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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to Great] 의류업체 서바이벌 게임이 시작되다
의류업체 서바이벌 게임이 시작되다
Good to Great코너는 주식의 매수, 매도 추천을 위한 코너가 아닙니다. 이 코너는 한국의 좋은 기업이 세계적으로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습니다. VIP투자자문은 기업의 장기전략, 재무, 주주정책에 대한 컨설팅을 통해 한국에서 '위대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2003년도는 패션업체들에게 쉽게 잊기 힘든 최악의 한해가 되고 있다. 경기침체와 카드사용한도 축소, 그리고 회계기준 변경의 영향으로 업체 대부분 순이익이 급감하거나, 적자전환했다. 중견기업이었던 데코가 이랜드로 피인수됐고, 오조크, 크림 등의 브랜드를 갖고 있던 화림모드는 끝내 최종부도처리됐다. 그 외에도 F&F는 여성복 브랜드인 구호를 제일모직쪽에 매각했고, 어바웃 브랜드는 자체적으로 정리를 했다. 대형사들도 연달아 브랜드를 내렸다. LG상사는 다니엘 에스떼를 정리했고, 코오롱 패션은 스파소를, FnC코오롱은 캐스케이드를 정리했다. '캐스케이드' 등이 여성복 브랜드 '앗슘'을 생산하는 애드썸, '유팜므'를 생산하는 유세페 등의 패션기업들은 브랜드와 함께 시장에서 사라졌다.
2003년의 연쇄적인 부도와 브랜드 정리는 흡사 신원과 나산과 같은 대형 의류업체들이 잇달아 쓰러지던 IMF당시를 연상시킨다. 3분기 실적이 발표됐지만 여전히 의류업체들의 실적개선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4분기의 첫달인 10월 매출도 기대 이하였다는 이야기만 들려 온다. 불과 1년전까지만 해도 한달에도 수많은 신규 브랜드가 쏟아지면서 끝없는 성장세를 구가하는 것처럼 보였던 패션업체는 완전히 얼어붙은 상태이다. 심지어는 중소 패션업체들이 신상품을 출시하기 위해 원부자재 구매 대금으로 지급한 어음을 막지 못해 연쇄부도가 날 거라는 소문까지 나서 분위기가 흉흉하다.
이런 최악의 상황속에서도 재무구조가 좋은 우량 패션 업체들은 폐허가 된 시장을 오히려 사세확장의 계기로 활용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들은 브랜드 인수나 새 브랜드 출시, 매장 확대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LG상사는 고급 신사정장 브랜드 '알베로'를 출시했고, 골프복 '애시워스'의 매장을 오히려 늘려나가고 있다. 제일모직은 ‘구호’를 인수하고, '빈폴키즈'를 출시해 아동복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회사는 단연 이랜드이다. 이랜드는 작년 국제상사 인수를 시작으로 올 3월부터 '엘덴', '뉴골든', '캡스', '제이빔'등 의류브랜드를 잇따라 인수하고 지난 8월 코스닥 등록기업인 데코마저 인수했다. 이후 '앙떼떼', '베이비루니툰' 등 2개의 유아복 사업부를 추가로 인수하는 식성을 보여줬다.
이처럼 우량패션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이유는 부도 등으로 정리되는 브랜드가 늘어나면서 백화점 입점을 비롯한 유통망 확보가 훨씬 쉬워졌기 때문이다. 또한 브랜드나 회사를 인수하는데 드는 비용이 현격하게 떨어졌다는 점도 들 수 있다. 신규 브랜드를 런칭하는 것보다 이미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브랜드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안정적인 시장진입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우량업체의 이런 공격적인 확장스타일을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이 활용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만약 지금이 최악의 상황이라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확실한 기업을 그만큼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대중과 다르게 생각하고 미리 변화를 준비하는 역발상적인 시도는 현명한 투자자들에게 장기적으로 많은 수익을 가져다 준다. 이를 위해 패션업체의 전반적인 특성을 알아보고 좋은 기업을 고르기 위해 어떤 요소를 눈여겨보아야 하는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패션-의류업종의 단점
첫째, 의식주 중 가장 경기에 민감하다.
의식주는 사람들이 생활을 영위하는데 꼭 필요한 요소들이다. 하지만 경기변화에 따른 영향은 각기 다르다. '식'에 해당하는 음식료 업종이 그나마 경기에 가장 둔감한 편이다. 경기가 어려워져도 당장 먹는 것을 줄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의류업종은 경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면 의식주 중 옷에 대한 소비가 가 가장 먼저 늘어나고 그 상승폭도 크지만, 일단 불경기로 들어서면 너나할 것 없이 옷사는 일부터 중단하기 때문이다.
둘째, 재고 가치가 매우 급격한 속도로 떨어진다.
