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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공제회를 벤치마크하라!
군인공제회를 벤치마크하라!
과감한 기업 인수와 부동산 개발로 초우량 기업에 필적하는 사업포트폴리오 구축, 금호타이어 인수와 대형 부동산 취득으로 재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큰 손
지난 6월 금호산업이 타이어 사업부분을 매각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매각대금은 1조4278억원으로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큰 금액의 거래가 성사된 것이다. 인수주체가 외국계 투자은행이나 펀드가 아닌 순수 국내 자본인 군인공제회라는 점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지금까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매각되는 큼직한 M&A의 주체는 대부분 외국계 투자은행이나 펀드들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매각 건은 지난해 칼라일-JP모건 컨소시엄과의 협상도 결렬된 터라 타이어 사업부분을 인수한 군인공제회는 세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군인공제회란 어떤 곳인가?
'공제(共濟)'는 서로 돕는다는 뜻이다. 공제회는 조합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서 기금을 모으고 조합원들간의 복지증진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조합성격의 조직이다. 군인공제회란 군인 및 군무원들의 급여를 매달 일정액 적립해 투자를 하고 거기서 나오는 수익을 합쳐 돌려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군인공제회에서 판매하는 급여저축 상품의 연평균 수익률은 연 8%에 달한다. 시중 다른 예금의 수익률은 3~4%에 불과하다. 8%대의 금리는 저금리 시대에, 더구나 사회에서 멀리 떨어져서 군복무중인 군인 및 군무원 신분인 조합원들에게 매우 매력적이다. 또한 정기예금 성격을 갖고 있는 목돈수탁 상품의 금리는 연 6.2%에 달한다. 필자가 군복무이던 시절 급여저축은 직업 군인들의 필수적인 재테크수단이었고, 현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심지어는 급여저축을 넣지 않겠다고 우기던 하사관이 상급자에게 세상물정을 모른다고 핀잔을 듣는 경우도 있었다. 그만큼 군인공제회는 군인들로부터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다.
하지만 조합원에게 고금리를 제시하면 군인공제회에서 그만큼 고수익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이 남는다. 저금리 구조가 정책되면서 연기금의 성격을 띠고 있는 공제회들은 자산운용을 하기가 더욱 어려워졌고, 심지어는 역마진 우려까지 생기고 있다. 이런 악 조건속에서도 군인공제회는 설립 이후 19년동안 한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적자를 내지 않고도 군인들에게 국내에서 활동중인 다른 공제회 및 연기금들로부터도 벤치마킹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는 군인공제회에서는 도대체 어떤 사업들을 영위하고 있을까?
군인공제회의 주요 사업 부분
첫번째, 군관련 사업의 실질적인 독점성
군인공제회의 가장 기본적인 수익모델은 역시 군관련 물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지만, 군인들 세계에서 간식으로 인기높은 '맛스타' 주스가 있다. 이 '맛스타'라는 브랜드가 바로 군인공제회에서 공급하는 제품들에 붙어있다. 군인공제회는 자회사인 제일식품을 통해 맛스타라는 브랜드로 주스, 참기름, 쨈 등 대량 납품한다. 제일식품의 제품들은 대부분 군납용으로 생산되지만 최근에는 감사원 구내식당용으로도 공급되고 있다. 납품과정에서 나온 에피소드가 흥미로운데 감사원이 감사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공제회가 있는지 몰랐다.'라는 평가가 납품의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외에도 군납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는 대양산업이 있다. 여기서는 군화나, 군용점퍼 등을 생산한다. 또한 89년도에 군인공제회가 인수한 대신기업이 있는데 여기서는 전투복, 천막, 침낭, 우의 등 군납물품을 주로 만든다. 그리고 군수품 정보화시스템 개발과 운영을 주로 하는 군인공제회C&C 또한 군인공제회의 자회사이다.
현역군인만 해도 60만명이 넘기 때문에 군납시장을 실질적으로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은 군인공제회의 큰 버팀목이다. 이렇게 군납시장을 독점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군납물품을 만드는 것이 군인공제회의 설립초기부터 주요 사업이었다는 점과 군인공제회의 이익이 군관련 종사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현역 군인들이 매우 우호적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리고 군납의 특성상 물건을 납품하고 돈을 떼일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사업이 매우 안정적이다.
물론 군인공제회 계열 자회사들이 완벽하게 군납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군납 또한 정부조달 중 하나로서 '자유경쟁'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군인공제회가 수의계약을 하고, 일반 민간업체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 또한 군납 시장 또한 민간사업자의 경쟁력이 강해지고, 공정한 경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세지면서 자연스레 군인공제회는 자산운용수익률을 높이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할 필요를 느끼게 됐다.
