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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to Great] 현대시멘트(06390)
Good to Great(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자회사 부실털고 '클린컴퍼니'로 거듭날까?
한국형 가치투자 전략으로 본 현대시멘트
▶ 지역독점형 기업 : 물류비가 지역별 진입장벽으로 작용함
▶ BM형 기업, 기술둔감형 기업 : 시멘트를 가공, 포장 판매하는 단순한 사업모델
▶ 환골탈태형 기업 : 자회사의 부실을 정리하고 새롭게 도약
▶ 고영업이익률형 기업 : 제조업체로서는 보기드문 25%대의 영업이익률
▶ 저PER형 기업 : 올해 예상실적 기준 PER3대 초반
▶ 자사주 매입형 기업 : 평균 매수 단가에 9900원에 자사주 36% 매수 보유
1. 시멘트 업체의 특성과 독점력

시멘트 업계는 올해 최고의 해를 맞고 있다. NHN을 비롯한 인터넷 주식들을 올해의 신경제의 스타종목으로 꼽는다면, 구경제의 스타종목으로는 단연 시멘트 관련 주식들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쌍용양회, 동양시멘트, 한라시멘트 등이 잇달아 외국계 기업에 인수되면서 시멘트는 한물간 업종 혹은 부실의 원흉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는 시멘트가 아니라 시멘트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일반 투자자들이 시멘트 사업에 대해 많은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시멘트는 건설에 꼭 필요한 기본 건자재다. 특히 아파트나 빌딩 건설이 많은 한국에서 시멘트 사용은 필수적이다. 가격과 품질 면에서 시멘트를 대체할 품목을 찾기도 힘들다. 시멘트라는 품목은 매우 특이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시멘트 포대를 트럭에다 싣고 가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못하다. 시멘트는 부피가 크고 무겁지만 부피에 비해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다. 따라서 한 트럭 가득 싣고 멀리까지 움직이면 물류비가 늘어나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발생한다. 따라서 시멘트 업종에는 물류비가 큰 진입장벽이 된다. 물류비 때문에 자연스럽게 국내 시장을 각 지역별로 시멘트회사들이 나눠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물류비에 따른 경제성이 각 지역별로 독점성을 갖게 하는 셈이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수입 시멘트도 그리 큰 위협은 되지 못한다.
시멘트 산업은 초기투자비가 매우 많이 필요한 산업이다. 석회석 광산 하나만 개발하려 해도 3000억 이상이 들어간다. 광산뿐 아니라 싸일로라는 저장장치 등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한번 마련해두면 독점적인 이익을 누릴 수 있다. 중고등학교때 한국지리 수업을 들은 사람이라면 자원이 빈약한 우리 나라에서 유일하게 자급가능한 지하자원으로 석회석이 있다는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석회석은 시멘트의 주원료이고, 우리나라의 석회석의 질은 매우 우수한 편이다.
요컨데 시멘트업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큰 석회석 광산을 확보하고 초기 투자만 해놓으면 걱정할 필요 없이 돈을 벌 수 있다. 끊임없이 재투자가 필요한 IT산업와는 달리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술개발이나 시설개량을 해야할 이유로 별로 없다. 실질적으로는 지역별 독점산업에 가깝기 때문에 물가상승이상으로 가격을 올릴 수 있다. 제조업으로서는 매우 보기 드문 20%전후의 영업이익률이 이를 증명해준다.
2. 시멘트업의 역설과 콤플렉스
이와 같은 시멘트업의 특징을 들으면 왜 쌍용양회, 동양시멘트 등 굴지의 시멘트 회사들이 외국자본의 도움을 필요로 했는지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시멘트 업체가 어려움을 겪게 된 이유는 역설적으로 시멘트 업체가 너무나도 돈을 잘 버는데 있었다. 쌍용양회를 비롯한 시멘트 업체들은 60~80년대 경제발전 시기에 핵심역할을 수행했고, 시멘트업체는 당시 토종기업의 대표선수로 군림했다. 이 과정에서 시멘트 업체는 엄청난 규모의 현금을 쓸어담았다. 문제는 이 엄청난 규모의 현금을 어떻게 활용할지 몰랐다는 점이었다. 시멘트 업체가 외환위기당시 큰 어려움을 겪은 것은 시멘트로 번 돈을 무리한 사업다각화에 투자했기 때문이었다.