의류는 일단 제품으로 출고가 되면 재고가치가 매우 급격한 속도로 떨어진다. 어느 업종에서 나오는 재고나 시간이 지나면 그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의류는 그 속도가 매우 높다. 출고된지 한 달이내에는 원래 정가에 옷을 팔 수 있지만, 한 달만 지나면 20~30%까지 그 가치가 떨어지는게 다반사이다. 만약 출고된지 3개월이 지나 계절이 바뀌면 가격이 60~70%이상 빠져서도 팔아야만 한다. 철강제품이야 보관만 할 수 있다면 내년에 거의 제 가격에 팔 수도 있지만, 의류는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에 그 다음해에는 거의 '땡처리' 수준밖에 받을 수 없다.
대형 의류업체에서 의류는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계절의 상품을 미리 기획해서 대량으로 만들어 놓아야 한다. 장사가 시작되어 소비자의 반응을 체크하기도 전에 이미 승부수가 던져지는 셈이다. 제품을 만드는 데는 당연히 현금이 투입되어야 한다. 만약 두세 시즌, 6~9개월 정도만 매출이 부진하여 재고가 묶이는 일이 발생한다면 왠만한 중소회사는 문을 닫아야 한다. 불과 몇 개월 사이에 현금이 고스란히 쓰레기로 변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의류업체에 있어 재고에 대한 부담은 크다.
셋째, 브랜드의 수명이 매우 짧은 편이다.
의류업체의 브랜드는 매우 수명이 짧은 편이다. 워낙 유행에 민감한 분야이기 때문에 자기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패션의 변화흐름을 따라잡는 두가지 요건을 한꺼번에 충족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수많은 패션업체가 혜성처럼 나타났다가도 불과 2~3년만에 무대뒤로 사라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한 브랜드를 오랫동안 관리하면서 키워나가기 보다는 브랜드 수명을 보통 5년 정도로 보고 수시로 브랜드를 교체하는 전략을 당연시해왔던 국내 패션업계의 풍조도 이에 한 몫을 했다. 또한 한 분야가 뜨면 수많은 브랜드들이 난립하면서 출혈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는 것도 브랜드 수명을 짧게 만드는 원인이다. 의류업체는 진입장벽이 매우 낮은 산업이다.
패션-의류업종의 장점
첫째, 고정설비가 필요없는 지식산업이다.
만약 이상에서 살펴본 단점들만 있다면 아무도 옷장사를 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의류사업만의 고유한 장점들은 사업가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다. 의류사업이란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이 좋아할만한 상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해서 판매를 하는 것이다. 기획, 마케팅, 판매에는 대규모 고정설비 투자가 필요없다. 제품력만 좋고, 소비자들이 그것을 선호한다면 얼마든지 아웃소싱을 줘서 물량을 늘리고, 유통망을 늘릴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의류업은 유능한 인적자원만 있으면 충분히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고부가가치 지식산업인 셈이다.
둘째, 마진율이 매우 높은 현금 장사다.
의류는 정상가대로 팔려나간다면 매출액대비 20%가 넘게 영업이익이 남는다. 어느 정도 부대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순익률이 10%를 넘길 정도로 고마진을 자랑한다. 유통망을 직영점으로 하느냐, 대리점으로 하느냐, 백화점으로 하느냐에 따라 외상매출금이 현금으로 유입되는 시기는 조금씩 틀리다. 하지만 현금으로 회수되는 기간은 소비자에게 판매한 후로부터 45일도 채 안된다. 제 때 정상가에 팔수만 있다면 의류업종은 '남는 장사'인 셈이다.
회계기준의 변경이 자산과 이익의 신뢰성을 높이다
의류업체들이 분명한 장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류업체의 주가는 항상 저평가된 상태가 있었다. PER 2~4배 상태가 보통이었고, 의류업체는 찬밥 신세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거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그 이유들이 IMF사태 이후 하나씩 해소되어가고 있다.
자산과 이익의 질을 믿을 수 없었다. 2002년 이전에는 의류업체의 매출인식 기준이 유통망에 출고하는 시점이었다. 다시 말해 백화점이나 아울렛 등에 상품을 내놓으면 그것이 바로 매출과 매출채권으로 계상되는 것이었다. 소비자에게 실판매가 되지 않아도 일단 제품을 만들어서 내놓기만 하면 매출이 자동적으로 계상되는 구조였던 것이다. 주주와 채권자들을 위해 보기 좋은 재무제표를 만드는 유혹을 항상 느끼던 의류업체에서는 우선 제품부터 많이 출고시키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특히 이런 경향은 결산기를 앞둔 연말에 집중되곤 했다. 이익이 나지 않는데도 세금을 내야하는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대외적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다.
IMF를 전후로 수많은 의류업체들이 연쇄적인 흑자도산을 맞은 것도 이런 가공 매출의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팔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백화점 등지에서 매출채권으로만 잡혀있는 실질 재고가 늘어났고, 이는 바로 의류업체의 유동성 악화로 이어졌던 것이다. 특히 경쟁적인 외형 확장 경쟁과 무분별한 브랜드 확장 전략은 잠재적인 부실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출고되어 판매되지 않은 제품이 많아도 매출액과 순이익이 올라가는 구조는 의류업체의 자산과 이익의 질의 신뢰성을 크게 손상시키는 원인이었다.
