주식시장에서 이기는 방법을 유추해보도록 하겠다.

본론1 : 누가 당구장에서 이기나?

주변에서 당구를 칠 때 승률이 좋은 사람이 누구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생각이 안난다면 혹시 별명이 ‘독사’, ‘짝대기’, ‘타짜’ 인 친구가 있다면 아마 그들이 당구장에서의 winner일 것이다. 그들은 왜 항상 이길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의 당구 실력이 좋아서라고 생각한다. 물론 부인하지 않겠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초이스’다. 즉 실력의 차이보다는 상황에 따른 우라, 쓰리가락 등의 초이스에서 당구의 결과가 갈리는 것이다. 당구계에 잠시 몸담았던 필자는 잘 치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초이스가 안정적인 사람에 대해서는 긴장하게 된다. 즉 당구장에서 이기는 사람은 초이스를 잘하는 전략가이다.

본론2 : 이기는 사람들의 전략을 엿보자

이기는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은 기복없이 꾸준히 친다는 것이다. 어쩌다 한큐에 10점씩 빼서 이기는 경우는 어쩌다 한번이다. 더구나 이러한 경우 주위의 협박에 못 이겨 갑자기 다마를 올려야 하는 불상사까지 발생할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기복없이 꾸준히 잘 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쉬운 공을 잘 쳐야 한다. 우라, 마오시, 하쿠만 잘 쳐도 절대 안 진다. 리보이스, 더블, 황오시 잘 친다고 이기는 것이 아니다. 물론 과시욕도 게임의 즐거움 중 하나이기 때문에 어려운 공에 대한 욕심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게임에서 이기려면 어려운 공을 가끔 칠 수 있기보다는 1cm차이의 우라를 확실히 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둘째,
꾸준히 타수가 나와야 한다. 당구인들이라면 누구나 30분 동안 하나도 못 칠 때의 기분을 겪어 봤을 것이다. 한번 안 맞기 시작한 공은 끝도 없이 안 맞는다. 이러한 슬럼프를 겪게 되면 그 이후의 경기에도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꾸준한 타수가 나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칠 수 있는 공에 대한 확신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슬럼프는 한 번의 성공으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는 쉬운 공을 놓치지 않고 잘 치는데에서 나온다.

셋째,
상황변화에 잘 적응해야 한다. 누구든지 자신이 자주 가는 단골 당구장이 있다. 당구장마다 다이가 조금씩 다르다.(길고 짧고 or 쇼댕의 정도) 따라서 그 당구장에서의 승률과 다른 당구장에서의 승률은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 승률의 차이를 인정하면 승리자가 되기 힘들다. 다이 변화에 잘 적응해야 하는 이유는 당구장 차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당구장도 정기적으로 다이를 교체한다. 이러면 다이는 완전히 달라진다. 심지어 닦자 마자의 다이와 1시간 치고 난 후의 다이도 매우 다르다. 따라서 당구 다이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절반은 지고 시작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감에 의존하는 당구보다는 정확한 계산에 의한 당구가 요구된다. 필자는 자주 가는 당구장에서의 계산법을 가지고 다이의 변화에 따라 바로 변화에 적용시켜 계산한다.

본론3 : 주식시장에 접목시켜 볼까?

당구에서 얻은 위의 세가지 전략을 주식시장에 접목시켜보자.

첫째,
알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당구에서 타수 차이의 원인은 ‘리보이스’의 성공률이 아니라 ‘우라’의 성공률이다. 분석하기 힘든 삼성전자 등 대형주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 자신이 잘 알 수 있는 쉬운 기업을 완벽히 분석하고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투자이다. 우라 못 치면서 당구 잘 치는 사람 한 명도 없다.

우라를 치다보니 리보이스도 자연스레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삼성전자를 제대로 분석할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투자자의 0.01%미만이라고 생각된다. 처음부터 대기업을 분석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쉽고 간단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을 분석하는 것이 좋다. 그러한 과정을 겪으면 결국 기업을 보는 능력이 커져 결국에는 대기업까지 자신의 영역을 넓혀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꾸준한 수익으로 복리의 효과를 즐겨야 한다. 10%수익+10%하락 또는 10%하락+10%수익은 모두 원금의 1%의 손실을 가져온다. 하지만 10%수익+10%수익은 20%의 수익 이상인 21%의 수익을 가져다 준다. 여기서 언제나 이기는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가 도출된다. 공이 잘 맞을 때 못 치는 사람 한 명도 없고, 장이 좋을 때 수익 못 내는 사람 한 명 없다. 어차피 승부는 공이 잘 안 맞을 때 있는 것처럼, 투자의 승부도 결국 장이 안 좋을 때 얼마나 선방하느냐에 달려있다.

이 또한 자신이 아는 기업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왜냐하면 그 기업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다면 하락장에서 그 기업을 보유하기 힘들다. 결국 다른 기업에 관심을 갖게 되고 역시나 잘 모르는 기업에 대해 투자를 하고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따라서 하락장에서도 안정적인 주가를 형성하는 저평가주에 투자한다면 결코 손해는 나지 않을 것이다.

셋째,
상황변화에 잘 적응해야 한다.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투자아이디어의 원천이라고 생각하는 뉴스를 생각해보자. 그 뉴스가 기업의 가치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하는 정도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기업의 사업 내용의 변화를 정확히 읽어내지 못한다면 잘못된 투자 아이디어로 인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위에서 두 번이나 강조했지만 아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예를 들어, A라는 회사의 B제품의 매출수익이 작년 대비 5배로 늘었다고 해보자. 분명 기업의 호재이다. 하지만 A회사에서 B제품의 매출비중이 1%라면 이 내용이 A기업의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적다. 따라서 이 뉴스를 바탕으로 A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는 잘못된 투자를 한 것이다. 이러한 예는 극히 일부 사례일지도 모르지만, 경쟁사의 부도, 원재료 가격의 하락 등 수많은 뉴스에서 투자아이디어를 정확히 골라낼 수 있는 능력은 해당기업을 완전히 파악하는 능력에서 출발한다.

결론 : 당구든 주식이든 꼭 이기자.

당구에서의 이기기 위한 전략을 통해 주식투자의 이기기 위한 전략을 생각해보면서 여러 가지 투자전략을 제시했다. 중요한 점은 이 모든 것의 필요조건이 투자기업을 완전히 알아야 한다는 점에 있다는 것이다. 여러분은 자신이 알 수 있는 기업을 분석하여 꾸준한 수익을 창출하며 해당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의 변화에서 올바른 투자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투자자가 되어야 한다.

이 글이 투자자들에게 올바른 투자관을 심어주고 투자자 전체의 수익에 기여하는 바가 있다면, 필자는 비밀로만 내려오던 당구의 승리비결을 공개한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 두 용 (現 머스트자산운용 대표)
lamb20lamb@i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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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 피스오브마인
    주식투자를 시작한지 이제 한달정도되는 사람입니다. ^^''.
    좋은 글들이 많은 좋은 사이트를 알게되서 감사하구요.
    이런저런 글들을 읽던중... 이렇게 절묘하게, 핵심적인 비유의 글은 첨이네요. 훌륭하십니다. ^^
    저두 한 300치거든요... --''... ^^
    2003.04/25 00:35 답글쓰기
  • 피스오브마인
    2003.04/25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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