시멘트업체가 투자했던 산업은 주로 금융, 전자, 자동차 등 경쟁이 치열한 업종이었다. 가장 독점적인 산업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분야로의 진출은 시멘트업체들에게 회사의 존립이 문제가 될 정도의 상당한 수업료를 치르게 만들었다. 대표적인 시멘트 재벌이었던 쌍용양회의 경우 창업 1세대인 김성곤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김석원 회장은 정유와 제지, 증권, 중공업, 쌍용차 등 사업다각화에 나섰다가 외환위기 직후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어야 했다. 쌍용그룹이 사세 확장에만 연연한 나머지 유동성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특히 쌍용차에 대한 무리한 투자로 주요 계열사돌도 동반 부실화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시멘트업은 그 자체로 엄청난 돈을 버는 노다지 사업이었다. 하지만 그 경영자들은 시멘트 산업을 '성장성이 없는 사업이자, 폼이 나지 않는 사업'으로 본 것이 사실이다. 시멘트 업체가 따분하고 재미없는 사업대신에 IT나 금융 등 그럴듯한 사업으로 진출하려 했던 시도들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3. 자회사 부실과 관련된 현대의 그림자
현대시멘트는 시장점유율 10%로서 시멘트업계 4위를 달리는 성우그룹 계열사다. 현대시멘트는 단양, 영월에 석회석 채취장을 두고 있는 시멘트업체다. 현대시멘트는 이름에서도 알 수 것처럼 고 정주영 회장과 관련이 있는 범 현대계열회사이다. 현대시멘트는 성우그룹의 주력계열사인데, 성우그룹 회장을 맡고 있는 정순영 회장이 바로 고 정주영 회장의 둘째 동생이다. 최근 현대시멘트는 현대 엘리베이터의 백기사로 언론에 그 이름이 오르내렸다.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갑작스런 사망 이후 경영공백 상태에 빠진 현대엘리베이터를 돕기 위해 범 현대그룹사 차원에서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다. 현대시멘트는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11.2%까지 끌어올린 외국인투자자에 맞서 금강고려화학 현대백화점 한국프랜지 등과 함께 현대엘리베이터의 자사주를 공동으로 취득했다.
그동안 현대시멘트의 성장의 이면에는 현대그룹 음양의 지원이 큰 역할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대시멘트가 사업적으로 큰 관련이 없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자사주인수를 바람직한 것으로 해석하기는 힘들다 특히 과거의 현대시멘트의 계열사들을 살펴보면 그 같은 우려가 더욱 굳어질 수 있다.
그동안 현대시멘트는 부실자회사의 출자지분과 지급보증, 매출채권, 대여금 등으로 인해 과도한 영업외비용이 발생했고, 이는 영업이익에 비해 경상이익이 크게 떨어지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그 상당부분이 과거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를 비롯한 현대계열사와 관련이 있는 부분이었다. 전자 관련 계열사들은 성우전자, 성우이컴, 성우정보통신 등 크게 3개 회사이다. 성우전자는 반도체 관련 소재를 만드는 업체이고, 성우이컴은 핸드폰 단말기 밧데리 제조업을 비롯한 전자통신 제조업체였다.
현대시멘트의 제품인 시멘트의 경우 현대건설이라는 확실한 거대 납품처를 갖고 있었던 것처럼 전자 관련 3사의 경우 현대전자를 믿고 만든 측면이 상당히 크다. 하지만 기술기반이나 핵심 역량이 없이 납품처를 믿고 만든 계열사들은 현대전자의 몰락과 함께 동반부실의 길을 걸었다. 특히 현대시멘트가 자회사를 만들었던 전자통신분야는 독점이 보장된 기존 시멘트 분야와는 달리 기술변화가 매우 심하고, 경쟁이 치열한 업종이다. 더구나 전자통신쪽은 현대시멘트의 핵심역량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사업이어서 시너지가 날 가능성도 거의 없었다.
