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읽을거리
아이투자 전체 News 글입니다.
가치투자 방법론으로 찾아본 가치주 4선
가치투자 방법론으로 찾아본 가치주 4선
가치투자는 주식시장의 시장참여자들의 움직임의 결과인 수급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가치를 분석하는 투자다. 따라서 가치투자는 기업이 원래 가지고 있는 가치와 시장이 매기는 차이를 발견해내고 가격이 가치를 반영할 때까지 기다리는 장기투자와도 일맥상통하며, 시장이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할 때를 이용한다는 면에서 효율적시장가설과는 배치되는 입장에 있다.
투자방법은 종교와도 같다. 한번 받아들인 투자방법은 맹신하게 되며 다른 투자방법으로의 개종이 힘들다는 면에서 그렇다. 투자방법 간에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는 그것을 따르는 사람의 믿음에 달려있다는 것도 투자방법과 종교와의 공통점이다. 기본적 분석가와 기술적 분석가가 만나면 결론이 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기독교라도 그 교리의 차이에 따라서 여러 종파로 나뉘듯이 투자방법도 세부적인 방법론으로 들어가면 많은 차이를 보인다. 기술적 분석이 일봉분석, 일목균형표, 파동이론 식으로 나뉘듯이 가치투자도 크게 두 가지의 방법론이 있다. 각 방법론은 기업의 가치를 '숭상'한다는 면에서 같지만 접근방법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첫 번째는 담배꽁초 투자다. 원래 가치투자의 아버지인 벤 그레이엄이 만들어낸 가치투자의 원형에 해당하는 투자법이다. 워렌 버펫은 그의 투자경력 초기에 담배꽁초 투자를 '길에서 버려진 꽁초를 주워서 피면 한 모금은 빨 수 있다. 그걸로 충분하다.'라고 비유했다. 담배꽁초 투자는 꽁초를 피듯이 대차대조표 상의 유동자산이 시가총액보다 낮으면 사서 유동자산이 시가총액에 도달하면 바로 팔아버리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탁월한 가치에 대한 투자다. 그레이엄의 그늘에서 벗어난 워렌 버펫이 만들어낸 개념으로 꾸준히 가치가 성장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담배꽁초 투자와는 달리 자산가치와 시가총액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미래현금흐름을 중요시 여긴다. 또한 탄탄한 미래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요소로서 독점력과 비즈니스 모델 등 무형의 가치가 고려된다.
이 두 투자방법의 차이는 스틸사진과 동영상에 비유될 수 있다. 담배꽁초 투자가 현재 기업상태에서 비싼지 싼지를 측정하는 스틸사진이라면 탁월한 가치에 대한 투자는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전망까지도 보는 동영상과 같다. 이제 이 두 가지 방법으로 나누어 조건에 맞는 가치주를 찾아보자.
1. 담배꽁초를 찾아라
담배꽁초 투자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 PER와 PBR이 충분히 낮은가?
- 부채비율이 높지는 않는가?
- 시장에서 저평가 여부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가?
- 시장의 오해가 타당하지 못한 것인가?
