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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가치주 - 태영
1. 미인대회와 태영
케인즈의 말을 빌려 좀 바꿔 말하자면 증시에 상장한다는 것은 미인대회에 참여한다는 말과 같다. 증시라는 대회에서 상장한 종목들은 각기 매력적인 수치와 미래 비전을 내세우며 자신의 몸값을 높이고 입상을 하려 한다. 그러다 보면 기업들도 연예인들처럼 증시에서 어떤 이미지를 얻게 된다. 투자자들 또한 미인대회의 심사위원들처럼 주관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태영 또한 89년부터 상장하여 미인대회에 참여해왔다. (재미있게도 태영이란 이름은 한 미스코리아의 이름과 동일하다) 그런데 태영은 93년과 94년에 미인대회에 화려하게 입상한 적이 있다. 즉, 93년 10월부터 94년 2월까지 17000원에 불과하던 주가가 9만원 가까이까지 폭등하며 투자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이다. 이유는 단 한가지 자회사인 SBS의 상장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이후 98~99년에 다시 한번 주가가 상승을 했는데 이유도 역시 SBS의 상장 때문이었다.
이렇게 태영은 본 영업보다는 부담스러울만큼 큰 자회사인 SBS에 늘 가려 있었다. 주식시장에서의 이미지도 SBS의 모회사인 토목전문건설업체 정도로만 인식되어 있었고, 태영에 붙는 테마는 항상 자산주테마였다. 이러다 보니 SBS가 코스닥에 선을 보인 이후 태영의 주가는 SBS의 실적과 연동되어 움직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건설회사의 주가가 광고경기 예측에 따라 움직여왔던 것이다. 하지만 SBS가 태영의 전부는 아니다. SBS를 제외하고서라도 태영은 건설부문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기업이다.
2. 태영의 영업가치
일단 11월29일 현재 태영의 시가총액인 2780억이 이 회사가 가진 SBS의 지분가치인 3092억보다 적다라는 사실은 논외로 하고 태영의 영업을 중심으로 접근해보자.
태영은 공공토목과 SOC 부문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수처리 공사 부문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해왔다. 각 의정부, 성남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부터 진주, 강릉, 울산 등 대부분의 하수처리장은 태영에 의해 지어진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이렇게 환경, SOC에서의 강점을 바탕으로 건축, 토목 분야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최근 데시앙이라는 브랜드를 출시하는 등 주택 분야에서도 나름대로의 입지를 쌓아나가고 있다.
위 그래프에서도 알 수 있듯이 3분기 누적 매출, 영업이익, 경상이익이 각각 전년동기 대비 35%, 89%, 144% 증가하였다. 물론 경상이익 부분은 최대 광고매출을 올린 SBS의 영향이 있다. 하지만 본 사업인 건설부문만 해도 매출과 영업이익 측면에서 이 정도 성장을 하였다는 것은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올해 약 830억 정도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는데,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한 PER가 3.3로 매우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이 가능했던 이유는 2000~2001년 수주를 해놓았던 물량이 매출과 이익으로 현실화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음 성장을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현실화 된 부분만큼의 신규수주가 필요하다는 얘기인데, 이 부분 또한 매우 긍정적 요소 중 하나이다. 2002년 3/4분기까지 태영의 신규수주는 토목 791억원, 상하수도 1,087억원, 건축 1,966억원, 주택 322억원으로 그 총액은 4,166억원에 이르며, 작년 동기 대비 13.2% 증가한 수치이다. 특히 토목부분의 신규수주가 119% 늘어 태영의 원래 강점부분에서 강력한 수주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수원하수처리장, 방어진하수처리장, SBS신사옥, 창동아파트 등이 현재 건설이 진행중이며, 2003년에 완공이 예정되어 있는데 이들의 계약잔액만 합쳐도 3949억이다. 즉, 신규수주분을 빼고 2003년에 현실화될 매출만 합쳐도 올 전체 매출의 약 65%에 해당한다. 또한 대부분의 계약들이 관급공사라 부실의 위험이 크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결론적으로 매출, 영업이익, 신규수주가 다 함께 증가하는 성장하는 국면에 접어든데가, 틈새시장을 겨냥했던 중형 건설사가 아니라 매출액 6000억원을 넘어서는 대형건설사로서의 도약이 가능한 시점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SBS가 만들어주는 지분법평가이익 부분을 더한다면 태영의 수치는 정말 놀랄만한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 SBS 효과를 빼더라도 영업가치만으로도 투자의 이유는 충분하다.
3. 오늘의 SBS는 누가 만들었나?
태영에게 SBS가 부담스럽다는 것은 주가적인 이미지 측면에서 그렇다는 것이고, 어쨌든 SBS는 법적으로 태영의 것이고, 이 기업에 있어 SBS가 차지하는 의미가 크다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SBS가 없이 태영의 영업가치만 따져도 지금의 시가총액은 턱없다라는 것을 설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SBS가 지금의 태영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SBS를 지금의 위치까지 끌어올리는 데는 태영의 공로와 경영능력을 무시할 수 없다. SBS를 흔히 전국방송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SBS는 부산방송, 대전방송처럼 서울지역을 담당하는 지역민방일 뿐이다. 다만 그동안 방송컨텐츠에 대한 투자를 하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전국네트워크 같은 의미로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스카이라이프에 투자하라고 하면 선뜻 나서는 투자자는 없으리라 생각하는데, SBS가 설립되었던 12년 전에도 이처럼 그 성공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동양제철화학이 소유하고 있는 경인방송이 작년 160억의 적자를 내었다는 사실은 공중파가 반드시 돈이 되는 사업이 아니라 누가 하느냐에 따라 향배가 결정되는 사업이라는 암시를 던져준다. 결국 태영이 SBS에 애정을 가지고 초기에 적극적인 투자를 집행해주었기 때문에 오늘날의 SBS가 모래시계, 야인시대 등의 히트작을 만들어 매체파워를 늘려나가며 방송광고시장의 21%를 점유할 수 있었던 것이다.
태영은 초기 SBS에 자금을 대고 지금까지도 단 한 주도 팔지 않고 장기보유하며 기업가치의 상승을 공유해온 훌륭한 투자자이다. 지면의 제약으로 일일이 태영의 투자히스토리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태영은 훌륭한 기업으로서 뿐 아니라 훌륭한 투자자로서의 모습도 내비치고 있다. 결국 태영의 주주가 된다는 것은 강력한 건설부문과 SBS 뿐 아니라 훌륭한 투자자를 파트너로 가질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
최준철 wallstreet@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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