최근 하이닉스는 자회사에서 나오는 손해를 처리하고 차입금을 갚아나가는 등 적극적인 구조조정 노력을 한 덕에 기업의 체력이 상당히 좋아졌다. 특히 올해를 마지막으로 부실자회사들로 인한 비경상적인 손실처리는 거의 끝나게 된다. 하지만 최근 현대엘리베이터 사건은 현대시멘트에 대해 일말의 불안감을 느끼게 한다. 물론 계열사와의 정상적인 거래나 사업성에 기반한 적절한 투자를 비난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수익성 검토보다 감정이 앞서거나 관계회사인 납품처만 믿고 사업을 벌이는 것은 현명한 투자가 될 수 없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4. 자회사의 부실을 감당하기에 충분한 시멘트부분의 수익성

부실 계열사들을 처리하고 구조조정을 하면서도 현대시멘트가 버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본 사업부분인 시멘트의 수익성 덕분이었다. 만약 1999년에 현대시멘트로 흡수합병된 성우레저의 손실부분을 제외한다면 시멘트사업 부분은 매년 평균 700~8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낸 셈이다. 이는 2000년부터 IMF이후 위축되었던 시멘트 수요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였고, 98년 11월에 이어 2001년 초와 2002년에 잇따라 시멘트 가격을 올리면서 수익성이 더욱 개선된 데 따른 것이다. 이와 같은 시멘트 가격상승은 일본의 태평양 시멘트, 프랑스 라파즈 그룹 등 외국계 시멘트 회사가 대거 진입하면서 매출확대보다 수익성에 치중하는 경영방침이 시멘트 업계의 전반적인 경향이 된 것과 관련이 있다.
1998년 이후 현대시멘트는 매년 주당 배당금을 늘려왔고,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현대시멘트가 주가안정과 경영권방어를 목적으로 2000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무려 36%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평균 매수단가 9908원으로 장부가치의 1/5수준에 매수한 자사주는 적은 비용으로 배당압력을 감소시키고, 주주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냈다. 향후 현대시멘트가 고배당 등으로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펼치거나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싼 값에 매수했던 자사주는 주주중시경영의 강력한 무기가 될 전망이다.

5. 레저산업이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2002년부터는 전체 매출의 8.5%, 총자산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레저부분이 처음으로 영업이익을 냈다. 레저부분은 현대성우리조트를 중심으로 콘도 및 스키장 운영을 주 사업으로 하고 있다. 현대성우리조트는 초기에 대규모의 감가상각비와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끝에 결국 현대시멘트로 흡수합병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하지만 레저-휴양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이용객이 점차 증가하고, 사업초기에 비해 리스료, 감가상각비가 줄어들면서 미운 오리새끼에서 벗어나 현대시멘트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 5월에는 151억원을 투자하여 충북 단양에 9홀짜리 퍼블릭 골프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리조트 내에 추가적인 골프장 관련 시설 투자나 제주도 중문에 위치한 제주콘도에 대한 투자는 기존 리조트시설과 충분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기존 리조트 시설은 그 사용이 스키시설에 한정되어 있어 1분기에 매출이 집중되는 현상이 강했다. 리조트 관련 추가 투자는 리조트를 사계절 종합휴향지화하고 연중 고른 매출과 양호한 수익성을 내는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시멘트 업체로서 리조트 사업 관련 투자를 비관련 사업다각화로 보아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시멘트의 리조트 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가 세가지 있다. 첫째, 사업초기 투자과정에서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레저산업이 어느 정도 본궤도에 올라왔고 나름대로 충분한 노하우를 축적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막대한 수업료를 치른 덕분에 영업이익에서 흑자를 낼 수 있게 된 셈이다.
둘째 레저산업은 선진국형 산업으로 성장일로에 있는 산업이라는 점이다. 스키, 골프, 콘도 등 레저-휴양산업은 국민평균소득이 증가할수록 그 지출비중이 커지는 전형적인 선진국형 산업이다. 특히 주5일 근무제가 통과되면서 자유시간의 확대되고, 여가생활과 건강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은 레저산업의 전망을 밝게 해준다.