하지만 2003년 부터 회계기준이 변경되면서 이런 패션의류업체의 주가 저평가 요인이 점차 해소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유통망 출고시점이었던 매출인식 기준이 소비자에게 실판매된 시점으로 바뀐 게 바뀐 회계기준의 주요 내용이다. 이전 방식과는 달리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소비자가격을 매출로 인식하고, 백화점 등 유통망에 내는 판매수수료는 판매관리비로 처리를 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출고 후 실판매된 제품에 대해서만 매출과 이익이 인식되기 때문에 예전보다 의류업체의 이익에 대한 신뢰성이 크게 높아졌다.
회계기준 변경은 재무제표의 신뢰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는 높이 평가할만한 사건이지만, 의류업체들 입장에서는 마냥 좋아할만한 사건이 아니었다. 그만큼 후폭풍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 장부상 매출채권이 전년 동기 대비해서 50%이상 줄어들게 되고, 재고자산은 업체별로 40~80%이상 증가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물론 2003년이 경기가 급격히 악화된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회계변경의 영향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정설이다. 장부상으로는 그동안 유통망 등에 나가있어서 매출로 잡혀있던 제품들이 대거 반품되어버리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상당수의 기업들은 새로운 회계기준에 맞춰 2002년도의 재무제표를 수정한 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를 종합해보면 업체별로 20~50% 가량 순이익이 부풀려져 있었던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시장에서 의류업체의 PER이 낮게 매겼던 데는 그나름대로의 타당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단지 회계기준을 변경했을 뿐인데 순이익 감소폭은 의외로 컸다. 2003년은 경기악화에다가 회계기준이 바뀐 것까지 겹쳐서 업체별로 이익이 대폭 축소되거나 심지어는 영업적자로 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처럼 재무제표상 숫자 악화가 분명해지자 의류업체들의 주가는 종합주가지수 상승에도 불구하고 바닥을 기고 있다. 하지만 역으로 2003년은 의류업체의 재무제표가 건실해지고 신뢰를 회복하는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과다계상되었던 이익이 없어지는 만큼 세금으로 나가는 돈도 사라지고, 의류업체들이 매출을 의식해서 무작정 찍어내는 출고분도 자연스레 사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업체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투자일까?
현재 시점은 의류업체가 최악을 지나는 시점이다. 내년 2분기부터나 내수경기 회복이 본격화될 거라는 전망에 비추어볼 때 현재 시점은 의류업종을 가장 싼 가격에 미리 살 수 있는 기회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의류업체가 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해서 무작정 싼 가격에 살 수 만은 없다. 앞으로 1년여를 잘 넘기는 기업은 경기회복의 수혜를 입겠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경우 시장에서 아예 사라질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류업체를 고르는 기준은 ‘이 기업이 과연 살아남을 가능성이 얼마나 큰가?’에 초점이 맞춰진다.
첫째, 제품 카테고리별 1위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에 투자하자.
의류 브랜드는 소비자들의 선호를 먹고 산다. 그 치열한 경쟁속에서도 사람들이 오랫동안 좋아하고 매출이 많이 나오는 브랜드는 반드시 그에 합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경기가 악화될수록 보수적으로 변하게 된다. 그래서 1위 브랜드, 남들이 모두 인정하는 브랜드를 더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옷을 살 때 예전에 두 벌 사던 것을 한 벌로 줄이면 더 오래 입을 수 있고 남들에게도 보여줄 만한 브랜드를 선택하기 쉽다. 실제로 올해 각 제품 카테고리별로 상위권 업체와 중하위권 업체간의 매출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 실판매기준으로 상위권 업체는 5~15%정도의 매출감소가 있었던 데 반해, 중하위권 업체의 매출감소율은 30~50%수준으로 영업을 계속 하기 어려울 지경인 회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 기준으로 보면 여성 정장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섬(타임, 마인, 시스템), 스포츠 의류분야에서 강력한 브랜드를 갖고 있는 FnC코오롱(잭니클라우스, 코오롱 스포츠, 헤드), 정장과 캐쥬얼 분야 모두 강점을 갖고 있는 제일모직(빈폴, 로가디스, 갤럭시, 푸부), LG상사(닥스, 마에스트로, 헤지스) 등 업계 상위업체들이 투자 유망 기업이 될 수 있다. 이들 기업은 높은 소비자 선호도로 경기 악화시에도 안정적인 매출 움직임을 보인다는 특징이 있다.
둘째, 망하지 않을 재무구조를 갖고 있는가를 살펴본다.
앞으로 1년 동안 살아남기 위해서는 재무구조가 튼튼한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첫번째로 살펴보아야 할 지표는 유동부채 대비 현금성 자산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는가이다. 유동부채는 1년 안에 상환요청이 들어올 가능성이 큰 부채를 의미한다. 유동부채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매입채무와 단기차입금이다. 매입채무는 하청업체 등에 줘야할 외상을 의미한다. 단기차입금은 말 그대로 1년 안에 만기가 돌어오는 차입금이다. 만약 회사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이 돈들은 정상적으로 지급되겠지만, 매출이 부진하고 신규자금조달이 어려울 경우 바로 회사의 목을 겨누는 회계항목들인 셈이다.