1) 디피아이
디피아이는 노루표 페인트 브랜드를 보유한 국내 2위의 도료업체다. 지난 4월 증권거래소가 디피아이를 PER 기준으로 가장 저평가된 기업으로 꼽았을 정도로 기업가치에 비해 현저한 저평가 상태에 놓여있다. 작년 기준으로 PER가 1.55, PBR이 0.2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지금 디피아이를 통째로 사는 값이 이 회사가 1년6개월간 벌어들이는 순이익에 불과할 뿐 아니라 사는 순간 통째로 산 값의 5배에 해당하는 자산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출의 감소, 페인트 산업에 대한 저성장성 등의 이유로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매출이 줄어드는 것은 디피아이가 생산설비 등을 자회사로 이관하면서 나타난 현상일 뿐 자회사로부터의 지분법평가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익의 규모는 큰 변함이 없다. 또한 페인트는 사람들 생각만큼 저성장 산업이 아니다. 페인트는 건설현장뿐 아니라 자동차와 조선에도 들어가는 등 활용범위가 넓다. 게다가 디피아이는 중국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디피아이의 PER가 10에 육박하고 PBR이 1이 넘는다면 다른 기업에 비해 투자매력도가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다. 10년 후 페인트 시장에서 디피아이가 지금의 위치를 지키고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직접 소비자를 상대하는 산업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이 산업동향을 파악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현재 가격은 담배꽁초 투자로 가장 매력적인 수준이다. PER 1.55, PBR 0.2의 수치를 보이는 디피아이에 투자한다면 꽁초가 아니라 장초 수준만큼 충분히 흡연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2) 동서산업
동서산업은 내장타일 분야 1위를 달리는 건설자재업체다. 제품군이 요업 중심으로 위생도기도 만들고 있으며 이 분야 시장점유율은 계림과 대림에 이어 3위다. 그러나 높은 시장지배력과는 별개로 현재 관리종목에 편입되어 있다. 2001년 어음 51억원을 막지 못해 부도처리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리종목이라 보기에는 꽤나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다. 작년 1714억 매출에 영업이익 349억을 냈다. 부채도 현금흐름을 통한 상환과 채무면제를 통해 크게 줄어든 상태로 부채비율이 103% 정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아직도 시장에서는 동서산업이 영업을 통해 살아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듯 하다. 작년 경상이익을 기준으로 한 PER는 1.37, PBR은 0.32에 불과하다. 특히 올해 들어 자회사인 동서산업개발을 152억에 처분함으로써 107억의 영업외수익을 낸 상태다. 여기 힘입어 올해 1/4분기에는 400억의 매출(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과 220억의 경상이익을 기록했다.
KCC만큼 건자재 시장의 강자도 아니고 아직 재무구조도 완전히 깨끗해졌다고 보기도 힘들지만 현재의 가치평가는 터무니없다. 관리종목이라고 시장이 외면하는 사이 현명한 투자자는 담배꽁초 투자의 기회를 동서산업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 탁월한 가치를 찾아라
탁월한 가치에 대한 투자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 10년 후에도 존재할 아이템인가?
- 확고한 시장지배력이나 독점력을 가지고 있는가?
- 제품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있는가?
- 우리 주변에서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기업인가?
- 반복구매되는 제품을 만드는가?
1) 롯데칠성
워렌 버펫은 '사람들은 항상 목이 마르다'라는 이유로 코카콜라 주식을 사들였다. 코카콜라는 세계 1위의 브랜드 파워, 강력한 소비자 독점력, 뛰어난 경영진, 재투자가 필요 없는 사업구조 등으로 가치투자자들에게는 완벽한 주식으로 일컬어진다.
롯데칠성은 음료업을 한다는 특징 외에도 코카콜라와 유사한 점이 많다. 롯데칠성은 우리나라 음료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독보적인 기업이다. IMF를 겪으면서 경쟁사인 해태음료가 휘청하는 사이 시장점유율을 더 확대한 '경쟁사 몰락형 기업'이기도 하다. 음료사업은 폭발적인 성장은 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꾸준히 소비될 수밖에 없는 품목 중 하나다. 재투자도 필요없다. 새로운 음료수를 만들기 위해 수백억의 개발비가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물과 향료를 적당히 섞어 맛을 낸 액체를 캔에 담아 이미 확보해둔 유통망에 실어 나르기만 하면 그만이다.
우리는 10년 후에도 롯데칠성에서 만든 콜드쥬스와 칠성사이다를 마시고 있는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리고 그때도 칠성사이다의 가격이 500원이지는 않을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800원일 수도 1000원일 수도 있다. 그래도 소비자들은 롯데칠성에서 만든 음료를 가격저항감 없이 마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소비자에게는 재앙이지만 주주에게는 행운이다. 이 기간 롯데칠성의 가치가 꾸준히 올라갈 수밖에 없음은 명약관화하다.
다만 탁월한 가치는 인정하지만 현재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다. 주가가 70만원에 육박하면서 장부가치 수준을 뛰어넘어버린 상태다. 담배꽁초 투자의 대상만큼 안전마진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시장이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면 롯데칠성은 언제든 매수할만한 가치주다. 기다리는 것도 투자다. 지금부터라도 롯데칠성을 지켜보고 기회를 포착해보도록 하자.
