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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형 기업 vs 사마귀형 기업

거미줄형 기업 vs 사마귀형 기업



얼마전 한국도로공사가 SI(시스템통합)업체들을 상대로 스마트카드 기반 통행료 징수시스템 구축을 입찰에 붙였다. 사업규모는 13억원으로 그리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3개 컨소시움이 참가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가 단돈 1원에 낙찰됐다. 씨앤씨엔터프라이즈가 1원에 모든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것은 기업들이 잘못 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영위하는 비즈니스 자체가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SI업은 기업에서 발주하는 일회성 프로젝트를 수주해 요구한 조건의 제품을 납품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한다. 따라서 99~00년처럼 많은 기업들이 전산에 투자해 SI발주가 많아지면 수익이 급격히 올라가지만, 전산투자가 일단락 되었거나 경기가 나빠지면 계속 손을 놓아야 한다.

게다가 더 나쁜 것은 SI업체들의 숫자가 엄청나게 많다는 점이다. 국내에 SI업체가 하나라면 일회성 프로젝트라 하더라도 비싼 값을 받을 수 있겠지만 워낙 경쟁자가 많다 보니 경기침체 시에는 덤핑수주를 할 수밖에 없다. 위에서 언급한 1원 낙찰 사례는 현재 SI업체들의 실태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주식이라는 기업의 소유권을 사들임으로써 기업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투자자들에게 가장 좋은 기업은 돈을 잘 벌어다 주는 기업이다. 덧붙이자면 어떠한 환경이 닥치더라도 꾸준히 돈을 잘 벌어다 주는 기업이 최적의 투자대상이다.

사마귀와 거미를 비교해보자. 사마귀는 날카로운 앞발을 이용해 곤충을 잡아먹는다. 앞발을 사용하기 위해 끊임없이 곤충을 찾아 돌아다닌다. 이것이 사마귀의 생존방법이다. 반면 거미는 사마귀처럼 직접 돌아다니면서 먹이를 구하는 것이 아니다. 곤충들이 다니는 길목에 거미줄을 치고 기다렸다가 거미줄에 걸려들면 그때 먹이로 취한다. 당연히 거미가 더 효율적인 운영을 하는 셈이다. 사마귀는 발품을 팔지만 허탕을 치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SI업체와 같이 계속 일감을 찾고 수주를 해야 생존할 수 있는 기업을 사마귀형 기업이라면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을 거미줄형 기업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투자자들이 찾아야 하는 기업은 바로 효율적으로 어떤 환경에서도 돈을 벌어다 줄 수 있는 거미줄형 기업이다. SK텔레콤이 대표적인 거미줄형 기업이다. 사람들에게 핸드폰을 싼값에 나눠주고 계속 사용케 함으로써 1조원대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거미줄형 기업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당연히 거미줄과 같은 네트워크가 있어야 한다. 한번 깔아두고 추가 투입 없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사람들이 꼭 필요로 하는 서비스나 제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어떤 환경에서도 지속적인 수익이 가능하다. 세 번째는 독점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곤충이 잘 걸려든다고 같은 곳에 수십개의 거미줄이 쳐져 있다면 거미 하나당 돌아가는 몫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거미줄형 기업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업종별로 구별해 알아보자.


1. 도시가스

도시가스는 이제 우리 생활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 버렸다. 도시에서 연탄이나 기름보일러를 때는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자동차를 움직이기 위한 필수품이 석탄에서 석유로 바뀌었다면 이제 난방을 하기 위한 필수품은 연탄이나 기름이 아니라 도시가스다.

도시가스는 지역별로 권역을 나눠 서비스된다. 즉, 경기 서남부 지역은 삼천리, 서울 강남권은 대한도시가스 이런 식이다. 일정 지역에서 철저히 독점권을 인정 받고 있다는 뜻이다.

처음부터 도시가스가 수익성 있는 사업은 아니었다. 도시가스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땅 밑에 엄청난 규모의 배관망을 깔아야 하는데 초기에 설비투자가 대규모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대부분의 도시가스업체들이 설비투자를 끝내고 이익회수 단계에 놓여있다. 거미줄을 칠 때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일단 쳐지기만 하면 추운 겨울에도 따뜻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지속적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도시가스업체는 이미 깔아놓은 배관망에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계량기 검침을 잘 해서 가스비만 잘 받아내면 된다.

도시가스업체 중 대표적인 거미줄형 기업으로는 삼천리, 대한도시가스가 있다. 삼천리는 가스소비가 많은 인천, 안산, 수원, 용인 등 경기 서남부 지역에 독점권을 가지고 있는 도시가스 1위 업체(물량 기준)다.


2. 시멘트

시멘트는 건설에 꼭 필요한 기본 건자재다. 특히 아파트나 빌딩 건설이 많은 한국에서 시멘트 사용은 필수적이다. 가격과 품질 면에서 시멘트를 대체할 품목도 당분간은 등장하지 않을 것이다.

시멘트라는 품목은 매우 특이하다. 포대를 트럭에다 싣고 가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가 못하다. 시멘트는 부피가 크고 무겁지만 가격이 비싸지가 않다. 따라서 한 트럭 가득 싣고 멀리까지 움직이면 물류비가 늘어나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발생한다. 따라서 물류비라는 장벽 때문에 자연스럽게 국내 시장을 각 지역의 시멘트회사들이 나눠 가지고 있다. 경제성의 이유로 지역별 독점성이 발생하는 것이다.

도시가스와 마찬가지로 시멘트업도 거미줄을 치기 위해서는 초기투자비가 많이 필요하다. 석회석 광산 하나만 개발하려 해도 3000억 이상이 들어간다. 광산뿐 아니라 싸일로라는 저장장치 등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한번 마련해두면 독점적인 이익을 누릴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석회석이 풍부해 자원 조달 차원에서 우위에 있다.

시멘트업체 중 대표적인 거미줄형 기업으로는 한일시멘트, 성신양회, 현대시멘트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은 그동안 비관련사업에 투자를 해 손실을 입었지만 원래 핵심역량인 시멘트에 집중하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해 실적이 급격히 호전되고 있다.

이외에도 SO(유선방송), 유무선통신사업 등이 이에 해당될 수 있겠다. 가치투자자에게 거미줄형 기업은 이익의 예측이 쉽고 꾸준한 수익을 안겨다 주며 사업의 이해가 쉽다는 면에서 최적의 투자대안이 될 수 있다.

최준철 wallstreet@i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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