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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t to Great]'시네마 천국'이냐 '시네마 악몽'이냐
'시네마 천국'이냐 '시네마 악몽'이냐
2004년은 영화산업의 격변기로 기록될만한 해다. 현재 추세대로 볼 때 역사상 한 편도 나오지 않았던 관객 천만 돌파 작품이 두 편이나 나올 가능성이 크다. '실미도'와 '태극기를 휘날리며'가 그것이다. 두 작품의 성공은 그동안 제작비 50억원 이상을 들인 한국형 블록버스터는 반드시 실패한다는 징크스를 깨고, 영화산업의 대형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테마1. 영화산업 매력도는 얼마?
국산 영화들이 영화관을 장악하고 있는 요즘은 웬만큼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은 수백만명이 기본으로 드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여세를 몰아 쉬리 이후 영화계를 강타했던 투자열풍이 다시 불어닥칠 조짐이다. 실제로 현재 기획되고 있거나 제작 중인 50억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작품만 해도 한손에 꼽기 힘들 정도다. 뉴질랜드에서 찍을 예정인 송강호 주연의 '남극일기', 곽경택 감독의 해양블록버스터 '태풍', 설경구 주연에 역도산의 일대기를 그린 '역도산', 양동근 주연에 전설적인 무술인 최배달의 삶을 다룬 '바람의 파이터' 등이 순제작비만 해도 50억~100억원대에 달하는 대형 블록버스터들이다. 이 외에도 기획 단계에 있는 대부분의 작품들이 기본으로 제작비 50억원이 넘는 작품들이다.
대형 작품이 제작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형 블록버스터의 성공덕도 있지만 저금리라는 투자환경의 변화도 한 몫을 한다. 은행 예금으로는 물가상승 수준의 이자도 못받는 상황이 도래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들이 영화계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벤처에 투자하는 기간은 너무 길다고 느끼는 창투사들에게 있어, 회수기간이 짧고 투자수익을 확실하게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영화제작은 매력적인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평균적으로 제작비로 50억원이 든 영화에 전국 관객 5백만명이 들 때 투자사가 얻는 순익은 약 1백억원 내외이다. 영화가 기획단계에서부터 제작, 개봉, 정산, 투자회수에 이르기까지 드는 평균 기간은 약 2년 정도이다. 만약 2년 동안에 이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는 투자처라면 상당히 매력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벤처투자보다 회수기간 짧지만
'대박 쪽박'부침 심한 모험산업
충무로에서 불문율처럼 전해내려오는 말이 두 가지 있다. 첫번째는 '영화 흥행은 귀신도 모른다.'는 것이다. 기획단계나 시사회 때 형편없는 영화로 낙인찍혔던 영화가 효자가 될 수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대형 블록버스터가 불과 며칠만에 개봉관에서 간판을 내리는 일도 부지기수라는 뜻이다.
이와 함께 영화인들 사이에서 서로서로 해주는 말은 '영화로 돈을 벌면 영화판을 바로 떠나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영화가 흥행해서 큰 돈을 벌었다고 해서 다시 영화판을 떠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는 영화가 도박에 가까울 정도로 나름의 매력과 중독성을 갖고 있는 투자처라는 말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영화산업이 그만큼 부침이 심해서 지속적인 사업으로 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실 가치투자자들에게 엔터테인먼트 사업, 특히 영화산업은 그리 매력적인 산업이라고 할수 없다. 화려한 조명을 받으면서 폼을 내고, 잘만 하면 연예인들과 친해질 수도 있고, 때로는 대박의 신화를 맛볼 수 있는 영화산업의 매력은 숱한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사실 영화산업만큼 위험천만한 사업이 없다. 영화흥행은 전문가들에게도 예상 범위 밖에 할 수 없는 범위에 있는 것이다. 한번 잘되면 크게 뜨지만 잘못되면 회사 자체가 날아갈 수 있을 정도로 사업에 있어 도박적 요소가 강하다는 뜻이다. 엔터테인먼트 업종이 전체적으로 그러하듯이 영화산업 또한 그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재미있는 일일 수 있으나 투자자들이 기꺼이 투자할만한 안정적인 투자처로 보기는 힘들다.
