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투자 박동규] 지난해 말 돌풍을 일으켰던 '하얀국물' 라면이 추락하고 있다. 20%에 육박했던 하얀국물 라면의 시장점유율은 현재 절반 가까이 떨어지며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빨간국물 라면의 점유율은 꾸준히 상승세다. 이에 업계에선 라면시장의 기존 강자들이 다시 한 번 날아오를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고 있다. 빨간국물 라면이 왕좌를 탈환할 수 있을까.

AC닐슨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얀국물 라면의 대표주자인 꼬꼬면(팔도), 나가사끼짬뽕(삼양식품), 기스면(오뚜기)의 3월말 시장점유율은 12.9%로 전월(14.3%) 대비 1.3%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정점을 찍은 12월(17.1%)과 비교하면 4.2%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제품별 하락폭은 꼬꼬면이 가장 컸다. 꼬꼬면은 작년 12월 7.1%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후 3월 3.7%로 급락했다. 나가사끼짬뽕은 7%에서 6.4%로, 기스면은 3%에서 2.8%로 각각 떨어졌다.

반면, 빨간국물 라면의 대표업체인 농심은 지난해 12월 시장점유율 60%를 내주며 59.5%까지 추락했으나, 지난 3월에는 62.9%까지 회복했다. 과거 평균 점유율인 70%에는 여전히 못 미치지만 시장점유율이 회복세에 들어갔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 하다.

◆ 빨간라면의 반격..주가 반등으로 이어질까?

농심의 시장 점유율이 60%를 탈환한 후 주가도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농심은 지난 10일 23만7000원으로 지난 4월 초 22만원에 비해 7% 올라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삼양식품의 하락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같은 기간 삼양식품은 3만원에서 2만2850원으로 5주 만에 24% 하락했다.

이같은 주가 움직임에 대해 업계에서는 농심의 시장 점유율 회복과 신제품 효과가 발생하면서 이뤄졌다고 분석한다. 농심은 올해 1월 '후루룩칼국수'를 출시한 데 이어 4월 '고추비빔면', '진짜진짜' 등을 출시하여 신제품 라인업을 확대했다. 특히 진짜진짜 라면은 기존 신라면보다도 더욱 매운 맛을 강조한 제품으로 빨간 국물의 강도를 더욱 진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진짜진짜의 판매가(1000원)는 신라면(730원)보다 30% 이상 높은 만큼,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다면 수익성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얀국물이 정체를 보이고 빨간국물이 재부상하자 하얀국물 강자들도 새로운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팔도는 빨간국물 라면인 '남자 라면'을 출시했으며, 삼양식품도 갈색국물 라면인 '돈라면'과 매운맛을 강조한 '불닭볶음면'을 출시해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 ROE는 오뚜기가 '으뜸'

아이투자에서는 라면업체들의 올 1분기 실적 컨센서스(예상치)를 바탕으로 재무비율을 산정·비교해봤다. 순이익은 연환산(12개월 합산) 기준이다. 기업은 농심338,000원, ▼-3,000원, -0.88%, 삼양식품532,000원, ▲20,000원, 3.91%, 오뚜기404,000원, ▲2,500원, 0.62% 등으로 팔도는 상장돼 있지 않아 비교 대상에서 제외했다. 

분석 결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오뚜기가 가장 높은 12%를 기록했다. 그러나 오뚜기는 라면 사업비중이 20% 미만이란 점은 감안해야 한다. 농심과 삼양식품 두 회사 중에는 삼양식품이 7.5%로 소폭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밸류에이션 지표인 주가수익배수(PER)와 주가순자산배수(PBR)는 엇갈린 모양새다. 농심은 PBR이 0.9배로 5년 평균치인 1.1배보다 낮은 상태지만 수익 악화로 PER은 5년 평균치인 13배를 올라선 19배를 기록했다. 삼양식품은 PBR이 1.1배로 농심보다 높지만 PER는 14배로 농심에 비해 낮다. 두 지표 모두 5년 평균치(PER 19배, PBR 1.9배)보다 낮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