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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 패션업체로 환골탈태에 성공한 LG상사



2002년말 배당기산일을 전후로 LG상사 주가는 6000원대에서 4700원선까지 20%이상 급락했다. 올해 LG상사 배당금이 주당 400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최근 주가 하락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3분기까지 LG상사는 634억원의 순이익을 내 작년 동기에 비해 127%나 성장했다. 그런데도 LG상사의 주가가 이렇게 심하게 떨어진 것은 이 실적이 ‘지속가능한 실적’인가에 대해 투자자들의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인 패션부문의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 둘째는 높은 부채비율과 과다한 투자유가 증권 탓에 영업외수지가 매우 불안하다는 점.
이 의문을 풀어보면서 LG상사의 이익이 과연 ‘지속가능한 실적’인가를 검증해보자.


패션부분 성장성은 지속될 것인가?


아래표에서 보는 것처럼 LG상사에서 패션이 차지하는 위치는 거의 절대적이다. 특히 LG마트 등 유통 마트부문이 분사된 현재 패션은 영업이익의 4분의 3을 이상을 차지할 만큼 중요하다.



사업부문별 매출액, 영업이익 비중(2003년 3분기 누적실적 기준)


지난해 11월부터 백화점 매출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는 소식이 들린다. 2001년에 비해 놀랄만한 성장을 보였던 패션업계의 매출도 지난해 12월부터 뚜렷한 감소 추세다. 이는 경기 위축과 신용카드 사용 한도 축소, 그리고 그다지 춥지 않은 날씨 등 여러 이유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LG상사 패션부분(이하 LG패션)도 예외는 아니어서 2002년 12월 중간집계 결과 전년에 비해 매출이 10% 넘게 줄었다.




(실적 추정은 3분기까지의 실적과 4분기 실적을 감안해 대학투자저널 기업분석팀이 예상한 수치입니다)


패션부문의 위축은 LG상사 전체의 수익성 악화를 뜻한다. 따라서 최근 실적악화가 일시적인 것인지 추세적인 것인지에 대한 검토는 앞으로 LG상사의 실적을 예상하는 데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LG패션의 주력 분야인 남성복 시장은 경기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하지만 LG패션의 브랜드 구성을 살펴보면 경기변동에 대한 완충장치가 비교적 잘 돼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주요 브랜드의 높은 고객 충성도


남성복은 여러가지 면에서 여성복과 다르다. 남자는 여자에 비해 유행에 둔감하고 보수적이어서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따라서 새로운 브랜드를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기도 어렵지만, 일단 궤도에 오른 브랜드는 꾸준히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경우가 많다.

여성복 회사는 대부분 중소기업이고 경기변동에 따라 시장점유율 순위가 자주 바뀌는 편이다. 반면 남성복 업계는 주로 대기업이 과점을 이루면서 오랫동안 체제를 유지해왔다. 고객의 브랜드 충성도가 남성복 쪽이 더 큰 덕분이다. 남성복 시장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제일모직, LG패션, 코오롱, 캠브리지 4사는 이미 수십년째 튼튼한 과점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남성복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유행에 따른 매출 등락보다는 고객의 브랜드 충성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LG패션의 주력 브랜드는 마에스트로와 닥스다. 이 두 브랜드는 이미 많은 고정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매출도 꾸준히 느는 추세. 물론 불황이 오면 어느 정도는 매출이 줄긴 하겠지만에 그 타격은 그리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불황 때에는 소비자들이 더 보수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옷 두 벌 살 것을 한 벌로 줄이면서 익숙한 이름의 대형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

LG패션의 마에스트로는 제일모직의 갤럭시와 국내 신사복시장 1위를 놓고 경쟁하는 대표브랜드다. 마에스트로의 지난해 상반기 매출은 558억원으로 2001년에 비해 22.5%나 늘었다. 닥스는 영국의 버버리, 아큐아스쿠텀과 함께 전통적인 3대 브랜드 가운데 하나다. 물론 LG상사가 닥스 브랜드의 원 소유자는 아니다. 단지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만을 빌렸을 뿐이다. 그러나 LG상사는 닥스 회원국 중 가장 영업을 잘해 본국인 영국에서까지 LG상사 영업을 벤치마킹 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닥스의 성공요인은 닥스 고유 이미지에 LG패션 자체 기획력과 기술력을 접목해 한국 소비자들을 만족시킨 데 있다. 경영전문지인 월간 현대경영이 CEO 90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명품을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31명이 닥스 옷을 선호한다고 이야기했다. 닥스가 한국에서 가장 토착화된 외국 패션브랜드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타운젠트 밸류를 통한 신사복 시장의 외연확대 전략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나타난 소비 패턴의 가장 큰 변화는 양극화 현상이다. 그리고 패션업계의 또 다른 변화는 신사복 시장이 유행의 무풍지대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젊은 직장인들을 기호변화에 맞게 신사복에서도 유행이 빠르게 변하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LG패션이 이런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올해 2002년 8월 선보인 브랜드가 타운젠트 밸류다.