테마2. 영화산업 갑과 을은 누구?
영화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모두 제작에만 종사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산업내에도 서로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다양한 회사들이 존재한다. 관객이 영화관에 앉아 영화를 볼 때까지 크게 4단계의 회사를 거쳐야 한다. 이 4단계의 회사는 서로 협력하기도 하고, 파이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힘겨루기를 하는 관계이기도 하다. 4가지 업체는 바로 투자사, 제작사, 배급사, 영화관이다.
제작사가 하는 일은 영화에 대한 기획과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영화제작에 필요한 투자자금을 모으기 위해 투자자를 찾는 작업을 포함하여 전반적인 영화제작 업무를 총괄한다. 하나하나 영화를 떼어 놓고 보면 제작사의 위치는 거의 절대적이다. 좋은 시나리오가 빛을 보려면 좋은 제작사를 만나는 것이 필수적이다.
두번째로 필요한 부분은 투자회사이다. 제작사가 투자사를 고르는 요인은 단순히 돈만 지원해주는 투자자가 아니라 영화제작 이후 활발한 마케팅과 영화배급에 도움을 줄 수 있는가 여부다. 아무리 좋은 영화를 만들더라도 상영관이 적고 영화홍보가 이뤄지지 않으면 바로 간판을 내리고 비디오로 처박힐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작사는 힘있는 제작사를 원하고, 보통 대기업 계열의 대형 배급사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제작사가 영화를 제작한 뒤 필요한 것이 영화를 극장에 걸어주는 배급사이다. 영화관이 소비자가 직접 관객을 만날 수 있는 영화 소매상이라고 한다면, 배급사를 영화를 소매점인 영화관에 공급해주는 도매상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일반 대형 제조사들과 달리 영화제작사가 직접 배급을 하지 않는 이유는 만들어내는 영화숫자가 일년에 몇 편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일반 공산품처럼 대량 생산, 판매를 하고 매출이 연중 내내 일어난다면 제작사가 직접 배급을 하고 싶은 욕구를 느낄 만도 하다. 하지만, 실제로 일년에 몇 편 나오지 않는 영화를 위해 배급과 관련된 인력과 시스템을 계속 유지한다면 득보다는 실이 크다.
영화배급사가 많은 상영관을 확보할수록 더 좋은 작품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은 커진다.배급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체 상영관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기존 극장과의 관계 개선에도 신경을 쓴다. 또한 역으로 좋은 작품을 많이 확보할수록 파워가 증가한다. 배급은 영화인들과의 관계, 자본력, 신뢰성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관람수입 영화관 50%, 배급사 10%
제작사ㆍ투자사는 나머지 4:6분배
그렇다면 영화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이 네 회사가 어떻게 나눠가질까? 영화를 제작하면 영화관람수입과 비디오, TV, 캐릭터 등의 판권수입이 발생한다. 문예진흥기금과 제세금을 제외한 영화관람수입의 약 50%는 영화관이 가지고 영화배급사측은 약 5~10%정도의 배급수수료를 챙긴다. 그리고 나머지 영화관람수입과 기타 판권수입에서 제작비를 제외한 금액의 약 40%를 제작사, 약 60%를 투자사가 나눠 가진다. 이런 수익구조 아래서는 배급사와 제작사는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고 투자사는 영화가 흥행하면 예상치 못한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현재 영화계에서는 제작사가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배급사가 투자사의 역할도 같이 하고 있는 것이 새로운 흐름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마찬가지로 제작사는 배급능력과 마케팅능력이 되는 투자사를 원하기 때문에 거대 자본을 이루는 대형배급사가 투자에도 참여하기 마련이다.
