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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to Great] 건설주, 보이는 것만 믿으세요
건설주, 보이는 것만 믿으세요
Good to Great코너는 주식의 매수, 매도 추천을 위한 코너가 아닙니다. 이 코너는 한국의 좋은 기업이 세계적으로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습니다. VIP투자자문은 기업의 장기전략, 재무, 주주정책에 대한 컨설팅을 통해 한국에서 '위대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건설주, 화려한 날은 가고…
PER나 PBR처럼 숫자적인 관점에서 투자대상을 물색하다 보면 항상 저평가된 업종이 나온다. 그 중에서도 만년 저평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업종이 바로 건설업종이다. 대부분 PER가 2대나 3대에 불과하고 심지어는 1대의 기업들도 많다. 즉 기업 전체의 시가총액이 그 회사가 2~3 년 동안 내는 순이익에도 못 미치는 기업들이 수두룩하다는 의미이다. 2~3 년 만에 투자원금을 회수할 수 있을 정도로 저평가됐다면 사람들이 건설주에 매력을 느낄 만도 한데, 이상하게도 건설주의 저평가 상태는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다.
사실 건설주가 항상 인기가 없는 종목은 아니었다. 1975년 1월4일 7.65로 시작한 업종지수가 중동 진출 붐을 타고 3년반 만에 무려 409.91까지 치솟기도 했다. 거의 50배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던 것이다. 주식이름에 건설이라는 말만 들어가도 무조건 주가가 올랐고, 페인트 생산업체인 건설화학 주가이나 증권회사인 건설증권의 주가가 급등하는 코미디 같은 현상도 발생했다. 심지어 장외에서는 ‘삼왕자’니 ‘칠공자’니 하는 별칭이 붙은 건설주가 높은 웃돈에 거래되기도 했다.
1990년대 말의 IT거품에 버금갈만한 ‘건설주 파동’이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건설경기가 꺾이고, 결정적으로 IMF사태를 맞으면서 대형건설사들의 회사들의 부도가 줄줄이 이어졌다. 이후 오랫동안 투자자들은 건설주는 ‘믿을 수 없는 주식, 저가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했고, IMF 이후 건설주는 항상 저평가되어 있는 종목의 대명사로 꼽히곤 했다.
현명한 투자자는 저평가된 상태가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인지, 그 저평가 상태가 혹시나 오해때문인지를 면밀히 검토하는 습관이 있다. 만약 저평가된 상태가 합리적이라면 그냥 관심을 꺼버리지만, 단순히 오해에 따른 것이라면 편견을 버리고 조금 더 용기를 내어 그 주식을 사서 기다리곤 한다. 과연 건설업종의 저평가 상태는 과연 오해에 따른 것일까, 아니면 나름대로 저평가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건설사는 왜 저평가되어 있을까?
첫째, 회계부정과 비리 때문에 부도가 난 건설사들이 있었다.
건설주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첫번째 이유로 건설업체들의 히스토리를 꼽을 수 있다. 한 때 건설사들이 줄줄이 부도가 터질 때 건설사에서 재무나 회계를 담당했던 사람들을 경력직 채용에서 기피하는 현상이 있었다. 이는 건설사에서 재무나 회계를 배운 사람들을 못믿겠다는 이야기였다.
왜일까? 그것은 건설업체의 과거 회계관행이 상당히 파행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를 자세히 이해하려면 먼저 건설사의 사업모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건설사는 여타 제조업체와는 완전히 다른 수익구조를 갖고 있다. 건설사들은 먼저 원가를 투입하고 나중에 매출을 계상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다른 업종에 비해 차입금 의존도가 매우 큰 편이다. 또한 우리 나라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아파트의 선분양제를 용인하고 있다. 집도 짓기 전에 먼저 계약부터 하는 셈인데, 제조업체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물건도 보지 않고 먼저 사는 위험을 감수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이것이 당연시된다.