두번째, 풍부한 현금력을 동원한 부동산 개발사업
현역에 있는 군인공제회원이라면 매달 최소 2만원에서 최대 50만원까지 회원급여저축을 들 수 있다. 이외에도 목돈 수탁저축이 있고, 기타 투자수익, 배당금 등을 합쳐 군인공제회로 연간 수천억원의 신규자금이 유입된다. 군인들의 특성상 예금유출입이나 중도해지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 자금은 매우 장기적인 운용이 가능하다. 2002년 말 기준으로 군인공제회에서 운영하는 총자산 규모는 3조 4600억원에 달한다. 주로 회원들의 부담금으로 만들어진 이 자산은 부동산에 1조 5천억원, 금융상품에 1조 4천억원, 나머지는 자회사들의 자본금 등으로 투자되어 있다.
군인공제회의 자산운용 중 가장 큰 비중이 차지하는 것이 바로 부동산 관련사업이다. 부동산 관련 사업은 부동산 개발, 아파트 건설, 골프장 운영사업 등 다양다. 2000~2001년 사이에만 종로구 내수동에 있는 경희궁의 아침, 서초동의 현대 수퍼빌, 여의도의 리첸시아 등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서울의 주요 주상복합아파트 건설사업을 벌여서 사업장별로 수백억원까지 수익을 내기도 했다. 또한 서울 도곡동에 1999년 들어선 32층 높이의 '밀레니엄 빌딩'은 흔히 IBM 빌딩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주인은 군인공제회다. 군인공제회는 4층 한 개 층만 쓰고 있고 나머지 층은 임대용으로 쓰고 있다.
군인공제회에서 투자한 서초동 현대 수퍼빌
군인공제회에서 투자한 여의도 리첸시아
이외에도 용인시의 현대홈타운, 대전 문화동의 금호 베스트빌, 경기 시흥시 대우 그랜드 월드 등이 군인공제회의 부동산 투자실적이다. 뿐만 아니라 공제회는 인천 문학터널 등 SOC 사업에도 참여했다. 이런 여세를 몰아서 공제회는 지난 2001년에는 부동산 신탁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대한토지신탁을 아예 사들이기도 했다.
군인공제회의 부동산 투자는 매우 공격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리스크가 크지는 않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군인공제회가 부동산 시장에서 계속해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는 풍부한 자금력이다. 일반적으로 건설공사는 시행사와 시공사가 나누어진다. 실제로 사업을 기획하고, 돈을 끌어들이고, 마케팅을 하는 주체는 시행사이다. 이에 비해 시공사는 건물을 짓는 건설회사를 일컫는다. 건물이름으로는 일반적으로 시공사의 브랜드가 붙여진다.
시행사는 영화로 따지면 기획자 겸 제작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 제작자의 역량이 개발 프로젝트의 성공가능성을 좌지우지하는 셈이다. 부동산 관련사업은 회수기간이 길고, 분양이 안 될 경우 그대로 돈이 묶여 부도가 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시행사들이 난립하는 이유는 자기 자금은 거의 투자하지 않고도 큰 수익을 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행사들은 일반적으로 시공에 앞서 분양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다. 하지만 초기에 공사를 시작했다가 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중도금이 유입되지 않는 경우 혹은 공사원가가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는 경우 부도가 나는 것이다. 시행사가 현금여력이 충분하다면 이 부도위기를 넘길 수 있지만, 영세한 시행사의 경우 그대로 공사에서 손을 떼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군인공제회가 성공시킨 프로젝트 중 상당수는 이미 다른 시행사에서 시행하다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실패한 사업을 인수한 경우였다. 군인공제회의 현금동원력이 건설사업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세번째, 시의 적절한 기업인수와 주식투자
벤처열풍이 아직 채 가시지 않았던 2000년 말 군인공제회가 롯데칠성의 지분을 7.5% 취득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군인공제회의 평균 매수단가는 14만원대, 금액으로 따지면 140억원대의 투자였다. 그 뒤 롯데칠성의 주가는 89만원까지 치솟았고, 현재주가도 60만원 수준이다. 물론 최고가까지 롯데칠성 주식을 가져갔던 것은 아니었지만, 탁월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주식을 저평가된 상태에서 7.5%까지 사들였던 안목과 용기는 인정을 받을만하다. 더구나 그 당시는 국내 대부분의 기관투자자들이 태평양, 롯데칠성 등의 업계 1위인 가치주에도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있던 시절이라 군인공제회의 과감한 행보는 주목받을 가치가 있었다.