2) 유한양행
흔히 유한양행 하면 제약주라고 생각한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제품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제약주라기보다는 생필품주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안티푸라민, 삐콤C, 콘텍600 등의 약뿐 아니라 홈키파, 유한락스 등 생필품까지도 유한양행의 제품에 포함된다. 자회사인 유한킴벌리에서 만드는 것까지 포함하면 생리대, 화장지, 키친타올까지 영역이 확장된다. 그야말로 유한양행의 제품은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유한양행의 가치는 3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 번째는 위에서 언급한 바대로 안정적인 제품 포트폴리오다. 사람에게 필요한 제품을 '제대로' 만드는 기업은 수십 년이 지나도 살아남을 수 있다. 두 번째는 투명경영과 우수한 경영진이다. 유한양행의 경영진은 유일한 박사의 정신을 그대로 물려받아 생각이 건전할 뿐 아니라 회사 내부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라 안정된 회사운영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세 번째는 자회사인 유한킴벌리의 가치다. 이 회사는 매년 약 25%의 성장을 해오고 있으며 생리대, 화장지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질수록 킴벌리 제품의 소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수치로 과거를 살펴보아도 유한양행의 미래를 점칠 수 있다. IMF 직후인 99년을 제외하면 86년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매출액이 준 적이 없다. 또한 10년 동안 순이익이 단 한번도 줄지 않았다. 수많은 이슈들과 경제의 부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한양행 자체가 가진 강점과 내성이 이 모든 것들을 이겨내게 한 것이다.
그러나 유한양행 역시 롯데칠성과 마찬가지로 가격이 그리 싸지는 않다. PBR이 1을 넘지는 않지만 높은 편이며 제약주 평균에 비해서 PER에도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하지만 유한양행의 독보적인 가치를 생각한다면 5만원 이하에서는 좋은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최준철 wallstreet@itooza.com
가치주 발굴법
개인투자자들이 가치주를 발굴하는 방법에는 2가지가 있다.
생활 속의 발견을 숫자로 점검하는 방법
투자자는 곧 소비자다. 기업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사회와 떨어뜨려 놓고 생각할 수 없다. 따라서 투자자는 주변에서 많은 투자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2% 부족할 때'가 갑자기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 것을 목격한다면 그 제조사인 롯데칠성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실제 잘 팔리는 제품이 기업의 실적으로 연결되어 가치가 올라가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여기서 살펴야 할 것이 영업 부문에서는 매출액, 영업이익, 경상이익, 영업이익률이며, 재무 부문에서는 부채비율, 이자비용, ROE 등이다. 영업 부문에서는 제품이 많은 마진을 남겨주고 있고 얼마만큼의 경쟁력이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고, 재무 부문에서는 제품 판매 이익이 얼마만큼 주주에게 돌아오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제품은 잘 팔리는데 남은 이익이 모두 이자를 갚는데 쓰이고 있다면 별로 좋은 회사라 할 수 없다.
이렇게 생활 속의 발견을 통해 투자아이디어를 얻고 숫자로 점검을 한다면 가치주를 발굴할 좋은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투자의 위험도 상당 부분 감소한다.
탁월한 숫자를 생활 속에서 점검하는 방법
이 방법은 1번의 방법과 순서상 반대다. 즉 전자공시나 신용평가회사의 상장기업 분석 자료를 통해 나온 매출액 성장률, 영업이익률, ROE 등의 숫자가 눈에 띄게 탁월할 경우 이 숫자에서 먼저 아이디어를 추출한다. 그 다음 왜 이 숫자가 나왔는지를 생활 속에서 점검한다.
예를 들어 여성복 전문 의류업체인 한섬의 ROE가 30%가 나왔다고 하자. 이 수치는 어떤 상장기업의 것보다 높은 것인데 의류업체라는 고정관념으로 보면 터무니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면 직접 백화점을 가서 이 회사의 브랜드인 시스템, SJ 등이 실제로 잘 팔리고 있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좀더 연구하면 제조는 아웃소싱을 하고 디자인과 유통만을 담당하는 사업구조 때문에 이익률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이런 예에서처럼 숫자를 먼저 파악하고 그 숫자의 비밀을 생활 속에서 파헤쳐 가는 것도 좋은 가치주 발굴법이다. 역시 1번의 방법처럼 손쉽게 가치주를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식적인 면의 리스크를 상당 부분 감소시킬 수 있다.
* 이 레포트는 2003년 5월6일에 작성된 것으로 주간 이코노미스트에 기고된 글입니다.