우리 나라의 건설사들은 정부의 비호아래 고속 성장을 해왔다. 정부가 대규모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성장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건설만큼 효과적인 수단도 없었던 것이다. 건설업계 종사자는 대표적인 산업역군으로 대접받았고, 쏟아지는 수주물량속에서 땅짚고 헤엄치기식의 장사를 해왔다. 이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대형 사업을 배정해주는 주체인 정부와의 유착은 너무나도 당연시됐다.
대규모 차입금을 통해 성장하는 건설사, 매출과 비용, 이익이 정확하게 대응되지 않아도 무방한 널널한 회계관행, 정부와의 밀월관계는 수많은 부조리와 부정, 부패를 낳았다. 부실채권을 숨기고, 비용을 편의에 따라 과대, 과소 계상하고, 하도급 업체와의 부정한 거래를 통해 비자금을 축적하고, 그 과정에서 누적된 부실은 IMF를 계기로 수많은 건설업체들을 부도로 몰고 갔다. 금리가 폭등하고, 정부건 은행이건 보호해 줄 수 있는 방어막이 없어지자, 부실규모가 크고 차입금이 과다했던 업체들은 거의 대부분 부도가 났다. 건설업체의 줄줄이 부도는 투자자들을 실망시켰고, 건설주에 대한 거부감을 더욱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다.
둘째, 강력한 부동산 대책에 대한 우려감
2003년 12월 들어 국토연구원을 비롯한 각종 연구기관들은 일제히 건설경기의 하강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아주 급격한 건설경기 급랭은 없겠지만, 잘하면 정체하거나 소폭 마이너스 성장할 가능성은 크다고 밝힌 것이다. 실제로 정부의 부동산대책 영향으로 건설수주가 2003년 3월(-36.6%) 이후 11개월만에 감소세(-15.1%)로 반전해 향후 부동산건설 경기가 하락세로 접어들 것임이 감지됐다. 또한 2003년 11월 들어 건설기업경기 실사지수(CBSI)가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11월 건설기업경기 실사지수는 77.6으로 전달에 비해 6.9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힌 것이다.
10.29부동산 종합대책에서 언급된 보유세 증가를 비롯한 정부의 강한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과 공공부문의 발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 체감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건설주는 항상 저평가되어온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 일련의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은 건설주에 관심있는 투자자들마저도 투자를 유보할만큼 강력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건설사에 대한 우려는 지나치다
첫째, 숫자적인 측면에서 엄청난 개선이 있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재 건설사들에 대한 우려는 부정적인 측면만 지나치게 강조되었다고 볼 수 있다. 건설사들 또한 살아 움직이는 주식회사로서 그동안 살아남기 위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개선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건설업체들이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이어져온 실질적인 대호황기간에 대규모 이익을 내면서 축적한 재무적 성과가 과소평가되었다고 할 수 있다. 얼마나 건설사들의 사정이 나아졌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99년의 재무지표들과 2003년의 주요 건설사들의 재무지표들을 비교해보자. 2003년의 재무지표는 2002년 4분기부터 2003년 3분기까지 최근 4분기 실적의 합산을 기준으로 만들었다. 여기서 자료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현대, 대우건설과 같이 1999년부터 2003년에 걸쳐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했던 기업들이나 현재 관리종목으로 있는 종목들은 제외했다.
안정성 지표
안정성 지표로서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을 선정해보았다. 부채비율은 (부채총계/자본총계)로서 자신의 순자산 규모에 비해 얼마나 많은 부채를 쓰는가 하는 재무비율이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부채 때문에 회사가 흔들릴 위험이 적고, 안전하게 된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이자비용)으로서 부채로 나가는 비용 대비 얼마나 많은 돈을 영업이익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가 하는 재무비율이다. 이자보상배율이 높을수록 이자율의 변동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경상이익을 창출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99년에 비해 부채비율은 전체적으로 50%이상 감소했다. 부채비율이 클 수 밖에 없는 건설업계의 구조에도 불구하고 4년 동안의 부채비율 감소폭은 놀라운 수준이다. 이자보상배율을 보면 건설업체의 안정성 확보정도를 볼 수 있다. 신세계건설과 계룡건설은 거의 완전 무차입 상태이고, 대부분 건설사의 이자보상배율이 2.5이상이다. 영업이익만으로 이자를 충분히 감당하기 힘들어 건설사들이 줄줄이 부도가 났던 97, 98년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변화를 이뤄낸 것이다.