군인공제회는 단순히 상장주식을 사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매력적인 사업이 있다고 생각하면 회사를 통째로 M&A하기도 했다. 87년도에 골프장을 운영하는 덕평관광개발 인수부터 군인공제회의 M&A 역사는 시작됐다. 98년도에 용인이 있는 냉장, 물류창고업체인 고려물류사업소를 인수 등은 기존 군납, 건설 등과 관련된 M&A사례였다. 2001년부터는 여신전문 금융업체인 한국캐피탈 인수, 경남리스 인수, 대한토지신탁 인수 등 본격적으로 금융, 부동산 관련 회사들을 M&A하면서 자산운용쪽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적극적인 인수합병노력을 계속했다. 투자가치가 충분한 기업들을 과감히 통째로 사들이는 M&A방식은 세계 제 2의 부자인 워렌버펫이 경영하고 있는 버크셔 헤더웨이를 연상시킨다.
군인공제회에서 가장 큰 인수건은 올해 있었던 금호타이어 인수였다. 저금리 기조의 정착으로 금융사업의 수익성이 저조해지고, 건설경기까지 위축되면서 금호타이어 인수는 적절한 대안으로 부각됐다. 금호타이어는 금호산업의 막대한 부채에 가려 빛을 못보고 있었지만 작년에만 매출액 1조 4372억원, 영업이익 1788억원을 기록한 알짜 사업부분이었다. 더구나 중국 시장에서 20%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고, 적절한 추가투자만 있으면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군인공제회가 인수한 금호타이어의 제품
금호타이어는 원래 금호산업에서 하나의 사업부분으로 갖고 있었다. 이 사업부분을 떼어내면서 매각대금으로 받은 돈은 총 1조 4278억원이었고, 금호타이어는 독립법인이 됐다. 독립법인인 금호타이어의 총 자본금은 5000억원(자본금 2500억원, 자본준비금 2500억원)으로, 이중 군인공제회의 지분율은 50%, 금호산업 30%, 국외 및 국내투자자 20%로 구성된다. 여기에 군인공제회가 실제로 투입한 돈은 2500억원이고, 나머지는 채권단과 협의해서 인수금융으로 비교적 싼 금리로 조달을 받았다.
금호타이어 인수가 적절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대략적인 가치평가를 해보자. 인수당시 밝힌 청사진대로 금호타이어가 현재 세계 10위권의 회사에서 8위권의 회사로 도약하고, 2006년도에 증시에 상장해서 상장차익을 챙길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예정대로 2008년도에 매출액이 2조원 수준이 나오고 현재 12%대의 영업이익률이 지속된다면 예상 영업이익은 2400억원 정도가 된다. 그리고 순이익률을 한국타이어의 8%수준으로 잡는다면 순이익은 1600억원 규모가 된다. 현재 한국타이어가 올해 예상 순이익 기준으로 10배의 PER을 적용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략 2008년도 금호타이어의 시가총액은 1조 6천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군인공제회의 금호타이어 지분율이 50%이기 때문에 금호타이어 지분의 시가총액은 약 8000억원. 5년 투자를 통해 2500억원이 8000억원으로 불어난다고 하면, 연평균 수익률은 26%수준이다. 물론 금호타이어가 계획한 수준까지 성장을 할 수 있을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보수적인 잣대를 적용해도 군인공제회가 5년간 연평균 20%수준의 수익은 충분히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인공제회 경쟁력의 원천은?
첫째, 적시적소 인사배치와 아웃소싱의 효과적인 활용이다. 군인공제회의 기본 인적 구성은 군출신 인사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군인과 군무원의 복지를 위해 만든 조직이니만큼 군출신 인사들이 조직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리고 군대조직의 특성에 맞게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다. 군인공제회에서 빛을 발하는 사람들은 공병, 병참, 경리 쪽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해외 유학 경험과 각 분야의 전문적 지식을 고루 갖춘 엘리트 군인들과 사회 각계에 뻗어있는 군출신 네트워크의 결합으로 인한 맨파워가 뛰어난 사업능력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군인공제회는 전문분야의 인사에 있어서는 군출신 인사가 아니라고 해서 배타시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자회사 중 금융, 부동산 관련 회사의 사장은 군출신이 아니다. 한국캐피탈의 유인완 사장도 30년간 한일은행, 서울증권 등 금융권이 있었던 금융계 인사고, 대한토지신탁의 장병선 사장도 한화토지공사 사업본부장 출신의 부동산 전문가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에 금호타이어를 인수했지만 신설회사의 경영은 신형인 금호산업 대표이사를 비롯한 금호타이어 현 경영진이 맡게 했다. 군인공제회측은 감사와 자금담당 등 2명의 상근임원만을 파견했다. 잘할 수 있는 전문가가 있으면 믿고 맡기는 인사원칙이 실현되고 있는 셈이다.