# 유동부채 대비 현금성 자산 보유 상위 기업
- 이 수치는 2003년 3분기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한 자료입니다.
다음으로 봐야 할 항목은 순부채비율과 부채비율이다. 부채라고 해서 모두 이자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차입금이나 사채와 같이 이자가 지속적으로 나가야하는 부채가 있는 반면에, 매입채무나 퇴직급여충당금처럼 실제로는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 부채도 많다. 매출이 호조를 보일 경우 매입채무가 갑자기 늘어나서 회사가 일시적으로 부채비율이 높게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정작 주목해야할 항목은 차입금이 발생하는 부채이다. 이런 성격의 부채를 따로 모아 순부채비율을 구해보았다. 즉 순부채비율은 순자산대비해서 얼마나 이자발생 부채를 많이 가지고 있느냐하는 재무비율이다.
# 순부채비율 / 부채비율 하위 기업
- 이 수치는 2003년 3분기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한 자료입니다.
이 수치로 봤을 때 부도 위험이 낮은 기업은 재무구조 우량 기업으로 한섬, 지엔코, 오브제, 캠브리지, 에프앤에프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부채비율 하위 네 기업은 이자가 발생하는 부채가 거의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이 수치를 볼 때는 이익과 관련된 수치들도 함께 검토해 보아야 한다. 궁극적으로 경기회복기에 의류업체의 주가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브랜드가 살아남아서 영업력과 수익성이 탄탄하게 보전되어야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지엔코와 캠브리지는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지엔코의 경우 2002년에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캠브리지의 경우 현재 3분기까지 누적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순수 재무구조와 유동성만으로 보면, 한섬과 오브제가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오브제의 경우 합병을 앞두고 있는 오즈세컨이 재무구조가 우량하고 최근 리뉴얼에 성공했다는 점이 향후 재무제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셋째, 백화점 등에서 현장스케치를 해보자.
의류업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백화점을 현장방문하는 것도 좋은 습관이다. 백화점은 의류업체의 실적을 대강 짐작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백화점 방문시에는 몇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첫번째는 사람이 많이 몰린다고 해서 꼭 좋은 브랜드는 아니라는 점이다. 백화점을 방문해서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업체의 실적을 검토해보면 물론 실적이 눈에 띄게 호전되는 기업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들도 상당수이다.
눈에 띄게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경우는 세일을 하고 있는 업체일 가능성이 크다. 백화점 판매의 경우 매출액 자체보다는 정상가 판매율이 얼마나 높으냐가 수익성을 좌우하는 키포인트이다. 세일은 일종의 덤핑판매이다. 재고가 제 때 소진이 되지 않으니 자신의 몸값을 낮춰서라도 우선 현금을 확보하겠다는 의미이다. 정가는 붙여놓으나 마나이고 세일을 밥먹듯이 하는 브랜드라면 한 두번 사람들이 몰릴 수는 있으나 결국 시장에서 외면 받고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들은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세일을 자주 하는 브랜드를 정가대로 사고 싶어하는 경우는 없다. 다소 판매가 부진하더라도 세일을 가능한 자제하는 노세일 브랜드들이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장수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백화점 매장이 넓고 각 코너를 차지하고 있는 브랜드를 주목해보자. 일단 백화점은 공간의 크기가 권력의 크기이다. 백화점 부지는 보통 땅값이 높기 때문에 한 평 한 평의 기회비용이 매우 크다. 그래서 제품이 잘 나가지 않는 브랜드에 넓은 땅을 주는 경우는 없다. 백화점 매장의 크기가 넓으면 그만큼 사람들이 여유있게 옷을 고를 수 있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전시할 수 있을 것이다. 백화점에서 큰 매장을 차지하고 있는 브랜드는 거기에 합당한 수익성도 확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백화점에서 구석의 네 모퉁이는 가장 잘 팔리는 브랜드가 진열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모퉁이는 백화점의 어느 위치나 잘 보인다. 그만큼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끌 수 있는 장소라는 점이다. 그리고 모퉁이는 90도로 꺽여진 양벽을 모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공간활용도가 크고 디스플레이를 하기가 용이하다. ‘공간’이라는 기준으로 백화점을 돌아보고 잘 팔리는 의류 브랜드를 살펴본다면 좋은 투자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004년을 기다리며...