셋째 시멘트 사업부분의 계절성을 보완해주는 장점이 있다. 시멘트 사업의 성수기는 2, 3분기인데 반해 레저산업의 성수기는 스키의 경우 1분기이다. 골프나 콘도의 경우는 휴가철이 성수기겠지만 비교적 매출이 연중 고르게 나온다. 이런 이유로 레저산업을 잘 육성할 경우 현대시멘트는 연중 고른 영업이익을 내는 회사가 될 수 있다.
6. 현대의 그늘에서 벗어나 위대한 회사로
현대시멘트는 적어도 외면적으로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현대관련 자회사들의 부실을 털어내고 '클린 컴퍼니'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자관련 자회사 설립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핵심역량과는 상관없는 부분에 투자를 한다면 그동안 치른 비싼 수업료가 무의미하게 될 것이다.
현 시멘트산업의 전체적인 호황은 상당부분 가격인상에 영향을 받은 바 크다. 현대시멘트는 현재 실적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한단계 수익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한일시멘트가 그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다. 한일시멘트가 업계 최초로 브랜드 전략을 도입했던 시멘트 대체제품 '레미탈'은 관련 시장에서 60%가 넘는 경이적인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레미탈'은 건설시장에서 보통명사로 불릴 정도로 압도적인 브랜드파워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 시멘트에 모래, 각종 특성 강화제가 미리 배합돼 현장에서는 물만 섞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첨단 건축자재다.
또한 한일시멘트는 집수리에 직접 쓸 수 있는 DIY용 소포장 시멘트를 출시, 일반소비자층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 시멘트는 1.5㎏의 소형으로 만들어서 일반 건자재점이 아닌 대형 할인점이나 수퍼마켓 등에서 손쉽게 구해 사용할 수 있는 유통구조를 갖췄다. 이 제품은 일본 등 해외시장에 수출되고 있고, 물론 마진율도 일반 시멘트에 비해 큰 편이다. 시멘트의 가장 큰 장벽인 물류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현대시멘트 또한 단순 시멘트 포장판매로 만족하지 않고,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도입하고, 연구개발을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신제품을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를 통해 수익성을 한층 높일 수 있다면 웬만한 불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력한 회사가 될 것이다. 차세대 성장엔진을 회사바깥에서 찾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건자재 분야에서 성장엔진을 찾아야 할 것이다.
김민국 / kim@viptooza.com
한국형 가치투자 전략으로 본 현대시멘트
▶ 지역독점형 기업 : 물류비가 지역별 진입장벽으로 작용함
▶ BM형 기업, 기술둔감형 기업 : 시멘트를 가공, 포장 판매하는 단순한 사업모델
▶ 환골탈태형 기업 : 자회사의 부실을 정리하고 새롭게 도약
▶ 고영업이익률형 기업 : 제조업체로서는 보기드문 25%대의 영업이익률
▶ 저PER형 기업 : 올해 예상실적 기준 PER3대 초반
▶ 자사주 매입형 기업 : 평균 매수 단가에 9900원에 자사주 36% 매수 보유
1. 시멘트 업체의 특성과 독점력

시멘트 업계는 올해 최고의 해를 맞고 있다. NHN을 비롯한 인터넷 주식들을 올해의 신경제의 스타종목으로 꼽는다면, 구경제의 스타종목으로는 단연 시멘트 관련 주식들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쌍용양회, 동양시멘트, 한라시멘트 등이 잇달아 외국계 기업에 인수되면서 시멘트는 한물간 업종 혹은 부실의 원흉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는 시멘트가 아니라 시멘트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일반 투자자들이 시멘트 사업에 대해 많은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시멘트는 건설에 꼭 필요한 기본 건자재다. 특히 아파트나 빌딩 건설이 많은 한국에서 시멘트 사용은 필수적이다. 가격과 품질 면에서 시멘트를 대체할 품목을 찾기도 힘들다. 시멘트라는 품목은 매우 특이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시멘트 포대를 트럭에다 싣고 가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못하다. 시멘트는 부피가 크고 무겁지만 부피에 비해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다. 따라서 한 트럭 가득 싣고 멀리까지 움직이면 물류비가 늘어나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발생한다. 따라서 시멘트 업종에는 물류비가 큰 진입장벽이 된다. 물류비 때문에 자연스럽게 국내 시장을 각 지역별로 시멘트회사들이 나눠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물류비에 따른 경제성이 각 지역별로 독점성을 갖게 하는 셈이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수입 시멘트도 그리 큰 위협은 되지 못한다.
