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4일) 오리콤은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언론에서는 오리콤 상한가의 배경으로 오리콤의 최대주주인 두산의 움직임을 언급했는데요. 전일 고(故)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의 5남인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과 그의 아들인 박서원 전 오리콤 부사장, 박재원 전 두산중공업 상무가 보유한 두산 지분 129만6163주가 블록딜로 전량 처분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이는 두산그룹 전체 발행주식수의 7.84%입니다. 또한, 이번 거래를 통해 박 전 회장과 두 아들은 두산그룹과 결별하게 되었습니다.
오너 일가의 블록딜 소식이 알려지며 두산 그룹주 주가 움직임에 시장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결과적으로 어제 두산 그룹주의 움직임은 종목마다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먼저 두산그룹의 지주사인 두산의 주가는 9%대까지 하락했다가 오후에 회복하는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한편 오리콤은 장 초반 상한가를 기록한 후 장마감까지 이를 유지하며 다른 흐름을 보였습니다. 이번 블록딜의 승자는 오리콤이라 할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오리콤은 어떤 회사일까요? 이 회사의 최근 실적은 어떨까요? V차트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오리콤은 광고와 매거진 사업을 하며, 광고대행업체인 한컴을 종속회사로 거느리고 있습니다. 광고 부문의 매출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66%를 차지합니다. 광고 사업의 세부 분야는 △광고대행 △광고물 제작 △BTL(전시, 이벤트 등) 등입니다. 대표 포트폴리오는 '사람이 미래다'로 잘 알려진 두산그룹 PR 광고입니다. 매출 비중의 34%를 차지하는 매거진 부문에서는 Vogue, GQ, Allure, W 등의 잡지를 출판합니다.
오리콤의 매출액은 2014년 이후 증가하다 2020년 하락했습니다. 재작년 광고 부문 매출액은 전년 668억원에서 438억원으로 34% 감소했습니다. 회사 측은 코로나19 영향이 매출액 감소의 원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익은 2019년부터 줄었는데, 광고대행 매출이 감소하면서 이익도 줄어들었습니다.
작년에는 전 사업 부문 매출액이 늘며 전년도 실적 하락폭을 일정 부분 회복했습니다. 연결 기준 작년 매출액은 1573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늘었습니다. 지난해 영업이익과 지배지분 순이익은 각각 65억원, 61억원으로 전년 대비 539%, 702% 증가했습니다.
눈에 띄는 사업은 매거진 부문입니다. 매거진 부문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36%, 1033% 증가했습니다. 해당 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코로나 영향이 없었던 2019년보다도 향상됐습니다. 매출액이 전년 대비 11% 늘었음에도 적자 폭이 확대된 광고 부문과는 대조적입니다.

오리콤의 작년 영업이익률은 4.2%입니다. 2020년 0.8%로 하락했다가 작년에 2019년(4%) 수준으로 회복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높지 않은 편이며, 매출의 등락에 따라 오르내립니다. 영업이익률의 범위는 최근 10년 내 2.4~7%입니다. 순이익률도 매출액&영업이익률 흐름과 같이 영업이익률과 비슷하게 움직입니다.

오리콤의 두 번째 특징은 '적은 차입금'입니다. 오리콤은 2017년까지 차입금이 없었다가, 2018년에 1억원의 차입금이 생겼습니다. 차입금은 늘었지만 그 금액은 미비한 편입니다. 지난해 차입금은 29억원으로 지배주주 자본총계 970억원과 비교하면 3% 수준입니다. 분명 절대적 수준에서 차입금이 작은 편이지만, 증가 폭이 크다는 점은 주의해야겠습니다.
부채비율(부채/자본)은 작년 기준 117.5%입니다. 100% 이상으로 부채가 자본보다 많습니다. 차입금이 적은데 부채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이유는 매입채무와 기타채무의 영향입니다.
오리콤 부채의 대부분은 매입채무와 미지급금으로 이루어진 기타채무입니다. 매입채무와 기타채무는 이자를 지급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물건을 미리 받고 대금을 나중에 지불하기 때문에 현금흐름이 원활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작년 부채총계 1140억원 중 매입채무와 기타채무의 합은 883억원으로 부채 총계의 77%를 차지합니다. 즉, 부채비율이 100%를 넘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도 100% 이상의 수준을 유지해 안정성 부문에서 큰 문제가 없음을 알려줍니다.

오리콤의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한 이유는 오리무중입니다. 그러나 V차트는 오리콤의 실적이 코로나19의 영향을 이겨내고 빠르게 회복되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부채가 자본보다 많지만, 대부분 매입채무와 기타채무라는 점에서 안정성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이자 비용에 대한 우려도 적습니다. 오히려 대금 지급을 늦게 하고 내부에 현금 보유를 길게 가져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기도 합니다.
향후 오리콤의 주가 흐름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요? 오리콤의 실적 반등과 재무 안정성이 주가 흐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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