영화산업에서 그나마 가장 우월적 위치에 있는 '갑'을 찾는다면? 가장 갑에 해당하는 부분은 역시 영화관이다. 영화관은 부동산에 해당한다. 상영되는 영화가 별 신통치 않은 반응을 보이면 영화를 내리고, 잘 팔리는 영화를 올리면 된다. 좋은 작품을 걸기 위해 엄청난 경쟁을 펼칠 필요가 없다. 일단 영화관에 영화가 상영되면 정해진 비율대로 제작사 및 배급사와 나눠 갖는다. 이 분배 비율이 하향 조절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
그 다음은 배급사, 배급사는 유통을 책임지고 있지만, 스스로 멀티플렉스 영화관 등을 많이 확보하고, 지방의 영화관을 사들이거나, 긴밀한 관계를 맺는 형태로 배급망을 늘려간다. 배급사는 막강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때로는 영화에 직접 투자하는 투자사가 되기도 하고, 흥행이 유망한 대형 영화를 무기로 일반 영화관들에 자신이 배급하는 영화를 밀어넣을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그 다음이 제작사이다. 물론 앞에서도 말했던 바와 마찬가지로 제작사는 영화 제작 전반에 걸쳐 막강한 힘을 행사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제작과정상에서의 힘이다. 흥행작을 냈던 제작사라고 할지라도 두 편 이상 영화가 실패하면 투자의사를 밝히는 돈이 말라버리고, 제작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제작사보다 못한 을이 바로 투자사이다. 물론 배급을 겸하는 투자사들은 사정은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투자사는 기본적으로 을이다. 투자사가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것은 투자를 결정하는 시점까지, 하지만 일단 투자가 결정되고 돈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마음을 졸이고, 혹시 예산을 초과하지는 않을까, 흥행이 잘될까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려야만 한다.
테마3. 영화의 기업경영 동거지수는?
플레너스는 영화사업부인 시네마서비스의 독자법인 분리방침을 밝혔다. 2003년 9월 게임포털 업계의 급성장 속에서 모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플레너스를 사실상 합병한 넷마블은 많은 투자자들의 기대를 모았다. 플레너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과 성장성이 돋보이는 게임산업과 창의적이면서도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영화산업이 만나 엄청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후 시네마서비스 부문이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 20억원, 경상손실 23억원을 기록하는 등 부진한 실적을 보이면서 파열 조짐이 보였다. 머리가 좋지만 못생긴 남자가 머리가 나쁘지만 미녀와 결혼했을 때 기대하는 아이는 머리가 총명하면서 예쁜 아이였을 것이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머리가 나쁘고 얼굴도 못생긴 아이가 태어나자 서로에게 책임을 묻기 시작한 것이다.
흥행을 예측하기 힘들지만 때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영화사업의 특성이 안정적인 기업경영과 예측가능한 순익을 원하는 주주와 경영진의 바람과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 결과 1대주주(23.4%)인 넷마블 창업자 방준혁씨 등 플레너스 경영진과 시네마서비스의 중심인물이자 2대주주(5.91%)인 강우석 감독 사이에서는 지속적인 충돌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둘 사이의 결별에 대해 플레너스 관계자는 "영화산업이 워낙 불확실하다 보니 시네마서비스로 인해 리스크가 커졌다"며 "결국 그쪽과는 사업상의 '코드'가 맞지 않았으며 시네마서비스 분할도 결국 완전분리를 위한 수순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향후 '실미도'의 흥행 대성공으로 힘을 얻은 강 감독도 CJ엔터테인먼트, 오리온그룹 등 기존 영화업계의 투자를 받아 플레너스로부터 완전 독립한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는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인 것이 강제규 필름과 명필름이 거래소 기업과의 합병을 통해 우회 상장을 한 것이다. 국내 대표적인 영화 제작사로 꼽히는 명필름과 강제규필름이 수공구를 만드는 세신버팔로와의 기업결합을 통해 증권거래소에 진출하게 된 것이다. 또 한 명의 제작분야의 강자인 싸이더스도 코스닥 등록사인 씨큐리콥에 피인수된 바 있다.
대형제작사 우회상장ㆍ등록 잇달아
안정적 돈줄 vs 창의성 약화 논란
이처럼 대형 제작사들이 잇따라 거래소나 코스닥 상장회사들과 손을 잡은 이유는 안정적인 투자기반을 확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명필름은 코스닥 상장을 신청했다가 투자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예비심사에서 보류 판정을 받았었고, 강제규 필름측도 쉬리 이후 이렇다할 흥행작을 못내놓고 하는 일마다 꼬여 거의 투자재원이 말라버린 상태였다.