또한 부동산 사업이 많은 만큼 자체적인 건설회사를 보유할 수도 있지만, 실제 시공은 모두 아웃소싱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불경기엔 자체적으로 건설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전체적으로 짐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때문일 것이다. 또한 시공사를 외부에서 조달할 경우 경쟁입찰 등을 통해 원가율을 낮추고 더 좋은 품질의 건설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아웃소싱을 고집하는 이유일 것이다.
둘째는 철저히 수익성에 근거한 빠른 의사결정이다. 수익성을 최대한 우선시하여 결정을 하고, 큰 건이라도 수익성만 있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투자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은 흡사 전투를 앞둔 군대조직을 방불케한다. 일단 상급자가 전투결정을 내리면 일사불란하게 하부조직이 움직이는 것이 투자에 있어서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투자에 있어 빠른 의사결정을 함에도 큰 실수가 없는 것은 철저하게 수익성 위주로 판단을 하기 때문이다. 군인공제회가 연관된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받았던 굿모닝시티의 사업 제안을 거부했던 것도 이런 수익성 위주의 사업추진원칙때문인 것으로 보이낟. 실제로 여기저기서 수도 없는 투자제안서가 접수되지만 실제로 사업이 추진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는 것이 그것을 반증한다. 수익성이 있는 사업만을 한다는 단순한 원칙이 군인공제회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인 셈이다.
셋째는 풍부한 자금력과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사업추진이다. 군인공제회는 잠재적인 운용기간이 수십년인 자금을 운용한다. 또한 공제회원들이 군인과 군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매달 받는 월급 중 일부는 꼬박꼬박 군인공제회의 자산운용자금으로 유입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꾸준히 운용자산이 들어온다는 점은 자산운용사로서는 최상의 조건이다. 몇 개월의 수익에 휘둘리지 않고 갑의 위치에서 다양한 투자제안을 여유있게 검토하고 시행할 수 있다는 점은 군인공제회를 더욱 강력한 존재로 만드는 요소이다.
군인공제회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군인공제회 또한 물론 약점은 있다. 우선 자금 조달이 '고원가'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은행들의 경우 '저원가성 자금'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자랑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보통예금이나 각종 공탁금, 예산 등은 이자를 거의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돈이고, 그만큼 예대마진이 늘어서 은행의 수익성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군인공제회에서는 돈을 맡긴 사람들에게 6~8%대의 확정금리를 준다. 평균 시중금리가 4%대 불과하기 때문에 자산을 적절하게 운용하지 않는다면 앉은 자리에서 2~4%대의 역마진이 나는 셈이다.
또한 과거의 화려한 투자수익률이 미래의 수익률을 보전해주지는 못한다는 점도 하나의 리스크로 꼽을 수 있다. 최근 잠정적으로 무산된 상태지만 한보철강 인수 컨소시엄에 들어간 것이나 철도관련사업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은 수익성 측면에서 의견이 분분한 상태이다. 또한 부동산 경기가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것도 그동안 큰 수익을 올려왔던 부동산 개발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측면에서 또다른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잠재적인 약점들이 있지만 현재까지 군인공제회는 19년 연속 흑자를 내오고 있고, 올해도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하면서 20년 연속 흑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지급준비금을 100%이상 쌓아놓고 있는 상태이다. 자회사들이나 현재까지 투자한 대부분의 투자처들도 상당히 건실한 편이다. 군인공제회는 공제회원인 군인들과 그 가족의 입장에서 보면 노후를 보장해줄 든든한 버팀목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 노후를 보장해야할 각종 연기금이나 고객으로부터 자산을 수탁해서 대신 운용하고 있는 기관투자자들이 군인공제회에서 무엇을 배워야할까? 그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익성을 평가하는 안목과 과감히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감내하는 소신투자다. 덩치만으로만 놓고 따지면 각종 연기금이나 보험사, 은행들 중에 군인공제회보다 큰 기관들도 많다. 하지만 자체결정으로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거나 대형 부동산 인수를 시도할만한 기관투자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IMF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오는 대형 부동산이나 기업 매물은 당연히 외국계 펀드나 투자은행에서 가져가는 것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도 여기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말로는 투자은행을 지향한다고 하면서도 안전한 채권투자에만 열을 올리는 연기금, 증권사나 은행의 고유자산운용은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저금리시대 고객의 자산은 물가상승분과 세금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리스크를 회피하고 무작정 안전자산을 찾는 것은 고객과 주주에 대해 다른 형태의 ‘모럴헤저드’이자 ‘직무유기’일 수 있다.
