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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살아나리라 - 동서산업

다시 살아나리라 - 동서산업(10780)




한국형 가치투자 전략으로 본 동서산업

자연독점형 기업 : 내장타일, 바닥타일 부문 시장점유율 1위
환골탈태형 기업 :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부도의 여파에서 벗어나 영업력 회복중
보물찾기형 기업 : 보유중인 다이너스티 골프장 대주그룹에 매각
저PER형 기업 : 작년 기준 PER 1대의 낮은 PER 수준


1. 비운의 회사

고 정주영 회장은 슬하에 8형제를 뒀다. 정 회장 노년에 현대그룹은 ‘왕자의 난’이라 불리는 혼란을 겪었다. 그러나 결국 차남인 정몽구 회장이 현대자동차그룹을 이끌게 됐다. 사실상 그가 정주영 회장의 후계자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유난히 유교적 사고가 강했던 왕 회장이 장남이 아닌 차남에게 대권을 물려준 데에는 그 까닭이 있다. 바로 장남 정몽필 회장이 82년 교통사고로 숨졌기 때문이다. 이 정몽필 회장이 이끌었고 지금도 그의 가족들이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가 바로 동서산업이다. 이름만으로는 현대 계열사라고 생각하기 힘들지만 이 회사는 1999년까지 현대 계열사였다. 그 이후에야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 됐다.

동서산업은 2001년 회사채 차환발행에 실패해 어음 51억원을 막지 못하고 부도를 냈다. 지금 동서산업은 관리 종목이고 대주주도 정씨 일가가 아닌 구조조정 회사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비운의 회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 회사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부도 후 1년만에 영업력을 회복하고 회생의 실마리를 풀어나갔다. 남은 과제는 관리종목인 동서산업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싸늘한 시선과 인수합병(M&A) 재료 등에 휘둘리는 불안한 주가 움직임이다. 이제 오해를 뒤로 하고 동서산업의 지금 상황에 대해 정확한 분석을 해 보자.


2. 회복중인 영업력

동서산업의 주제품은 타일 및 위생도기와 같은 건설자재다. 변기 중에서 東西産業이라는 한문으로 된 상표가 찍혀 있는 게 있는데 이것이 바로 이 회사에서 만든 위생도기다. 위생도기는 계림요업과 대림요업에 밀려 3위지만 내장, 바닥 타일 부문에서는 20%가 넘는 시장점유율로 1위를 달린다.






일시적인 자금 압박으로 부도가 난 회사라도 확실한 제품력과 브랜드에 바탕을 둔 영업력이 있다면 얼마든지 환골탈태형 기업이 될 수 있다. 샐러드 기름 스캔들(AMEX가 장부를 꾸며 투자자를 속였다가 들통나 기업 신뢰도가 추락한 사건. AMEX는 “받을 돈이 있는데 이를 샐러드 기름으로 대신 받았다”고 주장하며 장부를 꾸몄다. 그러나 이후 이 회사가 샐러드 기름을 전혀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큰 물의를 빚었다)로 주가가 완전히 망가져버린 AMEX에 워렌 버펫이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었던 것도 그 기업이 가진 무형의 영업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논리를 동서산업에 적용해 보자. 아래는 최근 5년간 동서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나타낸 그래프다. 매출은 다소 진폭이 있지만 영업이익은 부도를 맞은 2001년에 잠깐 휘청한 것을 제외하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에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크게 늘었다. 매출은 1998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






3. 깨끗해진 자산구조

일반적으로 부도가 난 기업은 영업 능력이 좋더라도 거기서 생긴 이익을 이자를 갚는데 다 써버린다. 또 자금을 끌어들이느라 무분별하게 증자를 한 탓에 주식수가 지나치게 많아 주식의 가치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는 특성도 있다. 참이슬은 여전히 잘 팔리지만 기업만 놓고 보면 별다른 처방이 보이지 않는 진로가 대표적인 경우.
그러나 동서산업은 관리종목답지 않은 깨끗한 자산구조를 갖고 있다. 지난해 3/4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74억원인 반면 이자비용은 고작 53억원이다. 단기차입금은 아예 없고 부채의 대부분이 5년 뒤에 상환할 낮은 이자의 장기정리채무다.