가치투자는 주식시장의 시장참여자들의 움직임의 결과인 수급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가치를 분석하는 투자다. 따라서 가치투자는 기업이 원래 가지고 있는 가치와 시장이 매기는 차이를 발견해내고 가격이 가치를 반영할 때까지 기다리는 장기투자와도 일맥상통하며, 시장이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할 때를 이용한다는 면에서 효율적시장가설과는 배치되는 입장에 있다.
투자방법은 종교와도 같다. 한번 받아들인 투자방법은 맹신하게 되며 다른 투자방법으로의 개종이 힘들다는 면에서 그렇다. 투자방법 간에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는 그것을 따르는 사람의 믿음에 달려있다는 것도 투자방법과 종교와의 공통점이다. 기본적 분석가와 기술적 분석가가 만나면 결론이 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기독교라도 그 교리의 차이에 따라서 여러 종파로 나뉘듯이 투자방법도 세부적인 방법론으로 들어가면 많은 차이를 보인다. 기술적 분석이 일봉분석, 일목균형표, 파동이론 식으로 나뉘듯이 가치투자도 크게 두 가지의 방법론이 있다. 각 방법론은 기업의 가치를 '숭상'한다는 면에서 같지만 접근방법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첫 번째는 담배꽁초 투자다. 원래 가치투자의 아버지인 벤 그레이엄이 만들어낸 가치투자의 원형에 해당하는 투자법이다. 워렌 버펫은 그의 투자경력 초기에 담배꽁초 투자를 '길에서 버려진 꽁초를 주워서 피면 한 모금은 빨 수 있다. 그걸로 충분하다.'라고 비유했다. 담배꽁초 투자는 꽁초를 피듯이 대차대조표 상의 유동자산이 시가총액보다 낮으면 사서 유동자산이 시가총액에 도달하면 바로 팔아버리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탁월한 가치에 대한 투자다. 그레이엄의 그늘에서 벗어난 워렌 버펫이 만들어낸 개념으로 꾸준히 가치가 성장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담배꽁초 투자와는 달리 자산가치와 시가총액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미래현금흐름을 중요시 여긴다. 또한 탄탄한 미래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요소로서 독점력과 비즈니스 모델 등 무형의 가치가 고려된다.
이 두 투자방법의 차이는 스틸사진과 동영상에 비유될 수 있다. 담배꽁초 투자가 현재 기업상태에서 비싼지 싼지를 측정하는 스틸사진이라면 탁월한 가치에 대한 투자는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전망까지도 보는 동영상과 같다. 이제 이 두 가지 방법으로 나누어 조건에 맞는 가치주를 찾아보자.
1. 담배꽁초를 찾아라
담배꽁초 투자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 PER와 PBR이 충분히 낮은가?
- 부채비율이 높지는 않는가?
- 시장에서 저평가 여부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가?
- 시장의 오해가 타당하지 못한 것인가?
1) 디피아이
디피아이는 노루표 페인트 브랜드를 보유한 국내 2위의 도료업체다. 지난 4월 증권거래소가 디피아이를 PER 기준으로 가장 저평가된 기업으로 꼽았을 정도로 기업가치에 비해 현저한 저평가 상태에 놓여있다. 작년 기준으로 PER가 1.55, PBR이 0.2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지금 디피아이를 통째로 사는 값이 이 회사가 1년6개월간 벌어들이는 순이익에 불과할 뿐 아니라 사는 순간 통째로 산 값의 5배에 해당하는 자산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출의 감소, 페인트 산업에 대한 저성장성 등의 이유로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매출이 줄어드는 것은 디피아이가 생산설비 등을 자회사로 이관하면서 나타난 현상일 뿐 자회사로부터의 지분법평가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익의 규모는 큰 변함이 없다. 또한 페인트는 사람들 생각만큼 저성장 산업이 아니다. 페인트는 건설현장뿐 아니라 자동차와 조선에도 들어가는 등 활용범위가 넓다. 게다가 디피아이는 중국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디피아이의 PER가 10에 육박하고 PBR이 1이 넘는다면 다른 기업에 비해 투자매력도가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다. 10년 후 페인트 시장에서 디피아이가 지금의 위치를 지키고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직접 소비자를 상대하는 산업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이 산업동향을 파악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현재 가격은 담배꽁초 투자로 가장 매력적인 수준이다. PER 1.55, PBR 0.2의 수치를 보이는 디피아이에 투자한다면 꽁초가 아니라 장초 수준만큼 충분히 흡연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2) 동서산업
동서산업은 내장타일 분야 1위를 달리는 건설자재업체다. 제품군이 요업 중심으로 위생도기도 만들고 있으며 이 분야 시장점유율은 계림과 대림에 이어 3위다. 그러나 높은 시장지배력과는 별개로 현재 관리종목에 편입되어 있다. 2001년 어음 51억원을 막지 못해 부도처리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리종목이라 보기에는 꽤나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다. 작년 1714억 매출에 영업이익 349억을 냈다. 부채도 현금흐름을 통한 상환과 채무면제를 통해 크게 줄어든 상태로 부채비율이 103% 정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아직도 시장에서는 동서산업이 영업을 통해 살아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듯 하다. 작년 경상이익을 기준으로 한 PER는 1.37, PBR은 0.32에 불과하다. 특히 올해 들어 자회사인 동서산업개발을 152억에 처분함으로써 107억의 영업외수익을 낸 상태다. 여기 힘입어 올해 1/4분기에는 400억의 매출(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과 220억의 경상이익을 기록했다.
