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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異種)격투기 최후의 승자는?

남자들이라면 어린 시절에 주말 황금시간대에 권투를 보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유명우, 장정구의 챔피언방어전은 월드컵만큼 전국을 뜨겁게 달궜다. 권투는 장갑을 낀 주먹만을 사용해야 하고 체급별로 따로 챔피언을 뽑는 등 엄격한 규칙이 존재하기 때문에 심지어는 같은 권투선수지만 유명우와 장정구도 한 끗 차이로 정면대결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상상 속에서만 '누가 가장 센지'를 가늠해볼 수밖에 없었다.

요즘 권투의 열기가 시들해지긴 했지만 남자들이 다시 열광하는 스포츠가 탄생했다. 바로 이종(異種)격투기다. K-1, Pride FC, King of the Cage 등의 이름으로 위성방송에서 처음 선보인 이종격투기는 옛날 권투팬들을 다시 TV 앞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이종격투기의 매력은 완화된 규칙과 함께 종별과 체급에 상관없이 최고 강자를 뽑는 화끈함이다.



기업들은 흔히 업종으로 구분된다. 사업자등록증에도 업종이 표시될 뿐 아니라 주식시장에서도 음식료업, 제지업, 전기전자업 등으로 구분 표시된다. 그러나 실제에서 기업의 활동이 명확한 경계를 가지지는 않는다. 음식료업이라고 해서 음식료업종에 속한 기업들끼리만 경쟁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에는 소비자의 제한된 예산을 분배 받기 위해 각종 서비스와 재화를 제공하는 것이 기업이 하는 일이다 보니 이(異)업종이라 하더라도 부딪히는 일이 허다하다. 심지어는 전혀 다른 업종처럼 보이는데 격투를 벌여 한 쪽이 완전히 실려나가기도 한다. CD롬과 인터넷이 출판업인 백과사전을 완전히 넉아웃 시켜버린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종격투기가 벌어지고 있는 세 분야를 살펴보고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 것인지 생각해보도록 하자.


1) 하나은행 vs 삼성증권

'김지미씨는..?'이란 멘트를 남기며 릴레이 광고라는 형식을 선보인 FN Honors Club는 삼성증권이 어떤 방향을 지향하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삼성증권은 약정경쟁을 포기하고 고객의 자산을 모은다는 전략을 가지고 PB(Private Banking)를 지향하고 있다. 원래 거래중개가 주수입원인 증권사의 모습과는 다소 상반된다.

그러나 PB분야에는 이미 터를 잡고 있는 강자가 있다. 바로 하나은행이다. 95년부터 PB서비스를 제공했으며 현재 활동하고 있는 중견급 PB들 대부분이 이 회사 출신이다. 단순 여수신이 주요 업무였던 은행에게는 다소 이른 출발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인 PB 분야에서 확고한 입지를 닦게 되었다.

과거 증권사와 은행간의 영역이 겹치는 부분은 거의 없었으나 점점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금융상품 판매와 계좌계설은 과거에는 증권사의 영역이었으나 은행이 촘촘한 지점망을 바탕으로 이 시장의 상당 부분을 가져갔다. 반대로 PB는 은행의 영역이었으나 삼성증권처럼 증권사들도 속속 뛰어들고 있다.


2) NHN vs CJ엔터테인먼트

엔터테인먼트는 소비자의 여가 시간을 사는 업종이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시간은 제한되어 있다. 즉 하나를 즐기게 되면 그 시간 동안 다른 것은 즐기지 못하게 된다는 의미다. 최근 산업화된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가 인터넷게임과 영화인데 여기에도 마찬가지 논리가 적용된다. 게임을 하면서 영화를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비가 오면 게임 동시접속자는 늘어나고 극장의 사람은 줄어드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따라서 컨텐츠는 다르지만 온라인게임과 영화는 경쟁구도에 있다. 온라인게임업체도 여럿이지만 굳이 선두주자를 뽑으라면 한게임을 가진 NHN을 들 수 있다. 롤플레잉 게임에 비해 사용층이 두텁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CJ엔터테인먼트가 눈에 띈다. CGV라는 극장체인을 가지고 있어 영화관람객수의 직접적인 영향권 하에 놓여있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게임회사의 가장 큰 경쟁상대는 주류회사라고 한다. 한국사람들이 술 먹는 시간을 게임 하는 시간으로 돌려놓으면 게임업 자체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이처럼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경쟁자도 다양하고 전선(戰線) 또한 매우 넓다.


3) 농심 vs 풀무원

사람이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네 끼 먹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음식료업체들은 소비자의 세 끼를 놓고 경쟁을 벌인다는 얘기다. 사람들이 먹는 것이 다양한 만큼 음식료업체들도 라면, 생식, 빙과, 음료, 수산물 등 품목에 따라 다양하다.

이 중 인스턴트 라면을 만드는 농심과 생면을 만드는 풀무원은 같은 음식료업종이라는 점에서 이종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생산 품목이 워낙 달라 체급이 없는 격투에 비유될 수 있다. 이 격투의 핵심 키워드는 건강, 가격, 편의성이다. 라면은 생면에 비해 가격이 싸고 편의성이 높지만 건강에 대한 우려를 받는다.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고 하지만 생면이 당장 오랜 역사를 가진 라면의 아성을 무너뜨리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풀무원은 농심으로부터 조금만 시장을 빼앗아와도 큰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워낙 라면시장이 클 뿐 아니라 생면은 라면에 비해 마진폭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반대로 농심이 라면시장의 브랜드와 신뢰를 바탕으로 생면시장으로 뛰어들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외에도 삼성전자와 로만손도 이종격투의 대상에 넣을 수 있다. 핸드폰에 시계가 장착되어 있고 누구나 핸드폰을 하나씩 들고 다니다 보니 시계를 따로 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게다가 핸드폰 시계가 훨씬 정확하다. 실제로 시계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상태다.

업종 경계를 지어 기업을 바라보면 숲을 바라보지 못하고 시선이 고정된다. 총체적인 기업의 환경을 분석하기 위해 이종간의 격투 모습을 잘 살펴보는 것은 투자자에게 더 넓은 투자관점을 제공해줄 것이다.

최준철 wallstreet@i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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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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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지적인 것 같습니다. 장래에는 통신회사와 카드회사도 이종격투기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휴대폰이 시계시장만 없애는 것이 아니고 신용카드를 없앨 수도(통신회사가 휴대폰을 이용하여 카드업 자체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2003.06/19 14:33 답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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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06/1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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