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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부채, 나쁜 부채 - 2편

[테마분석] 좋은 부채, 나쁜 부채 - 2편

좋은 부채, 나쁜 부채 - 1편 보기

좋은 부채를 활용하는 부채비율 200% 이상 기업 4선

이전 테마분석에서 부채는 잘만 사용하면 주주의 부를 증가시킬 수 있는 유용한 도구라는 점을 말씀드렸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 기업 중 부채를 잘 사용하고 있는 기업을 소개하겠습니다.

IMF 이전만 하더라도 부채비율 200%는 그다지 높은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기업을 하는 것은 빚내서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한데다가, 은행이 계속 만기 연장을 시켜주었기 때문에 상장기업이 빚 때문에 망한다는 것은 생각지 못했던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IMF 후부터는 우선 정부가 기업들로 하여금 부채비율을 끌어내리도록 강제했고, 시장에서도 부채비율이 200%만 넘어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이런 상황의 변화는 기업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채비율을 낮추도록 유도했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었습니다. 하나는 수익성이 없는 기업이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늘려서 부채비율을 낮춘 경우입니다. 즉, 분자는 그대로인데 분모를 늘려서 부채비율을 낮춘 셈입니다. 다른 하나는 수익성이 좋은 기업이 돈을 버는 족족 부채를 갚아버려 부채비율을 낮춘 경우입니다. 앞의 경우와 달리 분자를 줄여서 부채비율을 낮춘 사례입니다.

어쨌든 이 과정을 거치다 보니 지금은 정말 부실한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는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기업을 잘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오히려 이제는 부채비율 100% 미만 기업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아직도 200%를 넘는 기업이 있나 하는 정도로 패러다임이 변화하였습니다.

하지만 단지 부채비율 때문에 시장으로부터 디스카운트를 받는다면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업종 혹은 기업의 상황에 따라 부채비율은 일률적으로 적용될 수 없습니다. 문제는 그 기업이 얼마만큼의 수익창출력이 있으며 부채를 잘 이용하고 있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이제 부채비율 200%가 넘는 기업 중 투자의 가치가 있는 기업 4선을 소개하겠습니다.

* 재무수치는 2002년 반기 기준. 현재가는 2002.12.27 종가 기준. EPS, BPS는 2001년 12월 기준

1) 중앙건설

 부채비율 : 351.3%
 ROE : 28.17
 PER : 1.48
 PBR : 0.39
 이자보상배율 : 3.2



<중앙건설의 주당 Cashflow와 ROE 그래프>


중앙건설은 자체공사의 비중이 62%에 이릅니다. 즉, 증권사가 상품계정을 운용하듯이 자기 돈을 넣어서 집을 지은 뒤 분양을 하는 구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자본이 필요한데 중앙건설은 이를 자기자본을 투입하기 보다는 부채를 끌어오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채비율이 351%의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높은 부채비율과 자체공사 비중으로 중앙건설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평을 듣습니다. 건설의 특성상 분양에 실패할 경우 회사 전체가 부도에 몰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로 인한 디스카운트는 PER가 1대에 불과할 정도로 너무나 심각한 수준입니다. 영업력과 46년부터 쌓아온 노하우, 하이츠 브랜드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이 장부가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입니다.

중앙건설은 8~12%의 금리로 단기차입금을 가져와 26~35%의 ROE를 내고 있습니다. 즉, 채권자에게 꾼 돈으로 사업을 통해 갚아야 할 이자 이상의 돈을 주주들에게 돌려주고 있는 셈입니다. 하이츠라는 브랜드와 자체공사라는 사업구조를 가진 중앙건설에 있어 차입금은 금리의 3배 이상을 벌어다 주는 좋은 부채입니다.


2) 동양고속건설

 부채비율 : 259.7%
 ROE : 20.46
 PER : 2.29
 PBR : 0.31
 이자보상배율 : 5.0



<동양고속건설의 주당 Cashflow와 ROE 그래프>


동양고속의 자산총계는 3,690억, 부채총계는 2,696억입니다. 부채를 다시 뜯어보면 단기차입금이 590억, 분양선수금이 614억 공사선수금이 307억, 장기차입금이 213억입니다. 이를 두 가지로 구분하면 재무용 부채와 영업용 부채로 볼 수 있습니다. 재무용 부채는 말 그대로 재무적 안정성을 달성하기 위해 은행 등에서 꿔온 빚이고, 영업용 부채는 아파트가 지어지기 전 분양금 조로 소비자로부터 미리 받아놓은 돈을 말합니다. 이는 상환방법이 다른데, 재무용 부채는 현금으로 갚아버리는 것이고 영업용 부채는 아파트를 지어서 제품으로 갚는 것입니다.