실제로 대규모 구조조정 과정에서 상당수의 알짜자산들은 위험을 감당할 의사가 있었던 현명한 외국투자자들의 차지가 되어버렸다. 이런 관점에서 군인공제회의 자산운용은 국내 연기금과 기관투자자들 사이에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자료 제공 및 분석: 고객을 위해 가치를 찾는 vip투자자문
김민국 / kim@viptooza.com
과감한 기업 인수와 부동산 개발로 초우량 기업에 필적하는 사업포트폴리오 구축, 금호타이어 인수와 대형 부동산 취득으로 재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큰 손
지난 6월 금호산업이 타이어 사업부분을 매각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매각대금은 1조4278억원으로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큰 금액의 거래가 성사된 것이다. 인수주체가 외국계 투자은행이나 펀드가 아닌 순수 국내 자본인 군인공제회라는 점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지금까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매각되는 큼직한 M&A의 주체는 대부분 외국계 투자은행이나 펀드들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매각 건은 지난해 칼라일-JP모건 컨소시엄과의 협상도 결렬된 터라 타이어 사업부분을 인수한 군인공제회는 세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군인공제회란 어떤 곳인가?
'공제(共濟)'는 서로 돕는다는 뜻이다. 공제회는 조합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서 기금을 모으고 조합원들간의 복지증진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조합성격의 조직이다. 군인공제회란 군인 및 군무원들의 급여를 매달 일정액 적립해 투자를 하고 거기서 나오는 수익을 합쳐 돌려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군인공제회에서 판매하는 급여저축 상품의 연평균 수익률은 연 8%에 달한다. 시중 다른 예금의 수익률은 3~4%에 불과하다. 8%대의 금리는 저금리 시대에, 더구나 사회에서 멀리 떨어져서 군복무중인 군인 및 군무원 신분인 조합원들에게 매우 매력적이다. 또한 정기예금 성격을 갖고 있는 목돈수탁 상품의 금리는 연 6.2%에 달한다. 필자가 군복무이던 시절 급여저축은 직업 군인들의 필수적인 재테크수단이었고, 현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심지어는 급여저축을 넣지 않겠다고 우기던 하사관이 상급자에게 세상물정을 모른다고 핀잔을 듣는 경우도 있었다. 그만큼 군인공제회는 군인들로부터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다.
하지만 조합원에게 고금리를 제시하면 군인공제회에서 그만큼 고수익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이 남는다. 저금리 구조가 정책되면서 연기금의 성격을 띠고 있는 공제회들은 자산운용을 하기가 더욱 어려워졌고, 심지어는 역마진 우려까지 생기고 있다. 이런 악 조건속에서도 군인공제회는 설립 이후 19년동안 한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적자를 내지 않고도 군인들에게 국내에서 활동중인 다른 공제회 및 연기금들로부터도 벤치마킹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는 군인공제회에서는 도대체 어떤 사업들을 영위하고 있을까?
군인공제회의 주요 사업 부분
첫번째, 군관련 사업의 실질적인 독점성
군인공제회의 가장 기본적인 수익모델은 역시 군관련 물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지만, 군인들 세계에서 간식으로 인기높은 '맛스타' 주스가 있다. 이 '맛스타'라는 브랜드가 바로 군인공제회에서 공급하는 제품들에 붙어있다. 군인공제회는 자회사인 제일식품을 통해 맛스타라는 브랜드로 주스, 참기름, 쨈 등 대량 납품한다. 제일식품의 제품들은 대부분 군납용으로 생산되지만 최근에는 감사원 구내식당용으로도 공급되고 있다. 납품과정에서 나온 에피소드가 흥미로운데 감사원이 감사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공제회가 있는지 몰랐다.'라는 평가가 납품의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외에도 군납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는 대양산업이 있다. 여기서는 군화나, 군용점퍼 등을 생산한다. 또한 89년도에 군인공제회가 인수한 대신기업이 있는데 여기서는 전투복, 천막, 침낭, 우의 등 군납물품을 주로 만든다. 그리고 군수품 정보화시스템 개발과 운영을 주로 하는 군인공제회C&C 또한 군인공제회의 자회사이다.
현역군인만 해도 60만명이 넘기 때문에 군납시장을 실질적으로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은 군인공제회의 큰 버팀목이다. 이렇게 군납시장을 독점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군납물품을 만드는 것이 군인공제회의 설립초기부터 주요 사업이었다는 점과 군인공제회의 이익이 군관련 종사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현역 군인들이 매우 우호적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리고 군납의 특성상 물건을 납품하고 돈을 떼일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사업이 매우 안정적이다.
물론 군인공제회 계열 자회사들이 완벽하게 군납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군납 또한 정부조달 중 하나로서 '자유경쟁'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군인공제회가 수의계약을 하고, 일반 민간업체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 또한 군납 시장 또한 민간사업자의 경쟁력이 강해지고, 공정한 경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세지면서 자연스레 군인공제회는 자산운용수익률을 높이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할 필요를 느끼게 됐다.
