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날(이하 골드만삭스)이 아나패스 지분을 신규 취득해 관심을 끈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일 장 마감 후 골드만삭스는 아나패스 주식 50만8258주를 장내 매수해 보유 지분이 5.02%가 됐다고 공시했다. 지난달 22일(변동일 기준) 48만3546주를 보유해 보고 의무가 발생했으며, 이달 2일 2만4712주를 추가로 매수했다. 평균 매수 단가는 1주당 1만3863원이다.

골드만삭스는 영국 소재 증권사다. 운용자산 총액만 8920억 달러(약 980조)에 달하는 거대 금융사다. 골드만삭스가 국내 상장사를 대량 보유한 것은 지난 2008년 CJ오쇼핑 이후 처음이다.

▷ 삼성전자 UHD TV 시장 성장 수혜

외국계 큰손이 주목한 아나패스는 액정디스플레이(LCD) 패널의 핵심부품을 만드는 반도체설계(Fabless)업체다. 최대주주는 이경훈 대표로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지분 16.39%를 들고 있다. 반도체설계회사는 설계는 자신들이 하고 제조와 조립, 테스트 등은 아웃소싱을 한다. 개발이 완료된 반도체 칩은 자신들의 이름으로 판매한다.

주력 제품은 타이밍 컨트롤러(T-CON)다. 이 제품은 LCD 구동 칩에 전송되는 데이터양을 조절해 화질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아나패스 매출의 97%가 T-CON에서 나온다. 상장된 경쟁사로는 실리콘웍스, 티엘아이가 있다. 두 회사는 LG디스플레이와 거래하고 있으며, 아나패스는 삼성전자에 납품한다.

최근 삼성전자는 1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UHD TV 라인업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84인치 기준 4000만원에 육박하는 UHD TV의 제품 다양화를 이룰 방침이다. 가격을 낮춰 시장성을 확보한 뒤 올 3분기 즈음 보급형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UHD는 'Ultra High Definition'의 약자로 초고화질 TV라는 뜻이다. 최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의 대면적화가 기술적인 한계에 직면하면서 UHD TV가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세트 업체들이 스마트기기용 콘텐츠를 TV에서 구현하기 위해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패널을 TV에 탑재하는 것도 원인이다. LCD 패널 가격이 하락하면서 시장성이 생긴 것도 시장 확대에 도움이 됐다. 디스플레이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UHD TV 판매량은 올해 90만대다. 연초 50만대에서 상향 조정됐다.

UHD의 핵심은 말 그대로 초고화질이다. 기존 고화질(HD) TV보다 화소수가 4배 높다. 때문에 화질을 개선하는 부품인 타이밍 콘트롤러(T-CON)도 기존 TV보다 4배 이상 탑재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에 T-CON을 납품하는 아나패스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 신제품·신사업 '진출'

신제품 출시에 따른 기대감도 있다. 지난 8일 보고서를 낸 리딩투자증권에 따르면 아나패스는 최근 '스마트 햅틱 컨트롤 SoC'를 개발했다. 진동 관련 기술로 모듈의 진동을 통해 화면을 진동시킬 수 있다. 일본에서 먼저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게임 등에 적용될 전망이다. 기존에 TV에만 적용됐던 FRC(Frame Rate Conversion) 기술이 모바일기기로 확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FRC는 동작화면의 번짐 및 흔들림 현상을 제거해 선명한 화진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지난달에는 미국 회사 인수를 통해 신사업에 진출했다. 지난달 15일 아나패스는 'GCT 세미컨덕터' 지분 37%를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인수금액은 339억원으로 지난해 말 자기자본의 38%다. 회사 측은 GCT 세미컨덕터와의 협력을 통해 스마트폰용 AP를 개발 및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GCT 세미컨덕터는 4세대 이동통신용 반도체를 설계하는 회사다. 지난해 1120억원(2011년 대비 +44%)의 매출과 64억원(흑자전환)의 순이익을 냈다.

개장 전 아나패스의 주가수익배수(PER)는 8.9배다. 주가순자산배수(PBR)는 1.71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9%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