타운젠트 밸류의 가장 큰 특징은‘이중 가격제(Two-Price)’다. 이중가격제란 말 그대로 전 품종에 걸쳐 가격대를 단 두 가지로 고정시켰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할인점을 통해 판매되는 균일가 신사복은 품질이 떨어지고 상품구색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중 가격제를 채택한 타운젠트 밸류는 중저가의 균일가격대이면서 유행에 민감한 상품만을 집중 생산, 세계적으로 ‘chip & chic(싸고 멋스러운)’ 바람을 일으킨 스페인 브랜드 ‘H&M’을 벤치마킹한 브랜드다. 이중 가격제는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체 신사복 시장의 15%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타운젠트 밸류 신사복 정장 가격대는 16만원과 26만원 두 가지밖에 없다. 가격대는 두 가지지만 제품구성은 디자인에 따라 베이직, 뉴베이직, 트렌드 등 3가지로 구성해 각자의 취향에 따라 골라입을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낮은 가격대에 신사복을 정가판매하면서도 고품질, 다품종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최대한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타운젠트 밸류의 경우 제품기획과 디자인은 국내에서, 원자재는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에서, 부자재와 기술력은 일본에서, 생산은 중국에서 이뤄진다. 또 영업시간을 오전 8시~오후 10시까지로 정한 것이나 신사정장은 물론 넥타이와 셔츠류 지갑 벨트 가방 구두 등 액세서리를 한 곳에서 구입하는 원스톱 쇼핑 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이 브랜드가 철저히 젊은 직장인을 겨낭했음을 보여준다.

타운젠트 밸류는 안양 1호점을 시작으로, 구로, 성남, 삼성점에 이어 대구점까지 5개가 선을 보였다. LG패션은 공시를 통해 “2004년까지 가두점과 할인점을 양대축으로 30~40개 유통망을 확보해 연간 1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현재 타운젠트 밸류의 매장 숫자는 매장당 하루 평균 매출이 1000만원을 넘는다. 계획대로라면 LG패션은 강력한 유통망을 선점하면서 높은 성장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타운젠트 밸류가 중저가대, 젊은 층의 신규 고객 공략을 목적으로 하는 데 비해 알베로는 40, 50대의 고소득 계층을 상대로 한 귀족마케팅을 실시한다. 알베로는 처음에는 마에스트로에 딸린 고가 브랜드로 출발했다. 수입 고가 브랜드에 맞선 독립 브랜드로 2003년 가을부터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예정이다.


주 5일 근무제 정착에 따른 캐쥬얼, 스포츠 의류분야의 확장


최근 패션업계는 주 5일 근무제 정착에 따라 캐쥬얼과 스포츠 의류 비중을 늘리고 있다. LG패션에서 이와 관련해 주목할 브랜드는 캐주얼브랜드 '헤지스'와 골프의류 ‘에시워스’이다.

헤지스는 평상복 근무를 하는 회사가 늘어나는 점을 감안해 직장에서도 입을 수 있는 편한 옷에 고급스런 디자인을 가미한 캐쥬얼 브랜드. 헤지스는 2000년에 브랜드를 시작해 불과 3년만에 매장수가 32개로 늘어났다. 2002년 매출은 2001년보다 갑절 이상으로 늘어난 220억원으로 추정된다. LG패션은 “2003년 헤지스 전체 매장을 53개까지 늘릴 계획이며 매출 목표는 400억원”이라고 밝혔다..

헤지스가 폴로, 빈폴과 같은 쟁쟁한 브랜드들이 많은 정통 캐쥬얼 시장에서 비교적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신선한 문화마케팅과 감성마케팅 덕분이었다. 브랜드 사이트(http://www.hazzys.com)를 오픈해 마니아 클럽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문화마케팅을 시도했다. 영화 `하루` `오버 더 레인보우` 등에 의상 협찬을 했고 매달 인터넷 회원을 대상으로 영화시사회 이벤트를 개최했다. 지하철 객차 한 칸의 안팎을 모두 헤지스 광고로 도배하는 파격적인 마케팅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LG패션의 신규 브랜드인 에시워스는 기존 닥스 골프와 챠별화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캐쥬얼 브랜드다. 닥스 골프가 나이와 소득 수준이 높은 구매자를 겨냥한 브랜드라면 미국에서 도입한 애시워스 브랜드는 보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실용적인 골프복의 성격이 강하다.

최근 1, 2년 사이 골프복 시장은 놀랄 만한 성장을 거듭했다. 골프복 시장이 성장한 가장 큰 이유로 먼저 골프인구의 확대를 들 수 있다. 골프의 대중화로 골프를 즐기는 층이 넓어진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 골프복이 골프장에서만 입는 옷이 아니라 주말에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캐주얼 옷이라는 생각이 확산된다는 점이다. 또 20, 30대 젊은층 골프인구가 크게 늘면서 30대 골퍼를 위한 골프복 브랜드들이 잇따라 시장에 나오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 나온 지명도 있는 브랜드만 해도 제일모직의 빈폴골프, F&F의 엘르골프 등이 있다.