KCC만큼 건자재 시장의 강자도 아니고 아직 재무구조도 완전히 깨끗해졌다고 보기도 힘들지만 현재의 가치평가는 터무니없다. 관리종목이라고 시장이 외면하는 사이 현명한 투자자는 담배꽁초 투자의 기회를 동서산업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 탁월한 가치를 찾아라
탁월한 가치에 대한 투자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 10년 후에도 존재할 아이템인가?
- 확고한 시장지배력이나 독점력을 가지고 있는가?
- 제품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있는가?
- 우리 주변에서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기업인가?
- 반복구매되는 제품을 만드는가?
1) 롯데칠성
워렌 버펫은 '사람들은 항상 목이 마르다'라는 이유로 코카콜라 주식을 사들였다. 코카콜라는 세계 1위의 브랜드 파워, 강력한 소비자 독점력, 뛰어난 경영진, 재투자가 필요 없는 사업구조 등으로 가치투자자들에게는 완벽한 주식으로 일컬어진다.
롯데칠성은 음료업을 한다는 특징 외에도 코카콜라와 유사한 점이 많다. 롯데칠성은 우리나라 음료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독보적인 기업이다. IMF를 겪으면서 경쟁사인 해태음료가 휘청하는 사이 시장점유율을 더 확대한 '경쟁사 몰락형 기업'이기도 하다. 음료사업은 폭발적인 성장은 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꾸준히 소비될 수밖에 없는 품목 중 하나다. 재투자도 필요없다. 새로운 음료수를 만들기 위해 수백억의 개발비가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물과 향료를 적당히 섞어 맛을 낸 액체를 캔에 담아 이미 확보해둔 유통망에 실어 나르기만 하면 그만이다.
우리는 10년 후에도 롯데칠성에서 만든 콜드쥬스와 칠성사이다를 마시고 있는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리고 그때도 칠성사이다의 가격이 500원이지는 않을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800원일 수도 1000원일 수도 있다. 그래도 소비자들은 롯데칠성에서 만든 음료를 가격저항감 없이 마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소비자에게는 재앙이지만 주주에게는 행운이다. 이 기간 롯데칠성의 가치가 꾸준히 올라갈 수밖에 없음은 명약관화하다.
다만 탁월한 가치는 인정하지만 현재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다. 주가가 70만원에 육박하면서 장부가치 수준을 뛰어넘어버린 상태다. 담배꽁초 투자의 대상만큼 안전마진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시장이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면 롯데칠성은 언제든 매수할만한 가치주다. 기다리는 것도 투자다. 지금부터라도 롯데칠성을 지켜보고 기회를 포착해보도록 하자.