수익성 지표
수익성 지표로 매출액과 ROE를 뽑아보았다. 매출액은 성장성이나 수익성을 결정짓는 원천이 된다는 측면에서, ROE(순이익/평균자기자본)는 기업의 수익성과 자본활용능력을 측정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수익성 재무지표로 선정했다.
주요건설사들의 매출액은 99년에 비해 21%증가했다. 99년이 정부가 경기부양의 일환으로 대규모 건설을 독려한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양호한 성장세라고 볼 수 있다. ROE의 경우 평균치가 12.62%에서 15.54%로 3%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건설사들이 외형성장 위주보다는 수익성 중심의 경영에 초점을 맞춰온 결과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이 향상되었음을 의미한다.
수익성 지표들을 종합해보면 가장 괄목할만한 기업으로 동양고속건설, 계룡건설, 신세계건설, LG건설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기업들은 4년 동안 외형성장과 내실을 동시에 다져오면서 수익성 위주의 안정적인 성장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투자지표
투자자들이 투자기준으로 판단할만한 지표로 배당수익률과 PER을 골라보았다. 배당수익률은 (배당금/현재주가)로서 현재 주식을 사면 배당금으로 얼마만큼 수익을 올릴 수 있는가를 따지는 지표로서 흔히 예금 금리와 비교를 하는 지표이다. PER는 (주가/주당순이익)으로서 지금 거래되고 있는 시가총액 수준이 한 해 벌어들이는 순이익의 몇 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수치이다.
03년 배당금은 공정공시를 한 기업은 발표된 배당금을 공정공시를 하지 않은 기업은 02년 배당금을 기입했습니다. 주가는 03년 12월 30일 종가 기준입니다.
03년 종가 기준으로 건설사들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6.4%로서, 은행금리의 1.5배 수준이다. 그 중 동부건설, 한일건설, 한라건설, 신일건업, 삼환기업 등의 배당수익률은 8%가 초과하여 은행금리의 2배 수준의 배당금을 챙길 수 있다. 4년 전보다 평균적으로 배당금이 50%이상 상승하여 20%정도 증가한 매출증가율을 훨씬 앞서간다. 건설사들의 주주에 대한 태도측면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그리고 건설사들의 평균 PER는 3.82로서 이는 현재처럼 이익이 나면 4년도 안되어 투자금액 전액을 회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심지어는 PER가 2 근처 혹은 2도 훨씬 못되는 신일건업, 동양고속건설, 동부건설 등의 회사들도 있다. 경기하락으로 이들의 실적이 급격히 나빠질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리 수주물량을 확보해놓는 건설업체의 특성에 비춰보면 이런 관측은 상당히 기우에 가깝다. 실제 이들 건설업체들의 상당수는 이미 2년 정도의 수주물량을 확보한 상태이다.
둘째, 부동산 경기에 대해 역발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10.29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뒤로 부동산 시장은 폭탄을 맞은 듯 잠잠하다. 부동산 가격 대폭락과 장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하지만 PER 2~3대의 건설업체의 주가는 이런 우려를 충분히 선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미 건설업계내 구조조정이 끝났고, 상장 건설업체들은 각기 상당한 재무역량을 구축해놓은 상태기 때문에 단기간의 부동산 경기 위축이 온다고 해도 부도가 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된다.
궁극적인 부동산 대책이 수요 위축을 통한 가격억제보다는 실수요자 중심의 공급확대정책을 통한 집값 안정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건설주에 대한 역발상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즉, 현재 단기적인 수요위축 분위기보다는 2004년 하반기 이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건설업종은 최근 3년 동안 지속적으로 수주규모가 늘어나면서 소리 없는 호황을 누려온 것이 사실이다. 건설업체들은 과거에 받아놓은 수주에 따라 실제 공사를 수행하면서 진척도에 따라 매출과 이익을 반영하는 식으로 회계처리를 한다. 이런 이유로 건설업체 대부분이 2003년에 사상최대의 실적을 거둔데 이어 2004년에도 실적호전세를 이어 갈 가능성이 높다.