두번째, 풍부한 현금력을 동원한 부동산 개발사업
현역에 있는 군인공제회원이라면 매달 최소 2만원에서 최대 50만원까지 회원급여저축을 들 수 있다. 이외에도 목돈 수탁저축이 있고, 기타 투자수익, 배당금 등을 합쳐 군인공제회로 연간 수천억원의 신규자금이 유입된다. 군인들의 특성상 예금유출입이나 중도해지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 자금은 매우 장기적인 운용이 가능하다. 2002년 말 기준으로 군인공제회에서 운영하는 총자산 규모는 3조 4600억원에 달한다. 주로 회원들의 부담금으로 만들어진 이 자산은 부동산에 1조 5천억원, 금융상품에 1조 4천억원, 나머지는 자회사들의 자본금 등으로 투자되어 있다.
군인공제회의 자산운용 중 가장 큰 비중이 차지하는 것이 바로 부동산 관련사업이다. 부동산 관련 사업은 부동산 개발, 아파트 건설, 골프장 운영사업 등 다양다. 2000~2001년 사이에만 종로구 내수동에 있는 경희궁의 아침, 서초동의 현대 수퍼빌, 여의도의 리첸시아 등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서울의 주요 주상복합아파트 건설사업을 벌여서 사업장별로 수백억원까지 수익을 내기도 했다. 또한 서울 도곡동에 1999년 들어선 32층 높이의 '밀레니엄 빌딩'은 흔히 IBM 빌딩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주인은 군인공제회다. 군인공제회는 4층 한 개 층만 쓰고 있고 나머지 층은 임대용으로 쓰고 있다.
이외에도 용인시의 현대홈타운, 대전 문화동의 금호 베스트빌, 경기 시흥시 대우 그랜드 월드 등이 군인공제회의 부동산 투자실적이다. 뿐만 아니라 공제회는 인천 문학터널 등 SOC 사업에도 참여했다. 이런 여세를 몰아서 공제회는 지난 2001년에는 부동산 신탁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대한토지신탁을 아예 사들이기도 했다.
군인공제회의 부동산 투자는 매우 공격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리스크가 크지는 않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군인공제회가 부동산 시장에서 계속해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는 풍부한 자금력이다. 일반적으로 건설공사는 시행사와 시공사가 나누어진다. 실제로 사업을 기획하고, 돈을 끌어들이고, 마케팅을 하는 주체는 시행사이다. 이에 비해 시공사는 건물을 짓는 건설회사를 일컫는다. 건물이름으로는 일반적으로 시공사의 브랜드가 붙여진다.
시행사는 영화로 따지면 기획자 겸 제작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 제작자의 역량이 개발 프로젝트의 성공가능성을 좌지우지하는 셈이다. 부동산 관련사업은 회수기간이 길고, 분양이 안 될 경우 그대로 돈이 묶여 부도가 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시행사들이 난립하는 이유는 자기 자금은 거의 투자하지 않고도 큰 수익을 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행사들은 일반적으로 시공에 앞서 분양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다. 하지만 초기에 공사를 시작했다가 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중도금이 유입되지 않는 경우 혹은 공사원가가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는 경우 부도가 나는 것이다. 시행사가 현금여력이 충분하다면 이 부도위기를 넘길 수 있지만, 영세한 시행사의 경우 그대로 공사에서 손을 떼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군인공제회가 성공시킨 프로젝트 중 상당수는 이미 다른 시행사에서 시행하다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실패한 사업을 인수한 경우였다. 군인공제회의 현금동원력이 건설사업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세번째, 시의 적절한 기업인수와 주식투자
벤처열풍이 아직 채 가시지 않았던 2000년 말 군인공제회가 롯데칠성의 지분을 7.5% 취득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군인공제회의 평균 매수단가는 14만원대, 금액으로 따지면 140억원대의 투자였다. 그 뒤 롯데칠성의 주가는 89만원까지 치솟았고, 현재주가도 60만원 수준이다. 물론 최고가까지 롯데칠성 주식을 가져갔던 것은 아니었지만, 탁월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주식을 저평가된 상태에서 7.5%까지 사들였던 안목과 용기는 인정을 받을만하다. 더구나 그 당시는 국내 대부분의 기관투자자들이 태평양, 롯데칠성 등의 업계 1위인 가치주에도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있던 시절이라 군인공제회의 과감한 행보는 주목받을 가치가 있었다.
