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읽을거리
아이투자 전체 News 글입니다.
소스시장 독점에 오뚝 선 오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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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 례 *
1. 오뚜기의 과거 - 외세의 침입을 막아내다
- 케찹과 마요네즈 시장에서 외국계 대기업의 공세를 성공적으로 방어해낸 히스토리
-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제품개발과 수십년간 쌓아온 영업망이 승리의 비결
2. 오뚜기의 현재 - 성장중심에서 수익중심으로 패러다임 변화의 조짐이 보이다
- 오뚜기는 높은 시장점유율에도 불구하고, 낮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음
- 상반기 실적에서 볼 수 있듯이 성장중심에서 수익성 개선으로 변화의 조짐이 있음
- 매출을 늘리는 것보다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더 쉬움
3. 오뚜기의 미래 - 되는 집안은 가지나무에 수박열린다
- 오뚜기에게 유리하게 전개되는 유통시장의 변화
- 주5일 근무제 도입, 여성경제활동인구의 증가, 서구식 식생활의 보편화 등 우호적 영업환경들
4. 조흥화학 인수합병설과 관련하여
- 피인수 가능 법인인 조흥화학보다 인수주체인 오뚜기에 주목해 보아야 함
- 재무적인 측면에서 조흥화학의 현금을 활용하여 부채비율을 떨어뜨릴 수 있음
- 영업적인 측면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고, 사풍간의 이질감이 그리 크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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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뚜기의 과거 - 외세의 침입을 막아내다.
세계적으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유독 한국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는 제품들이 있다. 나비스코의 끈질긴 시장공략을 막아낸 롯데제과나 전세계 패스트 푸드 시장을 압도하고 있는 맥도날드를 이겨낸 롯데리아 등 토종 기업으로서 외국계 기업의 공세를 성공적으로 막아낸 사례들이다. 외국계 기업의 공세를 막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다국적 대기업의 제품들은 전세계적인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국 시장에 진출할 시에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기 때문에 단기간에 토종 브랜드들을 눌러버리는 경우가 많다.
오뚜기는 단순히 다국적 기업의 공세를 방어하는 차원을 뛰어넘어서 국내 시장에서 관련제품들을 철수시켜버린 경력을 가지고 있다. 1981년에 ‘베스트푸드’로 널리 알려진 미국의 CPC인터내셔널이‘크노르’제품으로 마요네즈 시장을 무섭게 공략하였다. CPC인터내셔널은 순식간에 마요네즈 시장에서 35%의 시장을 잠식하였고, 당시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던 오뚜기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되었다. 마요네즈 시장에서 10년 가까운 마케팅 전쟁이 벌어진 끝에 오뚜기는 순차적으로 90년대 초반부터 다시 70%를 넘어섰고, 얼마 안가서 80%대까지 점유율을 회복했다. CPC는 96년 패배를 공식적으로 선언하고서, 미국으로 철수했다.
케첩시장에서도 전쟁이 일어난 적이 있다. 오뚜기는 세계 최대 업체 하인즈사와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에 본사를 둔 하인즈는 220여개 나라에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면서 연간 93억달러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는 대형 식품업체이다. 하인즈 로고에 새겨져 있는 '57'이라는 숫자는 하인즈가 갖고 있는 케찹, 참치, 냉동 식품, 유아용 식품, 애완용 동물 음식, 간편 식품 등 6개 핵심 사업군에 포함된 57가지의 다양한 브랜드를 의미하는 것이다. 특히 이중 하인즈 케찹은 세계 1위를 자랑하는 핵심상품이다. 하인즈 케찹은 미국 시장의 절반 이상, 세계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하인즈는 1985년 국내업체인 서울식품과 합작으로 국내시장에 진입하였고, 오뚜기의 점유율은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오뚜기는 대대적 마케팅으로 5년여 만에 다시 점유율을 회복했고, 하인즈는 케첩시장에서 손을 떼야 했다. 현재 오뚜기의 케첩 시장점유율은 8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식품시장에서 그것도 소스류와 같이 다양한 기호가 존재할 수 있는 제품군에서 80%이상의 독점력을 갖기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케찹, 마요네즈와 같이 그 유래가 외국 제품인 경우에는 관련기술의 축적 정도가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오뚜기는 이런 약점을 한국사람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이것을 한국소비자들에게 길들이면서, 그리고 수십년간 촘촘하게 만들어 온 영업조직을 통해서 극복해왔던 것이다.
주요제품군의 시장점유율 현황 |
2. 오뚜기의 현재 - 성장중심에서 수익중심으로 패러다임 변화의 조짐이 보이다.