의류업체의 실적이 다시 돌아서는 시기는 결국 2004년 하반기가 될 것이다. 또한 2003년 실적이 상당히 좋지 않기 때문에 실적개선이 주가에 반영되는 정도는 더욱 빠를 가능성이 크다. 2003년은 회계기준의 변경으로 의류업체의 진짜 실력이 드러나는 원년의 성격을 갖는다. 이왕 맞을 매라면 경기악화와 함께 한꺼번에 맞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IMF를 넘기고 내수환경이 최악인 2003년을 무사히 넘기는 기업은 경기회복과정에서 여유있게 과실을 수확할 것이다. 그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기업을 부지런히 미리 골라서 용기있게 투자하는 현명한 투자자 또한 그 기쁨을 함께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사제공: VIP투자자문 김민국 / kim@viptooza.com
Good to Great코너는 주식의 매수, 매도 추천을 위한 코너가 아닙니다. 이 코너는 한국의 좋은 기업이 세계적으로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습니다. VIP투자자문은 기업의 장기전략, 재무, 주주정책에 대한 컨설팅을 통해 한국에서 '위대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2003년도는 패션업체들에게 쉽게 잊기 힘든 최악의 한해가 되고 있다. 경기침체와 카드사용한도 축소, 그리고 회계기준 변경의 영향으로 업체 대부분 순이익이 급감하거나, 적자전환했다. 중견기업이었던 데코가 이랜드로 피인수됐고, 오조크, 크림 등의 브랜드를 갖고 있던 화림모드는 끝내 최종부도처리됐다. 그 외에도 F&F는 여성복 브랜드인 구호를 제일모직쪽에 매각했고, 어바웃 브랜드는 자체적으로 정리를 했다. 대형사들도 연달아 브랜드를 내렸다. LG상사는 다니엘 에스떼를 정리했고, 코오롱 패션은 스파소를, FnC코오롱은 캐스케이드를 정리했다. '캐스케이드' 등이 여성복 브랜드 '앗슘'을 생산하는 애드썸, '유팜므'를 생산하는 유세페 등의 패션기업들은 브랜드와 함께 시장에서 사라졌다.
2003년의 연쇄적인 부도와 브랜드 정리는 흡사 신원과 나산과 같은 대형 의류업체들이 잇달아 쓰러지던 IMF당시를 연상시킨다. 3분기 실적이 발표됐지만 여전히 의류업체들의 실적개선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4분기의 첫달인 10월 매출도 기대 이하였다는 이야기만 들려 온다. 불과 1년전까지만 해도 한달에도 수많은 신규 브랜드가 쏟아지면서 끝없는 성장세를 구가하는 것처럼 보였던 패션업체는 완전히 얼어붙은 상태이다. 심지어는 중소 패션업체들이 신상품을 출시하기 위해 원부자재 구매 대금으로 지급한 어음을 막지 못해 연쇄부도가 날 거라는 소문까지 나서 분위기가 흉흉하다.
이런 최악의 상황속에서도 재무구조가 좋은 우량 패션 업체들은 폐허가 된 시장을 오히려 사세확장의 계기로 활용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들은 브랜드 인수나 새 브랜드 출시, 매장 확대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LG상사는 고급 신사정장 브랜드 '알베로'를 출시했고, 골프복 '애시워스'의 매장을 오히려 늘려나가고 있다. 제일모직은 ‘구호’를 인수하고, '빈폴키즈'를 출시해 아동복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회사는 단연 이랜드이다. 이랜드는 작년 국제상사 인수를 시작으로 올 3월부터 '엘덴', '뉴골든', '캡스', '제이빔'등 의류브랜드를 잇따라 인수하고 지난 8월 코스닥 등록기업인 데코마저 인수했다. 이후 '앙떼떼', '베이비루니툰' 등 2개의 유아복 사업부를 추가로 인수하는 식성을 보여줬다.
이처럼 우량패션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이유는 부도 등으로 정리되는 브랜드가 늘어나면서 백화점 입점을 비롯한 유통망 확보가 훨씬 쉬워졌기 때문이다. 또한 브랜드나 회사를 인수하는데 드는 비용이 현격하게 떨어졌다는 점도 들 수 있다. 신규 브랜드를 런칭하는 것보다 이미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브랜드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안정적인 시장진입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우량업체의 이런 공격적인 확장스타일을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이 활용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만약 지금이 최악의 상황이라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확실한 기업을 그만큼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대중과 다르게 생각하고 미리 변화를 준비하는 역발상적인 시도는 현명한 투자자들에게 장기적으로 많은 수익을 가져다 준다. 이를 위해 패션업체의 전반적인 특성을 알아보고 좋은 기업을 고르기 위해 어떤 요소를 눈여겨보아야 하는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패션-의류업종의 단점
첫째, 의식주 중 가장 경기에 민감하다.
의식주는 사람들이 생활을 영위하는데 꼭 필요한 요소들이다. 하지만 경기변화에 따른 영향은 각기 다르다. '식'에 해당하는 음식료 업종이 그나마 경기에 가장 둔감한 편이다. 경기가 어려워져도 당장 먹는 것을 줄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의류업종은 경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면 의식주 중 옷에 대한 소비가 가 가장 먼저 늘어나고 그 상승폭도 크지만, 일단 불경기로 들어서면 너나할 것 없이 옷사는 일부터 중단하기 때문이다.
둘째, 재고 가치가 매우 급격한 속도로 떨어진다.
