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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Brand Best Stock] SK텔레콤 성장주에서 유틸리티주로

SK텔레콤, 성장주에서 유틸리티주로


번호이동성도 날 막을 수는 없다


엘지그룹에 다니는 친구의 부탁으로 011을 가진 친구들에게 엘지텔레콤으로의 번호이동성을 권유해본 적이 있다. 엘지텔레콤이 요금도 더 싸고 각종 멤버쉽 서비스도 떨어지지 않는데 설득이 쉽지 않았다. 왜 안 바꾸는지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면 대략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011보다 019가 잘 터지지 않을 것 같다. 둘째 TTL 등 멤버쉽 카드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셋째 그냥 바꾸기 싫다.





출발부터 남달랐다?


옛날 PCS 출범 초기와는 달리 지금은 기지국 설치가 많이 되어 통화품질은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터지지 않는 지역에서는 전화 한 통만 하면 얼른 와서 소형 기지국을 달아주기까지 한다. 카이 멤버쉽도 TTL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웬만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도 다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뿐더러 편의점 엘지25에서의 할인 혜택도 있다. 이 두 부분은 설득이 가능하다. 그런데 문제는 세 번째 이유다. 그냥 바꾸기 싫다라는 데에는 정말 할 말이 없다. 막연한 SK텔레콤에 대한 충성도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SK텔레콤은 두말 할 것 없는 이동통신 업계의 공룡이다. 작년 9월 기준으로 매출액 기준 시장점유율이 61%에 달한다. 가입자수도 1800만명이 넘는다. 우리나라 사람 중 4명 중 한 명은 011을 쓰고 있는 셈이다. 번호이동성도 따지고 보면 SK텔레콤이 너무 독주를 하기 때문에 후발 주자를 살리기 위해 나온 정책이다. 하지만 그 아성을 무너뜨리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SK텔레콤의 경쟁력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닌 탓이다.


SK텔레콤의 경쟁력의 원천은 일단 1984년 한국이동통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동통신 시장이 작긴 했지만 유일한 사업권자로서의 독점력이 있었기 때문에 삐삐가 한창 보급되던 1992년도부터 일찌감치 이익회수에 들어갔다. 그리고 곧 이어 핸드폰 소유 붐이 일어났다. 이 시기에 SK텔레콤은 두 가지를 얻어 후발주자들과의 격차를 벌리고 들어갔다.


하나는 자금이다. SK텔레콤의 자본금은 446억원이다. KTF의 자본금이 9557억원임에 비춰보면 규모에 비해 무척이나 적은 자본금이다. 이동통신 사업은 초기 많은 투자비가 소요된다. SK텔레콤은 이 투자비를 삐삐로 벌어둔 이익잉여금으로 충당했고 KTF는 자본조달로 충당했다. 이미 1992년에 SK텔레콤의 이익잉여금은 1147억원에 달해 유상증자 없이도 추가 투자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여러 주체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발 빠르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도 이미 벌어놓은 돈이 많아 주주나 은행들에 빚을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초기 고객 확보다. 94년까지는 핸드폰 보급율이 낮았지만 이미 이동통신 사업을 혼자서 하고 있던 터라 핸드폰이 급격히 보급되던 시기에 별다른 경쟁 없이 많은 가입자를 유치했다. 이동통신 서비스는 한번 가입하면 잘 바꾸지 않는 경향이 있다.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번호를 바꾸는 것이 녹녹치 않은 일이라 웬만하면 그냥 쓰기 때문이다. 특히 초기 고객들은 사용료에 민감하지 않은 장년층이어서 요금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알짜 고객들을 미리 확보한 셈이다.


당시로서는 이동통신 시장이 이렇게 커질지 몰라 별다른 이의가 제기되지 않았으나 뒤돌아보니 SK텔레콤이 엄청나게 큰 시장에서 너무 많은 특혜를 입은 모양새가 되었다. 게다가 후발주자들이 형평성을 들고 나왔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 번호를 그대로 쓰면서 SK텔레콤 고객들이 다른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번호이동성 제도다.


이론대로라면 번호도 마음대로 못 바꾸고 독점업체의 횡포를 감당해온 고객들이 떠나야 정상이다. 보통 시장점유율이 높은 업체는 오만하고 태만해 고객의 불만을 사기 마련이다. 게다가 KTF, 엘지텔레콤은 뒤떨어지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요금도 저렴하다. 하지만 결과는 이론과는 다소 다르게 흘러가는 듯 하다. 2월 중 SK텔레콤을 떠난 고객이 18만5000명인 반면 SPEED 010 신규가입자가 42만3000여명으로 오히려 가입자수가 증가했다. 이건 단지 ‘SK텔레콤이 먼저 시작했기 때문에 1위다’라는 주장 이상의 뭔가가 있다는 의미다.