분양선수금은 부채는 부채이되 부채가 아닐 수 있습니다. 돈이 먼저 들어오기는 했지만 제품만 제 시간에 만들어낸다면 갚지 않아도 되는 돈입니다. 이자를 낼 필요도 없을 뿐만 아니라 공사비를 이 돈으로 충당할 수 있으니 미래의 현금을 끌어오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역시 제품력과 브랜드입니다. 동양고속은 파라곤과 덱스빌을 내세워 주택 분양을 연이어 성공시키고 있고, 파라곤과 트레벨을 내세워 오피스텔에서도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제품을 만들기도 전 기획과 브랜드만으로 부채를 금리 없이 조달하는 셈입니다.

현재 ROE는 20.7%를 기록하고 있으며 위의 그래프에서처럼 2000년을 기점으로 캐쉬플로우와 ROE가 모두 증가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브랜드와 부채가 만들어내는 선순환 구조는 동양고속이 빚을 금으로 만들어내는 원천입니다.


3) 한국특수형강

 부채비율 : 213.9%
 ROE : 27.77
 PER : 1.28
 PBR : 0.25
 이자보상배율 : 4.6



<한국특수형강의 주당 Cashflow와 ROE 그래프>


한국특수형강은 부채를 활용해 02년에 영업이익과 ROE를 높인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단기차입금이 00년, 01년, 02년 3분기에 각각 224억, 297억, 499억으로 증가했고, 이자비용은 각각 28억, 18억, 26억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들어 부채가 상당히 늘어난 셈입니다. 그런데 영업이익은 112억, 78억, 71억으로 02년 03분기에 작년 전체 순익에 육박하는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위 그래프에서처럼 주당 캐쉬플로우도 02년에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증가세의 원인은 부채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녹산 신규공장의 준공에 사용하여 생산량을 늘렸기 때문입니다. 특수형강과 봉강의 주수요처인 자동차와 건설이 호황을 보이며 늘어난 생산량을 원활히 소화해 준 점도 한 이유로 들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99년부터 감소 추세에 있던 ROE가 02년 들어 다시 증가세로 반전되었고, 철강업체로는 보기 드문 30%의 ROE 수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4) 신세계아이앤씨

 부채비율 : 216.8%
 ROE : 34.87
 PER : 9.75
 PBR : 1.47
 이자보상배율 : 20.4



<신세계아이앤씨의 주당 Cashflow와 ROE 그래프>


신세계아이앤씨는 SI기업 중 유일하게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 기업입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기업과는 그 부채의 성격이 다릅니다. 단기차입금이나 장기차입금은 하나도 없는 대신 매입채무가 자본총계보다 많은 상태입니다. 그래서 이자발생 부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부채비율이 높게 나타납니다.

그리고 매입채무만큼이나 매출채권도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큽니다. 즉, 파는 것도 외상으로 하고 사는 것도 외상으로 하는 셈입니다. 언뜻 보면 외상거래만 하다 보니 현금흐름에 이상이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위의 그래프에서 보듯이 주당 캐쉬플로우가 상승추세에 있고, 현금흐름표를 보아도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도 당기순이익을 상회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신세계아이앤씨의 매출채권과 매입채무는 다음과 같이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신세계아이앤씨는 이마트와 스타벅스 등 신세계 계열의 SI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매출채권이 신세계의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신세계는 탄탄한 재무구조를 자랑하고 있고 영업력 또한 뛰어납니다. 따라서 이 매출채권의 대부분은 부도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아도 좋습니다. 반면 매입채무는 이자가 발생하지 않고 대금 부분을 갚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매출채권만 잘 회수된다면 매입채무는 부담을 주지 않는 부채이고 오히려 지급기일을 늦춤으로써 자금운용의 여유를 확보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종합하면 신세계아이앤씨의 부채는 영업상의 부채로서 부채비율 자체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구조입니다. 채권자가 아닌 납품기업으로부터의 부채를 통해 35%의 ROE를 달성한다는 점이 좋은 부채를 쓰는 다른 기업과 다소 다른 점입니다.


좋은 부채를 사용하는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영업력이 우수하고 현금흐름이 좋습니다. 그런데 부채를 잘 활용하는 기업들에는 건설업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자본집약적, 노동집약적인 제품을 만드는데다가 제조부터 자금회수까지가 오래 걸린다는 사업구조상의 특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건설업에서도 두 가지로 유형이 나뉘는데 하나는 중앙건설처럼 부채를 빌려와 자체공사를 하는 경우와 다른 하나는 동양고속건설처럼 미리 분양선수금을 소비자로부터 받아오는 경우입니다.

반면 철강제조업인 한국특수형강은 부채를 통해 제조시설을 늘리고 수요가 늘어나는 시점에 적절히 대응한 경우이고, SI업체인 신세계아이앤씨는 영업용부채를 잘 활용하여 자금운용의 탄력성을 갖춘 경우입니다.

여기서 소개된 기업들은 ROE와 부채비율을 중심으로 분석되었기 때문에 기타 부분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신세계아이앤씨의 경우 IDC에 대한 투자로 구설수에 올라있기도 합니다. 따라서 투자자께서는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투자아이디어의 하나 정도로 부채와 기업의 수익력을 이용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부채비율 100~200%의 기업들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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