시멘트 산업은 초기투자비가 매우 많이 필요한 산업이다. 석회석 광산 하나만 개발하려 해도 3000억 이상이 들어간다. 광산뿐 아니라 싸일로라는 저장장치 등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한번 마련해두면 독점적인 이익을 누릴 수 있다. 중고등학교때 한국지리 수업을 들은 사람이라면 자원이 빈약한 우리 나라에서 유일하게 자급가능한 지하자원으로 석회석이 있다는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석회석은 시멘트의 주원료이고, 우리나라의 석회석의 질은 매우 우수한 편이다.
요컨데 시멘트업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큰 석회석 광산을 확보하고 초기 투자만 해놓으면 걱정할 필요 없이 돈을 벌 수 있다. 끊임없이 재투자가 필요한 IT산업와는 달리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술개발이나 시설개량을 해야할 이유로 별로 없다. 실질적으로는 지역별 독점산업에 가깝기 때문에 물가상승이상으로 가격을 올릴 수 있다. 제조업으로서는 매우 보기 드문 20%전후의 영업이익률이 이를 증명해준다.
2. 시멘트업의 역설과 콤플렉스
이와 같은 시멘트업의 특징을 들으면 왜 쌍용양회, 동양시멘트 등 굴지의 시멘트 회사들이 외국자본의 도움을 필요로 했는지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시멘트 업체가 어려움을 겪게 된 이유는 역설적으로 시멘트 업체가 너무나도 돈을 잘 버는데 있었다. 쌍용양회를 비롯한 시멘트 업체들은 60~80년대 경제발전 시기에 핵심역할을 수행했고, 시멘트업체는 당시 토종기업의 대표선수로 군림했다. 이 과정에서 시멘트 업체는 엄청난 규모의 현금을 쓸어담았다. 문제는 이 엄청난 규모의 현금을 어떻게 활용할지 몰랐다는 점이었다. 시멘트 업체가 외환위기당시 큰 어려움을 겪은 것은 시멘트로 번 돈을 무리한 사업다각화에 투자했기 때문이었다.
시멘트업체가 투자했던 산업은 주로 금융, 전자, 자동차 등 경쟁이 치열한 업종이었다. 가장 독점적인 산업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분야로의 진출은 시멘트업체들에게 회사의 존립이 문제가 될 정도의 상당한 수업료를 치르게 만들었다. 대표적인 시멘트 재벌이었던 쌍용양회의 경우 창업 1세대인 김성곤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김석원 회장은 정유와 제지, 증권, 중공업, 쌍용차 등 사업다각화에 나섰다가 외환위기 직후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어야 했다. 쌍용그룹이 사세 확장에만 연연한 나머지 유동성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특히 쌍용차에 대한 무리한 투자로 주요 계열사돌도 동반 부실화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시멘트업은 그 자체로 엄청난 돈을 버는 노다지 사업이었다. 하지만 그 경영자들은 시멘트 산업을 '성장성이 없는 사업이자, 폼이 나지 않는 사업'으로 본 것이 사실이다. 시멘트 업체가 따분하고 재미없는 사업대신에 IT나 금융 등 그럴듯한 사업으로 진출하려 했던 시도들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3. 자회사 부실과 관련된 현대의 그림자
현대시멘트는 시장점유율 10%로서 시멘트업계 4위를 달리는 성우그룹 계열사다. 현대시멘트는 단양, 영월에 석회석 채취장을 두고 있는 시멘트업체다. 현대시멘트는 이름에서도 알 수 것처럼 고 정주영 회장과 관련이 있는 범 현대계열회사이다. 현대시멘트는 성우그룹의 주력계열사인데, 성우그룹 회장을 맡고 있는 정순영 회장이 바로 고 정주영 회장의 둘째 동생이다. 최근 현대시멘트는 현대 엘리베이터의 백기사로 언론에 그 이름이 오르내렸다.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갑작스런 사망 이후 경영공백 상태에 빠진 현대엘리베이터를 돕기 위해 범 현대그룹사 차원에서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다. 현대시멘트는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11.2%까지 끌어올린 외국인투자자에 맞서 금강고려화학 현대백화점 한국프랜지 등과 함께 현대엘리베이터의 자사주를 공동으로 취득했다.