후발주자 도전이 성장동력


한 마디로 SK텔레콤은 놀지 않았다. 아니 1위라는 것에 만족할만한 정신적 여유가 없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워낙 매력적인 시장이니만큼 후발주자들의 도전이 매우 거셌기 때문이다. 만약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다면 한때 담배 시장을 외국 담배 회사에 내줬던 담배인삼공사(현 KT&G) 같은 위기를 한 번은 겪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유유자적하던 시장에 신세계통신, 한통프리텔, 한솔PCS, 엘지텔레콤이 잇따라 들어오면서 SK텔레콤도 정신을 바짝 차렸다. 역설적으로 경쟁사가 오늘의 강력한 SK텔레콤을 만들었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SK텔레콤은 이에 잘 대응해 수성할 만한 역량이 있었다. 그 핵심에는 강력한 마케팅력이 있다. SK텔레콤의 마케팅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차별화'에 승부건 마케팅


첫 번째는 이동통신 서비스의 진화 단계와 경쟁사의 상태 변화에 따른 시기 적절한 마케팅 대응 전략이다. PCS 사업자들이 진입했을 때 그들의 약점은 전국망 구축 미비와 통화품질이었다. 이때 SK텔레콤은 채시라와 권용운을 등장시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광고문구를 통해 ‘어디서나 잘 터지는 이동통신 서비스’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 시기를 지나 PCS 사업자들이 전국망을 구축하고 저렴한 요금으로 젊은 층을 공략하자 전무후무한 마케팅을 실시했다. 그때까지 011은 나이 든 사람들이 쓰는 핸드폰의 이미지가 강했다. SK텔레콤은 011 브랜드에 변화를 가하기 보다는 젊은 층에 맞는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였다. 이 결과물이 그 유명한 TTL이다. 각종 혜택을 주는 멤버쉽 카드를 발급하고 서비스 가입자간의 동류의식을 높임으로써 또 한번의 수성에 성공했다. 이후 연령층을 더 쪼개 들어가면서 UTO, Ting, 리더스클럽을 만들어 전 연령층의 고객을 경쟁자로부터 지켜냈다.


이렇게 상대의 약점을 찌르면서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는 시기 적절한 마케팅을 구사했다. 물론 이를 감당할만한 자본력이 있었기에 자신의 의사를 모든 고객들에게 알릴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할 수 있었다. 1997년 SK텔레콤의 광고비는 1000억이었으나 2000년에는 2000억을 넘었고 작년에는 무려 3600억의 광고비를 쏟아 부었다. 막대한 광고비는 또 다른 진입장벽 중 하나였다.


두 번째는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 구축이다. 첫 번째 마케팅 전략이 그때그때 상대에게 대응하는 전술에 가깝다면 두 번째 마케팅 전략은 장기적인 전략에 해당한다. SK텔레콤은 최고의 영화배우이자 지성적인 이미지를 가진 한석규의 입을 빌어 ‘품질과 자부심이 다르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달해 SK텔레콤 사용자들에게 자긍심을 부여했다. 사실 이동통신 서비스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충성도를 갖거나 차별화 되기가 매우 힘든 분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011 사용자들은 왠지 모를 우월의식을 가지고 있다. 원래 그렇다기 보다는 SK텔레콤에서 그렇게 생각하게끔 한 셈이다.


번호이동성 광고에서도 이런 전략은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011이라는 숫자 자체보다는 그 속에 숨은 SK텔레콤 서비스를 더욱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끊임없는 최면이 없었다면 011 이라는 숫자가 무력화 된 번호이동성 시기에 아무리 차별성을 강조했더라도 허사였을 것이다.


SK텔레콤의 마케팅력에서 하나 더 들자면 위기를 돌파하는 임기응변을 들 수 있다. 2002년 월드컵 때 공식 스폰서를 KTF에서 가져갔다. SK텔레콤은 마케팅의 호기에 손가락만 빨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붉은 악마를 후원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했다. 붉은 악마 응원가를 가르치는 광고는 많은 돈을 내고 스폰서 자격을 획득한 KTF의 코리아 팀 화이팅 캠페인보다 더 높은 효과를 냈다고 평가된다. 이 대목에서 SK텔레콤이 단지 돈만 퍼붓는 마케팅을 아니라는 점을 짐작케 해준다.



이제는 유틸리티주


SK텔레콤은 선두업체의 장점과 수성을 가능케 한 마케팅력 그리고 고정비를 넘는 매출이 모두 순이익으로 나오는 사업구조로 인해 과거 최고의 성장주로 여겨졌다. 그도 그럴 것이 1990년 각각 718억, 195억에 불과했던 매출과 순이익이 2003년 각각 9조5천억, 1조9천억으로 뛰어 올랐다. 주가도 4만원대에서 220만원(액면분할 전 기준)으로 무려 55배나 올랐다.


하지만 최근 3년간을 끊어서 보면 성장세가 둔화되었다는 신호를 읽을 수 있다. 작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하는데 그쳤다. 국민 네 명 중 한 명이 고객이니 그야말로 포화상태다.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것을 가지고 아직도 성장주라고 우기기에는 미흡하다. IMT-2000이 성장을 이어나갈 동력으로 여겨졌으나 물 건너간지 옛날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얘기다.