명필름은 '조용한 가족'이나 '공동경비구역 JSA'등 히트작을 내놓으면서 명가로 자리잡았으나 야심차게 제작을 했던 '버스정류장'과 '후아유' 등이 흥행에 참패하면서 후속영화에 투자하려는 곳이 나타나지 않았다. 강제규 감독 또한 쉬리로 많은 돈을 벌었지만, 그 이후 극장 매입, 다른 영화 투자, 자체제작 등에서 그다지 재미를 못보고 사업다각화에 실패했다. '태극기를 휘날리며'는 강제규 감독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감독을 맡았고, 천신만고 끝에 투자를 받는데도 성공했던 사연 많은 영화였다.
'살인의 추억'을 제작했던 싸이더스도 지난달 코스닥 등록기업인 보안기술업체 시큐리콥에 비교적 싼 가격에 주식 전량을 넘겼다. 싸이더스는 '지구를 지켜라' 등 야심차게 추진했던 영화들이 실패하면서 부도 위기까지 몰리기도 했던 아픈 추억을 갖고 있다. 차승재 싸이더스 대표는 본인의 선택을 "영화사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안정적인 자본을 마련하고 수익 창출로 기업가치를 정당하게 평가 받게 되면 영화산업이 본격적인 산업화의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시각에 대해 영화인과 기업인의 동거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안정된 돈줄을 얻는 대가로 지불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라고 이야기한다. 매번 창의성과는 상관없이 매 분기, 연도별로 대차대조표를 들이대는 주주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때로는 모험을 요하는 영화산업과 이런 경영형태는 상극관계일수도 있다. 요컨데 영화사들이 주식 가치만 의식해 영화를 만들다 보면 창의성이 약화될 우려가 있고, 영화에서 얻은 수익이 영화계로 재투자된다는 보장도 없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 옳다고 주장할 수는 없지만, 이런 논쟁의 전제는 영화산업이 모험 산업이고, 그만큼 위험하고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영화 제작사들과 관련된 상장사들은 그 수익의 안정성이나 자산의 질에 비해 전체적으로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영화 관련 호회사에 투자할 때는 이런 리스크 부분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김민국 kim@viptooza.com
2004년은 영화산업의 격변기로 기록될만한 해다. 현재 추세대로 볼 때 역사상 한 편도 나오지 않았던 관객 천만 돌파 작품이 두 편이나 나올 가능성이 크다. '실미도'와 '태극기를 휘날리며'가 그것이다. 두 작품의 성공은 그동안 제작비 50억원 이상을 들인 한국형 블록버스터는 반드시 실패한다는 징크스를 깨고, 영화산업의 대형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테마1. 영화산업 매력도는 얼마?
국산 영화들이 영화관을 장악하고 있는 요즘은 웬만큼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은 수백만명이 기본으로 드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여세를 몰아 쉬리 이후 영화계를 강타했던 투자열풍이 다시 불어닥칠 조짐이다. 실제로 현재 기획되고 있거나 제작 중인 50억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작품만 해도 한손에 꼽기 힘들 정도다. 뉴질랜드에서 찍을 예정인 송강호 주연의 '남극일기', 곽경택 감독의 해양블록버스터 '태풍', 설경구 주연에 역도산의 일대기를 그린 '역도산', 양동근 주연에 전설적인 무술인 최배달의 삶을 다룬 '바람의 파이터' 등이 순제작비만 해도 50억~100억원대에 달하는 대형 블록버스터들이다. 이 외에도 기획 단계에 있는 대부분의 작품들이 기본으로 제작비 50억원이 넘는 작품들이다.