지속적으로 건설주 주가가 약세를 보인다면 그것은 2004년의 실적악화를 예상해서가 아니다. 신규 수주규모가 작다면 그 영향은 2~3년 후에 나타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2004년 하반기의 신규 수주 규모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향후 건설경기가 정말 꺾여서 추락을 하게 될지, U자형 곡선을 그리면서 연착륙과 점진적인 경기호전을 가져올지를 결정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4년 6월부터는 강북 뉴타운 지역의 재개발로 인해 본격적인 신규 수주 물량이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경부고속철 개통에 따른 역세권 개발, 충청권으로의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직간접적 건설물량 확대 등이 가시화되기 시작하면서 수주경기가 서서히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9월부터는 화성신도시에 1단계로 1만9천호가 분양될 예정이고, 그 외에도 판교, 김포, 파주 등를 비롯한 신도시 개발은 순차적으로 바닥을 친 건설 경기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동전의 앞 뒷면을 동시에 볼 줄 아는 지혜를 길러야
건설주들의 주가는 내일 당장 부도가 날 기업처럼 형편없이 저평가되어 있다. 최근 쏟아져 나오는 부동산 관련 뉴스들을 보면 이런 저평가 상태가 그리 비합리적인 것만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건설주를 사게 된다면 ‘상당히 오랜’기간을 인내하는 ‘비자발적 장기투자’의 길을 가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건설사들은 그 동안 많은 것을 개선해왔고, 끊임없는 구조조정을 통해 나름대로 수익성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길러온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최소한 2~3년간은 먹고 살 수 있는 일감을 미리 확보해 놓은 회사들도 다수 있다. 사람들은 가장 최근의 뉴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흥분을 조금만 가라앉히고 숫자를 꼼꼼히 살펴보고, 주변에서 진정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에 귀 기울인다면 향후 건설경기 회복의 수혜를 입는 투자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건설주 투자에 있어서 섣부른 낙관론이나 비관론을 쉽게 수용하지 말고, 비판적인 자세로 ‘보이는 것만 믿는’ 실증적인 투자자세가 필요한 시기이다.
기사제공: VIP투자자문 김민국 / kim@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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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주, 화려한 날은 가고…
PER나 PBR처럼 숫자적인 관점에서 투자대상을 물색하다 보면 항상 저평가된 업종이 나온다. 그 중에서도 만년 저평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업종이 바로 건설업종이다. 대부분 PER가 2대나 3대에 불과하고 심지어는 1대의 기업들도 많다. 즉 기업 전체의 시가총액이 그 회사가 2~3 년 동안 내는 순이익에도 못 미치는 기업들이 수두룩하다는 의미이다. 2~3 년 만에 투자원금을 회수할 수 있을 정도로 저평가됐다면 사람들이 건설주에 매력을 느낄 만도 한데, 이상하게도 건설주의 저평가 상태는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다.
사실 건설주가 항상 인기가 없는 종목은 아니었다. 1975년 1월4일 7.65로 시작한 업종지수가 중동 진출 붐을 타고 3년반 만에 무려 409.91까지 치솟기도 했다. 거의 50배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던 것이다. 주식이름에 건설이라는 말만 들어가도 무조건 주가가 올랐고, 페인트 생산업체인 건설화학 주가이나 증권회사인 건설증권의 주가가 급등하는 코미디 같은 현상도 발생했다. 심지어 장외에서는 ‘삼왕자’니 ‘칠공자’니 하는 별칭이 붙은 건설주가 높은 웃돈에 거래되기도 했다.
1990년대 말의 IT거품에 버금갈만한 ‘건설주 파동’이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건설경기가 꺾이고, 결정적으로 IMF사태를 맞으면서 대형건설사들의 회사들의 부도가 줄줄이 이어졌다. 이후 오랫동안 투자자들은 건설주는 ‘믿을 수 없는 주식, 저가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했고, IMF 이후 건설주는 항상 저평가되어 있는 종목의 대명사로 꼽히곤 했다.