군인공제회는 단순히 상장주식을 사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매력적인 사업이 있다고 생각하면 회사를 통째로 M&A하기도 했다. 87년도에 골프장을 운영하는 덕평관광개발 인수부터 군인공제회의 M&A 역사는 시작됐다. 98년도에 용인이 있는 냉장, 물류창고업체인 고려물류사업소를 인수 등은 기존 군납, 건설 등과 관련된 M&A사례였다. 2001년부터는 여신전문 금융업체인 한국캐피탈 인수, 경남리스 인수, 대한토지신탁 인수 등 본격적으로 금융, 부동산 관련 회사들을 M&A하면서 자산운용쪽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적극적인 인수합병노력을 계속했다. 투자가치가 충분한 기업들을 과감히 통째로 사들이는 M&A방식은 세계 제 2의 부자인 워렌버펫이 경영하고 있는 버크셔 헤더웨이를 연상시킨다.
군인공제회에서 가장 큰 인수건은 올해 있었던 금호타이어 인수였다. 저금리 기조의 정착으로 금융사업의 수익성이 저조해지고, 건설경기까지 위축되면서 금호타이어 인수는 적절한 대안으로 부각됐다. 금호타이어는 금호산업의 막대한 부채에 가려 빛을 못보고 있었지만 작년에만 매출액 1조 4372억원, 영업이익 1788억원을 기록한 알짜 사업부분이었다. 더구나 중국 시장에서 20%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고, 적절한 추가투자만 있으면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호타이어는 원래 금호산업에서 하나의 사업부분으로 갖고 있었다. 이 사업부분을 떼어내면서 매각대금으로 받은 돈은 총 1조 4278억원이었고, 금호타이어는 독립법인이 됐다. 독립법인인 금호타이어의 총 자본금은 5000억원(자본금 2500억원, 자본준비금 2500억원)으로, 이중 군인공제회의 지분율은 50%, 금호산업 30%, 국외 및 국내투자자 20%로 구성된다. 여기에 군인공제회가 실제로 투입한 돈은 2500억원이고, 나머지는 채권단과 협의해서 인수금융으로 비교적 싼 금리로 조달을 받았다.
금호타이어 인수가 적절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대략적인 가치평가를 해보자. 인수당시 밝힌 청사진대로 금호타이어가 현재 세계 10위권의 회사에서 8위권의 회사로 도약하고, 2006년도에 증시에 상장해서 상장차익을 챙길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예정대로 2008년도에 매출액이 2조원 수준이 나오고 현재 12%대의 영업이익률이 지속된다면 예상 영업이익은 2400억원 정도가 된다. 그리고 순이익률을 한국타이어의 8%수준으로 잡는다면 순이익은 1600억원 규모가 된다. 현재 한국타이어가 올해 예상 순이익 기준으로 10배의 PER을 적용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략 2008년도 금호타이어의 시가총액은 1조 6천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군인공제회의 금호타이어 지분율이 50%이기 때문에 금호타이어 지분의 시가총액은 약 8000억원. 5년 투자를 통해 2500억원이 8000억원으로 불어난다고 하면, 연평균 수익률은 26%수준이다. 물론 금호타이어가 계획한 수준까지 성장을 할 수 있을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보수적인 잣대를 적용해도 군인공제회가 5년간 연평균 20%수준의 수익은 충분히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인공제회 경쟁력의 원천은?
첫째, 적시적소 인사배치와 아웃소싱의 효과적인 활용이다. 군인공제회의 기본 인적 구성은 군출신 인사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군인과 군무원의 복지를 위해 만든 조직이니만큼 군출신 인사들이 조직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리고 군대조직의 특성에 맞게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다. 군인공제회에서 빛을 발하는 사람들은 공병, 병참, 경리 쪽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해외 유학 경험과 각 분야의 전문적 지식을 고루 갖춘 엘리트 군인들과 사회 각계에 뻗어있는 군출신 네트워크의 결합으로 인한 맨파워가 뛰어난 사업능력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군인공제회는 전문분야의 인사에 있어서는 군출신 인사가 아니라고 해서 배타시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자회사 중 금융, 부동산 관련 회사의 사장은 군출신이 아니다. 한국캐피탈의 유인완 사장도 30년간 한일은행, 서울증권 등 금융권이 있었던 금융계 인사고, 대한토지신탁의 장병선 사장도 한화토지공사 사업본부장 출신의 부동산 전문가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에 금호타이어를 인수했지만 신설회사의 경영은 신형인 금호산업 대표이사를 비롯한 금호타이어 현 경영진이 맡게 했다. 군인공제회측은 감사와 자금담당 등 2명의 상근임원만을 파견했다. 잘할 수 있는 전문가가 있으면 믿고 맡기는 인사원칙이 실현되고 있는 셈이다.
또한 부동산 사업이 많은 만큼 자체적인 건설회사를 보유할 수도 있지만, 실제 시공은 모두 아웃소싱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불경기엔 자체적으로 건설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전체적으로 짐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때문일 것이다. 또한 시공사를 외부에서 조달할 경우 경쟁입찰 등을 통해 원가율을 낮추고 더 좋은 품질의 건설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아웃소싱을 고집하는 이유일 것이다.