대형 작품이 제작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형 블록버스터의 성공덕도 있지만 저금리라는 투자환경의 변화도 한 몫을 한다. 은행 예금으로는 물가상승 수준의 이자도 못받는 상황이 도래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들이 영화계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벤처에 투자하는 기간은 너무 길다고 느끼는 창투사들에게 있어, 회수기간이 짧고 투자수익을 확실하게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영화제작은 매력적인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평균적으로 제작비로 50억원이 든 영화에 전국 관객 5백만명이 들 때 투자사가 얻는 순익은 약 1백억원 내외이다. 영화가 기획단계에서부터 제작, 개봉, 정산, 투자회수에 이르기까지 드는 평균 기간은 약 2년 정도이다. 만약 2년 동안에 이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는 투자처라면 상당히 매력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벤처투자보다 회수기간 짧지만
'대박 쪽박'부침 심한 모험산업
충무로에서 불문율처럼 전해내려오는 말이 두 가지 있다. 첫번째는 '영화 흥행은 귀신도 모른다.'는 것이다. 기획단계나 시사회 때 형편없는 영화로 낙인찍혔던 영화가 효자가 될 수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대형 블록버스터가 불과 며칠만에 개봉관에서 간판을 내리는 일도 부지기수라는 뜻이다.
이와 함께 영화인들 사이에서 서로서로 해주는 말은 '영화로 돈을 벌면 영화판을 바로 떠나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영화가 흥행해서 큰 돈을 벌었다고 해서 다시 영화판을 떠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는 영화가 도박에 가까울 정도로 나름의 매력과 중독성을 갖고 있는 투자처라는 말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영화산업이 그만큼 부침이 심해서 지속적인 사업으로 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실 가치투자자들에게 엔터테인먼트 사업, 특히 영화산업은 그리 매력적인 산업이라고 할수 없다. 화려한 조명을 받으면서 폼을 내고, 잘만 하면 연예인들과 친해질 수도 있고, 때로는 대박의 신화를 맛볼 수 있는 영화산업의 매력은 숱한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사실 영화산업만큼 위험천만한 사업이 없다. 영화흥행은 전문가들에게도 예상 범위 밖에 할 수 없는 범위에 있는 것이다. 한번 잘되면 크게 뜨지만 잘못되면 회사 자체가 날아갈 수 있을 정도로 사업에 있어 도박적 요소가 강하다는 뜻이다. 엔터테인먼트 업종이 전체적으로 그러하듯이 영화산업 또한 그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재미있는 일일 수 있으나 투자자들이 기꺼이 투자할만한 안정적인 투자처로 보기는 힘들다.
테마2. 영화산업 갑과 을은 누구?
영화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모두 제작에만 종사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산업내에도 서로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다양한 회사들이 존재한다. 관객이 영화관에 앉아 영화를 볼 때까지 크게 4단계의 회사를 거쳐야 한다. 이 4단계의 회사는 서로 협력하기도 하고, 파이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힘겨루기를 하는 관계이기도 하다. 4가지 업체는 바로 투자사, 제작사, 배급사, 영화관이다.
제작사가 하는 일은 영화에 대한 기획과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영화제작에 필요한 투자자금을 모으기 위해 투자자를 찾는 작업을 포함하여 전반적인 영화제작 업무를 총괄한다. 하나하나 영화를 떼어 놓고 보면 제작사의 위치는 거의 절대적이다. 좋은 시나리오가 빛을 보려면 좋은 제작사를 만나는 것이 필수적이다.
두번째로 필요한 부분은 투자회사이다. 제작사가 투자사를 고르는 요인은 단순히 돈만 지원해주는 투자자가 아니라 영화제작 이후 활발한 마케팅과 영화배급에 도움을 줄 수 있는가 여부다. 아무리 좋은 영화를 만들더라도 상영관이 적고 영화홍보가 이뤄지지 않으면 바로 간판을 내리고 비디오로 처박힐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작사는 힘있는 제작사를 원하고, 보통 대기업 계열의 대형 배급사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제작사가 영화를 제작한 뒤 필요한 것이 영화를 극장에 걸어주는 배급사이다. 영화관이 소비자가 직접 관객을 만날 수 있는 영화 소매상이라고 한다면, 배급사를 영화를 소매점인 영화관에 공급해주는 도매상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일반 대형 제조사들과 달리 영화제작사가 직접 배급을 하지 않는 이유는 만들어내는 영화숫자가 일년에 몇 편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일반 공산품처럼 대량 생산, 판매를 하고 매출이 연중 내내 일어난다면 제작사가 직접 배급을 하고 싶은 욕구를 느낄 만도 하다. 하지만, 실제로 일년에 몇 편 나오지 않는 영화를 위해 배급과 관련된 인력과 시스템을 계속 유지한다면 득보다는 실이 크다.