LG상사에서 2003년에 시작하는 에시워스도 이런 골프복 시장의 변화를 적절히 반영한 브랜드다. 따라서 애시워스는 기존 닥스 골프복보다 15~25%정도 싸게 나올 것이 예상된다. 또 젊은 층과 평상복 시장을 겨낭해 기능보다는 패션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 한꺼번에 많은 신규 골프복 브랜드가 쏟아지고 있어 골프복 시장은 당분간 춘추전국 시대가 이어질 전망이다. 골프복 사용자들이 비교적 보수적이어서 기존 명품을 선호하고 브랜드를 잘 바꾸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갈수록 골프복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애시워스는 성공을 위해 보다 차별화된 마케팅과 각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부채로 산 투자유가증권을 정리해 이자수지를 획기적으로 개선함


LG상사는 2002년 실적을 매출 19조 4322억원, 영업이익 1386억원, 경상이익 1100억원, 순이익 75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전년에 비해 경상이익이 97.84%, 순이익은 114.29% 증가한 놀랄만한 수치이다.

어떻게 이런 실적이 가능했을까. 먼저 LG상사의 이익구조를 살펴보자.
20001년에는 순이익 350억원, 영업이익 1648억원을 올렸지만 이자비용이 무려 902억원이었다. 이에 비해 이자수익은 고작 146억원으로 이자수지는 756억원 적자였다. 순이익의 2배가 넘는 돈이 이자 비용으로 빠져나간 셈이다. 2001년말 LG상사의 부채비율은 무려 239%였다. 이에 비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불과 7.43%였다.

왜 이렇게 많은 돈을 이자로 내야 했고 ROE는 왜 이렇게 낮았을까. 해답은 투자유가증권에 있다. 투자유가증권이란 다른 회사에 투자한 지분가치를 의미한다. 2001년 말 LG상사의 투자유가증권은 4815억원이었다. 이는 거의 LG상사 순자산 4826억원에 육박하는 돈이다. 하지만 지분법 평가이익은 커녕 오히려 250억원의 지분법 평가손실을 입었다. 쉽게 말해 빚을 얻어 다른 회사에 투자를 했는데 이익은 커녕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거기에 막대한 이자까지 물어야 했으니 큰 이익은 기대할 수가 는 구조였다. 물론 투자한 회사에서 이익이 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시 LG상사가 투자한 회사는 대부분 LG상사와는 관련이 없는 분야의 기업들이 많았다. 투자한 회사의 업종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개별회사의 이익을 일일이 예측하는 것도 불가능했었다.

자난해 LG상사는 LG증권, LG마이크론 극동도시가스 LG니꼬동제련, LG선물 등의 지분을 과감히 팔아 177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면서 차근차근 부채를 갚아나갔다. 그 결과 차입금 규모는 2002년 초 6000억 수준에서 2002년 말에는 2000억원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이자수지도 288억원으로 2001년 591억원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



가치투자 차트로 본 LG상사


지금 회사에 남아있는 주요 투자유가증권은 LG유통 485만주, LG에너지 1659만주 LG증권 500만주, LG마이크론 58만주다. LG유통은 2003년 상장과 동시에 매각이 가능하고 나머지 투자유가증권도 시장상황에 따라 팔 것으로 보인다. 매각 과정에서 2002년 매각차익인 160억원보다 많은 이익이 날 수도 있다.
특히 LG유통은 슈퍼체인과 편의점 부분에서 1위를 지키고 있는 우량 기업으로 순자산 가치 수준으로만 매각을 해도 300억이 넘는 매각차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계획대로 투자유가증권이 적절한 가격에 팔린다면 LG상사는 무차입 경영도 가능하다. 현재 갖고있는 투자유가증권 규모가 차입금을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LG상사의 수익구조는 이자비용의 급격한 감소로 영업이익보다 경상이익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종합상사는 수출과 외형 성장을 지상목표로 삼았던 경제환경 속에서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거나 자금 조달통로로 쓰인 적이 많았다. 그 과정에서 핵심역량과는 상관없는 계열사 지분을 많이 갖고 있에 됐다. 당연히 재무구조가 기형적으로 변했고 수익성도 형편없었다.
하지만 LG상사는 지난해 과감히 계열사 지분을 처리하면서 핵심역량에 집중하는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주가는 아직 순자산가치의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기업의 변화를 아직 시장이 인식하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실적개선과 함께 지금까지 보여줬던 자사주 매입과 고배당 정책을 계속한다면 LG상사 주가는 자연스레 본질가치에 수렴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민국 / neominde@itooza.com
최준철 / wallstreet@itooza.com


LG상사의 2002년도 실적분석은 추후 대학투자저널 사이트(itooza.com)를 통해 공개할 예정입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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