2) 유한양행
흔히 유한양행 하면 제약주라고 생각한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제품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제약주라기보다는 생필품주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안티푸라민, 삐콤C, 콘텍600 등의 약뿐 아니라 홈키파, 유한락스 등 생필품까지도 유한양행의 제품에 포함된다. 자회사인 유한킴벌리에서 만드는 것까지 포함하면 생리대, 화장지, 키친타올까지 영역이 확장된다. 그야말로 유한양행의 제품은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유한양행의 가치는 3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 번째는 위에서 언급한 바대로 안정적인 제품 포트폴리오다. 사람에게 필요한 제품을 '제대로' 만드는 기업은 수십 년이 지나도 살아남을 수 있다. 두 번째는 투명경영과 우수한 경영진이다. 유한양행의 경영진은 유일한 박사의 정신을 그대로 물려받아 생각이 건전할 뿐 아니라 회사 내부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라 안정된 회사운영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세 번째는 자회사인 유한킴벌리의 가치다. 이 회사는 매년 약 25%의 성장을 해오고 있으며 생리대, 화장지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질수록 킴벌리 제품의 소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수치로 과거를 살펴보아도 유한양행의 미래를 점칠 수 있다. IMF 직후인 99년을 제외하면 86년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매출액이 준 적이 없다. 또한 10년 동안 순이익이 단 한번도 줄지 않았다. 수많은 이슈들과 경제의 부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한양행 자체가 가진 강점과 내성이 이 모든 것들을 이겨내게 한 것이다.
그러나 유한양행 역시 롯데칠성과 마찬가지로 가격이 그리 싸지는 않다. PBR이 1을 넘지는 않지만 높은 편이며 제약주 평균에 비해서 PER에도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하지만 유한양행의 독보적인 가치를 생각한다면 5만원 이하에서는 좋은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최준철 wallstreet@itooza.com
가치주 발굴법
개인투자자들이 가치주를 발굴하는 방법에는 2가지가 있다.
생활 속의 발견을 숫자로 점검하는 방법
투자자는 곧 소비자다. 기업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사회와 떨어뜨려 놓고 생각할 수 없다. 따라서 투자자는 주변에서 많은 투자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2% 부족할 때'가 갑자기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 것을 목격한다면 그 제조사인 롯데칠성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실제 잘 팔리는 제품이 기업의 실적으로 연결되어 가치가 올라가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여기서 살펴야 할 것이 영업 부문에서는 매출액, 영업이익, 경상이익, 영업이익률이며, 재무 부문에서는 부채비율, 이자비용, ROE 등이다. 영업 부문에서는 제품이 많은 마진을 남겨주고 있고 얼마만큼의 경쟁력이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고, 재무 부문에서는 제품 판매 이익이 얼마만큼 주주에게 돌아오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제품은 잘 팔리는데 남은 이익이 모두 이자를 갚는데 쓰이고 있다면 별로 좋은 회사라 할 수 없다.
이렇게 생활 속의 발견을 통해 투자아이디어를 얻고 숫자로 점검을 한다면 가치주를 발굴할 좋은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투자의 위험도 상당 부분 감소한다.
탁월한 숫자를 생활 속에서 점검하는 방법
이 방법은 1번의 방법과 순서상 반대다. 즉 전자공시나 신용평가회사의 상장기업 분석 자료를 통해 나온 매출액 성장률, 영업이익률, ROE 등의 숫자가 눈에 띄게 탁월할 경우 이 숫자에서 먼저 아이디어를 추출한다. 그 다음 왜 이 숫자가 나왔는지를 생활 속에서 점검한다.
예를 들어 여성복 전문 의류업체인 한섬의 ROE가 30%가 나왔다고 하자. 이 수치는 어떤 상장기업의 것보다 높은 것인데 의류업체라는 고정관념으로 보면 터무니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면 직접 백화점을 가서 이 회사의 브랜드인 시스템, SJ 등이 실제로 잘 팔리고 있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좀더 연구하면 제조는 아웃소싱을 하고 디자인과 유통만을 담당하는 사업구조 때문에 이익률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이런 예에서처럼 숫자를 먼저 파악하고 그 숫자의 비밀을 생활 속에서 파헤쳐 가는 것도 좋은 가치주 발굴법이다. 역시 1번의 방법처럼 손쉽게 가치주를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식적인 면의 리스크를 상당 부분 감소시킬 수 있다.
* 이 레포트는 2003년 5월6일에 작성된 것으로 주간 이코노미스트에 기고된 글입니다.
더 좋은 글 작성에 큰 힘이 됩니다.
// Start Slider - https://splidejs.com/ ?>
// End Slider ?>
// Start Slider Sources - https://splidejs.com/
// CSS는 별도로 처리함.
?>
// End Slider Sources ?>
// Start Slider Sources - https://splidejs.com/
// CSS는 별도로 처리함.
?>
// End Slider Sourc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