영화배급사가 많은 상영관을 확보할수록 더 좋은 작품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은 커진다.배급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체 상영관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기존 극장과의 관계 개선에도 신경을 쓴다. 또한 역으로 좋은 작품을 많이 확보할수록 파워가 증가한다. 배급은 영화인들과의 관계, 자본력, 신뢰성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관람수입 영화관 50%, 배급사 10%
제작사ㆍ투자사는 나머지 4:6분배
그렇다면 영화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이 네 회사가 어떻게 나눠가질까? 영화를 제작하면 영화관람수입과 비디오, TV, 캐릭터 등의 판권수입이 발생한다. 문예진흥기금과 제세금을 제외한 영화관람수입의 약 50%는 영화관이 가지고 영화배급사측은 약 5~10%정도의 배급수수료를 챙긴다. 그리고 나머지 영화관람수입과 기타 판권수입에서 제작비를 제외한 금액의 약 40%를 제작사, 약 60%를 투자사가 나눠 가진다. 이런 수익구조 아래서는 배급사와 제작사는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고 투자사는 영화가 흥행하면 예상치 못한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현재 영화계에서는 제작사가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배급사가 투자사의 역할도 같이 하고 있는 것이 새로운 흐름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마찬가지로 제작사는 배급능력과 마케팅능력이 되는 투자사를 원하기 때문에 거대 자본을 이루는 대형배급사가 투자에도 참여하기 마련이다.
영화산업에서 그나마 가장 우월적 위치에 있는 '갑'을 찾는다면? 가장 갑에 해당하는 부분은 역시 영화관이다. 영화관은 부동산에 해당한다. 상영되는 영화가 별 신통치 않은 반응을 보이면 영화를 내리고, 잘 팔리는 영화를 올리면 된다. 좋은 작품을 걸기 위해 엄청난 경쟁을 펼칠 필요가 없다. 일단 영화관에 영화가 상영되면 정해진 비율대로 제작사 및 배급사와 나눠 갖는다. 이 분배 비율이 하향 조절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
그 다음은 배급사, 배급사는 유통을 책임지고 있지만, 스스로 멀티플렉스 영화관 등을 많이 확보하고, 지방의 영화관을 사들이거나, 긴밀한 관계를 맺는 형태로 배급망을 늘려간다. 배급사는 막강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때로는 영화에 직접 투자하는 투자사가 되기도 하고, 흥행이 유망한 대형 영화를 무기로 일반 영화관들에 자신이 배급하는 영화를 밀어넣을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그 다음이 제작사이다. 물론 앞에서도 말했던 바와 마찬가지로 제작사는 영화 제작 전반에 걸쳐 막강한 힘을 행사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제작과정상에서의 힘이다. 흥행작을 냈던 제작사라고 할지라도 두 편 이상 영화가 실패하면 투자의사를 밝히는 돈이 말라버리고, 제작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제작사보다 못한 을이 바로 투자사이다. 물론 배급을 겸하는 투자사들은 사정은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투자사는 기본적으로 을이다. 투자사가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것은 투자를 결정하는 시점까지, 하지만 일단 투자가 결정되고 돈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마음을 졸이고, 혹시 예산을 초과하지는 않을까, 흥행이 잘될까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려야만 한다.
테마3. 영화의 기업경영 동거지수는?
플레너스는 영화사업부인 시네마서비스의 독자법인 분리방침을 밝혔다. 2003년 9월 게임포털 업계의 급성장 속에서 모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플레너스를 사실상 합병한 넷마블은 많은 투자자들의 기대를 모았다. 플레너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과 성장성이 돋보이는 게임산업과 창의적이면서도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영화산업이 만나 엄청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후 시네마서비스 부문이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 20억원, 경상손실 23억원을 기록하는 등 부진한 실적을 보이면서 파열 조짐이 보였다. 머리가 좋지만 못생긴 남자가 머리가 나쁘지만 미녀와 결혼했을 때 기대하는 아이는 머리가 총명하면서 예쁜 아이였을 것이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머리가 나쁘고 얼굴도 못생긴 아이가 태어나자 서로에게 책임을 묻기 시작한 것이다.