오뚜기는 대부분의 제품, 상품 카테고리에서 시장점유율 1위 혹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높은 시장점유율에도 불구하고 항상 1%대의 낮은 순이익률이 나오는 것은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상품비중이 50%에 가까울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품비중이 높다는 의미는 스스로 만드는 제품보다 다른 회사의 제품들을 많이 가져다 팔고 있다는 뜻이다. 오뚜기의 경우에는 상품을 공급하는 회사들이 오뚜기 라면, 오뚜기 제유와 같은 관계사들이기 때문에 일정부분 마진율을 보장해 주어야 하는 측면이 있다. 그리고 상품매출 비중이 높다는 것은 마진율을 적게 받으면서도 마케팅비용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의 수익성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상반기 오뚜기의 실적이 뚜렷한 개선추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상반기 100%가 넘는 영업이익의 성장세가 환율하락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한지, 아니면 추세적인 변화의 조짐인지를 검증해 보아야 하는데, 이제는 외부유통환경의 변화와 내부적으로 수익성 개선노력이 겹치면서 오뚜기의 투자가치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2002년 상반기 오뚜기의 영업이익은 110%가 증가하였고, 순이익은 90%가 증가하였다. 도대체 오뚜기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해답의 실마리는 지금까지 오뚜기의 순이익률이 지나치게 낮았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오뚜기의 연간 매출액은 7400억원대, 거기에 비해 시가총액은 923억원(10월 4일 기준)에 불과하다. PSR(시가총액/매출액)이 0.12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식품시장과 같은 경우에는 이미 판이 짜여져 있는 경우가 많다. 시장점유율을 올리기 위해서 온갖 마케팅 수단을 동원하지만 실제 시장점유율이 올라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뚜기의 지난 세월은 끊임없는 성장의 역사였다. 케찹과 마요네즈 그리고 카레 등에서의 독점력과 현금창출능력을 바탕으로 라면과 참치시장을 공략해왔고,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이 두 분야를 업계 2위까지 올려놓았다. 또한 외국 경쟁자의 시장공략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기존 시장을 성공적으로 방어해냈다. 더구나 국내 식습관이 갈수록 서구화되면서 소스류와 조미식품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해온 것이 사실이다.
오뚜기 매출액 변화 |
최근 오뚜기의 영업전략을 보면 매출 확대 중심에서 수익성 확대로 전략을 수정한 것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신규 시장에 진출하기보다는 기존 제품군들을 제값 받고 팔려는 시도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매출액 증가추세와 함께 줄기차게 늘어나기만 했던 부채가 2001년을 기점으로 감소추세로 돌아섰다는 점도 의미심장한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오뚜기가 차입에 의존한 성장 중심전략에서 기존 제품군의 경쟁력확대를 통한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뚜기 부채총계 변화 |
만약 오뚜기가 다른 식품사처럼 이미 10~15%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회사였다면 이와 같은 전략이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뚜기는 지금까지 워낙 마진율이 낮았다는 것이 오히려 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케찹, 마요네즈, 카레, 3분 요리 시장에서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동사는 상품부분의 매출증가에 신경을 쓴 나머지 외형을 확대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수익성 개선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시장확대가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끝나고 이제는 벌여 놓은 판을 통해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매출액이 크고 수익성이 낮은 기업은 수익성 개선의 여지가 크다. 원가절감, 구조조정 등으로 순이익이 올라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독점력이 있는 상품을 가지고 있다면 그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매출 1000억, 순이익 200억인 회사를 1500억 매출에, 300억의 순이익인 회사로 바꾸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7400억 매출, 115억의 순이익을 7400억 매출, 180억으로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매출액영업이익률을 전자가 20%를 치열하게 유지해야 하는 반면 후자는 1.5%에서 2.3%로 올리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는 외부적인 변수를 통제하기보다 내부적인 변수를 통제하기가 훨씬 용이하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3. 오뚜기의 미래 - 되는 집안은 가지나무에 수박열린다.
되는 집안은 가지나무에 수박열린다는 말이 있다. 집안이 번성하기 시작하면 하나부터 열까지 긍정적인 일들이 벌어진다는 뜻이다. 앞에서 살펴본 내부적인 변화를 제외하고도 외부적으로도 많은 긍정적인 요소가 보인다.
첫번째는 유통시장의 변화가 업계 상위권 업체들에 맞게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유통시장의 변화는 대형화, 체인화, 할인매장의 개설 등이다. 이런 유통시장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선두제품을 만드는 업체에게 유리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유통업체들은 소비자 충성도가 높고, 재구매율이 높은 유명 브랜드 제품이 재고회전율이 높고, 환금성도 좋기 때문에 1위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또한 제조업체는 그 나름대로 대형할인점을 상대하게 되면 유통단계가 축소되고 유통의 상당부분을 유통업체의 체인망에 의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판관비를 줄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전에 중소형 소매점을 상대로 판촉활동을 강화할 때는 끼워팔기, 리베이트, 각종 판촉물, 경품제공 등이 판관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했었다. 그러나 소수의 대형 유통업체를 상대하게 되자 이와 같은 비용들이 상당폭 줄어들게 되었다.