현명한 투자자는 저평가된 상태가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인지, 그 저평가 상태가 혹시나 오해때문인지를 면밀히 검토하는 습관이 있다. 만약 저평가된 상태가 합리적이라면 그냥 관심을 꺼버리지만, 단순히 오해에 따른 것이라면 편견을 버리고 조금 더 용기를 내어 그 주식을 사서 기다리곤 한다. 과연 건설업종의 저평가 상태는 과연 오해에 따른 것일까, 아니면 나름대로 저평가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건설사는 왜 저평가되어 있을까?
첫째, 회계부정과 비리 때문에 부도가 난 건설사들이 있었다.
건설주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첫번째 이유로 건설업체들의 히스토리를 꼽을 수 있다. 한 때 건설사들이 줄줄이 부도가 터질 때 건설사에서 재무나 회계를 담당했던 사람들을 경력직 채용에서 기피하는 현상이 있었다. 이는 건설사에서 재무나 회계를 배운 사람들을 못믿겠다는 이야기였다.
왜일까? 그것은 건설업체의 과거 회계관행이 상당히 파행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를 자세히 이해하려면 먼저 건설사의 사업모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건설사는 여타 제조업체와는 완전히 다른 수익구조를 갖고 있다. 건설사들은 먼저 원가를 투입하고 나중에 매출을 계상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다른 업종에 비해 차입금 의존도가 매우 큰 편이다. 또한 우리 나라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아파트의 선분양제를 용인하고 있다. 집도 짓기 전에 먼저 계약부터 하는 셈인데, 제조업체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물건도 보지 않고 먼저 사는 위험을 감수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이것이 당연시된다.
우리 나라의 건설사들은 정부의 비호아래 고속 성장을 해왔다. 정부가 대규모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성장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건설만큼 효과적인 수단도 없었던 것이다. 건설업계 종사자는 대표적인 산업역군으로 대접받았고, 쏟아지는 수주물량속에서 땅짚고 헤엄치기식의 장사를 해왔다. 이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대형 사업을 배정해주는 주체인 정부와의 유착은 너무나도 당연시됐다.
대규모 차입금을 통해 성장하는 건설사, 매출과 비용, 이익이 정확하게 대응되지 않아도 무방한 널널한 회계관행, 정부와의 밀월관계는 수많은 부조리와 부정, 부패를 낳았다. 부실채권을 숨기고, 비용을 편의에 따라 과대, 과소 계상하고, 하도급 업체와의 부정한 거래를 통해 비자금을 축적하고, 그 과정에서 누적된 부실은 IMF를 계기로 수많은 건설업체들을 부도로 몰고 갔다. 금리가 폭등하고, 정부건 은행이건 보호해 줄 수 있는 방어막이 없어지자, 부실규모가 크고 차입금이 과다했던 업체들은 거의 대부분 부도가 났다. 건설업체의 줄줄이 부도는 투자자들을 실망시켰고, 건설주에 대한 거부감을 더욱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다.
둘째, 강력한 부동산 대책에 대한 우려감
2003년 12월 들어 국토연구원을 비롯한 각종 연구기관들은 일제히 건설경기의 하강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아주 급격한 건설경기 급랭은 없겠지만, 잘하면 정체하거나 소폭 마이너스 성장할 가능성은 크다고 밝힌 것이다. 실제로 정부의 부동산대책 영향으로 건설수주가 2003년 3월(-36.6%) 이후 11개월만에 감소세(-15.1%)로 반전해 향후 부동산건설 경기가 하락세로 접어들 것임이 감지됐다. 또한 2003년 11월 들어 건설기업경기 실사지수(CBSI)가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11월 건설기업경기 실사지수는 77.6으로 전달에 비해 6.9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힌 것이다.