의류는 일단 제품으로 출고가 되면 재고가치가 매우 급격한 속도로 떨어진다. 어느 업종에서 나오는 재고나 시간이 지나면 그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의류는 그 속도가 매우 높다. 출고된지 한 달이내에는 원래 정가에 옷을 팔 수 있지만, 한 달만 지나면 20~30%까지 그 가치가 떨어지는게 다반사이다. 만약 출고된지 3개월이 지나 계절이 바뀌면 가격이 60~70%이상 빠져서도 팔아야만 한다. 철강제품이야 보관만 할 수 있다면 내년에 거의 제 가격에 팔 수도 있지만, 의류는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에 그 다음해에는 거의 '땡처리' 수준밖에 받을 수 없다.
대형 의류업체에서 의류는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계절의 상품을 미리 기획해서 대량으로 만들어 놓아야 한다. 장사가 시작되어 소비자의 반응을 체크하기도 전에 이미 승부수가 던져지는 셈이다. 제품을 만드는 데는 당연히 현금이 투입되어야 한다. 만약 두세 시즌, 6~9개월 정도만 매출이 부진하여 재고가 묶이는 일이 발생한다면 왠만한 중소회사는 문을 닫아야 한다. 불과 몇 개월 사이에 현금이 고스란히 쓰레기로 변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의류업체에 있어 재고에 대한 부담은 크다.
셋째, 브랜드의 수명이 매우 짧은 편이다.
의류업체의 브랜드는 매우 수명이 짧은 편이다. 워낙 유행에 민감한 분야이기 때문에 자기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패션의 변화흐름을 따라잡는 두가지 요건을 한꺼번에 충족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수많은 패션업체가 혜성처럼 나타났다가도 불과 2~3년만에 무대뒤로 사라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한 브랜드를 오랫동안 관리하면서 키워나가기 보다는 브랜드 수명을 보통 5년 정도로 보고 수시로 브랜드를 교체하는 전략을 당연시해왔던 국내 패션업계의 풍조도 이에 한 몫을 했다. 또한 한 분야가 뜨면 수많은 브랜드들이 난립하면서 출혈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는 것도 브랜드 수명을 짧게 만드는 원인이다. 의류업체는 진입장벽이 매우 낮은 산업이다.
패션-의류업종의 장점
첫째, 고정설비가 필요없는 지식산업이다.
만약 이상에서 살펴본 단점들만 있다면 아무도 옷장사를 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의류사업만의 고유한 장점들은 사업가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다. 의류사업이란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이 좋아할만한 상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해서 판매를 하는 것이다. 기획, 마케팅, 판매에는 대규모 고정설비 투자가 필요없다. 제품력만 좋고, 소비자들이 그것을 선호한다면 얼마든지 아웃소싱을 줘서 물량을 늘리고, 유통망을 늘릴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의류업은 유능한 인적자원만 있으면 충분히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고부가가치 지식산업인 셈이다.
둘째, 마진율이 매우 높은 현금 장사다.
의류는 정상가대로 팔려나간다면 매출액대비 20%가 넘게 영업이익이 남는다. 어느 정도 부대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순익률이 10%를 넘길 정도로 고마진을 자랑한다. 유통망을 직영점으로 하느냐, 대리점으로 하느냐, 백화점으로 하느냐에 따라 외상매출금이 현금으로 유입되는 시기는 조금씩 틀리다. 하지만 현금으로 회수되는 기간은 소비자에게 판매한 후로부터 45일도 채 안된다. 제 때 정상가에 팔수만 있다면 의류업종은 '남는 장사'인 셈이다.
회계기준의 변경이 자산과 이익의 신뢰성을 높이다
의류업체들이 분명한 장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류업체의 주가는 항상 저평가된 상태가 있었다. PER 2~4배 상태가 보통이었고, 의류업체는 찬밥 신세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거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그 이유들이 IMF사태 이후 하나씩 해소되어가고 있다.
자산과 이익의 질을 믿을 수 없었다. 2002년 이전에는 의류업체의 매출인식 기준이 유통망에 출고하는 시점이었다. 다시 말해 백화점이나 아울렛 등에 상품을 내놓으면 그것이 바로 매출과 매출채권으로 계상되는 것이었다. 소비자에게 실판매가 되지 않아도 일단 제품을 만들어서 내놓기만 하면 매출이 자동적으로 계상되는 구조였던 것이다. 주주와 채권자들을 위해 보기 좋은 재무제표를 만드는 유혹을 항상 느끼던 의류업체에서는 우선 제품부터 많이 출고시키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특히 이런 경향은 결산기를 앞둔 연말에 집중되곤 했다. 이익이 나지 않는데도 세금을 내야하는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대외적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다.
IMF를 전후로 수많은 의류업체들이 연쇄적인 흑자도산을 맞은 것도 이런 가공 매출의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팔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백화점 등지에서 매출채권으로만 잡혀있는 실질 재고가 늘어났고, 이는 바로 의류업체의 유동성 악화로 이어졌던 것이다. 특히 경쟁적인 외형 확장 경쟁과 무분별한 브랜드 확장 전략은 잠재적인 부실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출고되어 판매되지 않은 제품이 많아도 매출액과 순이익이 올라가는 구조는 의류업체의 자산과 이익의 질의 신뢰성을 크게 손상시키는 원인이었다.