이제 SK텔레콤은 한국전력과 같이 유틸리티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한 국면에 접어들었다. 2003년 주당 배당금은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5500원이다. 현재가 22만을 기준으로 했을 때 배당수익률은 2.5%에 불과하지만 배당성향은 20.8%까지 올라왔다. 주가가 그대로라고 가정하면 올해는 배당수익률이 5%를 넘길 공산이 크다. 이미 투자가 끝난데다가 성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이 없어 내부유보의 핑계가 없어지자 적극적인 배당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딱 유틸리티주의 모습이다. 올해 실적 기준으로 PER이 약 9배 정도로 예상되는데 이미 시장도 SK텔레콤을 유틸리티주로 인식하는 모습이다.


따라서 앞으로 SK텔레콤에 투자할 때 유심히 살펴봐야 하는 기준은 잉여현금흐름, 자사주와 배당정책, ROE 등이다. 향후 번호이동성 전쟁이 끝나면 SK텔레콤의 마케팅도 고객을 지키거나 늘리는 쪽이 아니라 1인당 고객 매출을 늘리는 쪽으로 선회할 확률이 높다. 그간 SK텔레콤이 보여준 마케팅력으로 본다면 충분히 가능한 목표로 판단된다. 하지만 아직도 SK텔레콤에서 과거와 같은 성장성을 논한다면 그것은 가스회사에게 매년 100%의 성장을 요구하는 억지와도 같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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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측투자 - 부크온

댓글 6개

  • 發財
    한번 고정된 이미지를 바꾸는 것은 정말 쉽지않죠.
    전 KTF를 씁니다만 나이 좀 드신 분들이 PCS를 쓰는 건 좀 이상하게 보이더라구요...
    역시 SK 텔레콤의 지속적인 광고에 세뇌되었다고 밖엔...^^
    2004.04/02 10:35 답글쓰기
  • 發財
    2004.04/0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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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ison
    SK(주)와 관련하여 SKT의 지배구조에 관한 언급도 있었으면 합니다....*^^*
    2004.08/09 12:27 답글쓰기
  • poison
    2004.08/09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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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ccuvision
    SK텔레콤이 성장하는 과정을 참 재미나게 쓰셨네요~! ^^
    잘 읽었습니다.
    2004.12/24 16:05 답글쓰기
  • Accuvision
    2004.12/24 16:05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seobby
    SKT가 성장주로 보기는 힘들다는 최준철씨의 지적에는 다소 반론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의 SKT는 확실히 고배당 유틸리티주로써의 성격이 강한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현재의 주가가 성장주로써의 프리미엄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
    이 점만으로만 투자를 해도 손해를 볼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SKT는 이 이상의 무엇이 있다고 봅니다.
    일단 통신시장이 유무선이 통합되는 새로운 상황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온오프라인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원합니다.
    컨텐츠의 가치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서 가장 능동적으로 변할 수 있는 감각과 능력을 가진 1순위는 SKT입니다.

    우선 통신시장에서 이동형컨텐츠를 주로 하면서 통합컨버전스 통신사로 새롭게 도약하고,
    할인점과 같은 컨턴츠유통업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확대시키면서,
    SK주유소망, OK캐쉬백과 네이트를 하나로 묶는 온오프라인 통합서비스 제공업체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시나리오가 언제 나타날지 불확실지만,
    하이닉스 매각을 전후로 혹은 LG그릅의 현금유동성 위기가 나타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LG그룹의 통신사업 정리방안에 따라 상당히 빠른 시기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런 면은 제외한 유틸리티의 가치만으로도 SKT의 현재가격은 매력적인 수준이지만요.

    여담이지만 SKT를 매도해야할 시점은 TV광고가 가르쳐줄것입니다.
    투머로팩토리나 현대인의생활백서 같은 광고가 계속되는 한 SKT는 매력적인 주식입니다.
    2005.09/09 23:24 답글쓰기
  • seobby
    2005.09/09 23:24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최준철
    SK텔레콤을 유틸리티주라고 얘기한 이유는 사람들이 과거에 SKT에 가지고 있었던 고성장에 대한 기대를 떨어뜨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성장은 가능하겠지만 고성장은 힘들다고 봅니다. 전형적 내수라는 약점을 극복할 방법이 거의 없는 데다가 규제 산업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도 SK텔레콤에 대해서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그러니까 글을 썼겠죠^^) 근거는 다음 세 가지입니다. 시장의 기대가 없어 주가가 싸다는 점, 상황 대처력이 좋은 똑똑한 경영진을 가지고 있다는 점, 향후 이동통신은 컨텐츠 유통 등을 포함해 서비스업의 쌀이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시나리오를 짜는 것은 금물입니다. 흔히 SK텔레콤 긍정론자들이 컨버전스나 업계 판도 변화를 키워드로 해서 시나리오를 쓰곤 하는데 음성통신 비중은 여전하며 경쟁자인 KT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라는 점 등을 명심해야 할 거 같습니다. 차라리 머리 써서 시나리오 짜느니 똑똑한 경영진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라고 생각하는 게 현실적이고 정신 건강에도 좋을 듯 합니다.^^
    2005.09/11 21:55 답글쓰기
  • 최준철
    2005.09/11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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