10.29부동산 종합대책에서 언급된 보유세 증가를 비롯한 정부의 강한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과 공공부문의 발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 체감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건설주는 항상 저평가되어온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 일련의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은 건설주에 관심있는 투자자들마저도 투자를 유보할만큼 강력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건설사에 대한 우려는 지나치다
첫째, 숫자적인 측면에서 엄청난 개선이 있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재 건설사들에 대한 우려는 부정적인 측면만 지나치게 강조되었다고 볼 수 있다. 건설사들 또한 살아 움직이는 주식회사로서 그동안 살아남기 위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개선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건설업체들이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이어져온 실질적인 대호황기간에 대규모 이익을 내면서 축적한 재무적 성과가 과소평가되었다고 할 수 있다. 얼마나 건설사들의 사정이 나아졌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99년의 재무지표들과 2003년의 주요 건설사들의 재무지표들을 비교해보자. 2003년의 재무지표는 2002년 4분기부터 2003년 3분기까지 최근 4분기 실적의 합산을 기준으로 만들었다. 여기서 자료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현대, 대우건설과 같이 1999년부터 2003년에 걸쳐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했던 기업들이나 현재 관리종목으로 있는 종목들은 제외했다.
안정성 지표
안정성 지표로서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을 선정해보았다. 부채비율은 (부채총계/자본총계)로서 자신의 순자산 규모에 비해 얼마나 많은 부채를 쓰는가 하는 재무비율이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부채 때문에 회사가 흔들릴 위험이 적고, 안전하게 된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이자비용)으로서 부채로 나가는 비용 대비 얼마나 많은 돈을 영업이익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가 하는 재무비율이다. 이자보상배율이 높을수록 이자율의 변동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경상이익을 창출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99년에 비해 부채비율은 전체적으로 50%이상 감소했다. 부채비율이 클 수 밖에 없는 건설업계의 구조에도 불구하고 4년 동안의 부채비율 감소폭은 놀라운 수준이다. 이자보상배율을 보면 건설업체의 안정성 확보정도를 볼 수 있다. 신세계건설과 계룡건설은 거의 완전 무차입 상태이고, 대부분 건설사의 이자보상배율이 2.5이상이다. 영업이익만으로 이자를 충분히 감당하기 힘들어 건설사들이 줄줄이 부도가 났던 97, 98년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변화를 이뤄낸 것이다.
수익성 지표
수익성 지표로 매출액과 ROE를 뽑아보았다. 매출액은 성장성이나 수익성을 결정짓는 원천이 된다는 측면에서, ROE(순이익/평균자기자본)는 기업의 수익성과 자본활용능력을 측정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수익성 재무지표로 선정했다.
주요건설사들의 매출액은 99년에 비해 21%증가했다. 99년이 정부가 경기부양의 일환으로 대규모 건설을 독려한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양호한 성장세라고 볼 수 있다. ROE의 경우 평균치가 12.62%에서 15.54%로 3%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건설사들이 외형성장 위주보다는 수익성 중심의 경영에 초점을 맞춰온 결과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이 향상되었음을 의미한다.
수익성 지표들을 종합해보면 가장 괄목할만한 기업으로 동양고속건설, 계룡건설, 신세계건설, LG건설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기업들은 4년 동안 외형성장과 내실을 동시에 다져오면서 수익성 위주의 안정적인 성장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투자지표
투자자들이 투자기준으로 판단할만한 지표로 배당수익률과 PER을 골라보았다. 배당수익률은 (배당금/현재주가)로서 현재 주식을 사면 배당금으로 얼마만큼 수익을 올릴 수 있는가를 따지는 지표로서 흔히 예금 금리와 비교를 하는 지표이다. PER는 (주가/주당순이익)으로서 지금 거래되고 있는 시가총액 수준이 한 해 벌어들이는 순이익의 몇 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수치이다.
03년 배당금은 공정공시를 한 기업은 발표된 배당금을 공정공시를 하지 않은 기업은 02년 배당금을 기입했습니다. 주가는 03년 12월 30일 종가 기준입니다.