이 밖에도 주5일 근무제 실시나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3분 요리를 비롯한 즉석식품류 판매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식단이 서구화되면서 레스토랑 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소스 소비가 급증하면서 오뚜기는 가장 큰 수혜를 입고 있다. 이처럼 우호적인 외부 변수를 감안할 때 오뚜기는 선진국화 되어가는 라이프 스타일을 선도하는 식품업체로 재정의를 내려볼 수 있을 것이다.
4. 조흥화학 인수합병설과 관련하여
얼마전 오뚜기가 조흥화학을 인수합병할 수 있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조흥화학의 주가가 며칠동안 상한가를 기록한 적이 있다. 이 뉴스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조흥화학의 향후 주가 움직임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조명을 받아야 할 대상은 조흥화학이 아니라 오뚜기이다. 이 딜은 오뚜기측의 주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고, 합병이 성사된다면 실질적인 수혜자는 조흥화학이라기보다는 오뚜기 측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하나씩 따져 보자.
오뚜기는 올해 6월 12일자로 조흥화학의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오뚜기의 대주주인 함태호 회장을 비롯하여 특수관계인들의 지분을 합하면 현재 조흥화학의 지분율은 24.9%(149,436주)이다. 작년 9월 오뚜기와 특수관계인의 조흥화학 지분율은 11.8%(71,256주)이다. 불과 1년 사이에 오뚜기측의 지분율은 2배이상 증가하였고, 최대주주의 위치까지 차지하였지만, 다른 유력주주들의 지분율은 변동이 없었다.
조흥화학은 함태호 오뚜기 회장, 박관회 조흥화학 이사, 홍순성 조흥화학 대표이사와 그의 특수관계인들이 지분을 3분하고 있는 회사이다. 여기서 함태호 오뚜기 회장쪽의 지분율만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내부적으로 앞으로의 조흥화학의 지배구조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던가 최소한 오뚜기측에서 조흥화학을 인수하는 것에 암묵적인 동의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조흥화학은 중장기적으로 오뚜기와 우호적인 인수합병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오뚜기가 유보자금을 활용하여 조흥화학의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아가 오뚜기가 조흥화학을 인수합병하게 되면 오뚜기에게 어떤 점이 득이 될 것인가? 그것은 조흥화학과 오뚜기의 재무구조와 영업현황을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답을 구할 수 있다.
표에서 보는 바와 마찬가지로 오뚜기는 선두권의 식품업체치고는 다소 부채비율이 높은 상태이다. 이는 지금까지 매출성장위주의 공격적인 영업정책을 펼쳐왔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오뚜기가 유보자금을 주식을 매입하는데 쓰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오뚜기는 충북 음성의 공장 건설에 자금투입이 일단락되고, 영업상 현금흐름이 더욱 좋아지면서 잉여자금의 효과적인 활용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진 상태이다. 이런 시점에서 조흥화학 주식 매입과 중장기적인 인수합병 시도는 잉여자금의 활용이라는 측면에도 각별한 의미가 있다.
먼저 오뚜기가 조흥화학을 합병하게 되면 부채비율을 100%미만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또한 조흥화학은 부채비율이 10%밖에 되지 않는 실질적인 무차입 상태이고, 자산도 대부분 당좌자산으로 되어 있는 현금덩어리이다. 조흥화학의 현금으로 차입금을 갚건, 새로운 영업망 확충에 쓰건 간에 조흥화학과의 합병은 오뚜기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선물해 줄 것이다. 또한 조흥화학의 현재 시가총액은 240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자본총계의 1/3미만, 순유동자산의 절반에 불과한 가격 수준이다. 지금까지 오뚜기가 사들인 조흥화학의 평균매입단가가 40000원에 불과하므로 오뚜기는 유보자금을 매우 매력적인 투자처에 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조흥화학의 제품인 이스트, 빵크림, 식품첨가물 등이 이미 오뚜기라는 상표로 판매되고 있고, 사업부분이 겹치지 않고, 영업망의 통합으로 인한 판관비 절감효과도 있기 때문에 오뚜기와 조흥화학의 합병은 영업적인 측면에서도 재무개선효과 그 이상의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조흥화학의 경영은 오랜 기간 실질적인 공동경영체제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오뚜기와 합병한다고 해서 경영진간에 혹은 사풍간에 이질감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와 공시자료를 가지고 모자이크 조각을 맞춰보면서 스스로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고, 투자아이디어를 구성해 본다. 그 아이디어가 탁월하고 시나리오가 사실에 가까울수록 투자자는 실질적으로 많은 보상을 받게 된다. 투자자는 때로는 탐정으로 때로는 추리소설가로 변신을 하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다. 조흥화학과 오뚜기와의 합병가능성은 오뚜기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주요한 투자아이디어 중 하나이다. 오뚜기 그 자체로도 매력적인 투자일 수 있지만, 조흥화학과의 우호적인 인수합병이 이루어진다면 투자자들은 또다른 보너스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애널리스트
김민국 neominde@itooza.com
최준철 wallstreet@itooza.com
written by ‘한국형 가치투자 전략’ 저자
낭중지추k & 앤젤
대학투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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