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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일신방직 김영호 회장:2세경영의 모범
[편집자 주]기업은 경영자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방향이 좌우됩니다. 아이투자는 ‘CEO&’ 코너에서 여러 기업들의 CEO에 대해 알아봅니다. 새로운 각도로 투자 아이디어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기업 : 면방업계 1위 일신방직(관련글:[기업이야기]일신방직:봄을 맞다)
CEO : 대표이사 회장 김영호
당신이 투자 후보 리스트에 올려둔 기업이 오너가 경영하는 기업이고, 그 오너가 창업자의 뒤를 이은 2~3세 경영자라고 하자. 이 경우 그 오너가 준비된 경영자인지 확인하는 것은 투자에 있어 매우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다.
‘2~3세 경영인’의 가장 큰 리스크는 ‘로열 패밀리’여서 경영 능력의 검증 없이 낙하산으로 떨어졌을 가능성이다. 반면 오히려 일찍부터 경영 수업을 받아 준비된 경영자일 경우, 안정감 있는 경영을 보여줄 가능성도 있다.
창업자의 아들과 손자가 이끌고 있는 일신방직7,560원, ▲20원, 0.27%의 경영진은 어느 쪽일까? 후자 쪽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일신방직7,560원, ▲20원, 0.27%의 김영호 대표이사 회장(왼쪽 사진)은 김형남 창업주의 둘째아들로, 2세 경영자다. 친형인 김창호 회장의 뒤를 이은 그는 지난 1982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30년째 일신방직을 이끌고 있다. 미 뉴욕 프래트 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김 회장은 계열사 및 일신방직 임원으로 차근차근 경력을 쌓은 후 일신방직의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김 회장은 일신방직7,560원, ▲20원, 0.27%이라는 큰 기업을 맡기에 앞서 한 계단 한 계단 경영 능력 검증대를 통과했다. 적자 계열사 (주)신동을 맡아 흑자기업으로 만드는 수완을 보인 후(1975년), 일신방직의 부사장(1979년)을 거친 후에야 일신방직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면방산업 불황 초입에 일신방직을 맡다
‘면방사업+투자’라는 일신방직의 현 핵심 사업구도는 김 회장 시대에 이뤄진 것이다. 면방산업이 불황의 긴 터널을 지나는 동안 김 회장은 일신방직의 체질을 개선하면서, 신규 사업과 투자를 병행했다.
그는 면방 산업이 내리막길에 들어선 70년대 말부터 일신방직을 맡았다. 내공이 약한 2세 경영인이었다면 불황기에 맡은 사업이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 회장은 내실을 다지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현재와 같은 구도로 전환시켰다.
그는 수익성이 낮은 방직사업은 과감히 접고, 고부가가치형 면사 방적과 염색 분야만 남겼다. 그런 한편으로 면방산업의 낮은 성장성을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수익원 찾기에도 나섰다. 이에 따라 탄생한 것이 일신창업투자와 BSK(바디샵 코리아), 신동, 신동와인 등 알짜 계열사들이다.
지오다노 매장과 바디샵의 생활용품
일신창업투자는 벤처기업과 영화 등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이다. 자회사로 대형 캐주얼 브랜드 지오다노를 두고 있다. 바디샵 코리아를 운영하는 BSK는 고급 생활용품 시장에서 탄탄한 브랜드를 자랑하는 튼실한 계열사다.
신동은 사양화되어가던 봉제업을 접고 빌딩임대, 가구·생수 수입 등으로 업종을 전환했으며, 신동의 자회사로 와인수입·유통회사인 신동와인은 국내 와인 산업이 형성되는 초기에 일찌감치 사업을 시작해 이제는 특색 있는 와인을 주로 다루는 회사로 와인업계에 단단히 자리를 잡았다.