03년 종가 기준으로 건설사들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6.4%로서, 은행금리의 1.5배 수준이다. 그 중 동부건설, 한일건설, 한라건설, 신일건업, 삼환기업 등의 배당수익률은 8%가 초과하여 은행금리의 2배 수준의 배당금을 챙길 수 있다. 4년 전보다 평균적으로 배당금이 50%이상 상승하여 20%정도 증가한 매출증가율을 훨씬 앞서간다. 건설사들의 주주에 대한 태도측면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그리고 건설사들의 평균 PER는 3.82로서 이는 현재처럼 이익이 나면 4년도 안되어 투자금액 전액을 회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심지어는 PER가 2 근처 혹은 2도 훨씬 못되는 신일건업, 동양고속건설, 동부건설 등의 회사들도 있다. 경기하락으로 이들의 실적이 급격히 나빠질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리 수주물량을 확보해놓는 건설업체의 특성에 비춰보면 이런 관측은 상당히 기우에 가깝다. 실제 이들 건설업체들의 상당수는 이미 2년 정도의 수주물량을 확보한 상태이다.
둘째, 부동산 경기에 대해 역발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10.29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뒤로 부동산 시장은 폭탄을 맞은 듯 잠잠하다. 부동산 가격 대폭락과 장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하지만 PER 2~3대의 건설업체의 주가는 이런 우려를 충분히 선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미 건설업계내 구조조정이 끝났고, 상장 건설업체들은 각기 상당한 재무역량을 구축해놓은 상태기 때문에 단기간의 부동산 경기 위축이 온다고 해도 부도가 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된다.
궁극적인 부동산 대책이 수요 위축을 통한 가격억제보다는 실수요자 중심의 공급확대정책을 통한 집값 안정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건설주에 대한 역발상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즉, 현재 단기적인 수요위축 분위기보다는 2004년 하반기 이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건설업종은 최근 3년 동안 지속적으로 수주규모가 늘어나면서 소리 없는 호황을 누려온 것이 사실이다. 건설업체들은 과거에 받아놓은 수주에 따라 실제 공사를 수행하면서 진척도에 따라 매출과 이익을 반영하는 식으로 회계처리를 한다. 이런 이유로 건설업체 대부분이 2003년에 사상최대의 실적을 거둔데 이어 2004년에도 실적호전세를 이어 갈 가능성이 높다.
지속적으로 건설주 주가가 약세를 보인다면 그것은 2004년의 실적악화를 예상해서가 아니다. 신규 수주규모가 작다면 그 영향은 2~3년 후에 나타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2004년 하반기의 신규 수주 규모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향후 건설경기가 정말 꺾여서 추락을 하게 될지, U자형 곡선을 그리면서 연착륙과 점진적인 경기호전을 가져올지를 결정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4년 6월부터는 강북 뉴타운 지역의 재개발로 인해 본격적인 신규 수주 물량이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경부고속철 개통에 따른 역세권 개발, 충청권으로의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직간접적 건설물량 확대 등이 가시화되기 시작하면서 수주경기가 서서히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9월부터는 화성신도시에 1단계로 1만9천호가 분양될 예정이고, 그 외에도 판교, 김포, 파주 등를 비롯한 신도시 개발은 순차적으로 바닥을 친 건설 경기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동전의 앞 뒷면을 동시에 볼 줄 아는 지혜를 길러야
건설주들의 주가는 내일 당장 부도가 날 기업처럼 형편없이 저평가되어 있다. 최근 쏟아져 나오는 부동산 관련 뉴스들을 보면 이런 저평가 상태가 그리 비합리적인 것만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건설주를 사게 된다면 ‘상당히 오랜’기간을 인내하는 ‘비자발적 장기투자’의 길을 가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건설사들은 그 동안 많은 것을 개선해왔고, 끊임없는 구조조정을 통해 나름대로 수익성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길러온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최소한 2~3년간은 먹고 살 수 있는 일감을 미리 확보해 놓은 회사들도 다수 있다. 사람들은 가장 최근의 뉴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흥분을 조금만 가라앉히고 숫자를 꼼꼼히 살펴보고, 주변에서 진정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에 귀 기울인다면 향후 건설경기 회복의 수혜를 입는 투자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건설주 투자에 있어서 섣부른 낙관론이나 비관론을 쉽게 수용하지 말고, 비판적인 자세로 ‘보이는 것만 믿는’ 실증적인 투자자세가 필요한 시기이다.
기사제공: VIP투자자문 김민국 / kim@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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