둘째는 철저히 수익성에 근거한 빠른 의사결정이다. 수익성을 최대한 우선시하여 결정을 하고, 큰 건이라도 수익성만 있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투자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은 흡사 전투를 앞둔 군대조직을 방불케한다. 일단 상급자가 전투결정을 내리면 일사불란하게 하부조직이 움직이는 것이 투자에 있어서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투자에 있어 빠른 의사결정을 함에도 큰 실수가 없는 것은 철저하게 수익성 위주로 판단을 하기 때문이다. 군인공제회가 연관된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받았던 굿모닝시티의 사업 제안을 거부했던 것도 이런 수익성 위주의 사업추진원칙때문인 것으로 보이낟. 실제로 여기저기서 수도 없는 투자제안서가 접수되지만 실제로 사업이 추진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는 것이 그것을 반증한다. 수익성이 있는 사업만을 한다는 단순한 원칙이 군인공제회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인 셈이다.
셋째는 풍부한 자금력과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사업추진이다. 군인공제회는 잠재적인 운용기간이 수십년인 자금을 운용한다. 또한 공제회원들이 군인과 군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매달 받는 월급 중 일부는 꼬박꼬박 군인공제회의 자산운용자금으로 유입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꾸준히 운용자산이 들어온다는 점은 자산운용사로서는 최상의 조건이다. 몇 개월의 수익에 휘둘리지 않고 갑의 위치에서 다양한 투자제안을 여유있게 검토하고 시행할 수 있다는 점은 군인공제회를 더욱 강력한 존재로 만드는 요소이다.
군인공제회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군인공제회 또한 물론 약점은 있다. 우선 자금 조달이 '고원가'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은행들의 경우 '저원가성 자금'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자랑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보통예금이나 각종 공탁금, 예산 등은 이자를 거의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돈이고, 그만큼 예대마진이 늘어서 은행의 수익성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군인공제회에서는 돈을 맡긴 사람들에게 6~8%대의 확정금리를 준다. 평균 시중금리가 4%대 불과하기 때문에 자산을 적절하게 운용하지 않는다면 앉은 자리에서 2~4%대의 역마진이 나는 셈이다.
또한 과거의 화려한 투자수익률이 미래의 수익률을 보전해주지는 못한다는 점도 하나의 리스크로 꼽을 수 있다. 최근 잠정적으로 무산된 상태지만 한보철강 인수 컨소시엄에 들어간 것이나 철도관련사업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은 수익성 측면에서 의견이 분분한 상태이다. 또한 부동산 경기가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것도 그동안 큰 수익을 올려왔던 부동산 개발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측면에서 또다른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잠재적인 약점들이 있지만 현재까지 군인공제회는 19년 연속 흑자를 내오고 있고, 올해도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하면서 20년 연속 흑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지급준비금을 100%이상 쌓아놓고 있는 상태이다. 자회사들이나 현재까지 투자한 대부분의 투자처들도 상당히 건실한 편이다. 군인공제회는 공제회원인 군인들과 그 가족의 입장에서 보면 노후를 보장해줄 든든한 버팀목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 노후를 보장해야할 각종 연기금이나 고객으로부터 자산을 수탁해서 대신 운용하고 있는 기관투자자들이 군인공제회에서 무엇을 배워야할까? 그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익성을 평가하는 안목과 과감히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감내하는 소신투자다. 덩치만으로만 놓고 따지면 각종 연기금이나 보험사, 은행들 중에 군인공제회보다 큰 기관들도 많다. 하지만 자체결정으로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거나 대형 부동산 인수를 시도할만한 기관투자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IMF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오는 대형 부동산이나 기업 매물은 당연히 외국계 펀드나 투자은행에서 가져가는 것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도 여기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말로는 투자은행을 지향한다고 하면서도 안전한 채권투자에만 열을 올리는 연기금, 증권사나 은행의 고유자산운용은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저금리시대 고객의 자산은 물가상승분과 세금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리스크를 회피하고 무작정 안전자산을 찾는 것은 고객과 주주에 대해 다른 형태의 ‘모럴헤저드’이자 ‘직무유기’일 수 있다.
실제로 대규모 구조조정 과정에서 상당수의 알짜자산들은 위험을 감당할 의사가 있었던 현명한 외국투자자들의 차지가 되어버렸다. 이런 관점에서 군인공제회의 자산운용은 국내 연기금과 기관투자자들 사이에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자료 제공 및 분석: 고객을 위해 가치를 찾는 vip투자자문
김민국 / kim@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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