그동안 현대시멘트의 성장의 이면에는 현대그룹 음양의 지원이 큰 역할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대시멘트가 사업적으로 큰 관련이 없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자사주인수를 바람직한 것으로 해석하기는 힘들다 특히 과거의 현대시멘트의 계열사들을 살펴보면 그 같은 우려가 더욱 굳어질 수 있다.
그동안 현대시멘트는 부실자회사의 출자지분과 지급보증, 매출채권, 대여금 등으로 인해 과도한 영업외비용이 발생했고, 이는 영업이익에 비해 경상이익이 크게 떨어지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그 상당부분이 과거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를 비롯한 현대계열사와 관련이 있는 부분이었다. 전자 관련 계열사들은 성우전자, 성우이컴, 성우정보통신 등 크게 3개 회사이다. 성우전자는 반도체 관련 소재를 만드는 업체이고, 성우이컴은 핸드폰 단말기 밧데리 제조업을 비롯한 전자통신 제조업체였다.
현대시멘트의 제품인 시멘트의 경우 현대건설이라는 확실한 거대 납품처를 갖고 있었던 것처럼 전자 관련 3사의 경우 현대전자를 믿고 만든 측면이 상당히 크다. 하지만 기술기반이나 핵심 역량이 없이 납품처를 믿고 만든 계열사들은 현대전자의 몰락과 함께 동반부실의 길을 걸었다. 특히 현대시멘트가 자회사를 만들었던 전자통신분야는 독점이 보장된 기존 시멘트 분야와는 달리 기술변화가 매우 심하고, 경쟁이 치열한 업종이다. 더구나 전자통신쪽은 현대시멘트의 핵심역량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사업이어서 시너지가 날 가능성도 거의 없었다.
최근 하이닉스는 자회사에서 나오는 손해를 처리하고 차입금을 갚아나가는 등 적극적인 구조조정 노력을 한 덕에 기업의 체력이 상당히 좋아졌다. 특히 올해를 마지막으로 부실자회사들로 인한 비경상적인 손실처리는 거의 끝나게 된다. 하지만 최근 현대엘리베이터 사건은 현대시멘트에 대해 일말의 불안감을 느끼게 한다. 물론 계열사와의 정상적인 거래나 사업성에 기반한 적절한 투자를 비난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수익성 검토보다 감정이 앞서거나 관계회사인 납품처만 믿고 사업을 벌이는 것은 현명한 투자가 될 수 없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4. 자회사의 부실을 감당하기에 충분한 시멘트부분의 수익성

부실 계열사들을 처리하고 구조조정을 하면서도 현대시멘트가 버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본 사업부분인 시멘트의 수익성 덕분이었다. 만약 1999년에 현대시멘트로 흡수합병된 성우레저의 손실부분을 제외한다면 시멘트사업 부분은 매년 평균 700~8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낸 셈이다. 이는 2000년부터 IMF이후 위축되었던 시멘트 수요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였고, 98년 11월에 이어 2001년 초와 2002년에 잇따라 시멘트 가격을 올리면서 수익성이 더욱 개선된 데 따른 것이다. 이와 같은 시멘트 가격상승은 일본의 태평양 시멘트, 프랑스 라파즈 그룹 등 외국계 시멘트 회사가 대거 진입하면서 매출확대보다 수익성에 치중하는 경영방침이 시멘트 업계의 전반적인 경향이 된 것과 관련이 있다.
1998년 이후 현대시멘트는 매년 주당 배당금을 늘려왔고,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현대시멘트가 주가안정과 경영권방어를 목적으로 2000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무려 36%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평균 매수단가 9908원으로 장부가치의 1/5수준에 매수한 자사주는 적은 비용으로 배당압력을 감소시키고, 주주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냈다. 향후 현대시멘트가 고배당 등으로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펼치거나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싼 값에 매수했던 자사주는 주주중시경영의 강력한 무기가 될 전망이다.