얼핏 보면 일신방직의 신규 사업들은 지오다노를 제외하면 본업과 무관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김 회장은 신규 사업에 대해 원칙을 갖고 있다. 본인이 잘 아는 사업, 혹은 믿을 만한 전문가에게 맡길 수 있는 사업만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와인 사업의 경우는 김 회장 본인의 전문성을 살린 케이스다. 김 회장은 재계에서도 소문난 와인 전문가다. 대학시절부터 친구들이 맥주를 마실 때도 그는 와인을 구해 마실 정도로 와인을 좋아했는데,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쌓인 와인에 대한 관심과 식견을 사업으로 연결해 성과를 냈다.
일신창업투자는 조카인 고정석 사장에게 맡겼다. 서울대 경영학과(학사), 카이스트 경영과학과(석사), 미국 MIT경영대학원(박사)에서 공부한 고 사장은 컨설팅회사 맥킨지를 거쳐 91년부터 일신창업투자를 맡아 온 벤처캐피털 전문가다.
◆보수적인 경영 철학 … ‘천천히+오래+같이’
김 회장은 젊은 시절에 미국에서 공부했지만 지난 30년간 그는 효율을 강조하는 미국식 경영이 아닌, 보수적인 일본식 경영 스타일을 보여줬다.
“현재 일본기업이 세계에서 가장 우등생이 된 것은 바로 인사관리에 있다. 한번 회사에 들어오면 한평생을 마치겠다는 천직의식을 심어준 것이 일본기업을 강자로 만들었다고 본다.(중략) 동기생이나 동년배에 비해 뒤진다고 해서 비정하게 대할 수는 없다. 어느 조직이든 서로 장점을 살려 하나의 조화를 이룰 때 보이지 않는 힘이 솟구치게 된다. 구성원을 단점만 보고 평가해서 좌절감을 갖게 하는 것처럼 위험한 일은 없다.”( 매일경제 1982년 3월17일자 김영호 회장 인터뷰 中)
단계적인 경영수업을 거치는 과정에서 김 회장은 인사관리 철학에 있어 미국식보다 일본식이 기업의 경쟁력을 더 높인다는 지론을 갖게 됐다. 김 회장의 이 같은 지론은 위기를 지나오는 과정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인다.
광주2공장의 1983년 화재 후 모습(출처:일신방직 홈페이지)
면방회사는 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하기 쉽다는 태생적 위험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 일신방직은 지난 1983년과 2005년에 광주2공장과 충북 청원공장을 화재로 잃는 초대형 화재 사고를 두 번이나 겪었다.
공장이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되면서 기계 설비 등 투자자산이 사라지고, 매출도 100억~200억원 가량 줄어들었다. 게다가 졸지에 일거리가 없어진 직원들에게조차 월급은 줘야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그런 위기 속에서도 타개책으로 직원들을 내보내거나 월급을 줄이는 일은 하지 않았다.
◆안정된 후계구도
오너기업의 또 다른 리스크는 경영승계 부분이다. 이른바 ‘왕자의 난’ 같은 것들이 벌어질 경우 경영이 휘청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신방직의 경우, 경영승계 부분은 안정된 구도를 보여주고 있다.
김 회장은 독신이라 자녀가 없다. 일신방직의 후계는 조카인 김정수 사장(오른쪽 사진)이 이을 전망이다. 김 사장은 김 회장의 친형인 김창호 회장의 장남이다. 지난 2001년부터 일신방직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일하며 김 회장을 도와 경영하고 있다.
1992년에 미국 페퍼다인 대학교 경영학 석사를 졸업한 김 사장은 귀국해 94년부터 영업담당 상무와 부사장을 거쳐 사장이 됐다. 20년 가까이 삼촌인 김 회장 밑에서 경영 수업을 착실히 하고 있는 셈이다.
김창호 전 회장의 차남 김민수 상무도 영업 담당 임원으로 일하며 삼촌인 김 회장과 형인 김 사장을 돕고 있다.
후계 구도는 나와 있지만 현재 일신방직에는 김 회장 중심의 경영이 안정적인 상태로 승계 문제는 거론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본문 내 사진 출처:일신방직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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