동서산업은 지금까지 세 단계를 거치면서 자산 구조를 개끗하게 만들었다. 먼저 2002년 2월에 자본금 300억원을 100억원으로 줄이는 감자를 단행했다. 그 다음 회사정리계획안에 따라 채권단의 출자전환이 이어졌다. 채권단에 대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채무를 변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마지막으로 자산을 처분했다. 앞 순서까지가 대부분의 관리종목이 밟는 과정이라면 자산 처분은 동서산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동서산업에게는 동서산업건설, 동서관광개발이라는 두 개의 자회사가 있다. 둘 다 적자폭이 크지는 않지만 2001년 7억원 가량의 손실을 기록했다.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중 동서관광개발은 부채가 너무 많아 불안한 모습이다. 자본총계가 57억원인데 부채는 1000억원이나 된다. 동서관광개발이 골프장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높은 부채의 원인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자회사의 높은 부채비율은 아직 관리종목 상태인 동서산업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동서산업은 올해 1월9일자 공시에서 동서관광개발 전체를 미래RSC, AHA컨설팅에 팔았다고 밝혔다. 가격은 152억원. 실제 인수자는 중견 건설업체인 대주그룹이다. 대주그룹은 부채를 전액 떠 앉는 조건으로 152억원을 내고 동서관광개발이 가진 현대다이너스티 골프장을 얻었다. 반대로 동서산업은 57억원 투자한 회사를 152억원에 팔면서 골치 아픈 자회사의 부채까지 한꺼번에 해결했다. 이는 회사가 강한 구조조정의 의지를 갖고 있다는 반증. 게다가 거래 결과도 동서산업에 불리할 게 없다는 평가다.


4. 안개가 걷힌 미래 그러나…

영업력의 회복과 자산구조의 건전화를 통해 동서산업은 다시 새로운 출발선상에 서게 됐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악재들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 동서산업 투자자들은 이제 막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나와 안개가 걷힌 미래를 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 변화에도 불구하고 채무변제 이익을 뺀 경상이익 기준으로 했을 때 동서산업의 PER는 1.4 정도에 불과하다. PBR도 고작 0.3이다. 수치만 놓고 봤을 때는 심각한 저평가 상태라 할 수 있다. 관리종목이라는 이유로 실력에 걸맞지 않은 대우를 받는 것이다.

앞으로 주의해서 봐야 할 점이 하나 있다. 지난해에는 주택경기가 워낙 좋았다. 동서산업의 좋은 실적에는 이런 좋은 여건도 한 몫을 했다. 과연 올해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좋아질 지를 지켜봐야 한다. 이 회사의 실적 호전이 원가절감을 하면서 시장지배력을 높인 노력 덕인지, 아니면 단순한 경기의 영향 덕인지를 지켜봐야 한다. 올해에는 주택경기가 다소 침체될 것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동서산업이 좋은 실적을 꾸준하게 낸다면 이는 의미 있는 투자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서울보증보험이 대주주로 있고 2대 주주가 구조조정 전문 회사인 것을 감안할 때 이 회사는 M&A 구설수에 자주 오르내릴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KCC가 인수의사를 포기하면서 M&A 얘기는 당분간 들어간 셈이지만 실적이나 기업내용보다 풍문에 의해 주가가 등락을 거듭할 가능성이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런 정보 습득에 약하므로 가급적 머니게임에 참가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올 한해 동서산업의 환골탈태 된 모습이 기대된다.

최준철 wallstreet@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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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개

  • 영혼
    얼마 전에 화장실을 가면서 여기서 끌어낼 투자 아이디어도 있을 것 같다고 어렴풋이 생각했었는데 벌써 레포트까지 내신걸 보니 역시 따라가기에 역부족인 것 같습니다. ^^ 언젠가 김민국님이였는데 최준철님이였는지 잘 기억은 안나지만 스스로를 게으른 투자자라고 하셨었는데 기업 분석하시는 걸 보면 더 이상 부지런하실 수가 없군요. 요새 회사 끝나고 모교 도서실에서 공부를 하는데 오랜만에 가보니 화장실이 다 바뀌었더군요 그곳에서 동서산업이라는 마크를 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번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또 한번 많은 도움 받고 갑니다.
    2003.02/13 01:49 답글쓰기
  • 영혼
    2003.02/13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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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준철
    동서산업의 경우는 재무적 요소와 위험 요소를 체크하는게 관건일 듯 싶습니다.

    기업탐방도 열심히 다니려고 하는데 아직 많이 부족하네요. 요즘 같은 때는 몸이 2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

    레포트를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런 것이 레포트를 쓰는 기쁨이 아닌가 싶네요..
    2003.02/14 16:31 답글쓰기
  • 최준철
    2003.02/1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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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isulsan
    관리종목은 언제 쯤 투자해야되나요. 잘못하다가는 상장폐지도 잘되는데. 그러면 주가가 10원이 되던데. 회사는 아까우나 관리종목이란게 영 께름찍 하네요.
    2003.05/04 09:12 답글쓰기
  • bisulsan
    2003.05/0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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