5. 레저산업이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2002년부터는 전체 매출의 8.5%, 총자산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레저부분이 처음으로 영업이익을 냈다. 레저부분은 현대성우리조트를 중심으로 콘도 및 스키장 운영을 주 사업으로 하고 있다. 현대성우리조트는 초기에 대규모의 감가상각비와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끝에 결국 현대시멘트로 흡수합병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하지만 레저-휴양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이용객이 점차 증가하고, 사업초기에 비해 리스료, 감가상각비가 줄어들면서 미운 오리새끼에서 벗어나 현대시멘트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 5월에는 151억원을 투자하여 충북 단양에 9홀짜리 퍼블릭 골프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리조트 내에 추가적인 골프장 관련 시설 투자나 제주도 중문에 위치한 제주콘도에 대한 투자는 기존 리조트시설과 충분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기존 리조트 시설은 그 사용이 스키시설에 한정되어 있어 1분기에 매출이 집중되는 현상이 강했다. 리조트 관련 추가 투자는 리조트를 사계절 종합휴향지화하고 연중 고른 매출과 양호한 수익성을 내는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시멘트 업체로서 리조트 사업 관련 투자를 비관련 사업다각화로 보아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시멘트의 리조트 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가 세가지 있다. 첫째, 사업초기 투자과정에서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레저산업이 어느 정도 본궤도에 올라왔고 나름대로 충분한 노하우를 축적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막대한 수업료를 치른 덕분에 영업이익에서 흑자를 낼 수 있게 된 셈이다.
둘째 레저산업은 선진국형 산업으로 성장일로에 있는 산업이라는 점이다. 스키, 골프, 콘도 등 레저-휴양산업은 국민평균소득이 증가할수록 그 지출비중이 커지는 전형적인 선진국형 산업이다. 특히 주5일 근무제가 통과되면서 자유시간의 확대되고, 여가생활과 건강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은 레저산업의 전망을 밝게 해준다.
셋째 시멘트 사업부분의 계절성을 보완해주는 장점이 있다. 시멘트 사업의 성수기는 2, 3분기인데 반해 레저산업의 성수기는 스키의 경우 1분기이다. 골프나 콘도의 경우는 휴가철이 성수기겠지만 비교적 매출이 연중 고르게 나온다. 이런 이유로 레저산업을 잘 육성할 경우 현대시멘트는 연중 고른 영업이익을 내는 회사가 될 수 있다.
6. 현대의 그늘에서 벗어나 위대한 회사로
현대시멘트는 적어도 외면적으로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현대관련 자회사들의 부실을 털어내고 '클린 컴퍼니'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자관련 자회사 설립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핵심역량과는 상관없는 부분에 투자를 한다면 그동안 치른 비싼 수업료가 무의미하게 될 것이다.
현 시멘트산업의 전체적인 호황은 상당부분 가격인상에 영향을 받은 바 크다. 현대시멘트는 현재 실적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한단계 수익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한일시멘트가 그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다. 한일시멘트가 업계 최초로 브랜드 전략을 도입했던 시멘트 대체제품 '레미탈'은 관련 시장에서 60%가 넘는 경이적인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레미탈'은 건설시장에서 보통명사로 불릴 정도로 압도적인 브랜드파워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 시멘트에 모래, 각종 특성 강화제가 미리 배합돼 현장에서는 물만 섞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첨단 건축자재다.
또한 한일시멘트는 집수리에 직접 쓸 수 있는 DIY용 소포장 시멘트를 출시, 일반소비자층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 시멘트는 1.5㎏의 소형으로 만들어서 일반 건자재점이 아닌 대형 할인점이나 수퍼마켓 등에서 손쉽게 구해 사용할 수 있는 유통구조를 갖췄다. 이 제품은 일본 등 해외시장에 수출되고 있고, 물론 마진율도 일반 시멘트에 비해 큰 편이다. 시멘트의 가장 큰 장벽인 물류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현대시멘트 또한 단순 시멘트 포장판매로 만족하지 않고,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도입하고, 연구개발을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신제품을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를 통해 수익성을 한층 높일 수 있다면 웬만한 불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력한 회사가 될 것이다. 차세대 성장엔진을 회사바깥에서 찾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건자재 분야에서 성장엔진을 찾아야 할 것이다.
김민국 / kim@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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