흥행을 예측하기 힘들지만 때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영화사업의 특성이 안정적인 기업경영과 예측가능한 순익을 원하는 주주와 경영진의 바람과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 결과 1대주주(23.4%)인 넷마블 창업자 방준혁씨 등 플레너스 경영진과 시네마서비스의 중심인물이자 2대주주(5.91%)인 강우석 감독 사이에서는 지속적인 충돌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둘 사이의 결별에 대해 플레너스 관계자는 "영화산업이 워낙 불확실하다 보니 시네마서비스로 인해 리스크가 커졌다"며 "결국 그쪽과는 사업상의 '코드'가 맞지 않았으며 시네마서비스 분할도 결국 완전분리를 위한 수순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향후 '실미도'의 흥행 대성공으로 힘을 얻은 강 감독도 CJ엔터테인먼트, 오리온그룹 등 기존 영화업계의 투자를 받아 플레너스로부터 완전 독립한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는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인 것이 강제규 필름과 명필름이 거래소 기업과의 합병을 통해 우회 상장을 한 것이다. 국내 대표적인 영화 제작사로 꼽히는 명필름과 강제규필름이 수공구를 만드는 세신버팔로와의 기업결합을 통해 증권거래소에 진출하게 된 것이다. 또 한 명의 제작분야의 강자인 싸이더스도 코스닥 등록사인 씨큐리콥에 피인수된 바 있다.
대형제작사 우회상장ㆍ등록 잇달아
안정적 돈줄 vs 창의성 약화 논란
이처럼 대형 제작사들이 잇따라 거래소나 코스닥 상장회사들과 손을 잡은 이유는 안정적인 투자기반을 확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명필름은 코스닥 상장을 신청했다가 투자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예비심사에서 보류 판정을 받았었고, 강제규 필름측도 쉬리 이후 이렇다할 흥행작을 못내놓고 하는 일마다 꼬여 거의 투자재원이 말라버린 상태였다.
명필름은 '조용한 가족'이나 '공동경비구역 JSA'등 히트작을 내놓으면서 명가로 자리잡았으나 야심차게 제작을 했던 '버스정류장'과 '후아유' 등이 흥행에 참패하면서 후속영화에 투자하려는 곳이 나타나지 않았다. 강제규 감독 또한 쉬리로 많은 돈을 벌었지만, 그 이후 극장 매입, 다른 영화 투자, 자체제작 등에서 그다지 재미를 못보고 사업다각화에 실패했다. '태극기를 휘날리며'는 강제규 감독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감독을 맡았고, 천신만고 끝에 투자를 받는데도 성공했던 사연 많은 영화였다.
'살인의 추억'을 제작했던 싸이더스도 지난달 코스닥 등록기업인 보안기술업체 시큐리콥에 비교적 싼 가격에 주식 전량을 넘겼다. 싸이더스는 '지구를 지켜라' 등 야심차게 추진했던 영화들이 실패하면서 부도 위기까지 몰리기도 했던 아픈 추억을 갖고 있다. 차승재 싸이더스 대표는 본인의 선택을 "영화사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안정적인 자본을 마련하고 수익 창출로 기업가치를 정당하게 평가 받게 되면 영화산업이 본격적인 산업화의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시각에 대해 영화인과 기업인의 동거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안정된 돈줄을 얻는 대가로 지불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라고 이야기한다. 매번 창의성과는 상관없이 매 분기, 연도별로 대차대조표를 들이대는 주주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때로는 모험을 요하는 영화산업과 이런 경영형태는 상극관계일수도 있다. 요컨데 영화사들이 주식 가치만 의식해 영화를 만들다 보면 창의성이 약화될 우려가 있고, 영화에서 얻은 수익이 영화계로 재투자된다는 보장도 없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 옳다고 주장할 수는 없지만, 이런 논쟁의 전제는 영화산업이 모험 산업이고, 그만큼 위험하고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영화 제작사들과 관련된 상장사들은 그 수익의 안정성이나 자산의 질에 비해 전체적으로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영화 관련 호회사에 투자할 때는 이런 리스크 부분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김민국 kim@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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