하지만 2003년 부터 회계기준이 변경되면서 이런 패션의류업체의 주가 저평가 요인이 점차 해소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유통망 출고시점이었던 매출인식 기준이 소비자에게 실판매된 시점으로 바뀐 게 바뀐 회계기준의 주요 내용이다. 이전 방식과는 달리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소비자가격을 매출로 인식하고, 백화점 등 유통망에 내는 판매수수료는 판매관리비로 처리를 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출고 후 실판매된 제품에 대해서만 매출과 이익이 인식되기 때문에 예전보다 의류업체의 이익에 대한 신뢰성이 크게 높아졌다.
회계기준 변경은 재무제표의 신뢰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는 높이 평가할만한 사건이지만, 의류업체들 입장에서는 마냥 좋아할만한 사건이 아니었다. 그만큼 후폭풍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 장부상 매출채권이 전년 동기 대비해서 50%이상 줄어들게 되고, 재고자산은 업체별로 40~80%이상 증가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물론 2003년이 경기가 급격히 악화된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회계변경의 영향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정설이다. 장부상으로는 그동안 유통망 등에 나가있어서 매출로 잡혀있던 제품들이 대거 반품되어버리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상당수의 기업들은 새로운 회계기준에 맞춰 2002년도의 재무제표를 수정한 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를 종합해보면 업체별로 20~50% 가량 순이익이 부풀려져 있었던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시장에서 의류업체의 PER이 낮게 매겼던 데는 그나름대로의 타당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단지 회계기준을 변경했을 뿐인데 순이익 감소폭은 의외로 컸다. 2003년은 경기악화에다가 회계기준이 바뀐 것까지 겹쳐서 업체별로 이익이 대폭 축소되거나 심지어는 영업적자로 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처럼 재무제표상 숫자 악화가 분명해지자 의류업체들의 주가는 종합주가지수 상승에도 불구하고 바닥을 기고 있다. 하지만 역으로 2003년은 의류업체의 재무제표가 건실해지고 신뢰를 회복하는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과다계상되었던 이익이 없어지는 만큼 세금으로 나가는 돈도 사라지고, 의류업체들이 매출을 의식해서 무작정 찍어내는 출고분도 자연스레 사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업체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투자일까?
현재 시점은 의류업체가 최악을 지나는 시점이다. 내년 2분기부터나 내수경기 회복이 본격화될 거라는 전망에 비추어볼 때 현재 시점은 의류업종을 가장 싼 가격에 미리 살 수 있는 기회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의류업체가 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해서 무작정 싼 가격에 살 수 만은 없다. 앞으로 1년여를 잘 넘기는 기업은 경기회복의 수혜를 입겠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경우 시장에서 아예 사라질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류업체를 고르는 기준은 ‘이 기업이 과연 살아남을 가능성이 얼마나 큰가?’에 초점이 맞춰진다.
첫째, 제품 카테고리별 1위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에 투자하자.
의류 브랜드는 소비자들의 선호를 먹고 산다. 그 치열한 경쟁속에서도 사람들이 오랫동안 좋아하고 매출이 많이 나오는 브랜드는 반드시 그에 합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경기가 악화될수록 보수적으로 변하게 된다. 그래서 1위 브랜드, 남들이 모두 인정하는 브랜드를 더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옷을 살 때 예전에 두 벌 사던 것을 한 벌로 줄이면 더 오래 입을 수 있고 남들에게도 보여줄 만한 브랜드를 선택하기 쉽다. 실제로 올해 각 제품 카테고리별로 상위권 업체와 중하위권 업체간의 매출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 실판매기준으로 상위권 업체는 5~15%정도의 매출감소가 있었던 데 반해, 중하위권 업체의 매출감소율은 30~50%수준으로 영업을 계속 하기 어려울 지경인 회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 기준으로 보면 여성 정장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섬(타임, 마인, 시스템), 스포츠 의류분야에서 강력한 브랜드를 갖고 있는 FnC코오롱(잭니클라우스, 코오롱 스포츠, 헤드), 정장과 캐쥬얼 분야 모두 강점을 갖고 있는 제일모직(빈폴, 로가디스, 갤럭시, 푸부), LG상사(닥스, 마에스트로, 헤지스) 등 업계 상위업체들이 투자 유망 기업이 될 수 있다. 이들 기업은 높은 소비자 선호도로 경기 악화시에도 안정적인 매출 움직임을 보인다는 특징이 있다.
둘째, 망하지 않을 재무구조를 갖고 있는가를 살펴본다.
앞으로 1년 동안 살아남기 위해서는 재무구조가 튼튼한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첫번째로 살펴보아야 할 지표는 유동부채 대비 현금성 자산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는가이다. 유동부채는 1년 안에 상환요청이 들어올 가능성이 큰 부채를 의미한다. 유동부채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매입채무와 단기차입금이다. 매입채무는 하청업체 등에 줘야할 외상을 의미한다. 단기차입금은 말 그대로 1년 안에 만기가 돌어오는 차입금이다. 만약 회사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이 돈들은 정상적으로 지급되겠지만, 매출이 부진하고 신규자금조달이 어려울 경우 바로 회사의 목을 겨누는 회계항목들인 셈이다.
다음으로 봐야 할 항목은 순부채비율과 부채비율이다. 부채라고 해서 모두 이자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차입금이나 사채와 같이 이자가 지속적으로 나가야하는 부채가 있는 반면에, 매입채무나 퇴직급여충당금처럼 실제로는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 부채도 많다. 매출이 호조를 보일 경우 매입채무가 갑자기 늘어나서 회사가 일시적으로 부채비율이 높게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정작 주목해야할 항목은 차입금이 발생하는 부채이다. 이런 성격의 부채를 따로 모아 순부채비율을 구해보았다. 즉 순부채비율은 순자산대비해서 얼마나 이자발생 부채를 많이 가지고 있느냐하는 재무비율이다.
이 수치로 봤을 때 부도 위험이 낮은 기업은 재무구조 우량 기업으로 한섬, 지엔코, 오브제, 캠브리지, 에프앤에프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부채비율 하위 네 기업은 이자가 발생하는 부채가 거의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이 수치를 볼 때는 이익과 관련된 수치들도 함께 검토해 보아야 한다. 궁극적으로 경기회복기에 의류업체의 주가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브랜드가 살아남아서 영업력과 수익성이 탄탄하게 보전되어야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지엔코와 캠브리지는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지엔코의 경우 2002년에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캠브리지의 경우 현재 3분기까지 누적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순수 재무구조와 유동성만으로 보면, 한섬과 오브제가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오브제의 경우 합병을 앞두고 있는 오즈세컨이 재무구조가 우량하고 최근 리뉴얼에 성공했다는 점이 향후 재무제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셋째, 백화점 등에서 현장스케치를 해보자.
의류업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백화점을 현장방문하는 것도 좋은 습관이다. 백화점은 의류업체의 실적을 대강 짐작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백화점 방문시에는 몇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첫번째는 사람이 많이 몰린다고 해서 꼭 좋은 브랜드는 아니라는 점이다. 백화점을 방문해서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업체의 실적을 검토해보면 물론 실적이 눈에 띄게 호전되는 기업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들도 상당수이다.
눈에 띄게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경우는 세일을 하고 있는 업체일 가능성이 크다. 백화점 판매의 경우 매출액 자체보다는 정상가 판매율이 얼마나 높으냐가 수익성을 좌우하는 키포인트이다. 세일은 일종의 덤핑판매이다. 재고가 제 때 소진이 되지 않으니 자신의 몸값을 낮춰서라도 우선 현금을 확보하겠다는 의미이다. 정가는 붙여놓으나 마나이고 세일을 밥먹듯이 하는 브랜드라면 한 두번 사람들이 몰릴 수는 있으나 결국 시장에서 외면 받고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들은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세일을 자주 하는 브랜드를 정가대로 사고 싶어하는 경우는 없다. 다소 판매가 부진하더라도 세일을 가능한 자제하는 노세일 브랜드들이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장수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백화점 매장이 넓고 각 코너를 차지하고 있는 브랜드를 주목해보자. 일단 백화점은 공간의 크기가 권력의 크기이다. 백화점 부지는 보통 땅값이 높기 때문에 한 평 한 평의 기회비용이 매우 크다. 그래서 제품이 잘 나가지 않는 브랜드에 넓은 땅을 주는 경우는 없다. 백화점 매장의 크기가 넓으면 그만큼 사람들이 여유있게 옷을 고를 수 있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전시할 수 있을 것이다. 백화점에서 큰 매장을 차지하고 있는 브랜드는 거기에 합당한 수익성도 확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백화점에서 구석의 네 모퉁이는 가장 잘 팔리는 브랜드가 진열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모퉁이는 백화점의 어느 위치나 잘 보인다. 그만큼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끌 수 있는 장소라는 점이다. 그리고 모퉁이는 90도로 꺽여진 양벽을 모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공간활용도가 크고 디스플레이를 하기가 용이하다. ‘공간’이라는 기준으로 백화점을 돌아보고 잘 팔리는 의류 브랜드를 살펴본다면 좋은 투자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004년을 기다리며...
의류업체의 실적이 다시 돌아서는 시기는 결국 2004년 하반기가 될 것이다. 또한 2003년 실적이 상당히 좋지 않기 때문에 실적개선이 주가에 반영되는 정도는 더욱 빠를 가능성이 크다. 2003년은 회계기준의 변경으로 의류업체의 진짜 실력이 드러나는 원년의 성격을 갖는다. 이왕 맞을 매라면 경기악화와 함께 한꺼번에 맞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IMF를 넘기고 내수환경이 최악인 2003년을 무사히 넘기는 기업은 경기회복과정에서 여유있게 과실을 수확할 것이다. 그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기업을 부지런히 미리 골라서 용기있게 투자하는 현명한 투자자 또한 그 기쁨을 함께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사제공: VIP투자자문 김민국 / kim@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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